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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48화 (449/749)

Chapter 448 - 407화 - 마왕을 향한 짐승들의 저항! (4)

수없이 많은 빛들이 모험가들 사이에서 솟구쳐,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간다.

불이나 물, 얼음, 돌덩이... 다양한 것들이 척 보기에도 위험할 정도의 규모가 되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내던져지는 마법사들의 마법.

저 마법의 융단폭격은, 마왕인 나조차 감탄시키는 웅장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히야아... 저건...”

확실히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뭐 대단한 마법들이 아닌 것 같은데도 보는 맛이 있네 이거. 뭐야. 저 마왕도 죽일 것 같은 규모는.

고작 인간들이 쏘아대는 마법일 뿐인데, 지구에서나 보던 현대병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라니... 세상에...

물론 내가 얌전히 맞아줄 때의 이야기지만, 저 마법들이 한 곳에 집중된다면 진짜 나도 무사하진 못할 것 같은데?

이 마왕을 놀라게 만들다니. 인간 녀석들, 생각보다 제법인걸. 아. 물론 1/3 정도는 내 가축들 이지만!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제 2열! 이어서 발사!”

몬스터들에게 착탄된 마법이 굉음을 내며 터져나가는 것이 보이자, 바로 제네시아의 호령에 맞춰 대량의 마법진이 마법사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또다시 이어지는 대량의 마법 폭격. 아, 왠지 저 불덩이는 리즈벳의 마법 같은데?

흐음... 그나저나, 확실히 지구의 현대 병기가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마법 폭격이긴 한데...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가악, 가아아아아악!!”

이거 보기보다 효과는 없네. 천 정도의 인원이 마법을 때려 부었는데, 저기 있는 초대형 몬스터들은 한 마리 정도 쓰러졌을 뿐이잖아?

저놈들 저거, 마법 날아올 때 지들도 마법을 쓰는 것 같은데... 마법진은 없지만, 뭔가 마법들끼리 맞부딪치는 느낌이...

몬스터들 주제에 마법질이라니. 뭔가 되게 건방진 것 같기도 한데... 어라? 저건...

“그오오오오오오오!”

마법사들의 두 번째 폭격이 몬스터들 앞에서 폭발한 직후.

느릿하게 땅을 울리며 가까워지던 몬스터들 사이에서, 커다란 거인들이 땅을 짚어들고 던져대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오거의 공격이다!! 탱커들! 방어!!”

쳤냐 라고 묻는 듯한 거인들의 반격에, 육중한 갑옷을 입고 방패를 들고 있던 모험가들이 뛰어올라 날아오는 땅덩어리를 투기를 쓰며 막아낸다.

저 커다란 놈들이 오거였나... 정말 개성적으로 생긴 친구들인걸. 아주 미남들이야. 푸흐흐.

그나저나 정면에서 맞부딪치니 이거 서로 어느 정도 방어가 되네?

흐음... 처음엔 그리 위협적인 놈들은 없다 길래, 마법으로 싹 쓸고 나서 남은 몬스터들을 잡지 않을까 싶었는데...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냥 뒤로 물러나면서 마법만 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거 이제 보니 그랬다간 먼저 지치는 게 인간들 이겠는걸?

거기다 공격을 받아서 그런지, 느릿하게 걸어오던 놈들이 속도를 높이네? 인간 사이즈의 소형 몬스터들이 뛰기 시작했잖아?

근접 전투는 어쩔 수 없다는 건가... 과연. 괜히 군대처럼 진영을 갖추고 온 게 아니었구나.

“...생각보다 타격이 별로 없군... 어쩔 수 없지.”

공격 지시를 내리며 상황을 살피던 제네시아가, 뭔가 화려한 활을 꺼내 들고 활시위를 잡아당긴다.

화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네시아가 활시위를 당기자 그 곳에서 나타나는 빛의 화살.

마법처럼 보이는 붉은빛의 화살이 하늘로 쏘아지더니,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하늘에 선명한 붉은빛을 퍼트리며 터져나갔다.

“전진! 근접 전투원들은 열을 맞춰, 달려오는 몬스터들과 맞부딪쳐라!”

