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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73화 (474/749)

Chapter 473 - 428화 - 새로운 암컷이 기다리는 마법도시!

마법도시 유르겐의 어딘가에 있는, 난잡하게 어지럽혀진 어두운 방 안.

그 방의 침대 위에서, 누군가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뒹굴고 있었다.

“흐흥~ 흥, 흐흥~ 으흐흥~”

무엇인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마도구를 옆에 두고서, 책을 보며 흥얼거리고 있는 여자.

침대 위에는 보다가 내던진듯한 수많은 책들이, 눕는 것도 불편해 보일 정도로 난잡하게 놓여져 있다.

그런 책들 사이에서 본인의 있을 공간만을 만들어 둔 채, 여자는 그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페이엔! 있지? 들어간다?” “페이엔은 없~습~니~다~ 그냥 돌아가세요오오~”

노크소리와 함께, 그녀를 찾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눈을 찌푸리며, 늘어지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안돼. 학장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끌고 오라고... 하아...”

그녀의 대답을 무시한 채, 문을 열고서 그대로 들어오는 남자.

남자는 어두운 방에 들어오자마자,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은 둘째치고 창문 좀 열고 살아라. 네가 무슨 어둠의 자식이야?” “끼에에에에에엑...”

햇빛이 싫다는 듯이, 창문을 밀봉하듯이 설치된 차단막 마도구.

남자가 그 마도구를 조작하자, 창문을 덮는 판처럼 생긴 차단막이 여러 개의 판으로 갈라져서 접히기 시작했다.

방 안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빛을, 너무 강렬하다는 듯이 이불을 뒤집어쓰며 저항하는 페이엔이라 불린 여자.

남자는 침대 위에 나타난 이불뭉치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페이엔. 학장님이 너한테 맡길 일이 있으시대. 자. 얼른 나와.” “싫어어어어엇! 그 영감탱이 또 뭘 시키려고오오옷! 날 내버려두란 말이야앗!” “...가만히 내버려 둔지 반년은 넘었거든? 이제 좀 움직여!” “끼야아아아악!”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들춰 페이엔을 꺼낸다.

이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괴성을 내지르며 저항하지만, 그 저항이 무색하게 이불을 빼앗기는 페이엔.

자신에게서 이불을 빼앗아가는 저 남자에게 저항하기엔, 드러난 페이엔의 체격이 너무나도 작았다.

자신에 비해 작은 페이엔을 익숙한 듯이 들어올리며, 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자! 세수 하고! 머리도 정리 좀 하고! 어차피 씻으라고 해도 듣지도 않을 테니, 세수만 하고 나가자!” “허푸! 으흡! 으헤...”

페이엔의 얼굴에 물을 칠하며, 억지로 그녀를 씻기는 남자.

남자가 키가 작은 페이엔을 씻기는 그 모습은, 무엇인가 여동생을 챙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씻기는 남자의 손길에 허우적거렸지만, 머리를 빗겨주는 것까지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페이엔.

페이엔의 얼굴을 닦은 뒤, 남자는 페이엔을 데리고 나와 옷걸이에 걸린 그녀의 윗옷을 건네주었다.

“자. 어차피 옷 갈아입을 생각도 없을 테니까. 겉옷만이라도 걸쳐.” “에이... 귀찮게 진짜...”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다가, 페이엔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자가 건넨 옷을 받아들였다.

느릿하게 옷을 걸치고, 그 뒤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는 페이엔.

후드가 그녀의 머리를 가리기 직전, 그녀의 검은 흑발 사이로 뾰족한 귀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후드에 가려졌다.

“가기 싫은데에에... 으으...” “...이번엔 네가 좋아할만한 일이라고 하셨거든? 들으면 후회 안 할거라고 하셨는데...” “또 그 레파토리야. 안믿어어어~”

페이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일까. 남자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페이엔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은 채 위로하듯이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말이 전혀 위로가 안 된다는 듯이, 귀를 틀어막은 채 머리를 흔드는 페이엔.

두 사람이 나가며 닫힌 문에는, 노동 거부라는 묘한 푯말이 붙여져 있었다.

“그 영감. 이번엔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으으... 생각만해도 피곤한데...” “...학장님이 그리 힘든 일을 시키신 적이 있던가?” “모르는 소리하지 마. 그 영감이 얼마나 계산적인데. 분명 또 재미나 보이지만, 알고보면 성가신 일을...”

