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78 - 433화 - 마왕을 연구하는 엘프! (2)
“어이가 없네 정말...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뭘 이런 거에 쫄고 있어?”
기겁하는 날 바라보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페이엔.
내가 기겁하는 이유를 알게 되자, 이 꾀죄죄한 엘프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리관을 두드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생긴 건 무슨 사람도 죽일 것처럼 생긴 녀석이... 야. 이거 다 죽은 상태거든? 그냥 신경에 자극이 가해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 뿐이야.” “그게 더 그로테스트하거든!? 아니, 무슨 암컷이 그리 섬세함이 없어!?”
끼야아아악... 이거, 살아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자극 받아서 꿈틀대는 거였어!?
미친. 그런 시체들을 그냥 다 보이도록 전시해둔 개인 연구실이라니. 존나 악취미야 이거!
“풋. 섬세함이라니. 덩치에 안 어울리게 귀여운 소릴 하는 신수네.” “하긴. 겉보기만 꼬맹이고 50이 넘은 할망구셨지? 과연 섬세함이 없을만한...” “죽을래? 너도 저기 들어가고 싶어?” “끼잉...”
아이고~ 로리 엘프의 수집품이 된다니. 그거 참 황송하기 그지 없구만.
근데 이런 꼴이 되는 건 사절이거든? 무엇보다 암컷주제에 마왕의 시체를 수집하다니. 건방지기 그지 없는 일이잖아?
오히려 내가 암컷들의 시체를 수집한다면 모를까... 윽, 생각했더니 좀 기분 나빠졌어.
암컷들의 시체를 수집한다니. 암만 내가 마왕이라도 그런 악취미는 관심 없다고.
보기 좋은 암컷들이 알몸인 채로 유리관에 둥둥 이라니, 그런 건... 응? 어라?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으음...?
으음... 암컷이 관련된 거라도 고어한 건 별로였는데. 마왕이 되면서 이런 쪽도 괜찮아진 건가...?
마왕이 되면서 성격만 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은근히 내 취향에도 살짝 변화가 있었던 모양인걸.
하긴. 인간이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으니 어쩔 수 없나... 근데 그렇다 쳐도 이 몬스터들 시체는 좀 그렇다 야.
“뭐, 넌 여기 집어넣더라도 실험은 다 해본 뒤에나 집어넣을 거지만.” “이런 미친... 여기선 농담으로 웃어넘길 타이밍 아니야?” “농담은 맞는데, 그만큼 넌 좀 탐나는 소재거든. 할 수만 있다면 보관해두고 천천히 연구해보고 싶다니까?”
그렇게 말한 페이엔은, 늘어진 옷소매로 자신의 입을 가리더니 천천히 날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런 어설픈 인간화가 가능하다니.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야... 인간이라기 보단 몬스터의 육체가 골격만 변했다는 느낌? 신수들이 인간의 모습이 되는 방식으론 이런 건 불가능할 텐데...”
오옵... 암컷주제에 날 실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저 오싹한 눈빛...
이거 정말 건방진 눈빛인데... 체형 때문에 건드리기 좀 찝찝했었는데. 그냥 확 강간해서 내게 앙탈부리는 암컷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눈빛인걸. 푸흐흐.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흥분돼 버리잖아.
“근육의 밀도 자체가 평범한 몬스터와는 거리가... 흠. 육체 내의 에세르가 어떻게 활성화되어 있길래 저런 근육이...” “...저기...”
음... 아무래도 이 꼬맹이 엘프는 완전히 연구 체질인가 보네. 한번 생각에 빠지니 나올 생각을 안 하는걸?
저 눈빛이 언제쯤 달라지려나 궁금해서 내버려두고 있었더니... 이대로 놔두면 그냥 쭉 저 상태겠어.
“이 어중간한 인간화의 원리가 파악된다면... 음... 나중에 몬스터 형태가 되는 것도 살펴봐야겠는걸...” “잠깐잠깐! 생각은 거기까지 하고! 그래서, 오늘 뭘 하려는 건데?” “음? 아... 그렇지. 일단 이것부터 마셔.”
내가 부르자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서 빠져 나와, 손에 든 플라스크를 건네는 페이엔.
그 플라스크 속에는, 무언가 기분 나쁜 색의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설명도 없이 저런 수상한 액체를 마시라고 하다니... 거 참. 이 엘프. 연구에 협조하는 마왕에게 배려심이 없구만.
“그게 뭔 줄 알고 마시란 거야... 아니, 무슨 연구를 하는지 설명 같은 건 없어?” “하아. 귀찮게... 위험한 실험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다른 도시의 영주가 보호하고 있는 신수에게 문제될만한 실험을 하겠어?”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피곤한 표정을 짓는 페이엔.
