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00 - 페이엔의 비밀 2
“...하아아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페이엔은 피곤한 듯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침부터 세마의 변형이라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해, 머릿속이 복잡했건만.
거기에 연이어 레비아탄이라는 거대한 마물을 만나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까지 저질러버렸다.
몬스터의 등에 올라타, 엄청난 속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거기에 저런 일들까지 벌어지다니.
오늘 일들을 어떻게 정리해 보고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었다.
“...일단 보고서는 나중에 쓰고... 내일 연구가 문제인데... 으음...”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후에 무엇을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페이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던 세마의 변형이 떠오르면서, 오늘 일에 대한 보고서보다도 그것을 파악해보려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버렸다.
본래라면 지금, 당연히 연구보다도 보고와 수습을 우선시해야 할 것인데.
세마에 대한 의심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페이엔의 몸에 스며든 짐승의 기운은 그녀가 자연스럽게 짐승을 우선시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귀찮지만... 일단 내려가서 준비만 해둘까...”
아무리 체형이 어려 보여도 그녀 역시 암컷. 평소라면 게으름을 부렸을 상황이지만, 우월한 수컷을 향한 암컷의 본성이 그녀의 몸을 움직인다.
그것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페이엔은 세마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분명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세마라는 몬스터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컷 학자로서의 본능 때문에 그 위험에 가까워지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쓰읍... 역시, 나 혼자서는 조금 불안한데...”
연구실에 도착해, 내용물이 얼마 남지 않은 시험관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페이엔.
지금 페이엔은, 그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위험이란 것이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기에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흥분과 발정. 그 ‘눈에 보이는’ 효과들 만이라면, 생명이 위험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세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엔 불안함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중한 남자들이 따로 있는 자신. 그런데 이 연구를 계속 하다가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몬스터에게 모든 것을 정복당할 것 같은 이상한 불안함.
우월한 수컷에게 가까워지려고 하는 암컷의 본능과 이 불안함의 충돌로 인해, 페이엔은 한동안 시험관을 들고서 그것을 흔들며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페이엔.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아냐?” “미하일?”
자신이 열어준 것도 아닌데, 연구실의 문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남자.
사루앙과 미하일. 단 두 사람에게만 허용된 키를 가지고, 미하일이 페이엔을 찾고 있던 것처럼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어디 나갔다 왔어? 오늘 하루 종일 방에도 연구실에도 없던 것 같던데.” “아니 뭐... 응. 잠깐 나갔다 와서... 근데 무슨 일이야?” “그... 얼굴도 볼 겸, 또 식사도 안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얼굴을 붉히는 미하일.
반갑기 그지 없는 가까운 수컷을 만났기 때문일까? 저 얼굴을 본 순간, 자신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간지러운 불안함이 사그라들었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걸던 불쾌한 남자가 미하일을 보고서 혀를 차며 사라진듯한, 묘하디 묘한 이 느낌.
‘이런 지저분한 꼬맹이 같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 나 참.’
그 느낌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면서, 페이엔 역시 미하일을 향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식사는 됐어. 이따가 야식이라도 따로 먹지 뭐.” “또 그런... 자꾸 그러면 몸 망가져. 식사는 시간 맞춰서 해.” “아~ 밥 차려주던 제자가 독립해서 그런지, 식사 챙기기가 너무 힘드네~ 누가 다시 좀 떠먹여줬으면 좋겠는데~” “정말이지... 이따 뭐 좀 만들어 올게. 이상한 거 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네에~”
도저히 페이엔 쪽이 스승으로 보이질 않는, 친근한 느낌의 대화.
조금 과장하면 부녀 사이로도 보일 것 같은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거리감을 알 수 있는 친근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뭐야? 신수를 연구한 결과야?” “...좀 위험하니까 만지진 마. 이건 해독제도 따로 없으니까.” “해독제라니? 무슨 독성 물질이라도 나온 거야?” “뭐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뺨을 긁적이면서, 들고 있던 시험관을 뒤로 감추는 페이엔.
위험하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페이엔은 그런 것보다 미하일이 이 시험관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 거북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정액에서 추출해 낸 이 물질을 미하일에게 보여준다니.
미하일이 이 내용물에 대해 알지는 못하겠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것은 무엇인가 찝찝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신수에게서 독성 물질이라니? 괜찮은 거야 페이엔?” “아니, 뭐... 사실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닌데... 그게, 남자에겐 조금 그렇다고 해야 하나...” “남자라니? 으음... 계속 혼자 연구해도 괜찮겠어? 신수한테 부탁해서 나라도 참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그럴 것 까진... 어? 잠깐...”
