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47 - 406화 - 마왕을 향한 짐승들의 저항! (3)
“...여기 모인 모험가들의 역할은 분명하다! 라디아로 향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여 도시와 사람들을 지켜내는 것!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극도로 위험한 퀘스트인 셈이지!”
영주로서 상황을 설명하는 세레스의 말이 끝나고, 모험가들 앞에 선 제네시아.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위엄 넘치는 모습의 제네시아는, 모험가들을 상대로 반쯤 협박에 가까운 격려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바로 그 위험한 일에 도전하는 자들이다. 아무리 위험하다 하더라도, 피해선 안될 일도 있는 법이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왕국에선 모험가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에엥... 그랬어? 난 또, 다른 놈들은 죄다 겁쟁이라서 안 하는 줄 알았지.
어쩐지 수입도 짭짤하고 혜택도 많다 싶었는데. 그거 전부 공짜로 주는 게 아니었구나.
“그렇게 나라에서 배려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아온 주제에, 정작 이 위기의 순간에 소집에 응하지 않은 자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모험가들을 관리하는 관리소장인 나, 해롤드 비나 제네시아는! 용기를 내어 모여준 그대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말은 고맙다고 하지만 뭔가 영 맘에 안 드는 눈치인데... 모인 숫자가 맘에 안 드는 건가?
하긴. 라디아의 모험가들 숫자가 2만을 넘는다 들었는데. 근데 모인 건 모험가가 아닌 내 가축들을 제외하고 7~8천 정도니...
레벨 20 미만의 허접들이나 장기 원정 나간 녀석들은 뺀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절반도 안모인건 좀 그렇지.
뭐, 본인들에겐 목숨이 달린 일이니 탈주하려는 맘이야 이해가 되지만... 어이쿠. 모인 놈들도 별반 다를 건 없나? 표정이 어째 다들 썩어있네?
이거 제네시아가 참 짜증나는 상황이겠는데. 내가 나서서 협박이라도 해볼까?
“이번에 소집에 응하지 않은 그 모험가들은! 전원 모험가 자격을 박탈하고 그들이 받아온 혜택을 비용으로 환산해 일부를 회수할 것이다!”
거들어줄까 싶어서 발을 내디디려던 순간, 자신의 발을 굴리며 단상의 바닥을 살짝 부순 제네시아.
한층 높아진 제네시아의 목소리에는, 여태까지 그녀에게서 느끼지 못하던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와아... 강제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고 모험가 자격 박탈에 재산까지 털어가다니.
이거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어서 느끼질 못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신분제가 있는 계급사회이긴 하구나. 여기.
“반면에 자신들의 의무를 잊지 않고 이 자리에 모여준 모험가들에겐! 적당한 보상을 준비하여, 그대들의 용기에 보답을 해주도록 하겠다!”
어맛 세상에... 진지한 표정으로 협박과 포상을 동시에 제시하는 저 모습...
뭐야. 제네시아가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지? 저거 제네시아 맞아?
어쩌지 이거... 여태까진 지 동생한테 빠진 모습이 너무 깨서, 내 곁에 있을 음수로 만들어도 괜찮은 걸까 하고 고민했었는데...
그런데 지금, 제네시아가 내 음수가 되었을 때 저런 분위기로 열등한 수컷들을 짓밟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벅차 오르는 듯한 느낌이야.
심지어 모험가들도 제네시아의 카리스마에 놀란 건지, 다들 뭔가 표정이 변하기까지...
물론 보상 얘기를 꺼낸 탓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이라기 보단... 뭔가, 믿음직스러운 지휘관을 만난 듯한 그런 느낌?
음~ 이거, 계속 진행할 예정이긴 했지만... 얼른 저 멋진 암컷을 손에 넣고 싶어지는걸.
물론, 내게는 음란하게 미소 지으며 다리를 벌리는 암컷으로 만들어서 말이야. 큭큭...
“보상이 있으니 다들 힘이 나는 모양이군... 그럼, 여기서 하나 더. 그대들의 긴장을 조금 더 풀어줄 사항을 알려주겠다. 신수 세마! 앞으로!”
오옷. 뭐야. 여기서 굳이 나를 부른다고? 푸흐흐. 이거 내 소개라도 해주려는 건가?
넵. 제네시아 소장님. 이 마왕을 찾으셨습니까?
