Chapter 432 - 392화 - 이어지는 마왕의 유희! (3)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몸이 근질거리고 가슴이 술렁거려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마치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눈 앞에 둔 듯한, 이상한 흥분.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마치 흐릿한 연기에 막혀, 내가 원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듯한 이 막연함...
이 막연함 때문에 왠지 모르게 초조해져서, 나도 모르게 제렌을 덮치듯이 행동해 버렸다.
어째서... 내가 아무리 동생을 아끼는 여자라지만, 이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는 여자는 아니었을 텐데...
이런 미묘한 흥분에 빠져있던 것이 언제부터였지? 세마 녀석의 정액을 뒤집어 썼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라디아에 돌아왔을 때, 공기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처럼 느꼈을 때부터였나?
모르겠다. 뭔가 잘못된 곳을 향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인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술렁거리는 기분을, 빨리 개운하게 만들고 싶다.
...제렌의 모습을 보면 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동생이 잘 하고 있을지 확인하는 건 누나로서 나쁜 일은 아니겠지.
그래. 절대로, 뭔가 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야.
제렌의 데이트를 지켜보러 가는 것도... 그렇게 보러 가는 데에, 이 신수를 굳이 데려가는 것도.
...분명,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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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 잠깐...! 관리소장 님! 남동생이랑 루나, 어디서 데이트 하는지 알고는 있는 겁니까!? 전 모른다구요!?” “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뛰어다니다 보면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너무나도 당당하게 모른다고 외친 관리소장.
도시를 뛰어다니며 사람을 찾겠다는 이 인간이, 라디아의 관리소장 이었다.
이런 정신 나간 년 같으니... 이 넓은 라디아에서, 데이트하는 두 사람을 뛰어다니며 찾겠다고? 제정신이야?
무려 수십만의 인간들이 사는 곳인 만큼, 라디아의 면적은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이걸 뛰어다녀?
내가 돌아다니는 곳만 돌아다녀서 그렇지, 라디아 내부엔 넓은 공원도 몇 개는 되고 호수 같은 것도 있다고 들었다고?
걷는 것 만으론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데 며칠은 걸릴 것 같은 면적인데. 그런 곳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찾겠다라...
이 암컷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음! 좋아! 이쯤이면 되겠지...!” “...네? 지금 뭐 하십니까?”
나를 질질 끌면서 길드관리소 밖으로 나와, 근처의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온 제네시아.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땅을 툭툭 차더니, 뭔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다.
“뭐긴! 뛰어다니며 찾겠다지 않았나? 자, 꽉 잡게나.” “엥? 꽉 잡으라고? 무슨... 오옷?”
꽉 붙잡으라고 말하더니, 내 허리에 손을 두르며 끌어안는 제네시아.
제네시아의 무시무시한 폭유가, 그 탄력을 자랑하며 내 몸에 밀착되었다.
캬. 뭐야. 이런 곳에서? 제네시아 얘 꽤나 대담한걸?
키가 커서 그런지 가슴 위치도 꽤나 적절한데. 여태까지 내 음수들에게 없던 적절한 느낌이야.
...근데, 지금 왜 굳이 날 끌어안...
“자, 뛰겠다!” “엥,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억!?”
땅을 박차는 소리가 이렇게나 큰 줄은 몰랐다.
마치 뭔가가 터진 것 마냥, 내 몸에 떨림까지 전하는 커다란 굉음.
그 폭발과 함께, 제네시아에게 꽉 붙들려 있던 나는...
“어, 어어어어어어!!?”
높은 건물들이 내려다 보일 정도의 높이에서, 제네시아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다.
“끼야아아아아악! 떠, 떨어진...!!” “뭘 그리 놀라나! 사람을 찾으려면 이렇게 ‘뛰면서’ 찾아야지!”
뛴다는 게 달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뛴다는 거였어!?
아니 이 미친년. 데이트하는 동생 찾겠다고 투기까지 쓰면서 날아다닐 생각이야!?
이런 또라이 년 같으니! 아니, 여기서 추락해도 몸이야 멀쩡하겠지만, 다리가 떨어져 있으니 불안하잖아 이거!
끼야아악! 떨어진다아아아악!!
“데이트하기 좋을 만한 곳이라면 몇 군데 알지! 자, 같이 한 번 돌아보세나! 세마 군!” “아니 이런 미친...!! 게헥! 으아, 멀미나!”
건물들을 폴짝폴짝 밟으며, 라디아를 상쾌하게 가로지르는 암컷.
익숙하지 않은 감각과 함께, 라디아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뜀박질. 그 뜀박질에 멀미 나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그렇게 제네시아에게 안긴 나는, 한동안 라디아의 하늘을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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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미친... 그렇게 바닥이랑 건물 부수며 돌아다녀놓고 이제 와서...” “아, 아니! 좀 깜빡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제네시아의 저택. 그 곳에서 제법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가까운, 어느 한 저택의 지붕.
