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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76화 (477/749)

Chapter 476 - 431화 - 새로운 암컷이 기다리는 마법도시! (4)

“크흠... 다시 소개하겠네. 우리 마법학교의 교수를 맡고 있는 페이엔 일세.” “강의도 안하고 연구는 내킬 때만 하지만... 뭐, 일단 명함은 교수지.” “이런. 페이엔. 그렇게 말하면 실험 대상... 아니, 신수가 겁먹지 않겠느냐. 허허허.”

학장의 옆에 앉아 의욕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어린애처럼 보이는 작은 엘프.

저 꾀죄죄한 엘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기대감이 무너진 내 마음이 더욱 씁쓸해지기 시작했다.

“...노망난 늙은이 같으니...” “허허허? 으음? 페이엔. 뭐라고 했느냐? 요즘 귀가 안 좋아서...”

뭐냐고오... 처음 만난 엘프가, 흑발에 어린애 체형인 로리 엘프라니이...

엘프라면 보통 금발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미녀들 아니야? 어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엘프를 데려왔어?

찬찬히 뜯어보니 엘프답게 얼굴은 좀 도도해 보이지만... 머리는 헝클어져있고 표정에선 귀찮음이 묻어 나와서, 이건 도저히 내가 생각하던 그 엘프가 아니잖아...

거기다 뭐? 56세에? 하... 그래... 엘프는 보통 장생종이란 이미지가 있기는 하니까. 에센티아의 엘프들도 그럴 수야 있겠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56세가 저런 체형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설마, 엘프들 모두가 저런 건 아니겠지?

“페이엔... 페이엔... 설마, 유르겐의 마녀라는 그...?” “...그 별명도 오랜만에 듣네. 요즘은 날 아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텐데...” “허허. 그런 짓을 벌였는데 쉽게 사라지겠느냐? 미하일도 네 소문을 듣고 널 찾았거늘...”

리즈벳이 페이엔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생각났다는 듯이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유르겐의 마녀라니, 그건 또 뭐야...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런 별명이...

...하긴. 56세의 로리 엘프라니. 이건 마녀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겠지. 제기랄...

이러니까 단 둘이 놔둬도 괜찮다고 생각한 건가? 저 영감탱이, 계속 눈 돌리면서 딴청 피우는 것 보게?

56살의 할망구. 그것도 건드리면 범죄나 다름없는 엘프를 소개해줘 놓고 뭘 그리 모른 척 하고 있는 거야? 이 망할 영감탱이가.

시발. 이거 정말 제대로 당했네. 과연 나이는 똥구멍을 먹은 게 아니라고 해야 하나?

내가 에센티아의 암컷들을 지배하고 맛보려는 마왕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런 체형은 건드리는 게 조금...

사악한 마왕이라고 해도 양심이 있지. 여기가 지구였다면 바로 철컹철컹이라고 저거.

자세히 보니 아주 유아체형은 아닌 건지, 아~주 살짝 가슴이나 엉덩이가 조금은 있긴 하지만... 저건 뭐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니...

하아... 기운 빠지네 정말...

“자기가 수업만 맡으면 뭐든 해도 좋다고 해놓고선. 뭘 남 말하듯 말하는 거야 이 늙은이는... 아무튼 너. 내 나이는 어떻게 안거야? 꼬맹이란 말은 그렇다 쳐도, 내 나이를 한번에 맞춘 녀석은 처음인데?” “네 뭐... 신수의 감입니다 감.” “뭐야 그건... 뭐 됐어. 묻기도 귀찮으니...”

힘없이 축 늘어진 나와, 마찬가지로 축 늘어진 로리 엘프.

당사자들은 의욕이 사라진 이 상황에서, 사루앙 학장만이 생각대로 되었다는 듯이 흡족하게 웃고 있었다.

저 영감탱이, 내가 곱게 보내주나 봐라... 쯧.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암컷이 맘에 안 든다고 그래서야, 마왕의 모양새가 살질 않으니...

