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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66화 (467/749)

Chapter 466 - 막간 ~ 암컷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짐승의 도시 ~

클레르 멜리사는, 젊은 나이에 제법 다양한 경험을 겪은 모험가다.

28살이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들 중에서는 제법 상위권의 실력자라고 봐도 될 41레벨의 도적.

그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위험한 일도 많았었지만, 사실 그런 위험들은 그녀에게 있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몬스터나 마물이 아니라 자기 주변의 인간관계.

최근 이적했던 길드가 자신이 엮인 치정싸움으로 해체되기까지 하면서, 멜리사는 자기 주변에 꼬이는 인간들에게 학을 떼게 되어버렸다.

그 모든 것에 지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자신을 알아볼만한 사람이 없는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

그녀가 굳이 혼자서, 모험가들에게 제법 좋은 도시라는 라디아로 오게 된 이유였다.

“엘로드에서 오신 건가요... 상당히 먼 곳에서 오셨네요. 라디아까지 반년은 걸리는 거리 아닌가요?” “아 뭐... 네. 그 정도 걸렸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도시에 들어가기 전의 입국 심사.

여병사에게 자신의 모험가 카드를 건넨 멜리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범죄경력이나 문제될 사항도 없어 보이시고...” “......”

모험가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마도구에 모험가 카드를 가져다 대고, 그 마도구에 나타난 정보를 읽는 여병사.

오면서 들렸던 도시들에서도 진행했던 당연한 과정이지만, 지금 멜리사는 무언가의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병사. 기사. 혹은 어딘가의 외주 업체 등, 각 도시마다 성문을 지키는 이들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라디아 여병사의 복장은 그 어느 도시에서도 보지 못한 과감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더운 지역이 아닌데도, 가벼운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여자 모험가들보다 더 몸을 노출시킨 이상한 갑옷.

가슴골과 엉덩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병사의 갑옷을 보고 있자니, 멜리사는 이상한 도시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낄 정도였다.

“라디아에는 이주 목적으로 찾아오셨다고 하셨죠? 라디아에서도 모험가로 지내실 생각이신가요?” “...아. 일단 단기 거주로... 그, 지내보고 생각을 해보고 싶은데요...” “그러신가요? 그럼 일단 통행증은 3개월 단기 거주로 발급해 드릴게요~”

단순히, 자신을 응대하고 있는 여병사 하나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 여병사와 동일한 복장을 갖춘, 주변의 다른 병사들.

지금 멜리사에게 가장 큰 위화감을 주고 있는 것은, 병사들이 전원 여자라는 점이었다.

“자. 통행증 나왔습니다. 이제 이 통행증을 가지고 영주성의 접수처로 가시면, 3개월 임시 거주권을 발급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아... 네. 그, 감사합니다...” “후훗. 감사라뇨. 제 일인데♡ ...그런데, 멜리사 씨는 동료도 없이 혼자 오셨는데. 라디아에 지인이나 아는 분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라디아가 모험가들이 지내기 좋다 길래...” “흐응... 그러신가요...”

전원이 여병사라는 것도, 너무나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위화감이 들고 있는데.

그런데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여병사의 시선이, 무엇인가 너무나도 오싹하게 느껴진다.

마치 자신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몬스터와 마주하고 있는 듯한, 오싹한 느낌.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멜리사의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겪어왔던 위험한 순간들이 자꾸 생각나고 있었다.

“...그러면♡ 아무래도 영주성을 찾아가시는 것도 힘드실 것 같네요♡ 라디아는 왕도 다음가는 도시라고 불릴 만큼, 상당히 넓은 도시거든요♡” “그, 그런가요... 그래도, 사람들에게 물어서...” “아예 도시 거주까지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 멜리사 씨니까. 기왕 찾아오신 거, 제가 영주성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네? 아니, 그럴 것 까진...! 아, 잠깐...!” “후후♡ 괜찮아요 괜찮아♡ 거절하지 않으셔도 돼요♡”

반쯤 억지로 멜리사를 잡아 끌면서, 과할 정도의 친절을 베풀려고 하는 여병사.

지금 여병사의 표정에는, 무엇인가 이상할 정도로 즐거워하는 듯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미소가 무엇인가 이상하게 느껴져, 여병사의 친절을 거절하고 싶었던 멜리사였지만...

하지만 그녀의 손을 붙잡은 여병사의 힘은, 고레벨의 모험가인 멜리사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왕님께선, 라디아로 찾아오는 암컷들을 잘 대해주라고 하셨거든요♡ 자. 이쪽이랍니다 멜리사 씨♡” “네? 마, 마왕? 암컷? 아, 잠깐...!!”