“다들 신수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이미 몇 번이고 히어로 이터를 토벌했던 이 신수가, 이번 몬스터 침공 역시 우리 라디아의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줄 것이다!”
에엥~? 누구? 저요?
저는 딱히 인간들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암컷들을 지키려는 겁니다만? 푸흐흐.
수컷들이야 뒈지든 말든 상관없...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중간에 몰래 죽이거나 할지도 모른다구요~?
“이 신수의 실력에 대해 확신이 없는 자들도 있겠지만... 용사인 내가 보장하겠다. 이 신수는 아직 신수치고는 젊지만, 이 커다란 신체에 아주 크나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어라? 싸우는 걸 본 것도 아닌데 그걸 어찌 아는 거지?
모험가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대충 꺼낸 말인가? 으음... 설마, 나랑 교미하는 동안 뭔가 느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심지어 여기 신수 세마는, 자신의 동족인 몬스터들을 찾아 이번 몬스터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저기 있는 저 몬스터들이 바로 그것이다!”
단상 옆에 모여있는 음조마들을 가리키며,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외치는 제네시아.
그러자 몬스터들에게 불안해하고 있던 단상 앞 모험가들이, 그제서야 표정에서 음조마들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음조마라고 불리는 저 몬스터들은, 내가 직접 확인한 기동성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저 음조마들은 지정한 모험가들을 태우고, 그 기동성을 살려 몬스터들을 파고들 기동부대가 될 것이다!”
정확히는 기마 부대가 되겠지만. 말이 없는 여기선 기마란 단어가 생소할 테지?
푸흐흐. 몬스터가 사람을 태우고 움직인단 이야기에 다들 눈이 휘둥그래해 지는구만. 하여간...
말도 자동차도 없어서 걸어 다녀야 하는 촌놈쉐끼들 같으니라고... 큭큭...
근데... 사실 이건 나도 좀 기대되는걸.
우리 마왕군의 핵심이 될 저 음조마들이, 과연 전투에서 어떤 위력을 보여주려나...
“얼마 안 되는 숫자로 생각되겠지만, 감히 내가 여기서 선언하도록 하지. 저 음조마들이 있는 이상, 몬스터들은 라디아에 침공하려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고작 100 마리 정도인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푸흐흐.
3만이란 몬스터들과 어떤 전투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 난 음조마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상상이 안 되는데 말이야.
“여기 모인 1만의 모험가들과 용사 9명! 그리고 신수와 저 음조마들로 인해, 그대들은 1만이라는 숫자로 대규모의 몬스터 침공을 방어해낸 모험가들이 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대들의 용기와 힘을 몬스터들에게 똑똑히 보여주도록!!”
제네시아가 칼을 빼서 위로 치켜들자, 푸른 기운이 단상을 뒤흔들며 하늘로 솟구친다.
용사의 투기를 마음껏 뿜어내면서, 믿음직스러운 카리스마를 마음껏 뽐내는 제네시아.
그런 그녀의 연설과 모습에, 모험가들은 표정을 다잡고 환호성을 외치며 손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뭔가 자신들의 두려움을 숨기려는 것 같아, 안쓰러움까지 느껴지지만...
뭐, 그래도 사기는 좀 오른 것 같으니.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겠지... 근데 용사가 9명이나 있어?
혹시 단상 근처에 있던 저 놈들인가... 그냥 제네시아랑 아는 사이거나 어딘가의 높으신 귀족 모험가인줄 알았더니...
흐음. 저 놈들은 기억해 놨다가 중간에 확 죽여버려야겠는걸?
“...자. 그럼, 몬스터들과 싸울 전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이번 전투에 대해 숙지할 내용을 전달하겠다.”
제네시아가 손을 흔들자, 길드관리소 직원들 수십명이 모험가들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수레 같은 곳에 한 가득 차있는 종이 뭉치.
세라가 그 종이를 들고 단상위로 올라와, 단상에 있던 세레스와 내게 건네주었다.
어디 보자, 이건... 으음...? 푸른색 화살? 붉은색 화살?
“본 전투는 나, 해롤드 비나 제네시아가 지휘한다. 군대가 아니라 모험가들인 만큼 싸움 방식은 자율에 맡기겠지만, 그 종이에 적힌 내용과 신호만큼은 확실히 숙지해 두도록.”