하아... 나이도 성격도 저 헝클어진 흑발도 상관없으니, 체형만 좀 어떻게 됐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생각과는 좀 다르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구 따먹어 줄 수 있었을 거라고. 아니, 체형은 둘째 치더라도, 적어도 암컷답게 색기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말이지... 리즈벳도 키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인이라고 볼 정도는 되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리즈벳은, 암컷다운 살집 덕분에 작다는 느낌이 안 든다니까?

근데 저 엘프는... 말자지 넣었다간 큰일날 것 같은 신체에다가, 색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귀찮은 표정이라니...

에휴. 어쩔 수 없지. 일단 하겠다고 내뱉었으니, 장단 좀 맞춰주는 수 밖에.

물론 너무 성가시지 않을 때의 이야기지만... 딱 보니 쟤도 뭔가 억지로 끌려온 것 같은데. 아마 크게 귀찮을 일은 없겠지?

“허허. 그럼 페이엔. 얘기했던 대로 잘 진행해 보려무나. 세마 군도 잘 부탁하네. 하하하.” “후우...” “하아...”

즐거운 듯이 웃는 사루앙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와 작은 엘프의 한숨이 동시에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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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여기 내 개인 연구실에서 진행할거야. 호수 보이지? 귀찮지만 결과는 내야 하니까. 내일부터 알려준 시간에 맞춰서 찾아오도록 해.”

얌체 같은 사루앙 학장에게서 1급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허가서를 얻은 후.

나와 음수들은 페이엔을 따라 지하에 있는 그녀의 개인 연구실이란 곳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안내해 주려고 모두 들여보내 줬지만, 여긴 원래 관계자 외 접근 불가한 장소거든? 내일부터는 신수만 들어와야 돼. 들어올 땐 그 키를 쓰면 되고.”

허어... 안 그래도 학장이 있는 이 건물은 층수도 50층이 넘는데다 겉모습이 무슨 탑처럼 생겨서 예사롭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런 건물의 지하에 이런 넓어 보이는 개인 연구실이 있다니...

거기다 오는 동안 보였던 보안용 마도구들도 뭔가 대단한 느낌이었지. 지구에서나 볼 법한 보안장치들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이거 생각보다 대단하신 분인가 이 로리 엘프? 아니면 뭔가 특별 취급이라도 받는 거야?

하긴. 그 짜증나는 영감의 딸 같은 아이라고 했으니까. 아마 꽤나 우대해주고 있는 걸 수도 있겠네.

뭐, 정작 딸 같다던 이 엘프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야. 딸이라기 보단 뭔가 극혐하는 친오빠를 보는 듯한 느낌?

그 반응을 봐선 연인 같은 사이는 아니었겠지. 하... 그 영감을 어찌 엿 먹여야 하는지 고민되는걸.

“그럼, 따로 질문은?” “음... 여기 와서 뭘 하는데? 이상한 실험 하려는 건 아니지?” “글쎄... 너 같은 케이스는 처음이라 이것저것 해봐야... 근데 뭘 자연스럽게 말 놓는 거야? 내 나이도 알고 있으면서. 너 30살 아니야?” “아 그게, 아무리 봐도 존댓말이 나오진 않는 외모라서. 나도 모르게 그만...” “표정이 어쩐지 좀 짜증나는데... 뭐 됐어. 어차피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내 표정이 뭐 어때서. 지금 내 실망감을 생각하면 최대한 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라고.

에센티아에서 처음 만나는 엘프라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네가 그런 기대감이 짓밟혀버린 이 마왕의 심정을 이해할 수나 있겠냐?

네가 만약 탐스럽게 잘 빠진 암컷 엘프였다면, 이 실험실에서 매일같이 즐거운 교미를 즐겼을 텐데 말이야.

에휴. 너나 나나, 참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이구나.

“그럼 나는, 이대로 연구실에서 준비 좀 할 테니까. 너흰 왔던 길 따라서 돌아가.” “...배웅은 안 해줍니까? 저희가 다른 곳 들어가보면 어쩌려고.” “귀찮... 이 아니라. 어차피 들어갈 수도 없을 거거든? 허튼 생각 하지 말고 돌아가도록 해. 나는 이대로 한숨... 이 아니라, 준비 때문에 바쁘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가는 페이엔.

