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37 - 396화 - 말이란 짐승은 정말 굉장해! (2)
“그러면, 다 같이 밖으로 나들이 좀 나가볼까? 다들 준비해.” ““네♥ 마... 아니, 신수님♥””
각자의 말을 준비하면서, 내게 고개를 끄덕이는 음수들.
다들 내가 알려준 대로 준비한 고삐를 자신들의 말에 매달고, 자신들이 가져온 가벼운 짐들을 싣기 시작했다.
“오오... 그렇군. 덩치가 크니 저렇게 짐을 싣는 것도 가능하단거군.” “그뿐 인줄 아십니까? 아주 힘이 넘치는 녀석들이라, 수레차를 달아도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죠. 도시간 교역에 혁명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이 될걸요?” “흠. 어느 정도의 속도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키워 볼만한 가치가 있겠어... 폐하나 다른 귀족들이 상당히 놀라겠는걸...” “놀랄 뿐일까요? 아마 이 녀석들 가치를 알게 되면 눈이 돌아갈걸요?”
뭐. 그래 봤자 어디서 구할 수 있는 녀석들도 아니고, 우리 짐승들 외엔 다룰 수 없겠지만 말이야.
“흠... 자네도 상당히 빠르다 들었는데... 이 녀석들. 보보 리저드 속도의 두 배 정도 속도는 나오나?” “푸흐흐. 두 배요?”
어딜 그런 기어 다니는 도마뱀들이랑 비교를... 그 놈들, 끽해봐야 사람 걷는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는데. 근데 두 배에~?
큭큭... 이거, 오늘 이 녀석들 속도를 보게 되면 제네시아가 아주 깜짝 놀라겠어.
“뒤에 커다란 수레차를 달아도 그 놈들과는 비교가 안될 겁니다. 그것보단 수레차 바퀴가 이 녀석들 속도를 감당 가능할지를 걱정해야 할걸요?” “뭐, 뭐야? 그 정도라고? 으음... 이거, 믿기지가...” “큭큭. 그건 이따 천천히 살펴보시죠... 음. 다들 준비된 모양인데. 그럼 가볼까?” ““네♥ 신수님♥””
손에 각자 고삐를 쥐고서, 내게 미소와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음수들.
지금 음수들의 즐거움과 기대가 담긴 표정은, 단순히 제네시아를 타락시킨다는 것만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자궁을 써서 직접 만들어낸 짐승이, 얼마나 뛰어난 성능일지를 기대하는 감정.
각자의 전용 탈것으로 만들어진 저 말들을 처음 체험해본다는 것이, 상당히 기대되는 모양새들 이었다.
음... 이제 내 등에 탈 일은 어지간하면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조금 아쉬운 느낌이... 응?
“으음... 그런데 세마 군. 저 남자는 누구지?” “...아~ 저 녀석이요?”
넓은 마당이 갖추어진 적당한 크기의 저택. 그 저택의 문 앞에서 몸을 움츠린 채, 음수들이 쓰다듬는 말들을 지켜보는 남자.
한때는 세라의 연인이자 용사였지만 이젠 우리 짐승들의 가축 사육담당일 뿐인 남자가,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아! 이 녀석들을 돌보는 사육사 같은 녀석입니다. 저희한테 덤비는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었는데, 나름 갱생의 여지가 있다 싶어서 기회를 줘 봤죠.” “덤볐다고? 뭔가 행실이 안 좋은 자였나? 으음...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착각입니다 착각. 그냥 저 남쪽 슬럼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모자란 놈이거든요. 그렇지? 세라?” “맞아요♥ 소장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는 쓰레기일 뿐이랍니다♥ ...야! 뭘 계속 보고 있어? 가서 청소나 해!”
세라가 째려보자 ‘히익’ 하는 비명을 지르며 시선을 돌리는 한심한 수컷.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저 열등한 수컷은, 더 이상 외모가 출중하고 능력까지 있던 용사 따위가 아니었다.
푸흐흐... 하긴. 데이브 저 놈 정도였으면, 제네시아가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었을 법한 녀석이었겠지.
비록 관심을 가졌을 땐 용사는 아니었겠지만, 저놈이 소속되어 있던 길드 규모가 제법 상당했으니까.
물론 이젠 그 길드조차 내 가축들로 채워진 곳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나름대로 수컷들 몇 마리는 남겨둔 상태라, 겉으로 보기엔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 대형 길드라고?
