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89 - 443화 - 서로를 교육하는 마왕과 암컷! (3)
한동안 자신과 투닥거리던 신수가,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돌아간 뒤.
혼자 남은 연구실에서 실험을 시작한 페이엔은, 한숨을 내쉬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하여간, 암만 반푼이라도 일단은 신수면서. 뭘 그리 가볍게 행동하는 거람? 정말이지...”
외형은 도저히 인간으로 볼 수 없는 몬스터이지만, 일단 신수로 취급해줘야 할 정도의 지성을 갖춘 그 몬스터.
자신을 향해 그 거대한 성기를 흔들던 그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불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과시하듯이 흔들어대던, 그 흉악한 형태를 지닌 자신의 몸통만한 성기.
분명 자신은 성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이 감각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든 관심 없는 듯한 반응을 내보이며 그 몬스터를 되돌려 보냈지만, 아직도 그 성기에서 풍겨오던 야릇한 냄새가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후우. 됐어. 털이랑 피부 각질도 얻어냈으니까. 연구나 집중해야지...”
특이하게 생긴 몬스터들의 성기 따위, 나름대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페이엔.
특히 몬스터들을 인공적으로 사육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던 때엔, 하루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에게서 생식 세포를 채취한 적도 있었다.
물론 주사바늘도 들어가지 않는 그 탄력과 초대형 몬스터에게서나 볼법한 사이즈는 놀랍긴 했지만, 이제 와서 몬스터의 성기 따위 굳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 성기 좀 봤다고 이런 기분이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여자로서의 감정 따위,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최근 가장 남자로 보고 있는 미하일에게서도, 이러한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엘프라지만 50이 넘은 자신에게, 냄새만으로 이런 흥분을 일으키다니. 그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성분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인지 모르게 가슴 속에서 울렁거리는 묘한 감정을 참으면서, 페이엔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마법 술식을 써내려 나갔다.
“...흐응... 털이랑 피부 세포는... 테세르가 검출되긴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건... 구성은...”
흥분을 잊으려는 듯이, 한동안 계속 무엇인가 연구를 이어가던 페이엔.
손에서 마법진을 만들어 몬스터의 털과 피부조각을 살펴보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이상한 건 정액 뿐인가... 아니, 그 성기도 이상하긴 하지...”
변질된 테세르가 남아있고 세포의 구성이 단백질치곤 단단하긴 하지만, 그것 외엔 별다른 것이 없는 몬스터의 세포.
의외로 맥 빠지는 결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페이엔은 물끄러미 몬스터의 정액이 담긴 병을 쳐다보았다.
“...흥분, 고양, 거기에 진통 효과와 아직 파악되지 않은 효과들...”
몬스터의 정액에서 검출된, 알 수 없는 성분들이 일으키는 묘한 효과들.
아직도 파악되지 않은 것은 많지만 그 효과들을 나열하면서, 페이엔은 나지막이 감상을 내뱉었다.
“...이건, 그냥 마약이나 마찬가지잖아...”
아직 실험해보진 않았지만, 그 어떤 성분보다도 인체에 강렬한 작용을 할 것으로 판단되는 저 성분들.
이런 성분들이 몬스터의 변질된 테세르와 함께 몸 안에 들어온다면, 어찌될지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는다.
테세르를 떼어놓고 보아도, 잘만 조절한다면 그 어떤 마약보다도 강력한 중독성을 보일 것 같은 몬스터의 정액.
저 정액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서, 페이엔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다른 거야 둘째치고, 실험은 어떻게 한다...?”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물질들이 발견된 만큼, 겉으로 보이는 효과 외에 무엇이 있을 지는 미지수.
당연히 실험을 해보아야겠지만, 문제는 이 성분들이 하나같이 위험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일단 아인종 몬스터를 통해 실험해 보는 것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페이엔에게는 실험용 몬스터가 남아있질 않은 상황.
거기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실험을 진행하며 신고해야 할 내용들을 떠올리자, 페이엔은 급격하게 피곤해지는 듯한 귀찮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일단, 저 테세르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생각해볼까...”
