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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97화 (498/749)

Chapter 497 - 451화 - 문어 사냥! (2)

“이쪽이야! 여기 안에서 외부에 있는 요격 시설을 가동하면 돼!”

자신의 보안키로 입구를 열어, 음수들을 방 안으로 들여보내는 페이엔.

몇 사람의 연구원들이 그 음수들과 페이엔을 쫓아와, 다급하게 페이엔을 불렀다.

“잠시만요 페이엔 교수! 요격 시설은 긴급상황이 아닐 시엔 학장의 허가가...!” “지금이 그 긴급상황이라고! 저런 괴물이 날뛰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니! 너희들 다 술 처먹고 있었지!?” “아니, 저, 그게...! 실은 어제 해안 탐지 시스템의 업데이트가 끝나서... 작은 파티 좀 열면서 조금...”

연구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다 준비되어있을 거라 생각하며 연구원들을 찾았건만.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페이엔을 맞이한 건 아무것도 모른 채 술 냄새를 풍기는 한심한 상태의 연구원들이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그런 것 가지고 파티를 열어!? 다 빠져가지고...! 아니 그보다, 몇 명은 당연히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이렇게 같이 출장 연구 나온 건데, 한 명이라도 빠지면 조금 섭섭한 느낌이라...” “섭섭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건 확실히 보고할 테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

마법도시에서 반나절은 걸리는, 해안 연구시설의 위치.

아주 멀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시설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일정한 주기로 파견을 나온 자들이었다.

제대로 된 감시도 없이, 그렇게 돌아가며 근무하기 때문일까.

이곳 해안가 연구시설에서의 근무는, 파견 나온 연구원들에게 있어선 사실상 휴가나 다름 없는 근무였었다.

그런 휴가나 다름없는 시간에 별다른 놀이거리도 없으니, 적당히 일하는 시늉만 하다가 평소처럼 술을 꺼내 즐기고 있던 연구원들.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페이엔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외부인이 찾아왔는데 계속 이런 상태일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려버린 한심한 모습에 짜증을 내면서, 그 어려 보이는 얼굴로 분노를 내비치는 페이엔.

외모와는 달리 나름대로 교수들 중에선 고참인데다가, 도시의 최고 권력자인 사루앙의 딸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분노에 연구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녀를 쫓았지만...

“술 취한 놈들은 필요 없으니 나가! 그런 상태로 뭘 하겠단 거야!?”

하지만 페이엔은, 매몰차게 그들을 내팽개치며 방 안으로 음수들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 잠시만요 페이엔 교수! 지금 요격 설비는 에세르의 충전도...!” “정말 개판이네 진짜! 알아서 할 테니 니들은 나가서 상황이나 살펴!”

그렇게 짜증을 내고서, 요격실의 자동문의 락을 거는 페이엔.

한심한 얼굴들이 사라지자, 페이엔은 한숨을 내쉬며 방 안에 놓여진 마도구들을 동작시키기 시작했다.

“하아. 뭐 저런 한심한 놈들이... 미안해요 다들. 못 볼 꼴을 보여버렸네.” “수컷 인간들이 다 그렇죠 뭐♥ 저희는 괜찮답니다♥” “수컷 인간...? 아니 뭐, 대부분 남자들이긴 한데...”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세라를 향해,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페이엔.

그녀의 옆에서는 분한듯한 표정의 리즈벳과 세레스가, 억울하다는 듯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 짜증나! 이런 상황에서, 마왕님의 도움이 되질 못하다니!” “테세르 덕분에 변환해둔 마나는 충분했는데... 설마 저런 거체를 상대하게 될 줄은...”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것보다 새로운 스킬을 연구해볼걸 그랬어! 빠르게 마왕님을 도울만한 한방이 없잖아!” “저번 몬스터 침공 때 일도 있으니... 앞으로 저런 놈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새로운 스킬을 익혀 둬야...”

저 거대한 마물이 나타났을 때부터, 무엇인가 그녀들이 꺼내는 말들이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마왕님? 테세르라니? 그녀들도 테세르를 지니고 있다는 말일까?

분명 테세르는 세마의 말정액에 포함된 에너지였는데. 어떻게 인간인 그녀들이 그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런 괴물에게 신수가 끌려가 버렸는데. 짜증은 내고 있지만 걱정하는 느낌이 없다니.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한데도, 지금 신수의 동료인 그녀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침착해 보였다.

“신경 쓰지 마세요. 페이엔 교수♥ 두 사람은 그저, 조금 짜증이 났을 뿐이거든요♥” “아니 그게... 뭔가 이상한 단어들을 말하는 것 같아서...” “후후♥ 그냥 별명이나 저희끼리 쓰는 용어를 말하는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답니다♥ 아. 뭔가 나왔는데요?”

마도구들의 준비가 끝나면서, 홀로그램처럼 나타난 해안가의 풍경.

그 풍경을 확인한 페이엔은, 신경 쓰이던 것을 잊고 자리에 앉아 준비된 마도구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윽. 역시 바다 속으로 들어갔나... 아니 근데, 남은 에세르가 1/3밖에 없어!? 이 새끼들 진짜...! 이런 건 미리미리 충전을 해놔야 할 거 아니야!”