부길드장이던 저 녀석은 탈퇴처리 후 이렇게 축사관리용 노예가 되었지만... 뭐, 외모가 저렇게나 달라졌으니, 설령 알던 사이라고 해도 알아볼 수는 없겠지.
그래도 나름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던 수컷이 저렇게 망가지다니. 이거 참 너무 안타깝다니까. 큭큭.
“으음? 음... 아무리 봐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였더라...?” “에이. 그럴 리가. 대충 밑바닥에서 굴러먹던 놈인데요. 자. 이제 출발하시죠 제네시아 님.” “으, 응... 그러지...”
흐음... 어쩌면, 세라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놈이라 길드관리소에서 자주 얼굴을 봤었으려나?
자주 마주치게 만드는 건 좋지 않겠어. 제법 타락이 진행되기 전엔 축사에서 좀 떨어트려 놔야겠는걸.
뭐, 얼마 걸리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럼... 자. 다들 갈까?” ““네 신수님♥”” “야. 우린 나갔다 올 테니까, 깨끗하게 구석구석 청소해 놔. 돌아왔는데 맘에 안 들면 확 ‘해고’ 해버릴 테니까.” “우, 읏...! 네, 네에... 다, 다녀오세, 요...”
단어의 본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자신의 목숨까지 연관되어 있는 세라의 경고.
그 경고를 받은 수컷이, 침을 삼키며 두려운 듯이 몸을 떤다.
그렇게 몸을 떠는 수컷을, 뭔가 이상하다 싶은 눈초리로 힐끔거리는 제네시아.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이 무엇인지를 끝까지 생각해내지 못한 채, 제네시아는 짐승들과 함께 외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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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오! 세상에...! 벌써 라디아가 보이지도 않는다니...!”
그렇게 시작된, 제네시아를 데리고 나온 바깥 나들이.
내 앞에서 6마리의 말들이,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해본 것처럼 대열을 맞춰 달려나가고 있다.
앞장선 말들과 내 음수들. 그리고 지나가는 풍경에 내 등 위에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제네시아.
나도 그런 제네시아와 함께, 내 음수들을 태운 말들을 보며 제법 감탄하고 있었다.
와우... 나보다 약간 느린 것 같긴 하지만, 저 놈들도 상당히 빠른데? 지구에서 보던 평범한 말들 이상의 속도라니?
거기다 모양만 얼추 흉내내본 대충 만든 고삐만으로 저리 편하게들 타고 있다니. 나와 같은 승마보조 스킬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었지만, 이거 상당히 놀라운걸.
단순히 그것만 놀라운 게 아니라, 내 음수들이 적당히 다루고 있는데도 찰떡같이 알아먹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저 모습들...
과연... 저 녀석들,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이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건가...
달리는 모습들도 뭔가 상당히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게... 이거, 살아있는 짐승들이 아니라 짐승 흉내 내는 기계들 같네 정말.
“정말 굉장해...! 이 속도, 그리고 몇 번 보였던 그 선회력...! 이런 몬스터를 써먹을 수 있다면, 몬스터들의 침공에도 확실히...!” “푸흐흐. 맘에 드십니까 제네시아 님?” “아아! 맘에 들다마다! 아니, 이건 그 정도로 치부할게 아니야!”
이야아. 평상시와 달리 목소리에 아주 힘이 들어가 있는걸. 그렇게 놀랍나?
뭐 하긴. 나도 제법 놀랍긴 하니까 말이야. 처음으로 말이란 짐승을 접한 제네시아는 어떻겠어.
거기다 벌써 두 시간 가량은 달렸는데도 아직 쌩쌩한 저 지구력... 역시, 이 놈들은 평범한 말이 아니야.
몬스터 침공이 뭐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네시아가 연신 감탄하는 걸 보니 전투에서도 잘 써먹을 수 있단 거겠지.
음... 전투에서 우리 마왕군만 말을 써먹을 수 있다라... 거기다, 그 말들이 속도도 빠르고 몇 시간을 달려도 멀쩡해?
이거 갑자기 세계정복이 너무 간단하게 느껴지는데? 푸흐흐.
“아, 오빠♥ 저기, 호수 같은 게 보여♥” “제법 풍경이 좋아 보이네요♥ 저기서 점심을 먹는 게 어떨까요?”
가볍게 속도를 낮춰 내 곁으로 다가와, 나와 나란히 달리며 말하는 클레아와 세실리아.
