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96 - 450화 - 문어 사냥!
뭐야 저 놈... 저 놈이, 십이지 중에서 말이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지? 히어로 이터는, 여신이 십이지에 맞춰서 한 마리씩 만들었던 게 아니었어?
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서 그런지, 굳이 동물 컨셉을 잡고 한 마리씩 만들었던 히어로 이터들...
애초에 신으로서의 권능을 쥐어짜내서 반쯤 억지로 만든 것들이라, 컨셉마다 하나 만든 게 고작이라고 했었는데?
분명 마왕이 되면서 얻은, 여신이 남겨둔 정보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나와 같은 말에 해당하는 놈이라니...?
도대체 저 놈은 뭐지? 내가 뭔가 놓친 게 있는 건가?
“푸히이이이이이이이익!!”
빨판이 달린 거대한 다리를 꿈틀거리면서, 무슨 소리인지 표현하기 힘든 괴성을 내지르는 레비아탄.
무언가 해마 같은 느낌이 드는 괴상한 상반신에서, 4개의 붉은 눈동자가 날 비웃듯이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시발럼이? 뭐야 저 새끼.
눈깔들이 왜 기분 나쁘게 가늘어지냐? 지금 나 보고 쪼개는 거야?
이런 건방진 새끼가... 마왕도 되지 못한 실패작 주제에, 감히 이 마왕을 보고 쪼갠다니?
용사들을 죽인 숫자를 보니 꽤 오래 전에 온 선배님 같은데. 그래 봤자 그 긴 세월 동안 마왕도 못되신 한심한 선배님 아니야?
거기다 그 말대가리... 이런 시발. 설마 그걸로 나랑 같은 말이라고?
여신 이 또라이같은 년이 진짜. 컨셉 중복은 둘째치고 저게 무슨 말이야 미친.
저 말 비스무리한 대가리, 설마 해마냐? 해마도 말 비스무리한 녀석이다 이거야? 애초에 해마랑 말은 종이 다르거든?
아니 해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런 문어다리를 달아주고선 말이라니? 도대체 무슨 센스인지 이해가 안되네 진짜.
거기다 말 컨셉으로 만든 녀석을 바다 괴물로 만들어? 하... 말은 달리는 동물이지, 바다 같은 곳에서 허우적대는 동물은 아니거든?
이거 왠지 모르게 모욕당한 느낌이라 기분이 좀 더러운데... 말이라고 설정된 녀석이 저딴 꼴로 있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야.
“푸힉, 푸히익...! 꾸르륵...!”
이런 시발. 도대체 저건 무슨 병신 같은 울음소리야.
괴성도 아니고 말 울음소리도 아닌 것이, 괴물이 입에 거품물고 말 울음소리 흉내 내는 것 같네 진짜. 저 소릴 들으니 더 기분 더러워!
그딴 모습으로 말 울음소리를 흉내내...? 이 새끼... 진짜 저건 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 어?
어어...? 이 새끼, 왜 그 문어다리 치켜드냐? 설마 해보려고?
하긴. 우리가 서로 친하게 지낼만한 사이는 아니지? 애초에 서로 마왕자리를 두고 누가 빨리 준비를 갖추는지 경쟁하는 사이였으니까.
이 말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새끼 같으니. 어쩌다 나랑 중복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이라면 그 꼴보기 싫은 몸뚱이를 처분해주마!
“세레스! 바닥을 넓혀! 리즈벳은 지원! 클레아는 버프! 세라는 페이엔을 데리고 있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호텔로 복귀해!” ““네! 마왕님!”” “아, 잠깐 너...!!”
세라에게 데리고 있던 페이엔을 내던지듯이 맡긴 후, 나는 내 머리위로 내려오는 거대한 문어다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바다 한 가운데서 얼음에 올라타 있는 이 상황. 발판이 사라지게 되면 정말 답이 없다.
하필이면 무기들도 챙겨오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니... 어떻게든 여기선 발판을 지켜내면서 저 놈을 팰 방법을 찾아야...
“으랴! 마왕펀치!”
공중에서 몸을 뒤틀어 내려오는 촉수를 쳐내자, 촉수의 각도가 바뀌면서 바다를 내리쳤다.
