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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93화 (494/749)

Chapter 493 - 447화 - 계속 늘어나는 암컷의 의문! (2)

“어때 페이엔~ 그래도 바람 좀 쐬니 나름 괜찮지 않아?” “...응, 뭐... 나쁘지 않네...”

무언가 정신이 다른데 가있는 것처럼, 묘하게 기운 빠지는 대답을 건네는 페이엔.

그녀의 반응을 보니, 달리는 속도가 놀랍기는 하지만 다른 생각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크윽...! 이런 굴욕적인 일이 있나. 처음 내 등에 탄 암컷이, 이 안락하면서도 놀라운 속도를 자랑하는 말보르기니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니?

출발할 쯤부터 뭔가 다른 생각에 빠진 것 같던데. 도대체 뭔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 반응이 밋밋한 거야?

그때 뭔 얘기를 했더라...? 쯧. 페이엔을 감탄시켜서 얼른 따먹을 생각만 하다 보니 뭔 얘기를 했는지도 벌써 가물가물하네.

“앗. 세레스 언니. 혹시 저게...” “어머. 그러네. 나도 오랜만에 보는걸?” “주인님~♥ 바다가 보여요~♥”

페이엔의 반응을 살피며 그녀의 관심을 이끌어 내보려고 고민하던 와중.

앞장서서 달리던 내 음수들이, 앞을 가리키면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들이 가리킨 곳에 보이는 것은, 지평선을 올라타며 나타난 물로 이루어진 수평선.

오늘 나들이의 목적지인, 마법도시에서 도보로 반나절 정도 걸린다는 해안가였다.

캬... 이건 나도 오랜만이네. 지구에서 한참 폐인 생활 하느라, 나도 몇 년 정도는 바다 같은 건 구경도 못해봤었으니까.

오늘 나들이에서 바다는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게 되니 나름대로 감회가 새로운데?

내 음수들도 세레스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바다는 처음이라, 꽤나 흥분한 모양이고...

음~ 이거 계절이랑 위치가 영 아쉬운걸. 바다에 들어가기엔 날씨가 좀 쌀쌀하고, 마법도시 영역에 포함된 해안들은 항구와 연구용 시설 정도만 갖춰진 상태라고 하니까.

듣기론 마법도시를 설립한 뼛속까지 연구 체질이던 마법사들은, 저런 바다가 있는데도 즐기기 보단 그냥 연구에 활용할 생각밖에 하질 않았다나?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아니, 마광석이고 나발이고 간에 바다가 있으면 좀 바다가 눈에 보일 정도의 위치에 도시를 지어도 괜찮지 않아?

최대한 이해해서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남쪽의 위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바다를 그저 연구 목적으로 밖에 활용하질 않는다니...

마법도시를 설립한 놈들은 분명 고자 새끼들이 아닐까? 아니 시발, 암컷들의 수영복 차림을 볼 생각을 안 한다고? 병신들이야?

나 참... 덕분에 바다를 즐기려는 커플들은 그냥 개인적으로 연구 허가를 얻어 잠깐 구경하러 오는 수준이라고 하던데...

마왕으로서 그런 한심한 일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오늘 나들이 하는 김에, 마법도시의 주변 환경 좀 제대로 체크해 봐야겠어.

“페이엔~ 슬슬 바다가 보이는데. 그냥 이대로 길 따라서 쭉 달리면 되는 거야?” “......” “페이엔~ 바다가 보인다니까?” “아? 아... 그래. 이대로 쭉 달리면 항구가 나올 거야. 계속 가면 돼.”

하아니... 이거, 당장은 딴 곳에 가 있는 페이엔의 정신을 되돌리는 게 먼저겠구만.

기껏 도시 근처 바다를 구경하러 가고 있잖아? 계속 그렇게 딴생각에 빠져 있으면 곤란하지. 암.

도대체 뭔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 일단은 도착하고 나서 보자고. 페이엔.

계속 딴 생각 하면 또 말자지를 꺼내서 눈 앞에서 흔들어 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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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다... 어쩐지 놀기엔 썩 좋아 보이진 않는데?”

마법도시 인근 해안가에 도착하자, 주변을 둘러보며 조금 실망스러운듯한 말을 꺼내는 리즈벳.

처음 보는 바다인데도 영 맥 빠지는 반응이지만, 그녀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세레스. 혹시 네가 가봤다던 해안 도시도 이런 식이야?” “음... 아뇨. 거긴 마왕님이 말씀하던 것처럼 바다를 즐길 수 있을만한 도시였답니다. 그렇지만 여긴...” “흐으음... 그럼 이건... 마법도시 놈들이 참 재미없는 놈들이란 거구만.”

내가 귓속말하듯이 묻자, 세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과는 다르단 듯이 대답했다.

하아이고. 이게 뭐야. 그래도 좀 작은 마을처럼 뭔가 꾸며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있는 거라곤 배 몇 척 댈 수 있는 작은 항구랑 연구시설 같은 건물 몇 개뿐이라니.

이 새끼들은 정말 바다까지 와서 연구만 하는 거야? 하... 세상에...

