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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95화 (496/749)

Chapter 495 - 449화 - 계속 늘어나는 암컷의 의문! (4)

“...하아... 이 무슨...”

연구용도로 쓰이는 뗏목 같은 배를 타고, 마족이 매달려 있던 작은 바위에 도착한 나와 음수들.

그래도 몇 명이 낚시 정도는 할 수 있을만한 바위에 올라가 마족을 들어올리자, 정말 안타깝게도 이 마족이 수컷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 아니 시발... 마왕님께서 이렇게 구조해 주시는데, 암컷이면 어디가 좀 덧나냐?

이 상황에서 수컷이라니. 이 새끼 이거 진짜 눈치라곤 없네 정말.

안 그래도 페이엔에게 불신이 생긴 것 때문에 뭐했는데. 갑자기 기분이 확 잡치는 느낌인걸.

“다른 건 둘째치고 많이 지쳐있는 것 같네요. 치료보다는 체력 회복이 필요할 것 같은데... 주인님?” “...뭐, 어쩔 수 없지. 치료가 끝나면 데리고 가자.”

이 녀석을 치료해도 되겠냐는 듯이, 클레아가 나를 올려다보며 눈빛을 보냈다.

마족이고 뭐고 간에 결국 수컷일 뿐이니, 맘 같아서는 그냥 바다에 도로 던지고 싶지만...

페이엔이 옆에 있으니 뭐... 지금은 일단 구해줘야 하는 거겠지?

기껏 내 성녀가 치료해 주는 건데. 보람없게 말이야... 쯧.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녀석, 생김새가...

저 검푸른색의 피부... 그리고, 머리에 달린 저 뿔...

이놈은 수컷이라 기분 나쁘긴 하지만, 만약 암컷들도 이런 피부색과 뿔을 가지고 있다면...

오호홋... 이거 참. 생각만해도 별미처럼 느껴지는걸? 이 녀석이 하필이면 수컷이라는 게 안타깝다 못해 짜증스러울 정도야.

피부색이 영 인간 같지가 않아서 좀 오싹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암컷들의 경우엔 제법 색다른 맛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엘프들은 그냥 인간이랑 엇비슷한 외모에 귀만 좀 긴 수준인 것 같던데. 마족들은 왜 이렇게 차이가 심한 거지? 테세르 때문인가?

...푸흐흐. 뭐, 아무려면 어때.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붙잡기 딱 좋은 뿔도 달려있겠다. 마족 암컷들은 여러모로 기대해봐도 좋은 것 같은데.

“...얘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분명, 이 녀석은...” “응? 페이엔. 아는 녀석이야?” “아는 녀석이라기 보다... 이 녀석, 분명 얼마 전에 떠났던 마족 유학생인 것 같은데...”

가만히 수컷 마족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기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던 페이엔.

어디선가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 것인지 잠시 수컷 마족을 바라보다가, 페이엔은 이 수컷 마족이 매달려있던 나무 판자 쪽으로 향했다.

“...이 문양... 이건 분명, 마법학교 유학생들이 복귀할 때 타고 가는 배에 새겨진 문양인데...?”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듯한 커다란 나무 판자와, 거기에 장식된 독특한 문양.

찢어진 마법진처럼 보이는 그 문양을 살펴보면서, 페이엔은 한층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마족 유학생들이 돌아가다가 난파당했다는 건가?” “이 판자의 크기... 그리고 이 문양이 그려진 위치를 고려하면, 아마...”

사람 한 명은 어떻게 올라탈 수 있을 법한 커다란 나무 파편.

만약 이런 게 배에서 떨어져 나왔다면, 이 파편이 어디에서 떨어져 나왔건 간에 배가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랑 내 음수들이 오기 전에 떠났다고 들었으니까. 기간만 따지면 최소 2주 전엔 떠났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어디서 난파당했길래 여기까지 다시 되돌아온 거지? 얜 지금 얼마나 여기 매달려있던 거야?

...아! 잠깐! 그렇다는 얘기는, 배에 타고 있던 마족 암컷들은...!? 서, 설마 다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

이런 씨파알! 이 쓸모 없는 수컷 마족 같으니! 이런 판자가 있으면 지가 매달릴게 아니라 암컷들에게 양보를 해야 할 것 아니야! 레이디 퍼스트 몰라!?

조금만 운이 좋았더라면 마족 암컷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오, 진짜 눈치라곤 더럽게 없는 새끼네 이거.

이 좆같은 마족남 새끼 같으니! 너는 깨어나면 어디 몰래 끌고 가서 죽을 때까지 패버릴 거야! 마족 암컷들의 원한을 담아서 말이야!

“...컥, 끄윽, 윽...!” “주인님~ 얘, 일어난 것 같은데?” “거 새끼 진짜 운 드럽게 좋... 아니, 알았어~”

어이쿠. 이런. 나도 모르게 기분 나쁜 티를 낼뻔했네. 깜짝이야.

지금 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페이엔이 옆에 있는데. 이러면 안되지.

최대한 착한 몬스터 티를 내면서, 페이엔의 불신을 가라앉혀 줘야...

크윽. 진짜 성가시게 됐네 이거. 그냥 억지로 담배나 말정액을 접하게 만들어야 하나? 페이엔이 그걸 얌전히 받아들일까?

아 씨. 이런 건 좀 자연스럽게 가까워져야 재미있는 건데... 억지로 해결할 생각을 하니 뭔가 꼬인 것 같아서 짜증나네 이거. 어떻게 하지?

