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94 - 448화 - 계속 늘어나는 암컷의 의문! (3)
“여기가 항구. 전에도 말했지만, 이 항구가 마족이나 엘프 유학생들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루트야.”
시설에 있던 인간들에게 대충 인사를 건넨 후, 나와 음수들을 데리고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 준 페이엔.
도시까지 이동하기 위한 수레차와 몬스터들을 보여준 이후, 페이엔은 마지막으로 우리를 작은 항구로 데려왔다.
“그런 것 치곤... 이건 좀 너무 작은 거 아냐?” “...뭐, 애초에 유학 온다고 해 봤자 1년에 한 두 명 수준이라... 배 크기도 다 고만고만 하거든.”
멀리서 봤을 때도 작아 보였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끽해봐야 적당한 크기의 범선 2~3척 정도가 한계로 보이는 사이즈의 항구.
거대한 유람선 같은 건 들어오기도 힘들어 보이는 항구에는, 연구용으로 쓰는 듯한 작은 배 2대가 초라하게 묶여있을 뿐이었다.
저래서야 배 타고 잠깐 나가보자 하기도 좀 그렇구만... 아무리 그래도 외국의 종족들이 들어오는 곳인데, 이건 좀 너무 초라한 규모 아니야?
...뭐, 위치가 위치다 보니 어쩔 수 없어 보이긴 하지만.
오는 동안 불편한 계단 같은걸 보니, 이것도 절벽을 억지로 깎아가면서 만든 거겠지?
쓰읍... 아무리 지형이 별로라지만 그래도 바다인데. 이거 너무 실망스러워서 그냥 갈아엎고 싶어지는걸.
“으음... 메리... 아니, 써니호 2대 들어오면 그냥 꽉 차겠네...” “써니? 뭐야 그건?” “아. 그냥 혼잣말이야.”
에휴. 바다라고 해서, 나중엔 마왕 일가 전용의 커다란 호화 요트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그런걸 생각할 단계가 아닌가 봐. 이걸 다 뒤집어 엎으려면, 절벽을 싹 다 밀고 해안가를 만드느라 저 뒤쪽까지 지형을 바꿔야 되는 수준이니까.
물론 안될 거야 없겠지만... 여길 그렇게 뒤집어 엎는 것보다, 바다 근처에 있는 다른 도시를 정복하는 게 더 빠르고 싸게 먹히겠지?
마법도시를 정복하고 나면 기념 삼아 내 음수들이랑 같이 바다 위에서 즐겨보려고 했더니... 에휴. 아쉽다 아쉬워.
“자. 그럼 구경 다 했지? 볼 것도 없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자.” “에엥~? 뭐가 그리 급해. 그래도 바다에 왔는데 바람 좀 쐬고 그래야지.”
작은 항구의 끝에서 바다와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내 음수들.
규모는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바다라서 그런지, 내 음수들의 표정은 꽤나 즐거워 보이는 표정들이었다.
애초에 에센티아에선 어디 돌아다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모험가들이나 모험가들을 고용할 정도의 귀족이 아니라면 평생 도시에 박혀있는 게 보통일 정도니까.
비록 제대로 즐기진 못한다지만, 그래도 바다 구경 좀 하면서 이야기 좀 하다 가도 될 텐데. 뭐가 이렇게 급한 거람?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럼 구경 좀 하다가 들어와. 난 연구동에서 잠깐 쉬고 있을 테니까.” “잠깐잠깐잠깐. 너 기분 전환시켜주는 게 목적이었는데 네가 가면 안되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생각할 게... 으음. 아니지... 어차피...”
자신의 손을 붙잡는 내 손을 떼어내면서,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가지려는 듯하던 페이엔.
하지만 이내 긴 소매자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면서, 페이엔은 날 훑어보듯이 위아래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지성이 있기는 하니까... 크게 위험하지는 않으려나... 흐음...”
위허엄~? 내가~?
뭐야 이거. 페이엔이 갑자기 날 위험하게 보고 있는 거야? 어째서?
도대체 뭐 어쩌다가 내 말정액을 맛본 페이엔이 저런 시선을 보내게 된 거지? 분명 출발 전까진 별다른 건 없었는데?
“갑자기!? 설마 저번 일 때문에 그래!? 아니, 그건 그냥 네 몸 상태를 위해서 였다니까!?” “응? 아니. 그건 그냥 끝난 일이고.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너라는 존재... 정확히는 네 몸에 관해서야.”