아하. 모험가들이라 전술 같은 건 쓸 수 없으니, 여기 적힌 화살로 신호를 주겠다는 거네?
그 신호란 것도 좌측 공격, 우측 공격, 정면 돌파, 도주 이 정도 수준이고... 뭐, 이 정도 신호에 따르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
흠... 거기에... 첫 공격 타이밍만 제네시아가 지휘한다 라...
“30분 후 출발하겠다. 그때까지 다들 숙지해 두도록.”
뭐 좋아. 마왕군의 첫 출진이긴 하지만, 모험가들 사이에 뒤섞인데다 이미 어찌 행동해야 하는진 미리 다 전해 두었으니까.
굳이 마왕이란 거 티 내지 않고, 나도 적당히 네 지시에 따라줄게. 제네시아.
어디, 네 기량이 과연 이 마왕의 군대를 지휘하기에 충분한 것일지... 내게, 한번 보여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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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우... 세상에...”
그렇게 제네시아의 연설이 끝나고, 세레스와 제네시아가 미리 봐두었던 장소인 넓은 평지에 도착한 순간.
나는 산책 나가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조금 감탄하며 평지 너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다, 몬스터...”
3만이라는 숫자에서 예상은 했었지만... 아니, 멀리서 보이던 흙먼지로도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세상에. 어떻게 3만이라는 숫자 만으로, 지평선이 꽉 찬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거지?
...아니, 잠깐. 세상에 저건...
“역시 보고대로... 드래곤이나 하늘을 나는 몬스터는 얼마 없는 모양이군. 아주 다행이야.”
아니, 제네시아? 저게 다행이라니. 저기 저거 안보여?
왠 개미 같은 게 있는가 싶었는데 그게 오크니 고블린이니 하는 아인종 몬스터였고, 옆에 있던 커다란 건 10미터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거인이라고?
거기다 그런 거인과 덩치가 엇비슷한 네 발 짐승들도 있고. 쟤네가 움직이면서 들리는 울림이 장난이 아닌데?
마왕인 나도 깜짝 놀랄 수준인데 저게 다행이라니... 도대체 드래곤이 잔뜩 섞여있었으면 얼마나 힘든 거야?
“다들 보이나! 숫자만 많을 뿐, 성가신 비행 종은 얼마 없는 오합지졸들이 몰려오고 있다!”
어... 설마 저 커다란 놈들에게 놀란 건 나 뿐이야? 어째 다들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긴장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만으로 저런 덩치들이 섞인 3만을 상대할 수 있다고?
으음... 그러고 보니 난 몬스터는 뭐 그리 대단한 놈은 잡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적당히 고레벨은 모험가들은 한번씩 잡아봤을 만한 놈들일 수도 있겠네.
...그나저나 숫자도 숫자인데다 저런 커다란 놈들이 느긋하게 다가오고 있으니, 위압감이 장난 아닌걸. 땅 흔들리는 것 좀 봐.
“후우... 좋아. 배치는 끝났고, 이제 싸울 일만 남았군... 준비됐나? 세마?” “푸흐흐. 저야 뭐, 얼른 움직이고 싶어서 근질근질 하네요. 지시만 내려 주십쇼.” “믿음직스럽군. 후후... 하지만 자네와 음조마들이 나서는 건 조금 나중이니, 잠시 지켜보고 있게나. 영주님. 영주님께선 잠시 후에 음조마로 이동해서...”
내게 가볍게 미소 지으며 등을 두들긴 후, 몬스터를 바라보며 무어라 세레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제네시아.
그 사이에 모험가들을 살펴보니, 군데군데 내 가축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음. 좋아. 이제 시작해도 되겠어... 나는 제네시아가 대기하라고 했으니, 잠시 우리 가축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지켜봐 볼까?
“그오오오오오오오!” “가아, 가아아!!” “끼이, 끼이이....!!”
무어라 말하기 힘든 뒤틀린 소리를 내면서, 점점 1만의 인간들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에게 슬슬 화살을 쏘면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제네시아가 칼을 빼 들며 모험가들을 향해 외쳤다.
“마법사 1열! 쏴라!”
제네시아의 지시와 함께, 중앙 부근에 있던 마법사들에게서 수많은 마법진이 나타난다.
그 마법진에서 쏘아져서, 몬스터들에게 날아가는 수많은 마법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싸우는, 짐승들과 인간들의 전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