딱히 군대도 아닌데 순순히 제네시아의 명령을 따르며, 무기를 움켜쥐는 모험가들.

정면에 있던 모험가들이 스킬이나 투기를 쓰면서,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모험가들의 커다란 함성과 함께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부딪치자, 몬스터들의 살덩이와 선혈이 보이면서 제대로 된 근접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야아. 이런 전투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니. 이거 왠지 팝콘이라도 씹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인데?

전쟁이라고 부를만한 숫자의 인간들이 냉병기를 들고 몬스터들과 싸우는 모습이라니. 이런 건 내가 인간이던 시절에 영화나 게임에서 보던 장면인데 말이야.

음... 이건 내가 마왕이 돼서 그런가? 비명과 함성이 들려오는 그런 전투를 감상하고 있는데, 불안하거나 초조한 그런 감정보단 오히려 재미난 것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샘솟는데...?

싸우는 인원 중엔 내 가축들과 음수들도 섞여있는데 즐거움을 느끼다니. 이거 참. 새삼스럽지만 내 마음까지 마왕에 걸맞은 귀축이 되어버린 모양이네.

뭐, 사실 내 음수들이나 가축들이 이런 곳에서 당할 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말이야.

인간을 벗어난 짐승들 중에서 전투원으로 쓸만한 암컷들을 골라낸 데다, 오늘 마왕군 시운전의 목표는 경험치와 수컷들의 숫자를 줄이는 거니까.

미리 내 암컷들에겐 적당히 경험치만 노리라고 말해뒀다고? 푸흐흐.

그러다 수컷 인간들의 숫자가 적당히 줄어들면, 그땐 내가 나서서 싹 쓸어버리면 되겠...

“신수 세마. 여기서 음조마를 써야겠다.”

아이고. 오늘 지휘관이 아직 내 음수가 되지 못한 제네시아란 게 너무 안타깝네. 벌써 음조마를 쓰려고 하다니?

지금 쓸려나가고 있는 건 몬스터들 뿐이라고? 봐. 저기 저 놈들은 오거나 커다란 소처럼 생긴 놈들한테도 달려들고 있는데?

마법사들도 이제 대열을 풀고 적당히 섞이려는 모양이고. 한동안 이대로 놔둬도 되지 않겠어?

“벌써요? 다들 잘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괜히 혼란스러워지기만 하지 않겠어요?” “아니. 저건 투기나 스킬 덕분에 잠깐 우위에 있는 것뿐일세.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몬스터들의 능력치에 밀리기 시작할거야.”

아하. 내가 여태까지 봤던 3분 조루인 쪼렙 용사들처럼 말이지?

어쩐지 고레벨 모험가들 이라지만 너무 잘 싸운다 싶더라니. 이거 죄다 불태우면서 찍 싸고 있는 중이었구만?

“그렇군요... 그럼, 음조마들을 쓰겠다는 건...” “모험가들이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그들의 기동성을 활용해서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여놔야 한단거지. 세레스 언니.” “...후훗. 그래. 맡겨두렴.”

맡긴다는 듯이 부르는 제네시아에게 대답해준 뒤, 나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레스.

내 음수들 전원 본인들의 음조마가 있긴 하지만, 제네시아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세레스니까. 그녀에게 음조마 부대의 지휘를 맡긴다는 거겠지.

푸흐흐. 세레스. 가서 가축들이랑 같이 경험치 잘 빨고 와. 돌아다니는 김에, 수컷 인간들한테 마법 한 발씩 슬쩍슬쩍 날려주고.

“기동 부대! 출진!”

세레스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하늘색 털을 가진 음조마를 따라, 비슷한 색의 양산형 음조마들이 그 뒤를 뒤따른다.

음... 가축들의 음조마는 죄다 평범해서 구분이 안 된단 말이야. 죄다 짙은 갈색에서 검정색 비스무리한 색들이니...