연구실의 문이 닫히기 직전, 하품을 하는 페이엔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리즈. 혹시 엘프들은 다 저런 거야?” “아니... 보통 엘프들은, 마왕님이 기대하던 것처럼 그런 엘프들인데...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엔 그 모습이 유지되거든?” “세상에... 그럼 페이엔 쟤는...” “...아마, 평생 저런 모습이겠지...”

맙소사... 혹시 성장이 느린 건가 싶었는데. 저게 다 큰 거란 말이야?

다른 엘프들이 내가 기대하던 대로라면, 페이엔 쟤만 독특한 돌연변이란 건데...

처음 만난 엘프가 하필이면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는 암컷이라니. 이거 참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네.

“설마 유르겐의 마녀라는 게 저런 자그마한 엘프였다니. 나도 조금 놀랐어...”

엘리베이터를 향해 조용한 복도를 빠져나가던 도중,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는 리즈벳.

페이엔의 모습에 뭔가 색다른 충격을 받았는지, 리즈벳의 얼굴엔 아직 놀란 듯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그 유르겐의 마녀란 건 뭔데? 뭐 있었어?” “나도 소문만 들었을 뿐이지만... 대학과정 교수 중에, 학생 전원에게 F를 줬다는 둥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썼다는 둥 하며 마녀나 다름없는 교수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거든.” “...그건 확실히 마녀긴 마녀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인간의 마음이 없는 거야? 저 로리 엘프는?

“수업도 대충하고 아예 결석하는 일도 많았는데. 연구 성과가 워낙 굉장했다나? 학생 한 명이 짜증나서 이론으로 시비 걸었다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울면서 자퇴했다는 소문도 있었어.” “미친... 그거 참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교수네 진짜.”

끔찍하다 끔찍해. 그런 사악한 짓을 하는 교수라니.

소문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생긴 거랑 다르게 완전 싸이코구나 저거.

“...그래도... 생긴 건 꽤나 귀엽게 생겼었죠. 꾸미질 않아서 그렇지, 잘 꾸미면 괜찮은 암컷이 나올 것 같은데...” “그렇지? 처음엔 머리도 엉망이어서 참 꾀죄죄해 보였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인형 같아서 귀여운 느낌이었어♥” “...클레아. 세레스. 진심?”

뭐야 두 사람. 지금 저 로리 엘프를 암컷으로 본다고?

말도 안돼... 저런 밋밋한 꼬맹이가 어딜 봐서 암컷이야?

“어머? 마왕님 이번엔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암컷다운 신체를 하고 있었답니다♥” “얼굴도 나른해 보여서 그렇지, 머리 좀 정리하고 꾸미면 제법 귀여울 것 같았는데... 그런 귀여운 암컷은 싫으신 건가요?” “아니... 귀여운 건 괜찮지만, 아무리 그래도 겉모습이 너무 그렇지 않아?”

으음... 마안을 가진 클레아랑 귀족이라서 보는 눈이 있는 세레스가 이렇게 말하다니...

혹시 내가 실망감에 너무 대충 훑어본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신장은...

그런 꼬맹이가 암컷...? 으음... 이거, 느낌이 조금 애매한데에...

“뭐, 마왕님이 거북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도 인형 같아서 전 조금 마음에 드네요.” “어차피 당분간 만나야 하는 사이니까. 천천히 살펴보시는 게 어떠세요?” “흐음...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조금 즐길 생각을 해두고 있을까...”

그런 작은 엘프, 가축으로 만드는 것도 조금 걱정이 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맞는 암컷을 골라내는 눈을 가진 내 음수들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저 엘프에게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아직은 좀 애매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에 볼 때는 교미할 암컷을 다루듯이 대해줘 봐야겠네.

“뭐... 저 엘프는 내일 만날 때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자료가 있다는 도서관이나 한번 가볼까? 리즈. 위치는 알지?” “물론이지~♥ 그럼, 가는 길에 마법학교도 안내해 줄게♥”

자동으로 열리는 마도구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나와 음수들.

지금 여기서, 저 조그마한 엘프를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생각했었어야 했건만.

그저 저 엘프를 암컷으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정도만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는 음수들과 함께 마법학교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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