순간적으로, 페이엔은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박수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할 정도로 샘솟는, 신수에 대한 연구의욕. 하지만, 그런 의욕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불안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런데 미하일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래. 미하일이 함께한다면, 그 변태 같은 몬스터가 딴 짓도 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 터.
미하일이 참여하는 것 만으로 모든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자, 페이엔은 미하일을 세워둔 채 어떻게 미하일을 참여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학장님이 해안 연구시설에서 뭔가 묘한 진동이 감지되었다고...” “...에!? 그걸 또 감지했... 아앗!?”
그런 페이엔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내뱉은 미하일.
숨기던 사실을 들켜버린 것 마냥, 미하일에 말에 화들짝 놀라던 페이엔이 손에서 시험관을 떨어트려 버렸다.
깨지는 소리와 함께, 시험관에 조금 남아있던 액체가 바닥에 쏟아진 순간.
“아아앗!? 아, 안돼! 미하일 좀 떨어져!” “뭐!? 아니, 독성 물질이...! 페이엔! 위험하니 네가 떨어져!” “그게 아니라 이건...! 아으, 내가 처리할 테니 가만히 냅둬!”
페이엔과 미하일이 동시에, 그 액체를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허겁지겁 나서기 시작했다.
“아, 안돼! 미하일! 내가 닦을 테니 그냥 가만 있...!” “독성 물질이라며!? 그냥 닦아도 되는 거야!?” “그런 위험한 종류는 아닌...! 앗, 안돼! 내가 닦는다니까!”
페이엔을 지키기 위해서, 재빠르게 페이엔보다 먼저 바닥을 닦기 시작한 미하일.
그것을 본 페이엔은, 무엇인가 미하일에게 못할 짓을 맡긴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추출해 낸 물질일 뿐이라지만, 다른 수컷의 정액에 포함되어 있던 것을 닦게 만들다니...
헝겊을 꺼냈지만 이미 늦어버린 미하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페이엔은 무엇인가 망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짚을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닦아도 괜찮은 종류면 뭐가 위험하단 거야? 흠흠... 이상한 냄새인데...?” “그걸 또 맡고있...! 윽, 하아... 그, 몸은 좀 괜찮아?”
누가 학자 아니랄까 봐. 그걸 또 실험정신 투철하게 냄새를 맡다니.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함을 느끼면서, 페이엔은 미하일이 괜찮은지 그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어라? 살짝 심장이 뛰는 것 같기도...?” “남자한테도 반응이 있는 건가... 크, 크흠. 아니... 그보다 이제 괜찮으니 얼른 닦은 건 이쪽으로...” “뭐지 이거? 묘하게 기분이 고양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알콜 같은 건가?” “야, 야이...! 냄새 맡지 말고 그냥 주라니까!”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헝겊에 닦인 액체의 냄새를 깊게 들이쉬는 미하일.
마왕의 정액에서 뽑아낸 저 물질은, 다른 것 없이 순수하게 인간을 발정시키는 발정제나 다름 없었다.
만약 추출한 물질이 아니라 정액이었다면, 거기에 담긴 마왕의 기운에 수컷으로서 공포를 느꼈을 것인데.
하지만 발정 성분만을 추출해 낸 덕분에, 미하일의 몸은 그런 공포를 느끼지 않고 비강으로 파고든 극미량의 성분에 이끌려 반응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라? 잠깐. 으음...” “......왜, 왜...? 뭔가, 반응이 와...?” “아, 아니 그게... 으음... 아, 아니야. 그런 건...”
엉거주춤해진 미하일의 자세.
비록 하반신에서 티는 나지 않지만, 이건 눈치채지 않을래야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남자에게도 통할 줄은 몰랐는데... 냄새를 맡은 것 만으로도 발정이 일어난다니. 도대체 저 물질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저런걸 겁도 없이 집어삼켰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페이엔은 티 나지 않게 발기해버린 미하일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내버려 두라고 했지? 그거, 흥분 작용이 일어난다구.” “흐, 흥분? 으음... 그, 그래서 이런...” “말하기 좀 그런 효과라서 일부러 숨겼던 건데. 우리 꼬맹이가 이제 다 컸다고 스승 말도 무시하고... 하아. 어쩌나 이걸...” “그, 그랬어? 미안... 설마 그런 것일 줄은...”
하반신을 베베 꼬면서,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는 다 커버린 제자.
그런 제자의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자신의 키와 비슷하던 시절의 어린 미하일이 떠오른다.
그때의 귀여운 느낌은 거의 사라진 채, 이제는 얼굴에서 제법 성인다운 느낌이 드는 미하일의 얼굴.