쳇... 혹시라도 주먹질에 터지거나 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은근히 단단하네 저 문어다리.
그렇게 약해 빠진 녀석은 아니란 건가... 쯧. 이거 어떻게 하지?
“푸르륵...! 끅, 푸이이익...!”
내가 쳐낸 게 의외라는 것처럼, 뻗었던 다리를 가져가서 멀뚱히 바라보는 레비아탄.
그 몸을 향해 리즈벳과 세레스가 날리는 불덩이와 얼음조각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레비아탄은 다른 다리를 휘저으며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읏...! 화력이 부족해!” “테세르는 남아돌고 있는데! 강력한 한방을 날릴만한 스킬이...!”
이런 시발. 덩치가 워낙 커서 그런가? 리즈벳이랑 세레스의 마법이 별 피해를 못 주네?
하긴. 리즈벳과 세레스가 쓰는 스킬들은 커 봤자 사람보다 약간 큰 바위수준. 근데 저 놈은 다리 하나가 무슨 건물만한 사이즈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평범한 모험가 수준은 넘어간 내 음수들인데. 다리 몇 개로 저리 막아내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니야?
이런 씹새... 어디, 마신구현화로 꺼낸 다리에도 여유로울 수 있을지 한번 보...
“푸르륵...”
뭔가 의외라는 듯이, 내가 쳐낸 다리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던 레비아탄.
기분 탓일까? 순간적으로 해마 같은 레비아탄의 머리가, 빙긋 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있는 레비아탄의 머리 위에, 마신구현화를 통해 거대한 말 다리를 만들어내려고 한 순간...
레비아탄은, 8개의 다리 끝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 다리들의 끝에서 일그러진 듯한 마법진들을 만들어냈다.
“아니 씹...! 이건...!”
그리고 그렇게 마법진이 만들어지자, 요동치듯이 거세지기 시작한 바다의 파도.
레비아탄의 근처에서 몇 개의 용오름이 만들어지며, 태풍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바다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저 딴것도 가능하다고...? 아니 그보다, 지금 저 새끼 주변에 검은 구체가...
설마 이런 상태에서 그걸 쏟아 부으려는 건 아니겠지?
“저런 녀석을 너희끼리만 맞서는 건 무리야! 시설로 돌아가야 돼!”
저걸 어떻게 막아내야 하나,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하던 순간.
세라와 함께 있던 페이엔이, 무언가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외쳤다.
“뭐!? 무슨 소리야!? 시설로 가봤자 저 녀석 덩치면...!” “해안가 근처에 바다의 대형종 몬스터들을 요격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 아마 연구원들도 지금쯤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 해도 지금은...! 쯧, 다들! 페이엔이랑 같이 항구 쪽으로 달려! 내가 시간을 벌 테니!”
뭔가 대포 같은 거라도 준비되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곤 해도 다 같이 벗어나긴 어렵다.
항구까지 방해 없이 쭉 달린다 쳐도 몇 분은 걸릴 거리. 저 놈이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정 방법이 없다면 세라의 차원문으로 튈 수도 있겠지만... 이 마왕이, 이딴 문어인지 해마인지도 모를 놈 때문에 도망을 친다고?
말도 안되지. 그리고 무엇보다 저 새끼의 존재를 용납할 수가 없어.
일단 내 암컷들은 모두 대피도 겸해서 요격을 준비시키고, 난 이대로 이 새끼를 붙잡고 있는다!
“마왕님! 아무리 그래도 위치가 너무...!” “괜찮아! 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쳐도, 나 혼자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페이엔! 요격은 바다 속도 가능해!?” “가능은 한데...! 너무 멀리 끌려가면 안돼! 지금 여기 정도가 한계야!” “그럼 됐어! 내 암컷들이랑 가서 얼른 준비해!”
이 마왕의 육체는, 호흡을 못하면 괴롭긴 하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는다.
그러니 바다로 끌려간다 해도 어떻게든 대항할 방법은 있을 터.
일단 지금은 세레스가 만들어낼 길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페이엔이 말한 요격 시설과 함께 마신구현화로 이 녀석을 패버려야...
“조심하세요 마왕님! 얼른 준비할 테니!” “알았어! 흐읍!!”