참으로 어이없게도, 내가 제렌은 아직 저택 안에 있는 게 아니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제네시아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날아다니는 것을 멈추었다.
그렇게 뛰어다녀놓고 이 무슨... 아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잖아!
이제 막 신청한 첫 데이트인데, 설마 아침부터 만나서 돌아다니겠어!? 빨라 봤자 점심때쯤에나 만나겠지!
으아... 뭔가 풍경은 좋았지만, 제네시아한테 붙들려 있는 상태라 울렁거려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 이거.
“건물들 옥상 밟을 때마다 뭔가 틱틱 깨지던데! 다 어쩌려고 그럽니까 그거!?” “그, 그 정도는 문제없어! 요즘 건물에 걸린 마법이 얼마나 훌륭한데!”
자기 저택의 정문을 몰래 바라보면서, 내 말에 부끄러운 듯이 항변하는 제네시아.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단순히 뛰어다닌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높이가 높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에세르 소모가 많아 보였지. 에세르를 너무 막 낭비하는 거 아냐 얘?
다른 놈들이면 설령 뛰어다닐 능력이 있다고 해도, 몇 번 뛰면 에세르가 떨어져서 못 돌아다닐 것 같은데 말이야.
...음. 그래도... 이렇게 뛰어다닌다는 건 생각도 못했네. 무려 마왕씩이나 돼서는 말이야.
아직 지구에서의 기억이 남아있는 건가? 땅에 붙어 다니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 여긴 판타지 세상이니까. 좀 날아다닌다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겠지.
실제로 날아다닌 것도 아니고, 땅을 박차는데 쓴 투기는 사실상 인간들의 버그성 스킬이라 나는 쓰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 육체라면 이 방식을 참고해서 써먹을 수 있겠지.
음... 쓸데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부는 됐는걸 이거.
“뭐 아무튼... 정말 따라다니면서 구경할 겁니까? 이런 말하긴 좀 뭐한데, 누나란 사람이 너무 추하지 않아요?” “추, 추하다니! 이건 그냥, 누나로서 걱정되는 마음에...!” “평범한 누나들은 동생 데이트를 감시하거나 하진 않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추한... 억!” “앗, 나왔다!”
내 머리를 누르면서, 누구의 저택인지 모를 저택의 지붕에서 몸을 낮추는 제네시아.
제네시아와 함께 저택 쪽을 바라보자, 뭔가 제법 깔끔하게 차려 입은 제렌이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저택을 빠져 나왔다.
“으, 으윽...! 제, 제렌...! 너무 멋있게 차려 입은 거 아니냐...!?”
나야 마안도 있고 이 몸뚱아리의 시력도 좋다지만, 제네시아 얘도 시력이 제법 괜찮나 보네. 저게 보이나?
그래도 나름 귀족거리라고, 저택끼리 제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마차 하나 없이 나와서 걸어 다니는 귀족이라니. 이거 참...
아무래도 귀족 거리에서 멀리 가진 않을 것 같은데... 나야 편해서 좋지만, 귀족이 너무 모양 빠지네 이거.
뭐, 탈것이라곤 느려터진 도마뱀 몇 마리라서 별순 없겠지만. 새삼스럽긴 하지만, 역시 너무 불편해 보이는걸.
...흐음... 제네시아를 내 암컷으로 만들고 나면, ‘그 짐승’ 들을 늘려서 도시의 탈 것으로 써먹는 것도 고려해볼까?
“...으음. 자. 세마군. 천천히 따라가보지.” “에휴. 뭐... 그러십쇼.”
잠시 고민하던 도중, 어느새 제법 멀어진 제렌을 바라보며 내 등을 툭툭 치는 제네시아.
그래 그래... 뭐, 지금은 원하는 대로 해보던가.
어차피 나는 적당히 꼬투리를 잡아서 널 따먹을 각만 보면 되니까 말이야.
내가 즐길 수만 있다면야, 지금 동생한테 한눈 파는 것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지.
어디 한 번 보자고. 네 남동생이, 내 가축한테 얼마나 해롱거리는지.
“끄으으으윽...! 이, 이보게 세마! 자네 직원, 저 천박한 복장은 도대체 뭔가!” “아니, 고작 미니스커트 가지고 그러시면...”
제네시아와 함께 움직이면서 시작한, 제렌의 미행.
적당히 거리를 두고 따라가다보니, 귀족거리 아래의 중앙 지역에서 제법 예쁘다 싶을 정도의 데이트룩을 입은 루나와 제렌이 마주쳤다.
노출은 그리 과하진 않고 평범하게 예쁜 복장이지만, 그래도 말편자 귀걸이나 목걸이 등은 잊지 않은 내 가축의 모습.