연구원들의 한심한 일처리에 분노하면서, 화면에 나타난 영상을 바꾸어나가는 페이엔.

애초에 이곳에 있는 요격병기는, 왕국에서 마족과의 전쟁에 쓰기 위해 제작을 의뢰한 병기의 프로토타입.

사실상 마법도시 외에선 볼 수 없는 첨단 병기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을 줄이야.

비록 지금은 사루앙을 포함해, 전쟁을 원치 않는 온건파들의 항의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몬스터 토벌에도 쓸 수 있는 첨단 병기인 만큼 유지보수는 확실히 되고 있어야 할 텐데.

그 거대한 괴물을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에세르 잔량을 보고 혀를 차면서, 페이엔은 우선 신수의 모습을 찾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없어... 여기도 없고... 큰일이네... 설마 탐지 영역 밖으로 끌려간 건...” “음~ 글쎄요... 싸우고 계신 지까진 모르겠지만, 아까 그 근처에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 “왜 그렇게 여유로워요?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인데.” “...후훗. 저희는 알 수 있답니다. 주인님은 이런 곳에서 죽으실 분이 아니시거든요.”

도대체 뭘까. 화면을 바라보는 이 여자들의 가벼운 분위기는.

마치 그 세마와 이어져 있기라도 한 것 마냥, 주변의 여자들에게서 묘한 믿음이 엿보인다.

아무리 동료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니?

세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일까?

테세르를 사용한다는 식으로 말하던 것도 그렇고. 그녀들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혹시, 그 녀석이랑 이 여자들은... 관계를 가지다가, 뭔가...’

거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페이엔은 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에 떠오른 여자들과 말자지의 교미를 떨쳐버렸다.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사생활. 설령 세마가 이 여자들 모두와 몸을 섞고 있더라도, 본인이 참견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 마약 같은 말정액을 가지고 있는데다, 신수인지 마물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세마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파악되기 전엔, 쓸모 없는 억측일 뿐.

혹시 무엇인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이 아닐까 의심되지만. 그런 건 나중에 파악하고 지금은 우선 그 거대한 괴물을 토벌하는 데 집중해야...

“아! 찾았...! ...어?” “응?” “어라?”

그렇게 한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무시하고 화면을 살펴보던 도중.

무엇인가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고는, 페이엔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그것을 확대했지만...

그런데 그 순간, 페이엔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음수들조차 얼빠진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알고 있던, 흉악한 근육을 가진 몬스터의 모습. 그러나, 그 하반신에는...

음수들조차 처음 보는, 물고기 같은 하반신이 달려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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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씨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촉수들을 피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캬아. 세상에. 이게 뭐야. 설마 했던 인어 같은 하반신이라니!?

머릿속으로 켈피를 떠올렸을 뿐인데! 인어공주, 아니. 인어마왕이 되어버렸어!

마왕이 된 이후 다른 형태를 지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설마 이런 바다 전용 형태를 가지게 될 줄이야!

끼요옷! 갑갑하던 바닷물이 가벼운 공기같아!

“크하핫! 할배! 적중률이 영 시원찮은데!? 안경 하나 맞추셔야겠어!”

8개의 촉수들이 날 휘감으려고 들지만, 인간형보다 더욱 유연해진 내 몸은 미끄러지듯 헤엄치며 그 촉수들 사이를 피해 움직였다.

푸하핫! 진짜 뭐냐 이거!? 근육질인 상반신에 물고기 하체가 달려있는 게 좀 징그럽긴 한데!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너무 편해!

암만 물고기 하체가 달렸다지만, 바다 속에서 이런 움직임은 말이 안되질 않아!? 뭔가 스킬 이라도 생긴 건가!?

요격 병기란 게 준비될 때까지 그냥 시간이나 끌어보려고 했는데...! 이거라면, 저 좆같은 꼰대를 패버리는 것도 가능하겠어!

「건방진...!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바다 속에서 이 몸을...」 “문어주제에 개소리 하고 있네! 마왕펀치!!”

또 검은 구체를 쏘려는 것인지, 다리 몇 개로 마법진을 만들던 레비아탄.

그러나 그 마법진은, 단숨에 그 커다란 말머리 옆으로 다가간 나의 근거리 마신구현화에 막혀 완성되질 못했다.

캬아. 역시 마신구현화는 내 몸 근처에서 구현해야 위력이 제대로라니까. 저 짭대가리 꺽이는 것 좀 봐.

이거 가볍게 날린 마신구현화가 이 정도면, 힘 좀 제대로 쓰면 저 몸뚱이를 날려버릴 수도 있겠는데?

그래... 여태까지 내 마신구현화는 전력으로 사용된 적이 거의 없었지.

어디 내 마신구현화가 얼마나 강한지, 그 커다란 몸뚱이로 시험해 볼까? 할배?

“후우웁...!” 「이 놈...! 아무리 그래 봤자, 이 바다 속에서는 나를...!」 “아 그럼 밖에서 뒤지시던가!!”