앞장서서 걷는 남자와, 투덜거리며 그 뒤를 따르는 페이엔.

제복 같은 깔끔한 옷차림을 한 남자와 펑퍼짐한 후드를 뒤집어 쓴 페이엔의 모습은,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는 묘한 조합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함께 넓은 복도를 걷다가, 마력이 넘치는 듯한 묘한 장소들을 몇 개씩 건너간 두 사람.

마지막엔 무엇인가 화려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그들은, 이윽고 묘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데려 왔습니다. 학장님.” “그래. 수고했다. 미하일... 왔느냐. 이 백조 녀석아.” “아흐... 뭔 일인데 또...”

거대한 책상을 앞에 두고 뒷짐을 서고 있다가, 찾아온 두 사람을 향해 뒤돌아서는 백발의 남자.

무엇인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로브를 걸쳐 입은 노년의 남자가, 페이엔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노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힘들다는 듯이 중앙에 놓인 소파에 쓰러지듯이 눕는 페이엔.

미하일이라 불린 청년과 노인은, 그런 페이엔의 모습을 익숙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으흠... 아무래도 이번에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다른 애들 많이 있잖아~ 똑똑한 애들이 그리 넘쳐나는데, 왜 하필 또 나야~” “걔들은 다 자기 연구가 따로 있지 않느냐. 놀고 있는 게 너 뿐인데, 그래도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 “...으에...”

대화를 이어나가는 동안, 미하일이 쓰러진 페이엔을 일으켜 세워 학장의 앞으로 데리고 간다.

그것도 익숙한 모습인지, 웃으면서 책상 앞에 서류 봉투 같은 것을 놓아두는 노인.

노인은 다시 뒤돌아 서서, 뒷짐을 쥔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 뭔데? 저번 연구소 파견 같은 거면 절대 안 할거거든? 거기 연구소장이 얼마나 꼰대던지...” “그 친구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거 다양하게 사람 좀 만나보고 그래야지.” “뭐가 괜찮아! 멍청한데 고집만 세가지고, 사람을 아주 제대로 빡치게 만들더만! 걔 때문에 금방 끝날 연구가 아주 개판으로... 편한 일이라면서 그런 일을 줘놓고, 벌써 사람을 다시 부려먹으려 하는 거야!?” “...흠흠. 반년씩이나 놀고먹게 해줬으면 됐지. 정말이지 양심도 없구나 페이엔.”

멋쩍은 듯이 뒤돌아 선채 헛기침을 하는 노인과, 인상을 쓰며 노인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페이엔.

뒤돌아 서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노인이 짜증난다는 듯이, 페이엔은 손을 치켜들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페이엔의 옆에서 그 손가락을, 익숙하단 듯이 접어서 다시 내려주는 미하일.

한동안 씩씩대며 노인을 노려보다가, 페이엔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봉투를 들어올렸다.

“그래서 뭔데 이번엔? 또 어디서 연구 지원 요청이라도 들어온 거야?” “음... 이번엔 좀 다른 거다. 페이엔. 아마 네 흥미를 끌기는 할거야.” “흥. 재미있을 거라 해놓고 성가신 일만 맡긴 주제에... 뭐야 이건? 신수?”

페이엔이 꺼내 든 서류에 적힌, 신수의 학원도시 입국에 대한 허가 요청서.

그 서류를 본 페이엔은, 투덜거리던 표정이 굳으며 뒤돌아선 노인을 바라보았다.

“...라디아에서 특이한 손님이 방문하고 싶다는구나.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으니, 미리 허가를 받고 싶다며 사람을 보내왔어.” “...흐응. 응... 인간화도 어설프게 하는, 젊은 신수라...” “신수 뿐만 아니라 찾아온 자들도 꽤나 신기한 몬스터를 타고 왔다더군... 아마 신종 몬스터로 생각되는, 독특한 몬스터였다고 하던데.” “헤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신종 몬스터라고...?”

신수의 외형에 대한 설명이 적힌 서류를, 흥미로운 듯이 살펴보는 페이엔.

그녀의 표정에선 어느새 짜증이 사라지고, 무엇인가 흥미로운 듯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 신수를 만나서, 협조를 구하고 한 번 제대로 살펴보거라. 젊은 나이에 어설픈 인간화를 익힌 신수라니.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잖느냐?”

