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98화 (499/749)

Chapter 498 - 452화 - 문어 사냥! (3)

꼰대 같던 레비아탄과의 전투가 끝나고, 한숨 돌릴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히야아... 이거 아주 싹 다 날아갔네 정말.”

내 음수들과 합류한 나는, 해안가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게 뭐야... 분명, 여기 해안선은 저 멀리에 절벽이랑 같이 있었는데...

요격 병기인지 뭐시기인지 그게 터지면서, 꽤 넓게 퍼져있던 절벽들이 싸그리 다 날아가 버렸네?

덕분에 바닷물이 밀려들어와서, 거의 연구시설 코 앞에 해안선이 만들어져 버렸고...

이거 내 탓이라고 봐야 하나? 아니. 따지고 보면 병기 폭발이 지형을 바꾼 거니까, 내 탓을 하는 건 좀 그렇지?

...물론. 그 폭발은 내 음수들이 원인일수도 있는 모양이지만.

“정말 싹 날아갔네... 그나마 연구 시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괜찮아 페이엔? 절벽만 날아간 게 아니라, 그 병기인지 뭔지도 날아가 버렸는데...” “...뭐, 긴급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애초에 그 병기, 몬스터 토벌용이라고 했지만 사실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몬스터 토벌용으로 쓰고 있던 거거든.” “흐음... 그래도 병기이니 제법 비싼 거 아니야? 내가 돈 좀 댈까?” “저게 얼마인지 알고? 고위 귀족이면 모를까, 개인이 지불할만한 돈은 아니거든?” “그래도... 폭발한 원인이 뭔지 정확히 모르잖아. 이대로면 너 혼자 독박 쓰는 거 아니야?”

워낙 거대한 몸뚱이다 보니, 인간을 개미처럼 짓밟을 수 있는 마신구현화 조차 꽤나 버티던 레비아탄.

힘 조절에 실수해서 나도 모르게 해안가 절벽까지 날려버렸지만, 운 좋게도 병기가 설치된 곳에 떨어져서 어떻게든 공격은 가능했었다.

문제는 가볍게 몸을 뚫은 것 만으로 에너지가 바닥나 버렸고, 다급해진 페이엔이 내 음수들이 가진 테세르를 에너지 충전에 써먹었다나?

책임자인 페이엔이 요청한 데다 내 음수들 역시 테세르를 그렇게 써먹을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그대로 페이엔이 알려준 충전실로 달려가 테세르를 충전시켜 봤다고.

어떻게 인간이 충전 가능한 설비가 있기는 했지만, 설마 4명 만으로 공격할만한 에너지가 충전될지는 몰랐다는데...

푸흐흐. 페이엔. 우리 음수들의 정력이 좀 대단하긴 하지?

어쩐지 두 번째 공격은 빔의 색이 심상치 않더라니까. 내 음수들의 활기찬 에너지 덕분에 그런 색이 나온 것 아니겠어?

뭐 아무튼, 페이엔의 생각대로 어떻게 병기의 동력원을 테세르로 대체할 수는 있었던 모양인데...

문제는 급하게 테세르를 쓴 것도 그렇고 내가 거기다 마신구현화를 가져다 박은 것도 그렇고. 터질만한 요소가 너무 많았단 거네.

그 꼰대가 발악하는 거 보고 그냥 먼저 죽이겠단 생각으로 계속 공격한 건데. 그래도 병기가 있으니 조금 참았어야 했나?

으음... 그래도... 소멸 직전에 내 막타가 들어간 건지, 나랑 내 음수들이 경험치는 맛있게 먹었으니까...

이 마왕과 마왕의 암컷들이 강해졌는데. 이 정도 날려먹었다고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페이엔이 좀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찌 보면, 이 뒤에 난감해진 페이엔을 도와주는 기회라는 생각도...

“...마왕님. 이렇게 보니, 거슬리던 절벽들이 꽤나 정리되었네요?” “응? 세라. 그게 무슨 소리... 아.”

가만히 해안가를 바라보던 세라가 꺼낸 말을 이해한 순간, 머릿속에서 빛이 번뜩이는 느낌이 들면서 감탄이 새어 나왔다.

그래... 바다라고 해서 모래사장 깔린 해변가를 기대했는데. 그런 해변이 아니라 절벽투성이의 바다라서 아주 실망스러웠었지?

근데 그 절벽이 날아가면서, 뭔가 자연스럽게 해수욕장의 모양이 만들어져 버렸네?

중간중간 돌 파편 좀 치우고, 뒤에 있는 시설들만 정리하면... 그럼 완벽한 해수욕장이잖아?

햐... 뭐야 이거.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해수욕장을 만들어 버리다니...

아. 생각해 보니 여기 연구 시설도 조금 개조하면 숙박 시설 같은 걸로 써먹을 수 있겠는데?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히 놀러 오긴 딱 좋겠어...

이야아. 경험치에 해수욕장, 그리고 어찌 될진 모르지만 페이엔을 돕는 척 하며 따먹을 수 있을만한 상황까지 만들어지다니.

레비아탄 그 놈, 헛소리 하는 꼰대 같아서 좀 좆같았는데. 이거 갑자기 장례라도 치러주고 싶은 기분인걸?

“푸흐흐... 그렇네... 세라. 이 건은 나중에 따로 논의를...” “으아아아! 항구까지 완전 다 무너졌네! 페이엔 교수! 이제 어쩔 겁니까!?”

다듬어진 해안가에서 내 암컷들과 함께 즐기는 상상을 하며 세라에게 말하던 도중.

내 뒤에서 추레한 수컷들이 머리를 붙잡으면서, 절규하듯이 페이엔을 탓하기 시작했다.