“말했잖아. 마법도시에서 바다는 유학생들이 들어오는 경로와 바다를 이용한 연구. 그 정도 목적으로 쓰이고 있을 뿐이라고.” “아니... 나는 그래도 남쪽 바다라서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싶었지...” “애초에 유르겐 인근의 바다는 지형이 좋질 않아서 즐길만한 곳이 못 돼. 저 항구도 꽤나 어렵게 설치했다고 들었는걸? 물론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좀 더 크게 지을 수도 있겠지만... 사루앙이든 원로들이든 굳이 돈 들여서 할 생각은 없지?”

바다에 도착하자 조금 생각이 정리된 모양인지, 기지개를 켜며 주변을 둘러보는 페이엔.

실망하는 나와 음수들의 반응을 느낀 것인지, 페이엔은 면목없다는 듯이 뺨을 긁적였다.

으음... 지형이라... 그래. 주변에 모래 사장 같은 것도 거의 없고, 뭔가 가파른 절벽이나 암벽 같은 것뿐이긴 하네.

근데 아무리 그렇다곤 해도, 이런 조그마한 연구 시설 몇 개만 갖춰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기껏 바다가 있으면서 이런 수준이라니... 아니, 못해도 작은 마을 정도는 형성되어 있을 줄 알았다고.

하아. 점심은 오랜만에 바다 음식을 즐기겠다 싶었는데... 이건 뭐 제대로 된 어부 같은 것도 없어 보이니...

어쩐지 바다 근처면서 도시 음식들이 바다 느낌이 안 나더라니... 그럼 여기 있다는 수백 명은 전부 시설에 처박혀 연구만 하는 거야?

골치 아프네. 이거, 마법도시는 정복만 하고 끝날 일이 아니겠어.

“...세라. 저기 절벽 같은걸 깎고 고운 모래로 채우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으음... 깎는 것도 깎는 거지만, 제대로 바다를 즐길만한 환경을 갖추려면 제법 비용이 들겠는걸요...” “그렇지? 설마 이런 상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쩐지 바다 인근이면서 너무 바다 느낌이 없더라. 나 참...” “도시가 떨어져 있고 영토 영역에 비해 바다가 좁다지만, 그래도 즐길만한 수준은 될 줄 알았는데 말이죠...”

하아.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은 겨울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남쪽 지역이니 내 음수들이 발 정도는 담가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무엇보다 지금 마법도시를 정복해두면, 여름엔 내 암컷들을 데리고 와서 재미있게 즐겨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근데 뭐야. 이 자연의 혹독함이 느껴지는 황량한 바다는.

바다에 들어가려다간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 같은걸... 하아. 여길 어떻게 해야 하지?

다 뒤집어 엎어서 해변으로 만들고 싶지만, 그건 비용은 둘째치고 여름까지 준비가 될지 어떨지...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내 손에 들어오게 될 마법도시의 바다가 너무 아까운데...

내가 나서서 이 곳의 지형을 바꾼다 쳐도 쉽게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흐음... 일단, 계절도 좋지 않으니 마법도시를 정복하고 나서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차피 마법도시를 손에 넣고 나면, 인근의 도시들도 금방 노릴 수 있을 테니까요.”

“음... 그것도 그렇네. 근처 도시들은 제대로 바다 인근에 자리잡고 있을 테니까...”

세라와 논의하며 고민하던 와중, 주변을 둘러보던 클레아가 다가와 나와 세라의 속삭임에 동참했다.

음... 그래. 굳이 바다를 즐기려면, 이렇게 관리되지 않은 마법도시보다 근처의 다른 해안도시를 노리는 게 더 낫겠는걸?

요지는 바다를 즐길 수 있을 모래사장과 편안히 휴식할 수 있을 시설들이니까. 이렇게 연구용도로 쓰이는 곳을 굳이 지형까지 바꿔가며 억지로 즐길 필요는 없을지도?

적당한 곳을 골라 거기를 집중한다면, 그래도 여름 전까지는 정복이 가능할 테니...

그래... 뭘 연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연구가 우리들한테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마법도시의 바다가 이런 상태라면, 그냥 그대로 놔둬도 크게 나쁠 건 없겠어.

“그럼 들어가자. 항구 쪽도 구경시켜 줄 테니까. 얼른 돌아보고 돌아가는 게 좋겠어.” “응? 왜 페이엔? 뭐 할 일이라도 있어?” “할 일이라고 할까... 네 몸에 궁금한 게 생겼는데... 으음...” “응? 궁금한 거? 푸흐흐. 뭘 굳이 이제 와서? 어차피 지금도 마음껏 연구하고 있잖아?” “...아니, 아니야. 나중에 따로 말해줄게.”

황량한 곳에 세워진 작은 시설 건물 앞에서, 자신의 카드키를 꺼내며 나와 음수들을 부른 페이엔.

어쩐지 나를 바라보는 페이엔의 표정이, 무엇인가 내 말정액을 마시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서두르는 듯한, 묘하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페이엔의 모습.

어쩐지 페이엔의 모습에서, 내게서 한발 물러난 듯한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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