“야. 야. 정신이 좀 들어?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어?” “쿨럭! 커흑... 페, 페이엔... 교수...?” “그래. 벨포드 사 연구실에서 한번 얼굴 본 적 있지?”

나와 함께 다시 수컷 마족의 곁에 돌아와, 작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때리며 깨우는 페이엔.

이름까지 알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선가 서로 얼굴을 본 적은 있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시발. 이러면 또 어디 끌고 가서 패기 곤란해지는데.

이 커다란 판자에 혼자 매달려 온 것도 그렇고. 정말 운 더럽게 좋은 새낄세 이거.

“뭐야? 한참 마족령으로 돌아가고 있어야 할 텐데. 어쩌다 이런 꼴로 돌아온 거야? 배는 어떻게 되고?” “쿨럭, 쿨럭...! 그 괴물이...! 배를... 다들, 그 괴물에게...! 컥, 커흑...!” “괴물? 괴물이라니? 몬스터라도 나온 거야?” “꺼흑...! 그 괴물, 나를 가지고 놀았...! 큭, 그륵...!” “야, 야! 정신차려!”

바닷물을 잔뜩 삼켰는지, 계속 꼬로록 거리며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수컷 마족.

무엇인가 겁에 질린 듯한 한심한 모양새지만, 그것보다는 이 마족의 눈동자가 눈에 띄었다.

와아우. 설마 눈까지 클레아의 마안처럼 검은 마족눈일 줄이야?

클레아는 마족령에선 피부색만 해결되면 마음껏 마안을 개방하고 다닐 수 있겠는걸?

물론 눈 감고 있어도 다 보인다지만, 지금은 남들 몰래 슬쩍슬쩍 뜨기만 하고 드러내진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마족들은 전부 이런 마족눈인 건가? 이거, 마족 암컷들이 더 기대되기 시작하는데?

“끄륵...! 아, 안돼...! 여기 있으면, 또 그 괴물이...! 그륵...” “어? 야, 야! ...안되겠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회복시킨 후에 들어야겠어. 미안한데 이 녀석 좀 옮기...”

- 촤아아아아아악!!

다시 기절한듯한 수컷 마족의 얼굴을 살피다가, 도와달라는 듯이 말을 꺼내던 페이엔.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근처의 바다에서 무엇인가 커다란 파도소리를 내며 솟구쳐 올랐다.

“어, 어!? 뭐야!?” “푸히이이이이이이이익!!!”

나와 음수들이 모여있는 바위에 바닷물을 뿌리면서, 괴성을 내지르며 나타난 거대한 무언가.

빨판이 달린 거대한 촉수가, 바닷물을 휘젓는 것처럼 난동을 부리며 꿈틀거린다.

저런 거체가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 누가 봐도 괴물로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

그 촉수 중 하나가 뒤틀리듯이 꿈틀거리더니, 우리가 서 있는 바위를 향해 터무니 없는 기세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페이엔! 위험해!” “아, 잠깐...!”

내 음수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 페이엔을 들어올려 옆으로 빠진 순간.

무식하게 큰 촉수가 쓰러진 마족 수컷을 덮는 것처럼, 그를 짓누르며 바위를 부숴버렸다.

“마왕님!!”

다급하게 나를 부르면서, 세레스가 아래로 손을 뻗어 손 끝에 마법진을 만든다.

그러자 바위에서 뛰어 올랐던 우리들의 아래에, 바닷물이 얼면서 발을 디딜 공간이 만들어졌다.

“잘했어 세레스! ...아니, 그보다 지금 저 놈은...” “앗, 안돼! 저 학생이...!”

세레스가 만든 얼음 위에서 내 음수들과 모이는 동안, 내게 붙들린 채 괴물을 바라보고 있던 페이엔.

그녀의 외침을 듣고 괴물을 다시 확인하니, 괴물의 다리 끝에서 너덜너덜해진 수컷 마족이 그대로 끌려가다가...

커다란 괴물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던 괴물의 얼굴이 나타나 수컷 마족을 집어삼켰다.

“...어?” “응?” “어라?”

괴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누구랄 것 없이 의문이 가득한 소리를 내는 나와 음수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문어 다리의 중심. 그 중앙에는 무슨 크라켄마냥, 거대한 입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우리들 눈에 보인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몬스터의 머리였으니까.

팔이 없는 상반신과 함께,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달리 거대한 크기에 4개의 눈이 달린 몬스터의 머리.

그 몬스터의 머리는... 누가 봐도, 나와 비슷해 보이는 말의 머리였다.

“어, 어라...? 왜, 저 놈이 말대가리인 거지...?”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나와 음조마들 이외의 말의 외형을 가진 존재.

무엇인가 괴상하게 생긴 해마처럼 보이기도 하는 저 괴물의 상반신을 본 순간,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내 몸을 감쌌다.

저 괴물의 존재가 믿기질 않아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눈에 힘을 집중한 내 눈앞에는...

====================================================================== 이름 : 레비아탄 – 히어로 이터 종족 : 오[午] 레벨 : 측정 불가한 종류의 데이터. 칭호 : 멸망을 불러오는 자 나이 : ??? 에세르 : 3200 테세르 : 2,176,753 버그 제거 : 247명 ======================================================================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내 위치에 해당하는 종족을 가진 존재.

십이지 중에서 말에 해당하는 종족을 가진 저 괴물의 정보를 본 순간,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어딘가 어긋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괴물의 종족은, 분명 나와 겹치기에 나와서는 안될 글자일 텐데.

알 수 없는 정보를 확인하고 혼란에 빠진 나에게, 저 괴물이 빙긋 웃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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