한쪽 팔에 힘을 집중시키다가,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빠져 레비아탄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 순간, 바닥에서 만들어진 레비아탄의 다리보다도 커다란 말의 다리.

내 가속력에 영향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 거대한 말다리가 레비아탄의 커다란 몸을 해저에서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레비아탄을 걷어 차듯 그 거대한 몸을 바다 밖으로 날려버렸다.

「우오오오오!?」 “오옷...!! ...어, 어라?”

몸이 변해 조금 흥분한 것 때문일까.

예상보다 더 많은 힘이 실렸는지, 마신구현화 한방에 몸에 피로감이 찾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보다... 저 작은 섬처럼 느껴지던 커다란 문어가, 너무 멀리 날아가는데...?

어, 어... 설마... 지금, 진짜 육지 쪽까지 닿는...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히에에엑...! 미친. 진짜 닿아버렸네.

비록 넘어간 건 아니고 해안가 절벽에 부딪친 정도지만. 설마 저기까지 밀어낼 줄은 몰랐는데.

거의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던 문어를 이렇게 날려버릴 줄이야... 으음. 평소에는 개미 같은 인간들만 짓밟다 보니 힘 조절이 어렵네 이거.

저기까지 날려버렸는데. 요격 병기란 건 쓸 수나 있으려나?

...뭐, 못쓰면 내가 죽여버리면 되지. 이런 바다 전용 형태도 생겼겠다, 저 딴 할배 한 마리쯤은 충분히 보내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오? 잠깐. 지금 저 할배 뒤에서 뭔가 빛이...

「끄아아아아아아악!」

절벽에 부딪친 상태에서, 나에게 반격하려는 듯이 촉수들을 까딱거리며 몸을 재정비하던 레비아탄.

그런데 그 몸의 뒤에서, 하얀 빛 같은 게 일렁이더니 그대로 레비아탄의 몸을 뚫고 나와 솟구쳤다.

캬아. 뭐야. 저게 그 병기야? 내가 딱 좋게 날려버린 건가?

완전 빔포네 빔포. 저런 병기를 만들다니. 이거 공부만 하는 샌님들이라고 무시하면 안되겠는걸?

...근데. 한 발뿐인가? 찍 싸듯이 쏘고는 그냥 끝나버렸네?

「이 무슨...! 하필이면 대비도 하지 않고 있던 곳에서...!」 “어쩌라고! 마왕펀치! 마왕펀치!”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싸움은 틈을 주지 말아야 하는 법.

구멍이 뚫린 부위가 꿈틀거리며 막히는 것을 보자마자, 그대로 달려가 냅다 마신구현화를 박아 넣어 버렸다.

한방 한방 꽃을 때마다 굉음을 울리며, 절벽에 처박히듯이 몸이 납작해져 가는 레비아탄.

그 뒤에 있을 병기가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건 아니니까 뭐.

이렇게 괴물도 잡아주는 데다가, 설령 좀 문제가 생기더라도 돈으로 배상해주면 상관없겠지.

다 박살 나고 있는 절벽도 좀 신경 쓰이지만, 이 녀석을 놓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크하아아악!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구나 애송이!」 “그 대사.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광고하는 것 같은데. 할배.”

전형적인 패배자가 발악하는 순간이잖아 이거. 벌써 HP가 다 떨어진 거야?

푸흐흐. 덩치만 크지 이거 조또 아니시구만. 야. 수백 년 동안 뭐하고 지낸거냐?

...근데 확실히 좀 지치긴 하네. 나도 지금부터는 테세르 잔량 좀 신경 써야...

...어라?

「그래도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곱게 보내주려고 했건만! 다 네가 자초한 것이다! 흔적도 없이 지워버려 주마!」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면서, 짭 말머리의 입을 벌리며 심상치 않은 검은 구체를 만들어내는 레비아탄.

하지만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레비아탄 쪽이 아니었다.

히어로 이터답게 거무칙칙한 몸을 가진 레비아탄. 그런데 그 검은 몸 사이에서, 무언가 렌즈처럼 보이는 것이 반짝이는 듯 하더니...

아까의 하얀 빛이 아닌 흑자색의 빛이 일렁거리다가, 그대로 레비아탄의 몸을 뚫으며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악!!?」

검은 구체에 힘을 집중하다 말고, 그대로 그 검은 구체를 이상한 방향으로 쏘아버리는 레비아탄.

레비아탄의 공격이 바다를 가르고, 하늘을 향해 병기에서 쏘아진 흑자색의 빛이 심상치 않은 기세로 더욱 커져가다가...

그대로, 검은 색의 폭발이 생겨나며 레비아탄과 해안가의 절벽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옷!? 긴급 탈출!!”

마신구현화로 만든 말다리로 레비아탄의 몸을 내려 찍으며, 그 여파를 이용해 그대로 뒤로 빠져나간 순간.

병기의 폭발이 해안가의 절벽들을 무너트리며, 쓰나미가 일어난 것처럼 바다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뭔가의 스킬이 붙어있는 게 아닐까 싶은 자유로운 이동이 아니었다면, 나조차 집어삼켜졌을 거대한 폭발.

그 폭발과 함께, 레비아탄의 몸이 먼지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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