팔짱을 낀 채 손에 든 플라스크를 흔들면서, 페이엔은 앞으로 할 실험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몬스터들 전용으로 만든 영양제 같은 거야. 오늘은 네 혈액부터 채집해서 연구해 볼 건데, 그걸 위해 혈액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어주는 거랄까?”
만약 저게 독이거나 내게 해가 될만한 성분이 있다면, 내 마안에 불길한 낌새가 감지되었을 터.
확실히, 지금 마안으로 살펴봐도 찝찝한 느낌은 없긴 한데...
그래도 내 몸에 들어오는 거니 안심을 할 수가 있나 이거. 더군다나 난 평범한 몬스터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세레스나 클레아와 함께 왔으니, 이 엘프가 미치지 않고서야 나에게 해가 될만한 일은 하지 않겠지만...
음... 뭐, 상관 없나? 설령 독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쥐꼬리만한 양으로는, 이 마왕의 육체에 별 영향은 못 끼칠 테니까.
지금은 순순히 협력하는 척 하면서, 이 꾀죄죄한 엘프를 어떻게 즐길지 고민해 봐야지.
“...뭐, 채집하는 건 그것 뿐만은 아니지만... 오늘은 피부터 확인해볼 거니까. 그냥 마셔.” “흐으음... 뭐 좋아. 일단 협력하기로 하긴 했으니...”
어라? 순간적으로 묘한 표정이 보였던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도대체 앞으로 무슨 실험을 하려고... 이거 갑자기 무서워지네.
그냥 착각일 뿐이겠지? 흠... 뭐, 여차하면 그냥 뒤집어 엎고 강간해 버려야지.
“어디 보자... 우웩. 이거 맛이 왜이래. 으... 완전 토 나올 것 같은 맛이네.” “어쩐지, 몬스터들한테 먹이면 아주 발광을 하더라... 자. 팔 이리 내.”
내 덩치에 맞지 않는 작은 의자에 앉아, 나는 페이엔이 건네주는 플라스크를 받아들였다.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윈 느껴지지 않는 액체를 마시자, 주사기 같은 것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페이엔.
그녀에게 팔을 내밀어주자, 작은 엘프가 내게 매달리듯이 내 팔을 만지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두꺼운 거야... 이거, 주사 바늘은 들어가려나...”
핏줄이 잔뜩 불거진 내 두꺼운 팔은, 반쯤 과장하면 페이엔의 허리사이즈나 다름 없는 두께.
그런 두꺼운 팔을 주사기를 든 채 만져보는 페이엔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린애가 장난을 치는 모습처럼 보이고 있었다.
푸흐흐. 몸에 맞지 않는 백의를 입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이거 아무리 봐도 암컷이라기 보단 꼬맹이 같은 느낌이네.
그나저나 내 근육을 보고도 귀찮은 표정만 보여주는 암컷이라니. 이건 이것 나름대로 희귀한... 오?
뭐야 이거. 갑자기 몸의 근육들이...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캬... 이거 효과 죽이는데... 온 몸에서 힘이 넘치는 느낌인걸?” “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효과는 아닐 텐데...”
몬스터들에게 효과 있는 거라고 해서 나한테 통하려나 싶었는데. 이거 약빨이 아주 죽이는데?
뭔가 효과 죽이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듯한... 아니. 이건 에너지 드링크라기 보단, 엄청 효과 좋은 정력제를 먹은 듯한 느낌이야!
...응? 정력제? 으음. 설마... 어이쿠.
이거, 말자지께서 바지를 뚫을 기세시구만. 푸흐흐.
“흐으음... 신기한걸. 원래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은 약은 아닌데... 다른 몬스터들은...”
불끈거리는 내 팔을 계속 더듬거리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페이엔.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내 바지 안쪽에서는, 말자지가 불끈거리며 튀어나와 한쪽 다리에 밀착되어 있었다.
만약 바지 위에 걸친 고급스러운 천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바지로 가려져 있어도 페이엔 역시 눈치를 챘을 터.
그냥 확 드러내볼까 하며 피식 웃다가, 아직 조금 더 즐겨보기 위해 나는 하반신에서 최대한 힘을 뺐다.
만약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바지를 찢으며 솟구칠 것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느낌일 뿐이지만 지금 불끈거리는 내 몸에서는, 강렬한 수컷의 페로몬이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음... 특이하네... 후우... 근데 왜 이렇게 덥지...?”