그건 그렇고 아직 음조마들에게 별다른 장비가 없는 게 조금 걸리는데. 혹시 죽는 음조마가 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아직 등자 같은 것도 못 만들어서 가축들이 탄 채로 움직이는 것도 불편할거고... 음. 다들 다치지 말고 적당히 놀다가 들어오도록. 푸흐흐.

그럼, 나는 계속 특등석에서 구경을...

“자. 세마 군. 우리도 이제 출발하도록 하지.” “으응? 뭐라구요?” “뭘 그런 표정을 짓는 건가? 우리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에엥? 우리는 한동안 계속 지휘하는 거 아니었어?

쭉 지휘만 하고 있길래, 그냥 이대로 구경하고 있는 건 줄 알았지.

에이. 인간들이 용을 쓰면서 발악하는 꼴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는데. 이거 호명이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네.

“푸흐흐. 그러네요. 언제 부르시나 싶었습니다. 그럼 저는, 전방으로 가서 최대한 몬스터들을 잡도록...” “아니. 자네는 날 태워주게나.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 40레벨도 되지 못하는 자네론 몬스터들을 잡는데 한계가 있을 거야. 그러니 자네를 타고 이동하면서 내가 공격하는 쪽이 더 좋을 테지.”

아니 이년이? 제네시아. 지금 이 마왕을 허접으로 보는 거냐?

연설할 때 추켜세우던 그건 다 뭐였어? 설마 립서비스였니?

요요요 건방진 암컷 용사 같으니. 내가 아무리 아직 레벨이 낮다지만, 능력치로는 너도 능가할걸? ...아니, 60레벨은 아직 무리인가?

뭐 능가할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엇비슷하긴 할 것 같은데... 거기다 난 시스템을 파악해서 직접 만든, 마신구현화도 쓸 수 있거든?

그런 마왕에게 이런 상황에서, 탈 것이나 되라고 말하다니... 이거 좀 자존심 상하는데?

“...뭐하나? 여유부릴 상황이 아닐세. 얼른 그 음조마들 같은 형태로...”

쓰읍... 제네시아에게 아직 마왕이란 걸 드러낼 수 없다는 게 참 슬프네.

여기서 나 마왕이요 하고 힘을 보였다간, 요 카리스마 넘치는 암컷이 날 적대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에휴. 용사만 아니었다면 벌써 나한테 함락돼서 마왕이라도 상관없어요오옷 하고 앙탈부리고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흐음... 제네시아 님. 이런 상황이라면, 음조마 같은 말 형태보다 더 좋은 게 있거든요.” “음...? 좋은 거라니...? “제네시아님을 태운 채로 같이 싸울 수 있는 형태인데... 그런데 지금 변하는 건 조금 그렇네요. 저, 변할 때마다 알몸이 되거든요?”

다 같이 소풍 갔었을 땐 내 암컷들이 바로 가려줬으니까 모르는 모양인데...

지금 나보고 탈 것이 되라고 말한 건, 이 자리에서 알몸이 되어달란 말이나 다름 없다고? 괜찮겠어 제네시아?

“뭐, 뭐라고!? 아, 알몸!?” “네. 그러니 정 타실 생각이면, 저 옷 갈아입는 것만 잽싸게 도와주세요. 윗갑옷만 얼른 다시 입고 몸에 천을 두르면 되거든요?”

뭐, 그래. 굳이 따지면 이 전투는 내가 다 해먹으려고 하던 게 아니었으니까. 태워주는 것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지.

그렇지만 내가 이래뵈도 마왕이거든? 마왕이 전장에서 알몸, 그것도 몸은 켄타우로스요 머리는 말대가리인 상태에서 널 태우고 돌아다닌다니. 그건 좀 그렇잖아?

이왕이면 제대로 갑옷 챙겨입은 모습으로 같이 싸워보자고. 제네시아.

“크, 크흠... 하, 하긴. 자네는 알몸으로 다니긴 좀 그럴 테니...” “네에. 그렇죠. 제가 왜 굳이 말 형태가 있는데 인간 모습으로 싸우려고 했는지, 좀 아시겠습니까?” “그, 그래... 음. 그럼 상황이 급하니, 얼른 저 풀 사이에서 변해주게나.”