아마 제렌은 저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있겠지. 큭큭... 멍청한 녀석.
기왕 이렇게 된 거 구경이나 해야지. 자. 루나. 제렌이라는 열등한 수컷을 아예 네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려.
“크으윽...! 우음. 우물...! 야외 테라스라니, 첫 데이트부터 너무 화려한 식당에 온 것 아닌가!?” “쭈웁... 아니 뭐, 귀족인데 돈이 아까운 것도 아닐 거고 저 정도는... 근데 꽤 괜찮은 레스토랑이네. 나도 참고 좀 해야지.”
그렇게 나와 제네시아는, 같이 손에 샌드위치와 음료를 들고 두 사람의 점심식사를 구경하거나...
“이 무슨! 이런 어두컴컴한 데서 같이 있다니! 너무 불순하잖나!” “두 사람 다 시선은 연극 쪽에 가있거든요?”
뭔가 극장 같은 장소에서 뒷자리에 앉아, 연극을 보는 두 사람을 지켜보거나...
“호, 호수에서 같이 배를 타다니! 나, 나도 왕도에서 한 번 밖에 못해본 건데...!” “누나랑 한 번 탔으면 됐지 뭔... 근데 호수도 괜찮네. 나도 나중에 내 여자들이랑 와야겠다.”
호수에서 배를 배를 타면서,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끄, 으으으윽...!! 서, 설마... 저녁까지 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첫 데이트인데!?” “으음... 관심이 있다면 술자리까지 가겠지만, 루나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 줄지는...” “수, 술자리!? 아, 안돼! 그건 너무 이르다!”
거리를 걷는 두 사람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미행.
“...어라? 그러고 보니, 이거 저랑 제네시아 님도 데이트 한 거 아닙니까?” “뭐? 무, 무슨 소리인가 그게! 이건 그냥 미행이잖나!” “...푸흐흐. 뭐, 그렇긴 하죠.”
음... 아직 암컷의 표정은 나오질 않지만, 그래도 제법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나오긴 하네. 붉어진 얼굴이 꽤 마음에 드는걸?
뭔가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암컷이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큭큭.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어.
저 표정을 계속 바꾸어 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여흥이지.
“정말, 자네는 무슨 말을... 어, 아!? 자, 잠깐! 세마군! 지금 제렌이 꽃을...!!?” “오... 이거, 고백각인가?” “으아아! 아, 안돼! 제렌, 뭘 그렇게 급하게...!!”
제네시아를 보던 사이 어디선가 산 건지, 손에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제렌.
뭔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 거리더니, 제렌은 이내 루나에게 그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이는 루나.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법한, 하나의 커플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캬~ 달달하다 달달해. 이거 아주 재미있는... 억!” “으아아아! 세, 세마! 어쩌나! 제렌이, 내 동생이! 정말 연인이 생겨 버렸어!” “켁, 케헥...! 조, 좀 놓고 말해 이 미친 여자야...!!”
반쯤 미친 듯한 울상을 지으며, 내 멱살을 붙잡고 흔드는 제네시아.
정신 못 차리는 제네시아의 손을 떼어놓은 뒤, 나는 셔츠를 매만지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 미친 브라콘... 고백 장면을 보더니 아주 미치려고 하네 이거.
나 참. 보다 보면 조금은 동생을 포기하려나 싶었더니... 이거 평범한 방법으론 제네시아의 브라콘끼를 줄일 수가 없겠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이 마왕님께서 좀 도와줘야겠지. 음.
“푸흐... 뭐, 일단 저건 볼짱 다 봤네요. 이제 한동안 저 둘 사이에 누나인 제네시아 님이 낄 순 없을걸요?” “그, 그런...!! 그런 건 너무하잖나!!”
당신 브라콘끼가 더 너무합니다만.
“음. 뭐어... 사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뭐, 뭐지 그 방법!? 날 피하고 있는데다 연인까지 생겨버린 제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나!?” “되찾긴 뭘 되찾... 에휴. 아니 뭐.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순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근데, 그러려면 며칠 기다리다가 제가 알려드리는 대로 하셔야 할 텐데...” “제렌과 다시 가까워질 수만 있다면, 뭐든 못할까! 내, 내가 뭘 하면 되지!?”
음. 그래. 누나 쪽에서 동생과 다시 친해지고 싶다는데. 도와줘야지.
어디, 이 제네시아를 올바른 암컷이 되도록 이끌어줘 볼까? 큭큭...
“그래요? 그럼, 잠시 기다리시다가 제가 말하는 날에...”
제네시아에게, 마왕의 제안 아닌 제안이 이어진다.
그 제안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제네시아.
그리도 집착하고 있는 동생이, 어느새 거리에서 사라진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제네시아는, 자신의 동생을 파멸시키는 짐승의 함정에 발을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