방금 전까지 짜증을 내면서, 어떻게 노인의 부탁을 거절할까 고민하던 작은 엘프.

페이엔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봉투 안으로 집어넣었다.

“싫어. 귀찮아.” “거 하라면 좀 하거라 이것아! 딱 네가 좋아할만한 연구거리 아니냐!” “싫어싫어! 이번엔 3년 정도는 틀어박힐 생각이었다고오오!!”

한동안 마법학교의 학장실에서, 작은 엘프와 노인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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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준비는 끝났고... 이제 다녀올게. 다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음! 다녀와라 마왕! 라디아는 우리가 잘 지키고 있도록 하지!” “다녀와 오빠~♥ 올 때 선물 가져와줘~♥” “후훗. 잘 다녀오렴♥ ...중간중간 우리들 외롭지 않게 돌아와줘야 한다? 마왕님♥”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하는 세 사람. 제네시아와 세실리아와 리안나.

세 사람은 이번엔, 라디아에 남아서 도시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내 음수들 모두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한 두 달 마법도시에 있을 것 같은데, 그 동안 라디아를 비워두기엔 좀 그렇잖아?

저어어엉말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세라를 데려가기도 하니까... 마법도시에 귀환 포인트를 찍어두면, 틈틈이 라디아에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겠지.

문제는 생각보다 세라의 스킬이 효율이 나빠서, 자주 복귀하진 못한다는 거지만 말이야.

실험해 보니 이동시킬 수 있는 건 자신을 포함해 5명 정도가 한계. 그마저도 테세르 소비가 상당해서, 회복되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나?

나중엔 좀 더 이동시킬 수 있는 숫자가 늘어나겠지만... 몬스터 침공에서 레벨업 했는데도 저런걸 보면, 마왕군을 이동시키거나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어.

...하긴.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 마구 써먹을 수 있을 정도면 사기지. 지금도 충분히 엄청난걸.

아무튼, 덕분에 이번에 마법도시로 가는 건 리즈벳, 클레아, 세레스, 세라. 나. 이렇게 다섯 명.

리즈벳과 세레스는 마법에 흥미가 있었고, 클레아는 자신의 성법을 강화할 수 있을만한 수단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참여했다.

거기에 내 비서이자 마법도시에 귀환 포인트를 찍기 위해 참여한 세라...

다 함께 가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5명만 있어도 충분히 마법도시를 정복할 수 있겠지?

뭐, 어떻게 정복할지는 일단 마법도시를 살펴보고 결정해야겠지만 말이야.

“푸흐흐... 마법도시라... 이거 기대되는걸...” “후훗...♥ 벌써 흥분되시나요? 아무리 음조마로 이동한다지만, 가는데 5일정도는 걸린다던데.” “물론 흥분되지! 그 동안 얼마나 근질근질했는데! 푸흐흐... 그 미리 허가를 받으러 갔던 가축들은 이제 돌아왔나?” “네. 그 가축들 말로는, 마왕님이 가셔도 환영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음조마에 올라탄 세레스가, 나를 보며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짓는다.

흥분해도 어쩔 수 없지... 무려 엘프에 마족인걸. 판타지에서 빠질 수 없는 바로 그 종족이잖아?

그런 종족 얘기를 들었는데 인간들이 놀라지 않도록 미리 알려두다니. 기다리느라 정말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 큭큭...

하... 엘프는 분명 늘씬하게 쫙 빠진 몸매를 가진, 도도한 미녀들이겠지... 거기다 뿔 달린 종족이라는 마족도 기대되고...

이거 생각만 해도 설레는데... 물론 대부분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새로운 암컷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대돼.

과연 어떤 암컷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려나? 이거, 가는 길이 너무 괴롭겠는걸? 큭큭...

“그럼 다녀올게~ 포인트만 찍으면 한 번 되돌아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줘~”

말보르기니 형태가 되어 앞 발을 흔드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세실리아와 리안나. 그리고 제네시아.

다른 음수들과 나는 그렇게 라디아에 남은 세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점점 속도를 높이다가, 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자 최대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 나와 음조마들.

그렇게 나와 내 음수 4마리는, 새로운 암컷이 기다리고 있는 마법도시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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