페이엔의 시선이, 묘하게 싸늘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란 이야기를 들은 순간 왠지 모르게 페이엔에게 무엇인가를 들킨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걱정이라기 보단 의심에 가까운데... 실은 네 몸이 바뀌는 걸 보고, 네가 몬스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 “네엣? 제가 몬스터가 아니라구요?”
엣... 뭐야 이거. 제가 몬스터가 아니었다구요? 이 모습으로?
아니 뭐, 따지고 보면 영혼은 지구의 인간이고, 육체 재료는 테센티아, 제작은 에센티아 방식으로 이루어진 혼종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신이 내 몸을 만들 때 에센티아의 몬스터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었으니, 겉보기엔 완벽한 몬스터일 텐데? 테세르만 빼면 다른 몬스터들이랑 크게 다른 건 없어야 한다고?
그런데 내가 형태를 바꾸는 걸 보고 몬스터가 아니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째서 페이엔이 그런 의심을 하게 된 거지?
으음... 벌써 페이엔이 내가 마왕이란 걸 눈치채면 곤란한데... 이거, 몸을 바꿀 때 내가 뭔가 실수라도 했었던 건가?
“그 반응을 보니, 너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난 처음에, 네 말대로 단순히 네가 어린 것 때문에 어중간한 형태가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거든?” “어... 아니야? 난 이대로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인간 모습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이 이족보행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내가 인간 형태를 절실하게 느끼던 순간 얻은 형태니까.
여기서 나중에 좀 더 절실함이 커지거나 하면, 그대로 인간 모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신수들도 수백 년 동안 살면서 그런 절실함이 커졌던 것 아니야? 걔들도 몬스터로 살다 보면 인간 모습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을 테니까...
“단순히 오래 지낸다고 몬스터가 인간 모습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이전에, 인간 모습이 된다고 신수가 되는 게 아니라 신수가 되어야 인간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했었지?” “어...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몬스터의 영혼은 자아가 없는, 일종의 불완전한 영혼이라는 가설이 있거든?”
계속 내 몸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펴보면서, 교수님답게 설명을 시작한 페이엔.
지금 페이엔의 시선은, 무엇인가 나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생명체로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 불완전함 때문에, 몬스터들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객체마다의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는 연구가 있었어. 자기 의지가 없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는 것처럼 말이야.”
...어? 이거 혹시, 여신이 몬스터들을 조종하던 방식에 관한 이야기?
세상에. 마법사들이 생각보다 더 제법인데?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에센티아의 물리 법칙 같은 거라서, 몬스터들은 원래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내용일 텐데...
무슨 몬스터 테이밍 같은걸 연구하는 놈이라도 있는 건가?
“신수란 건, 그러한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영혼이 달라져서, 자아를 가지고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존재들을 말하는 거야.”
호오오... 그렇다는 건, 신수는 여신의 제어에서 벗어난 일종의 버그 같은 녀석들이다?
설마 신수도 용사들 같은 버그들 이란 건가? 으음... 이쪽은 마왕이 되면서 제대로 지식을 얻은 게 없어서 뭐라 확신하기가 조금...
어쩌면 버그가 맞기는 하지만, 용사들처럼 우주의 에너지 흐름을 망치는 건 아니라서 여신도 딱히 정리할 생각이 없었던 걸지도?
그렇지... 용사들처럼 문제가 되는 존재들이었으면, 세계수가 최초의 신수가 되었을 때부터 큰 문제였을 테니까...
...아니 근데, 여신은 왜 이런 정보를 안 남겨 준거야? 에센티아의 모든 정보를 넘겨준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용사나 테센티아 말고는 영 부실하네?
하여간 폐급 여신 같으니라고.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구만 이년.
“그렇게 영혼이 달라진 신수들은, 그 자아를 가진 영혼이 인간과 흡사해져서... 내가 듣기론 그 영혼에 맞춰서 몸을 재구성 하는 거라고 들었거든?” “호오오... 그런데? 나도 그렇게 재구성 하는 거 아닌가?” “육체의 재구성 이란 건 그렇게 쉽지 않아. 세포는 물론이고, 몸을 이루는 구성 성분이 몬스터와 인간은 너무나도 다르니까.”
으으음? 그거야, 당연히 마법적인 무언가로 쓱싹 하는 거 아니야?