그렇게 미지의 성분들에 대한 페이엔의 연구는, 한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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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들 조심히 돌아가시길♥” “...하아... 네... 성녀님...” “읏... 성녀님의 예배여서 그런가... 뭔가, 이전과는 다르네요...” “그보다, 교회 안이 뭔가 달라지지 않았나요? 공기까지 달라진 듯한 기분이...” “그래도... 나쁜 느낌은 아니네요. 뭔가 성스러운 느낌이에요♡”
예배를 진행한 클레아에게 인사하면서, 20명 가량의 인간들이 교회를 빠져나간다.
클레아가 마법도시에서 진행한 첫 예배.
교회에 채워진 짐승의 냄새를 맡으며 예배를 진행하는 동안, 암컷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며 무엇인가에 도취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몸에 퍼지는 색다른 감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으로 수다를 떨면서 교회를 빠져나가는 암컷들의 모습.
반면 그녀들과 함께 온 수컷들은, 무엇인가 두통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불편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래? 으음... 나는 뭔가 계속 기분이 안 좋았는데...” “댁도 그러시오? 나도 오늘 예배 내내 어찌나 속이 울렁거리던지...” “확실히 성녀님은 아름다우셨지만... 예배를 진행하시는 모습이 뭔가 오싹한 느낌이었는데...”
푸흐흐. 한심한 놈들 같으니... 아직 그리 진한 농도의 향을 피운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 저런 꼴들이라니.
아무래도 예배에 온 인간들의 숫자와 수컷들의 모습을 보니, 이 동네는 무슨 시골마냥 소모임 같은 느낌으로 교회에 오는 모양들이네.
수컷들은 크게 종교에 대한 믿음도 없어 보이고... 이건 뭐랄까, 대충 마누라가 교회에 다녀서 따라온 남편들 같은 느낌?
한동안 매일같이 포교와 예배를 진행할 테니, 이제 곧 이 교회는 수컷들이 찾아오지 않게 되겠어.
그러면 이제 내가 나서서, 준비가 된 암컷들을 범해주는 거지... 혹시 아직 준비가 덜 된 암컷이 있으면, 가축촉진제를 써주고 말이야.
그렇게 차츰차츰 가축들을 늘려가다 보면, 얼마 후엔 도시의 암컷들이 알아서 가축이 된 암컷들을 보며 흥미를 가지게 되겠지?
그때부턴 뭐 포교하거나 유혹할 필요도 없이, 담배나 옷만 가져와 팔아도 다들 알아서 음란해지겠지.
수컷들은 도시에 퍼지는 나와 가축들의 기운에 점점 의욕과 기운이 빠져나갈 테고... 푸흐흐. 그럼 뭐, 그때부턴 내 세상이지 뭐.
얼른 그렇게 변한 마법도시에서, 원래 입는 음란한 복장으로 되돌아간 내 음수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은걸...
“후우... 그래도 이런 곳에서 신앙심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암컷들 쪽은 금방 타락시킬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 마안에 바로 느낌이 와?” “네. 교회가 좁아서 그런가? 암컷들이 라디아에서 진행하던 것보다, 저희 기운을 더 빠르게 흡수하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계획했던 것보다 일정을 더 당길 수 있겠는데요?”
몸을 숨기고 있던 내게 다가와, 첫 예배를 진행한 감상을 들려주는 클레아.
마안 하나는 나보다도 더 뛰어난 그녀의 말이니, 계획하고 있던 마법도시 정복의 일정이 더 당겨지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원래는 2주 안에 수백 마리의 가축을 만들어, 그녀들을 써서 짐승들의 유행을 마법도시에 퍼트리려고 했는데...
조금 여유롭게 잡고 있던 그 일정이 당겨지면 나야 고맙지. 다양한 암컷을 즐길 기회가 더 빨라진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페이엔이 내 말자지에 넘어오지 않는다는 게 참 안타까운걸.
아니, 내 말자지를 앞에서 흔드는데도 오히려 짜증을 내다니? 어떻게 암컷 주제에 그럴 수가 있는 거지?
혹시 페이엔이 엘프이기 때문인가? 암만 특이한 성질을 가진 내 테세르지만, 엘프들은 특히나 테세르에 거부반응이 있다고 했으니까...
일단 몸 안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간들만큼 보자마자 발정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잠깐, 그러면 마족들은 인간들보다 더 쉽게 발정한다는 건가? 흐음...
뭐 마족이야 어찌됐건, 당장 페이엔을 유혹할만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네. 내 말자지에도 안 넘어오고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걔를 어찌 유혹하지?