내 음수들이 달리는 것과 동시에, 이쪽을 향해서 쏟아져 내리는 검은 구체.
그 검은 구체들을 향해 팔을 내지르자, 내 뒤에서 거대한 말다리가 만들어져 그 검은 구체들을 막아냈다.
좋아. 이대로 천천히 뒤로 이동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 보면... 어?
저 새끼, 다리 몇 개가 안 보이는...
“우왁!?” “마왕님!?”
아무런 충격이 가해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한 바닥의 얼음들.
내가 서있던 바닥의 얼음이 깨지면서, 레비아탄의 촉수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 촉수가 나를 휘감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내 음수들의 다급한 목소리.
내 음수들의 목소리가 귀에 다 들어오기도 전에, 내 몸은 촉수에 이끌려 바다 속으로 끌려가 버렸다.
“꼬록, 끅...!”
야이 씹새끼. 말이나 하고 끌고 가던가. 코에 물들어갔잖아!
이 양심 없는 새끼. 지금 바다 속에서 싸우자 이거야? 니가 그러고도 말이야?
말이면 시발 땅 위에서 싸워야지! 치사하게 바다 속으로 끌고 가지 말라고!
“그르륵, 끅...!”
끄아악! 내 눈! 생각만큼 따갑지는 않지만, 바닷속에서 눈 뜨려고 하니 기분 나빠!
이 씹새끼 몸통 어딨어. 그 말대가리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대가리에, 마신구현화로 진짜 말다리를... 어?
「네가, 바로 그... 여신이 만들어 낸 재앙이구나」
어? 이 새끼, 바로 코 앞에 있었네... 가까이서 보니 대가리가 내 덩치만하잖아?
아니아니. 잠깐. 그보다 지금... 말을 했어?
「기어코 이런 녀석을 만들어내다니. 참으로 탐욕스러운 여신이로고...」
무언가 음향효과라도 입힌 것처럼, 바다를 울리듯이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어딘지 모르게 기분 나쁜 이 목소리는, 왠지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대로 계속 여신의 꼭두각시로 지낼 생각이더냐? 아직 늦지 않았다. 헛된 욕망은 버리고,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멸망을 받아들이...」 “꼬록...! 이 영감탱이가. 좀 봐주니 헛소리나 처하고 자빠졌네.”
짜디 짠 바닷물의 맛을 느끼며, 힘겹게 바닷물 안에서 발음을 내뱉는다.
제대로 들리기는 할까 싶은 웅얼거림. 하지만 내 말을 알아들은 모양인지, 나를 쳐다보던 4개의 눈동자는 가늘어지며 날 째려보기 시작했다.
“받아들이긴 뭘 받아들여. 꾸륵...! 다 뒤지는 게 올바른 거냐? 그래도 살 인간은 살아야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 우주의 멸망은 자연스러운 흐름인것을...」 “자연스럽긴 시발. 전부 싹 사라지는 게 뭐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신인류를 만들고 조금만 고치면 오래오래 이어나갈 수 있는데.”
그러고 보니, 그 원숭이 새끼도 뭐라 중얼거릴 수는 있었지...
히어로 이터 이 새끼들은 영혼이 육체에 맞춰지질 않아서 말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래 지내면 이렇게 말도 가능해지나?
아니 그보다. 이 새끼는 지금 뭔 흐름타령이래? 멸망이 자연스러운 거라니?
이 무슨 한심한 소릴 하는 거지? 혹시, 본인이 마왕이 되지 못했다고 자포자기 한 건가?
씹. 이미 물 건너 갔으면 뒤지기나 할 것이지. 브리트라 그 씹새끼도 그렇고, 이 새끼들 뒤끝이 좀 쩌네?
“수컷들이야 전부 죽겠지만, 암컷들은 남아서 신인류를 만들게 될 테니 쭉 이어나갈 수 있거든? 목소리도 그렇고 흐름 타령이라니. 넌 언제적 꼰대냐?” 「...흐흐... 참으로 어리석은 아해로고... 여신이 그래도 제법 눈썰미가 있구나. 이런 어리석은 녀석을 찾아낼 줄이야...」
하. 이 마왕을 애 취급해? 이래뵈도 30 넘은 아재거든?