“신수들이 몸을 바꿀 때는, 그 몸의 세포나 물질들... 그것들을 모두 인간의 육체로 바꾸어야 해. 인간에 가까워진 자신들의 영혼 형태에 맞춰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나도 들은 내용일 뿐이지만... 신수를 연구하던 교수 말로는, 몬스터의 육체를 녹여서 영혼이라는 틀에 붓는다고 생각하라더라고. 몬스터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건, 몬스터로 지내던 경험으로 인해서 억지로나마 바꿀 수 있는 거라던가?”
그렇게 들으니, 어쩐지 신수들은 인간 형태밖에 될 수 없다는 느낌인데... 어라?
...그러면 나는? 나는 켄타우로스 같은 형태도 될 수 있는데?
“아무튼. 나도 두 번 정도 봤을 뿐이지만, 마법도시에 방문했던 신수들의 형태 변화는 너와는 너무나도 달랐어. 그들은 너처럼 연기가 되지도 않고, 옷이 바닥으로 떨어지지도 않아. 찰흙마냥 몸이 뒤틀리면서 변한다구.”
눈동자에서 뭔가 의심하는 듯한 느낌이 깊어지면서, 내 몸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는 페이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그녀의 태도가 왜 변한 것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인종 몬스터라면 굳이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을 정도였어. 그런데, 너는 애초에 방식 자체가...” “...나처럼 몸이 연기가 되면서 바뀌는 건, 어딘가 이상한 것이다?” “...이상하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네 몸이 바뀔 때 그 연기 같은 느낌, 뭔가 마물과 흡사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쓰읍... 이거 이상하네...
분명 여신이 만드는 방식은 몬스터로 만들었을 텐데. 근데 어째서 신수와는 다른 변형이 된 거지?
내 육체는 말하자면, 히어로 이터들의 육체가 좀 더 다듬어진 거니 마물과 흡사하다면 흡사할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내 육체의 원리는 분명 몬스터의 방식일 텐데. 어쩌다 이런 차이가 생기게 된 거야?
이 미친 폐급 여신 같으니. 도대체 뭐 이리 하는 것마다 어설픈 거야? 덕분에 페이엔이 날 마물로 보기 시작했잖아. 어쩔 거야 이거?
“처음엔 네 영혼이 아직 인간에 덜 가까워진 상태일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아니야. 이건 내 추측이지만... 너는 몬스터가 신수가 된 게 아니라, 마물이 신수 같은 게 된 게 아닐까? 마침 테세르도 지니고 있고...” “끄응... 그게 문제가 되나? 몬스터나 마물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아. 물론 내가 마물이라는 건 아니지만.” “당연히 문제지. 몬스터는 에센티아에 포함된 존재이지만, 마물은 다른 곳에서 흘러 들어온 존재야. 애초에 에센티아에 섞일 수가 없는 존재라고. 단순히 테세르란 에너지를 가진 것과는 이야기가 달라.” “어째서? 지금 내가 페이엔 너랑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지성이 있으면 대화도 나눌 수 있는데?” “그걸 얘기하면 좀 복잡해지는데... 으음. 일단 애초에 번식부터가 불가능하지? 네가 설령 인간 모습이 된다고 해도 말이야.”
뭣...!?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가능할 텐데!? 분명, 여신이 준 지식 중에 내가 인간 형태를 갖추면 신인류를 만들어낼 거란 내용이 있었는데!?
내 음수들이 보았던 미래 예지에도, 인간 모습이 된 내가 있었다고 들었거든!? 그때부터 신인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어!? 뭐지, 이거 당황스러운데!? 영혼이 제대로 된 건지는 의심스럽지만 음조마도 만들어냈는데! 그럼 당연히 인간 모습이 되면 신인류도 만들 수 있지 않겠어!?
어어... 이거, 내가 마왕이라서 페이엔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건가? 그렇겠지!?
끄오옵...! 분명 마왕이 되면서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뭔가 내가 알고 있던 거랑 달라지기 시작한 느낌이야!
“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아~ 분명 번식 가능할거라고~” “불가능해. 그 뿐만 아니라 애초에 마물은...” “에헤이~ 이제 보니 페이엔이 좀 사고가 굳어져있네~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그런 거랑은 전혀 상관 없거든? 그보다, 네가 마물일 경우엔 지금까지의 연구 자체가 좀 무의미해지는데...” “마물 아니라니까~? 몬스터 맞다고~ 아니, 마물이면 저기 도마뱀들 있는 곳에 놔두고 온 음조마들은 뭐라 설명할래?” “...그건,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지만...”