얼른 끝내자는 듯이, 귀찮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조그마한 엘프.
불끈거리는 내 육체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무엇인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묘한 느낌의 홍조와 함께, 귀찮음이 묻어 나오던 눈빛에서 암컷다운 촉촉한 눈빛을 내비치기 시작한 페이엔의 눈동자.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어려 보이는 엘프가, 어린아이는 흉내 낼 수 없는 암컷의 색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푸흐흐. 이거 완전 꼬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변한 표정을 보니 확실히 암컷이기는 한걸?
정말 어린 암컷이라면, 아무리 흥분하더라도 저런 어른의 색기는 가질 수 없지... 이거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시했던 모양이네.
아직도 조그마한 외모는 조금 걸리지만, 경우에 따라선 즐기지 못할 것도 없겠는걸.
“후우... 뭐, 약도 몸에 돌기 시작했으니... 이제 채혈한다?” “...푸흐흐. 뭐, 그러든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린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뭐라고 할까. 19금 만화에서나 나오는 가짜 꼬맹이란 느낌?
성인을 가슴만 줄여서 어린애로 만든 듯한, 그런 느낌이네 이거.
혹시나 계속 안 꼴리면 그냥 가지고 온 담배 맛 좀 보여주면서 대충 타락시키려고 했는데... 이런 표정을 보니 이건 또 은근히 꼴리는걸.
난 어린 로리에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나 봐. 이것도 마왕이 된 덕분인가?
뭐 하긴... 여태까지 내 음수들은, 가장 늘씬한 체형인 세실리아 조차 제법 탐스러운 육체니까.
가끔은 이런 암컷도 별미인 법이지... 아, 물론 아직 음수로 삼을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래도 저런 색다른 표정을 보여주면서 이런 약을 만들 줄 아는 암컷이라니. 이거 참 쓸모가 많을 것처럼 느껴지는걸.
“읏... 야. 힘 좀 빼봐. 바늘이 들어가질 않잖아.” “이게 최대한 뺀 건데 어떻게? 푸흐흐... 어쩔 수 없네. 그 주사 이리 줘봐.”
내 팔에 매달려서, 힘겹게 바늘을 찌르고 있던 페이엔.
자신이 몸을 움찔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여운 암컷이 칭얼거리는 듯한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주사기를 받은 후...
나는 내 손목을 손톱으로 그어서, 흘러나오는 피를 주사기로 모으기 시작했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야!? 그럴 것 까진...!” “고작 이런 주사바늘이 내 피부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연약한 인간이랑은 달라서, 이렇게 해야 피를 모은답니다~” “아니... 그거, 몬스터들한테도 들어가는 주사기 였는데...”
내 행동에 당황하면서, 흘러나오는 내 피를 가만히 바라보는 페이엔.
주사기에 어느 정도 피가 채워지자, 손톱에 그인 작은 상처도 피가 멈추고 아물기 시작했다.
클레아에게 금방 치료받겠지만, 이대로 놔둬도 2~3일이면 상처의 흔적조차 사라지겠지...
그런 내 경이로운 회복력에 놀란 것처럼, 페이엔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건넨 주사기를 받아 들었다.
“자. 그거면 충분하지?” “그, 그렇긴 한데... 벌써 피가 멈춰...? 아니, 그보다 이 느낌은...”
어라...? 혹시, 내 피에서 뭔가를 느끼는 건가? 귀를 쫑긋거리는 게 제법 귀여운데?
하긴. 이 목걸이는 어디까지나 내 기운을 감춰줄 뿐이니... 내 피에서 특이한 기운을 느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암만 연구 전문이긴 해도 얘도 마법사긴 마법사잖아? 리즈벳도 처음부터 내게 특이한 기운을 느꼈으니까...
뭐, 그렇다 해도 딱히 문제되진 않겠지? 어차피 얘도 암컷이고,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타락시켜 버릴 거니까 말이야.
사실 나도 내 몸에 대해선 확실하게 파악 못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 그러니 뭐, 마음껏 연구해보라고 페이엔.
그 대신, 나도 너란 엘프를 가지고 놀아볼 생각이거든. 푸흐흐.
“...잠깐 기다려. 어디에 붕대가...”
이렇게 억지로 피를 뽑아낸 게 미안하기는 한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붕대를 찾으러 가는 페이엔.
약 때문에 기운이 넘치는 내 몸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 때문일까? 아니면, 뽑아낸 내 피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까?
지금 페이엔의 표정은, 처음 말자지를 본 암컷마냥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지금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 조그마한 엘프.
그 조그마한 엘프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가슴속에서는 조금씩 기대감이 커져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