“제가 말했었죠!? 에너지도 없는데 무리하게 운용하니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여긴 연구시설일 뿐만 아니라 유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항구역할도 하는데! 이제 배들은 어디에 정박해야 하는 거죠!?” “하필이면 우리가 근무할 때 이런 일이...! 이걸 도대체 어찌 수습해야...!”

뭐야 이 새끼들. 이제 와서 뭔 헛소리들이지?

암만 항구나 병기가 날아갔다지만, 그런 괴물 상대로 죽은 놈들도 없는데 말이야. 아. 그 수컷 마족은 죽었지?

그래도 본인들은 멀쩡한데.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페이엔한테 찡찡대는 꼴들이라니...

짜증나네. 그냥 전부 바다에다 던져버리고 싶어지는걸?

“뭐? 야. 따지고 보면 니네 잘못도 있거든? 병기 관리만 똑바로 해놨으면 금방 끝났을 거 아냐!?” “그게 무슨 말입니까! 폭주로 모든 에너지가 폭발해서 그렇지, 마나입자포는 에세르 변환 딜레이 때문에 저런 괴물을 잡을만한 출력이 안 나온다구요!”

나오던데? 분명 첫 공격은 찍 싸는 수준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첫 공격도 몸을 뚫긴 했었는데?

그나저나, 그 병기 이름이 마나입자포야? 에이. 너무 센스 없다 니네~

나한테 그런 병기가 있었으면, 어디 마왕이란 티를 내면서 SF에서나 나올법한 근사한 이름을... 응?

...페이엔 얘. 안색이 왜 이렇게 새파래진 거지?

“딜레이를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조작해야 하는 병기인데, 그런 충격이 가해졌으니...! 비록 지원은 끊겼다지만, 많은 이들이 개선점을 찾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게 전부 날아가지 않았습니까!?” “디, 딜레이? ...야! 그, 그런 괴물 잡다 보면 부서질 수도 있는 거지! 병기란 게 다 그런 거 아냐!?” “그게 세상에 하나뿐인 마나입자포 아닙니까! 긴급상황 이란 말이 먹힐 것 같아요!? 페이엔 교수야 학장이 지켜주겠지만, 저희는 아니라구요!”

아하... 얘네. 지금 일자리 잃게 생겨서 이 지랄들을 하나 보네?

근데 뭐 일자리 잃는 정도로 지랄들을... 어차피 십 년 안엔 다 뒤질 텐데.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런담?

그나저나... 페이엔... 지금 표정을 보니, 이거 설마... 조작 미스...

세상에... 그럼, 그 마나입자포인지 뭔지가 폭발한 건... 내 주먹질이나 음수들의 테세르 때문이 아니라...

“아, 징계받지 않도록 도와주면 될 거 아니야! 큰 문제 없도록 처리해 줄 테니까, 칭얼대지들 말고 저리들 비켜!” “진짭니까!? 모른 척 빠져나가려고 하시는 건 아니시죠!?” “병기 조작은 내가 했거든!? 너희 술 처먹고 놀던 것까지 다 감싸줄 테니까! 시설이나 정비들 하고 있어!”

캬~ 페이엔. 완전 멋있다~

쬐끄마한 어린애처럼 생긴 주제에 다 감싸주겠다니! 너무 멋있어서 반할 것 같아~ 아, 왠지 모르게 현장에서 얼른 벗어나려는 것 같기도 하지만!

푸흐흐. 이거 여유롭게 새로 생긴 해안가 구경 좀 하다 가려고 했는데. 우리 페이엔 때문에 얼른 돌아가야겠는걸?

“이야~ 인간 수컷들 아니랄까 봐, 정말 한심한 놈들이네? 지들이 책임자면서 뭘 너보고 책임지라는 거람?” “크, 크흐음... 아니 뭐, 여기 연구 시설이 만들어진 이유 중에 하나가 저 병기니까... 다들 충격적일 텐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런가? 푸흐흐. 그렇다 쳐도 참 찌질들하구만. 이런 쬐끄마한 엘프한테 다 떠맡기려고 하다니.”

이거 재미있네. 어쩌다가 우리 페이엔 교수께서 그런 실수를 하셨대? 큭큭.

조작할 때 그런 딜레이도 일일이 다 넣어줘야 했던 건가? 페이엔은 그걸 모르고 그냥 냅다 쏴버린 거고?

푸핫. 너무 자연스럽게 병기 얘길 꺼내서, 본인이 제작에 참여했거나 쓰는 방법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병기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

나 참... 난 또, 페이엔이 연금술 계통뿐만 아니라 저런 병기까지 다룰 수 있는 엄청난 엘프인줄 알았잖아.

물론 처음 쓰는 병기를 그렇게나마 사용했단 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이렇게 실수한 걸 보니 왠지 모르게 페이엔이 귀여워 보이는데?

큭큭. 어쩔 수 없네~ 페이엔이 많이 당혹스러운 모양이니, 여기선 얌전히 모른척하고 넘어가 줘야지.

실수는 했다지만 딱히 페이엔이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꼬우면 지들이 잡았어야지. 암.

자. 그럼, 여러모로 재미있었던 나들이도 끝났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페이엔을 내 음수로 이끌어줘 볼까?

“...돌아가면, 네 몸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볼 거야. 묻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 내일은 하루 종일 연구 협조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내 등에 페이엔을 태우고 마법도시를 향해 달리던 도중.

조금 진정된 모양인지, 페이엔이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냥 오늘부터 시작해도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려다, 지쳐있을 페이엔을 위해 고개만 끄덕여준 나.

내일은 어떤 식으로 페이엔을 즐길까 고민하면서, 나는 마법도시를 향해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