끄으읍...! 일단 뭐가 어찌 됐건 간에, 페이엔의 마음부터 붙잡아야 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마물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한 뒤부터 페이엔의 태도가 날 조금 꺼리기 시작한 느낌이니까.
끄윽...! 내 호감도가 충분히 오른 상황이었으면, 이런 의심이 시작됐더라도 이렇게 태도가 달라지진 않았을텐데...!
어쩌지? 이런 이른 단계부터 내게서 꺼림칙함을 느끼게 되다니. 음수를 만들면서 이렇게 된 건 처음이라, 어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어!
====================================================================== 이름 : 에레니아 페이엔 종족 : 엘프 레벨 : 34 ( 14840 / 32120 ) 칭호 : 말자지에 꺼림칙함을 느끼는 불안한 엘프 나이 : 56세 암컷 스킬 : [말정액 중독 Lv.1] [불신 Lv.2] 암컷 기록 : [첫 키스 : 말자지] [처녀] 수컷 호감도 : 아스모 마라 세마 2% 일리안 미하일 69% 하인즈 로아 사루앙 29% ======================================================================
끼야아아아악! 이게 뭐야!
50이 넘도록 첫 키스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건 기쁘지만! 호감도는 바닥에 불신이란 스킬 까지 붙어있잖아!?
이런 미친, 내가 부모나 다름없는 학장보다 못하다는 거야!? 아니 그보다, 너는 다른 사람은 마음에도 없냐!? 기타는 아예 있지도 않네!?
으아아... 미친... 이걸 어찌 수습하냐...
분명 마왕이라서 일반적인 마물과는 다른걸 텐데... 마물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울 텐데...
하필이면 형태 변화가 평범한 신수들이랑 다른 방식이었다니.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어쩐지 단순히 마물이란 의심 때문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페이엔이 마물을 싫어하는 듯한 느낌인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마... 아니 주인님~ 저기 뭔가 있어~” “...응? 리즈. 뭐라고?” “저기 멀리에 무슨 나무 파편 같은 게... 뭔가 사람 같은 것도 매달려 있는데요?”
속으로 아찔함을 느끼면서, 페이엔이 내가 마왕이란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도중.
무언가를 발견한 내 음수들이, 손을 흔들면서 나를 불렀다.
검은 눈동자를 살짝 찡그리면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클레아. 그녀를 따라 나도 그 곳을 바라보니...
멀리 바다 한 가운데에 놓여진 작은 바위 근처에, 무엇인가 나무 판자 같은 것과 함께...
검푸른색으로 보이는, 인간 같은 형체가 매달려있었다.
“어... 페이엔? 뭔가, 푸르딩딩한 사람 같은 게 저기 매달려있는데...” “...뭐? 그건... 마족인 것 같은데?”
뭐라고!? 마족!?
으아!? 갑자기 마족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잔뜩 기대하고 있었더니 죄다 도시를 떠났다고 해서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그런데 지금 마족이라고!?
으음...! 페이엔을 노리던 이 순간에 마족이라니...! 갑자기 가슴이 설레는데...!
페이엔의 의심을 풀기는 해야 하지만! 그래도 마족이라는데 얼굴은 확인해 봐야지!
거기다 저거, 아무래도 난파라도 당한 것 같으니까 말이야! 여기선 좀 자비를 베풀어서 구해줄 타이밍 아니겠어!?
“페이엔.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저 사람부터 구해야겠어.” “...그래. 아직 뭐라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니까...”
조금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떡이며 카드키를 꺼내는 페이엔.
배를 가져오겠다고 말한 뒤, 페이엔은 조금 떨어진 곳에 묶여있는 배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당장 페이엔의 불신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마족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
너무 멀어서 성별까진 구분 안되지만, 제발 암컷이었으면 좋겠는걸...! 지금 이 타이밍에 수컷이면 너무나도 실망스러울 거야.
암컷이겠지? 그렇지? 그래야, 구해준 내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가질 수 있겠지?
페이엔과 진지한 얘기를 하던 도중 흐름을 끊어버렸으니까. 암컷이 아니면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겠지?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누군지 모를 마족. 이 마왕님이 구해줄게!
아. 물론 수컷은 빼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