바로 옆에 있는 풀이 우거진 곳을 가리키며, 거기서 변신하라고 말하는 제네시아.

음... 사람 하반신 정도 간신히 가릴 정도의 높이인데. 이거 괜찮으려나?

...뭐, 다들 싸우느라 바쁜 모양이고. 상관은 없겠지.

“그러면 어디... 흡...!”

내 몸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풀더미 사이에서, 연기를 일으키며 일렁거리는 내 육체.

형태가 없어지면서 갑옷과 옷들이 땅에 떨어진 후, 내 몸은 켄타우로스 같은 인마 형태를 갖추었다.

“...! 이, 이건...!?” “푸흐흐. 어떠십니까. 이거면 제네시아님을 태워드리면서, 같이 싸울 수 있겠죠?” “마, 맙소사... 이건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모습이지...?” “글쎄요... 아, 갑옷은 제가 입을 테니, 얼른 거기 건네드린 천으로 제 몸 좀 가려주십쇼.”

땅에 떨어진 내의와 갑옷을 집어 들어, 오랜만에 스스로 옷을 갖춰입는다.

음... 요즘 가축들이 내 옷을 입혀줘서 그런지, 내가 스스로 입으려고 하니 조금 어색하네.

원래라면 리즈벳이 스킬로 옷을 입혀줬을 텐데. 아직 리즈벳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죽일만한 수컷을 살피고 있겠지?

이렇게 빨리 인마형태가 되는 건 예정에 없었으니... 자기 역할을 빼앗겼다고 리즈벳이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겠는걸? 푸흐흐.

그나저나 뭐야. 난 갑옷까지 다 입었는데. 천 하나 덮는데 뭐가 이리 오래걸려?

“제네시아 님. 지금 뭐하십... 아니 이 여자 좀 보게. 지금 뭐해요?”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익숙한 게 보이고 있어서 조금 놀랐...! 아니, 자네! 이런 상황에서 왜 튀어나와 있는 건가!?” “그게 마음대로 조절이 될 것 같아요!? 이 급한 상황에서 말자지 구경이라니, 이거 완전 변태잖아!!” “아, 아니야! 내, 내가 이 긴장해야 될 상황에 그럴 리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여간 동생 따먹을 생각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제네시아...!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용사의 얼굴이 되어있더니, 말자지 좀 봤다고 지금 표정이...!?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때문에,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마왕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있었는데! 뭐야 이 깨는 모습!

물론 이건 나에겐 기쁜 일이지만! 그래도 방금 전까지 ‘와. 그래도 용사라서 그런지 할 때는 하는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이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말자지 좀 봤다고 암컷의 얼굴로 침을 흘려? 네가 그러고도 용사야!?

방금 전까지 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반해있던 내 기대감을 돌려줘!

“얼른 타요 이 변태야! 몬스터들 다 잡고 나서 원하는 대로 박아줄 테니까!” “뭐, 뭔 소릴 하는 건가 자네!? 아니, 도중에 뛰쳐나와서 아쉽긴 했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 “변명하지 말고 얼른 타라니까! 아 거, 싸우러 간다면서!” “꺄악! 이, 이 무례한 놈이...!!”

꼬리로 엉덩이를 후려갈겨 주면서 재촉하자, 암컷의 목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는 제네시아.

얼굴을 잔뜩 붉힌 암컷 용사가, 두고 보자는 표정을 짓더니 내 허리에 올라탔다.

“이 치욕, 기억해두겠다! 돌아가면, 아주 찍소리도 못하게 쥐어짜내 줄 테니까!” “한 번 하고 나면 바로 앙앙대면서 큰소리는! 그 전에, 동생 따먹을 생각은 안 해!? 끝나면 따먹겠다면서!” “그건 충분히 연습하고 난 뒤의 일이고! 자! 먼저 저기 기동 부대의 반대편으로!!”

갑옷을 입고 몸에 딱 맞는 천을 덮은, 말대가리의 켄타우로스 와 암컷 용사.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뒤엉킨 거친 전장.

나는 제네시아를 태우고, 그 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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