오호우... 다들, 벌써 상당히 익숙해진 모양인걸. 아니, 익숙해졌다기 보단 본인들 의지대로 부리는 듯한 느낌?
자기들이 직접 낳은 거라 뭔가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건가... 푸흐흐.
“그래. 그럼 그럴까? 제네시아 님. 저 호수 근처에서 잠시 쉬도록 할까요?” “음. 그러지! 이야, 정말 굉장한 몬스터들이군 이거!”
멈추질 않는 제네시아의 감탄.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가, 흥분이라도 한 것처럼 연신 들썩거린다.
첫 승마 나들이에 즐거워하는 음수들. 그리고, 자신도 저런 말들을 가지게 될 것이란 것을 모르는 제네시아.
나와 내 암컷들이, 처음 보는 호수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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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아! 정말 굉장했네! 자네 종족들은 정말 대단한걸!?” “푸흐흐. 뭐어. 제가 좀 하지요.”
마실 것을 벌컥 들이키면서, 감탄하며 무릎을 치는 제네시아.
내 음수들도 즐거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흥분한 제네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몬스터를 싫어하던 세레스 언니가 왜 허락한 건가 싶었는데! 이건 허락할 수 밖에 없네!“ “후후♥ 그렇지? 아주 훌륭한 아이들이란다♥” “그러게 말이야! 사람을 태우고도 그런 속도라니! 이거 정말 써먹을 데가 많겠어!”
에이. 무슨 소리야. 세레스의 몬스터 혐오는 단순히 쓸모가 많다는 것 만으로 허락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큭큭.
지금도 나 이외의 몬스터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걸. 뭐, 예전처럼 극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기가 직접 낳은 녀석이기도 하니, 나름대로 정이 가는 거 아니겠어?
“그나저나 사람들이 좀 놀라던 것 같던데. 아직 보인 적이 없는 건가?” “제가 몬스터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건 대부분 봤었겠지만, 이 녀석들은 처음 보인 겁니다. 들여올 때는 사람들 눈이 거의 없었거든요.”
사실은 낳은 직후 작을 때 옮겨서 본 사람이 없는 거지만 말이야.
“으음. 그럼 사람들에게 이런 몬스터를 키운다고 알리는 게 중요하겠군... 라디아는 새로 정착한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아직 몬스터 침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말이야.” “뭐, 그 점은 어떻게든 될 겁니다. 지금 슬럼가 근처 남쪽구역에 커다란 축사를 만드는 중인데, 다 만들어지면 이런걸 키운다고 발표할 생각이에요.”
오늘 성문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 표정을 유심히 봤었다면, 제네시아도 눈치를 챘었을 텐데.
하지만 제네시아가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설령 내 가축이 아니더라도... 라디아의 거의 모든 암컷은 지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내 말정액에 중독되어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이 짐승들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중에서 겁에 질리거나 식겁하는 표정을 지은 것은 수컷들뿐.
암컷들은 모두 은근히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감탄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큭큭. 그걸 모르다니.
이거, 제네시아가 내 암컷이 된 순간 라디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되는걸.
“그래? 이거, 나도 한 마리 구하고 싶어지는군! 하하!” “푸흐흐... 그래요? 그럼, 제네시아 님의 말도 한번 구해볼까~?” “오오. 그래 주겠나? 그래. 자네 동족을 또 찾게 되면 부탁하지! 아니면 새로 태어난 녀석을 줘도 좋고!”
아니, 그렇게나 원하신다니? 그러면 들어줘야지!
나중에 천천히, 그 군살 하나 없는 뱃속에 새로운 녀석을 만들어보자고 제네시아. 큭큭.
“그나저나... 이 녀석들. 말이라고 했지? 그게 종족 이름인가? 정확히 뭐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아. 이 녀석들의 이름 말이죠?”
호수 근처에 자리를 펴고 즐겁게 식사하고 있는 나와 암컷들. 그리고, 그 옆에서 기계마냥 정자세로 굳어있는 6마리의 짐승들.
요 녀석들을 부를만한 명칭은, 이미 생각해뒀지.
“음조마[淫造馬] 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물론 저는 신수라서 해당 안되니, 부를 때 조심해주십쇼? 푸흐흐.”
음란한 암컷들이 만들어낸 말에 가까운 인조... 아니, 음조 생명체.
6마리의 말들이, 자신들의 종족명을 들은 순간 가볍게 콧소리를 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