여기서 억지로 해버리기엔 뭔가 좀 아쉬운데... 어떻게, 페이엔의 관심을 끌 방법이 없을까?
“흐음... 그러고 보니, 우리 음조마들은 계속 인간들이 관리하고 있는 거지?” “네. 세라가 틈틈이 성벽 밖에 나가서, 잘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답니다.” “그래... 오기 전에 학장한테 확답 받아둔 것도 있으니, 몰래 연구하려 들진 않을 테고...”
내 음수들이 타고 온 음조마들은, 성벽 밖에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그 곳에서 지내고 있는 상태.
생물 이라기엔 애매한 음조마를 보이기엔 조금 그렇다 보니, 이미 마법도시에 오기 전부터 음조마엔 관심 가지지 말라고 확답을 받아두었었다.
지금 내가 연구에 협조도 하고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음조마를 함부로 건들진 않겠지... 뭐, 건드린다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음조마를 살펴보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그냥 죽여버리고 도시는 그냥 억지로 손에 넣으면 그만이거든.
물론 그러면 암컷들에겐 좀 미안한 일이 되지만 말이야.
아무튼 음조마들은 얌전히 도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좋아. 클레아. 계속 이대로 예배를 진행하도록 해. 나는 잠시 페이엔한테 다녀올 테니까.” “네♥ 다녀오세요 마왕님♥”
전혀 효과가 없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마왕의 말자지를 보고도 관심 없는 척을 할 수 있다?
맘 같아선 바로 그 작은 뱃속에 말정액을 넣어주고 싶지만... 뭐 좋아. 음란한 것에 관심이 없다면 새로운 흥미거리를 제시해 줘야지.
그 흥미거리를 통해서 나와 가까워지다 보면, 무시하고 싶어도 암컷의 본능이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순간이 나오게 되겠지?
페이엔. 과연 네가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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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먼저 페이엔과 가까워지기 위한 데이트 신청을 하러 온 오늘.
엊그제 내 털과 세포를 채집한 페이엔은, 지금도 한참 연구에 빠져있을 것이다.
쳇... 연구에 진척이 생기면 바로 연락한다고 해놓구선. 정말로 이틀 동안 연락 한번 안 줄 줄이야.
페이엔이 자연스럽게 내게 넘어오길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은 근질거려서 안되겠어.
오늘 음조마를 보여 주면서 그 속도를 체험시켜 주고, 놀라워하는 페이엔에게 은근슬쩍 담배를 권해봐야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내 기운을 접하다 보면, 무시하고 싶어도 더 이상 내 말자지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러다 보면 본인 스스로 내 말자지를 원하기 시작하다가, 점점 내 암컷에 가까워지면서 나 이외의 것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될 거고.
그러면 그때가, 페이엔을 노리는 미하일에게 절망감을 선사해 주는 시기... 동시에 마법도시도 그때쯤엔 정복을 끝내야겠지.
좋아. 그럼 이제, 한참 머리쓰고 있을 페이엔에게 데이트 신청을...
“페이엔~ 나 왔어~ 답답하게 연구만 하지 말고, 잠시 바람 좀 쐬러...” “으히이이익♡ 옷, 아히이이이이이이익♡” “...가자?”
최대한 페이엔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 밝은 미소로 연구실에 들어온 순간.
아직 들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던 페이엔의 교성이, 나를 반기듯이 맞이해 주었다.
“오홋♡ 아♡ 응핫♡ 옷♡ 으호오오오오옷♡♡♡” “뭐, 뭐야!?”
내 말자지를 무시하면서, 내 정액이나 성기를 연구 대상으로만 보려고 하던 페이엔.
분명 내게서 풍기는 짐승과 수컷의 강렬한 냄새에, 몸이 달아오르는 건 확실할 텐데.
그런 상태에서 말자지를 눈 앞에 내밀어도 관심 없는 척 버텼던 주제에, 지금 저 교성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영문을 모른 채 의자에 앉아 몸을 떨고 있는 페이엔에게 놀라다가, 내 등 뒤에서 연구실의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내 시야에, 말정액이 담겨 있던 것으로 보이는 빈 병이 눈에 띄었다.
“응호오오오오오옷♡ 아, 아히, 이...! 미친... ♡ 응히이이이이이이익♡♡♡”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작은 엘프.
그 엘프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