그렇게 모험가 멜리사의, 짐승의 도시 탐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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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여자들의 복장이...”

라디아에 들어온 순간, 무엇인가 달라진 공기에 가슴이 묘하게 술렁거리기 시작한 멜리사.

하지만 지금, 멜리사는 그 술렁거림보다 눈 앞의 광경에 더 당황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가득한 라디아의 여성 시민들. 그녀들의 복장이...

마치, 창녀처럼 느껴지는 과감하기 그지 없는 복장이었으니까.

“아. 옷 말인가요? 후후. 라디아는 지금 저런 옷들이 유행하고 있어서요♡” “세상에... 저런 게 유행하고 있다구요...?”

자신을 놀래 켰던 여병사의 복장조차, 저 복장들에 비하면 정숙한 것이나 마찬가지.

여병사의 복장엔 그래도 팔이나 다리에 금속의 갑옷이 걸쳐져 있었지만, 길거리의 여자들은 그러한 것조차 없었다.

속옷만을 걸친 것보다 더 외설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음란하기 그지 없는 복장을 갖춰 입은 수많은 여자들.

그녀들의 목이나 귀에는, 다른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이상한 장식의 장신구들이 달려있었다.

“여자라면 자신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죠♡ 열등한 남자들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모습들이랍니다♡” “여, 열등? 아니... 저건, 드러냈다고 말하기엔 너무...”

외설적인 복장과 이상한 장신구 뿐만이 아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옷보다 면적이 넓은 피부에 작거나 큰 문신을 새긴 여자들의 모습.

지금 여자들의 몸에 보이는 문신들은, 멜리사에겐 멋이나 의미보단 자신들의 육체를 더욱 음란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외설적인 복장과 음란해 보이는 문신을 새기고, 하나같이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진한 화장을 한 채 돌아다니다니.

아무리 봐도 지금 라디아의 길거리는, 도시의 거리라기보단 어딘가의 창관 거리처럼 보이는 광경이었다.

“담배 냄새는 괜찮으신가요~? 저것도 지금 라디아에서 유행하고 있는 건데...♡” “아, 아아... 네 뭐... 엘로드에서는, 돈이 좀 있으면 담배는 쉽게... 아니, 근데 저 비싼 게 유행을 한다구요?” “라디아에선 얼마 안 해요~ 여기선 애들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걸요♡ 자, 저기 골목에서도 마침 어린애들이...”

여병사가 가리킨 골목을 보자, 담배를 피면서 키득거리고 있는 여자들이 보인다.

10대 초 중반처럼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창녀 같은 복장을 입고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니?

그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제법 많은 여자들이 편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도시가 담배에 대한 세금이 엄청날 텐데. 그런데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쉽게 필 수 있을 정도라니.

이제 보니 지금 가슴이 술렁거리던 라디아의 공기는, 저 수많은 담배 연기가 뒤섞여있는 거였나?

아무리 도시간에 정책이나 문화가 다르다지만, 이 라디아의 모습은 멜리사에겐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왜,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안보이죠...?”

그렇게 여자들의 모습을 둘러본 순간, 멜리사는 그제서야 이상했던 위화감을 깨달았다.

마치 전 세계의 창녀들을 모아둔 듯한, 외설적인 차림새의 수많은 여자들.

그런데 지금 그런 여자들 외에는, 걸어오면서 단 한 명의 남자조차 보질 못했다.

수백 명은 넘는 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 왔으니, 적어도 몇 명인가의 남자를 본 기억이 나야 할 텐데.

하지만 남자의 얼굴은 커녕 남성의 옷조차 보질 못한 멜리사는, 라디아가 여자들만 지내는 이상한 도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컷들 말인가요~ 이쪽 부근은 이주가 끝났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은, 전원 노역하러 나갔을 시간이라...” “네? 노역...?” “...후훗. 뭐, 그건 지내시다 보면 아시게 될 거에요♡”

도대체 여병사의 이 표정은 무엇일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멜리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럴 생각 따윈 없었는데 치정싸움에 휘말려, 당분간 남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었던 멜리사.

그런 멜리사에게 지금, 남자들이 없는 이 외설적인 라디아의 거리는 묘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노역이라니. 왜 그런 단어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라디아의 남자들은 뭔가 직업의 자유 같은 것이 없는 것일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멜리사는 묘하게 라디아의 거리가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아직, 영주성에 도착하려면 한참 더 가야 되는데... 멜리사 씨. 잠깐 여기 카페에서 쉬고 가는 건 어떠신가요?” “어... 제법 걸어온 것 같은데...? 아직도 더 가야 하는 건가요?” “네. 라디아는 넓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영주성은 저어기 보이는 저기에요.” “...머네요... 이 정도로 넓은 도시일 줄은 몰랐는데...”