이런 꼰대 같은 말투라니. 도대체 이 새끼는 언제적 인간이야? 야. 나이 까봐.
====================================================================== ... 나이 : 영혼 76세. 육체 211세. 특이 사항 : 1678년 태생 / 중국 청나라 출신 / 자연사 / 기혼 ... ... ======================================================================
이런 시발. 존나게도 할배였네 이거. 그것도 중국 할배야?
근데 어째 나이가 안 맞는데? 음... 이건 그냥 우주를 넘어와서 그런 건가?
뭐 어쨌건, 누가 수백 년 묶은 꼰대 아니랄까 봐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그러다 이 마왕한테 얻어 터지면 어쩌려고? 왜. 자연사해서 아쉬울 게 없는 거야?
“거 시발. 댁도 수백 명을 죽인 것 같던데 뭔 훈계질이야? 왜. 영감도 죽을 수컷들이 불쌍해?” 「같은 고향 출신도 아닌 이 우주의 인간들이 불쌍할 리 있겠느냐? 모두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한 것을...」 “근데 왜 참견질이셔? 살 거 다 살다 뒤졌으면 아쉬울 것도 없을 할배가. 꼰대짓 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사라지시지?” 「허허... 참으로 한심한 녀석이로군...」
촉수들을 꿈틀거리면서, 나를 기분 나쁘게 비웃는 거대한 말머리.
그렇게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다가, 레비아탄은 이제 볼 것 다 봤다는 듯이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이리도 어리석은 녀석이라면, 대화하는 건 무의미하구나. 본인이 꼭두각시라는 것도 의심하지 못하는 듯 하니...」 “아니 근데 이 꼰대가 보자보자 하니까. 자꾸 누구보고 꼭두각시래? 뒤지고 싶어?” 「...프흐흐... 죽어야 정신을 차릴 녀석이로고...」
죽긴 누가 죽어. 이 할배가 바다 속이라고 눈에 뵈는 게 없네.
감히 이 마왕과 싸워보시겠다? 왜, 왕년에 싸움 좀 하셨어?
자기도 히어로 이터가 된 후로 수백 명을 죽인 주제에. 감히 이 마왕이 하는 일에 태클을 걸다니...
그래. 어디, 누가 죽는지 한번 보자 이 새끼야.
“선빵필승!!”
붙잡힌 채로 주먹을 내지르자, 레비아탄의 옆에서 뻗어 나오는 거대한 말다리.
자기 몸통만한 말발굽이 레비아탄의 몸을 강타한 순간, 레비아탄은 기우뚱 거리며 붙잡고 있던 날 놓아버렸다.
씁...! 바다 속이라서 그런가. 생각했던 만큼 위력이 안 나오네.
그대로 저 짭대가리를 터트려버리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어리석은 녀석... 이대로, 바닷속의 모래로 만들어주마.」
옆으로 꺾였던 짭 말머리를 돌려 나를 째려보면서, 나에게 촉수를 뻗어오는 거대한 마물.
기세 좋게 한방 먹였지만, 이 바다 속에서는 어떻게 저걸 피할 방법이 없다.
끄아악...! 시발. 바닷속이라서 움직이기가 너무 힘드네. 피하진 못하겠어...!
페이엔이 말한 요격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 끄는 방법 밖엔 없나? 저 꼰대새끼, 어떻게든 내가 죽이고 싶은데...!
아오! 어떻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럼 바닷속이어도 할만할 텐데...!
하필이면 내가 말이어서 진짜! 아무리 그래도 바다에서 싸우는 건 좀 아니잖아!
신화중에서도 바다에서 활약했던 말은...! ...어? 잠깐, 분명 신화였나 판타지였나... 어딘가의 말 중에서, 바다에서 움직이던 말이...
그게... 어... 그러니까... 맞다! 그거! 그게 있었지!
「흐음...?」
머릿속으로 떠오른 짐승의 육체를 생각한 순간, 내 몸을 빠져나가는 레비아탄의 촉수.
나를 붙잡으려던 촉수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레비아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치켜 뜨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바다 속에서, 내 몸이 일렁거리며 연기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