외설적인 여자들의 모습에 놀라며, 제법 한참을 걸어왔건만.

여병사가 가리킨 곳에는, 멀리 성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다.

“카페에서 잠깐 쉰 후에, 마차를 타고 이동하도록 하죠. 이 근처는 정기 마차가 서는 곳이거든요♡” “네? 마차...? 그건 뭐죠?” “후훗...♡ 뭐, 그건... 직접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를 거랍니다♡ 자 그럼, 카페로 가볼까요? 음료는 제가 사드릴게요♡” “아,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찮아♡ 음료를 즐기시는 김에 담배도 한 번...”

마치 대접하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멜리사를 이끌고 카페로 들어가는 여병사.

거리에 가득한, 달콤하면서 묘한 냄새 때문일까?

무엇인가 찝찝하던 기분이 조금씩 편안해지던 멜리사는, 그렇게 거부감을 내비치지 못하고 여병사와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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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마실 것도 담배도, 정말 괜찮지 않았나요?” “읏... 그, 그렇네요... 정말, 괜찮았어요...” “후후♡ 마음에 들어 하실 줄 알았다니까요♡”

그렇게 잠시, 카페 안에서 여병사가 추천한 음료와 건네온 담배를 받아들인 멜리사.

몸에 스며드는 듯한 묘한 맛의 음료와, 머릿속을 휘젓는듯한 담배의 느낌에 멜리사는 가볍게 술을 마신듯한 도취감에 빠져 있었다.

피로와 걱정 등이 사라지는 듯한, 이상할 정도로 기분 좋은 이 느낌.

어쩌면 담배에 중독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여병사와 함께 마차라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기 오네요. 저게 마차랍니다♡” “어디... 아!? 저, 저건...! 몬스터...!!?”

여병사가 거리 너머를 가리킨 순간, 무언가 길거리에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것처럼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묘하게 길이 넓고 잘 만들어져 있다 싶었는데. 그 길의 절반 정도에 맞춘 것처럼 커다란, 상자 같은 무언가.

바퀴가 달린 그 커다란 상자의 앞에는, 난생 처음 보는 몬스터 두 마리가 그 상자를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마, 맙소사!? 뭐야 저게!?” “몬스터이긴 한데... 라디아에서 발견된, 사람이 탈 수 있는 몬스터라고 할까요...” “저, 저런걸 사람이!? 이동 수단으로 쓰이는 몬스터는, 분명...!!” “후후... 그렇게 당황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정말 얌전하기 그지 없는 아이들이니까요♡”

모험가인 만큼, 몬스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이 이동 수단으로 쓸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움직임이 둔하고 아둔한 보보 리저드 같은 몬스터들.

그나마도 성질이 흉폭해, 먹이 등으로 조종하면서 짐을 끌도록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사람이 탈 수 있는 몬스터라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던 것이지만, 결국 몬스터란 존재는 사람이 길들일 수 없다고 판명되었을 텐데...

그것을 잘 아는 멜리사는 몸을 긴장시키며, 다가오는 두 마리의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 자, 잠깐만요! 그렇게 만지면...!” “괜찮다니까요~ 자. 이렇게 만져도 괜찮은 아이들이니까♡” “!? 세, 세상에. 진짜...?”

잔뜩 긴장해 뒤로 물러나 있는 멜리사를 안심시키는 것처럼, 몬스터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쓰다듬는 여병사.

사람이 쓰다듬어도 얌전히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멜리사의 몸에 소름이 돋는다.

스킬로 몬스터들을 세뇌하는 몬스터 테이머...? 아니, 그런 것은 극히 희귀한 직업일 텐데...

그렇게 멍하니 몬스터들을 바라보다가, 멜리사는 어느새 여병사를 따라 몬스터들을 만져보고 있었다.

“정말 얌전하죠? 이 아이들은 암컷들의 접촉을 거부하지 않는답니다♡” “맙소사... 어디서 이런 몬스터가...” “후훗...♡ 아. 붙잡고 있으면 안되니까. 얼른 저희도 타도록 하죠. 이걸 타면 금방 영주성에 도착할 거에요.” “아, 네, 네에...”

그렇게 몬스터들의 모습에 놀라며, 수십 명이 탈 수 있을 법한 커다란 마차에 오르는 멜리사.

이미 익숙한 것처럼 마차에 타고 있던 여자들이, 마차에 오르는 멜리사를 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묘한 공기. 외설적인 차림새의 여자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부릴 수 있는 몬스터.

그렇게 멜리사는, 라디아라는 도시에 놀라며 영주성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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