그 얼굴이 부끄러워 하는 것을 보자, 왠지 모르게 페이엔은 가슴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거기 앉아 봐. 제자가 실수를 했으니, 스승이 수습을 해 줘야지.” “뭐? 페이엔. 지금 무슨...” “얌전히 스승님 말 들어. 자. 바지 벗고.” “아!? 잠깐, 페이엔...!”
밀어붙이듯이 미하일을 앉히고, 벨트를 풀며 미하일의 성기를 꺼내는 페이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미하일이었지만, 살짝 뜨거워진 머리와 페이엔에 대한 감정이 자신의 바지를 풀어헤치는 스승을 말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말려야 한다고 생각만 하던 도중, 어느새 작은 엘프 앞에 드러나버린 미하일의 작은 성기.
“...응?”
그렇게 작은 자신의 손으로도 가릴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성기를 보게 되자, 페이엔은 두근거리던 감정이 조금 사라지면서 묘한 느낌에 휩싸였다.
‘어라...? 뭐지, 이 느낌...?’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미하일의 성기 자체는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목욕이나 옷을 입혀주던 때에, 간간히 살펴 볼 수 있었던 미하일의 성기.
그때보다 그리 성장하지 못한 성기가 반갑기도 한데도, 반가움과 동시에 찾아온 이 느낌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어라...? 미하일의 자지... 이렇게나 작았었나?’
아무리 작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리던 시절보단 성장을 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의 흉악한 말자지를 경험한 페이엔에게 이 성기는 너무나도 여리게 보이는 물건이었다.
핏줄이 불거지지도, 울룩불룩한 형태를 가지지도 않은 깔끔한 느낌의 작은 사이즈.
만약 어린애 같은 몸을 가진 자신이 성관계를 가진다면, 거기에 딱 맞을 법한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미하일의 성기는...
페이엔의 안에 있는 암컷 본능이, 무척이나 실망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으읏... 페, 페이엔...?” “어? 흐, 흠...! 우리 꼬맹이. 어디, 얼마나 남자가 됐는지 볼까~?”
부끄러운 듯이 자신을 부르는 제자를 향해, 그런 실망감을 감추고 웃음을 내비치는 페이엔.
미하일에게 스승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꺼낸 웃음이었지만, 그 내면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페이엔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작은 손으로 움켜쥐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실망스러운 감촉.
어째서인지 세마의 거대한 말자지를 떠올리면서, 페이엔은 그렇게 미하일의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읏, 아...! 그런...! 페이엔, 이러면 우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그, 스승이 제자 돌봐주는 것 가지고 뭘... 아직 그런 거 아니거든?” “그, 그렇지만 이런 건...! 으읏...!!”
자신의 성기를 문질러주는 작은 엘프의 행동에,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미하일.
그것에 기뻐하며 몸을 떠는 미하일 이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페이엔의 마음은 흉악한 말자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 역시 눈 앞에 있는 제자를 남자로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그의 성기를 움켜잡았는데도 이런 기분이 되는 것인지, 페이엔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으읏...! 페이엔, 나 이제...!” “앗...! ...싸, 쌌구나. 응...”
퓨웃 하고 요도에서 튀어 오른, 약하디 약한 사정.
성기를 붙잡은 손에 고인 묽은 액체를 보면서, 페이엔은 무엇인가 착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흥분했는데도 이런 사정이라니. 그 녀석이랑은 너무 다르네... 역시 그 누런 정액에 포함된 흥분 작용은 없는 건가? 아니 뭐, 인간이니까 당연하지...?’
몬스터들의 성기나 인간의 성기는, 이미 지식으로도 알고 충분히 연구해 봤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모르게 그 흉악한 말자지와, 미하일의 성기를 비교해 버린다.
어째서 자신이 이러는 건지 알지 못한 채, 힘없이 늘어진 미하일의 성기를 아쉽다는 듯이 계속 문지르는 페이엔.
왠지 모르게 이제 됐다는 느낌이 들면서, 페이엔은 미하일의 성기에서 손을 떼고 정액을 닦기 시작했다.
“...이제 됐지? 흥분은 좀 가라앉았어?” “으, 응... 이제 좀 괜찮아 진 것 같아...” “그래... 그나마 냄새만 맡은 게 다행이네. 마시기라도 했으면 한 번으로 안 끝났을지도 몰라.” “효과가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야? 도대체 그 신수의 어디서 추출했길래...” “...얼른 바지나 입어. 이제 끝났으니까.”
발정 물질을 닦아낸 헝겊에 대충 정액을 닦은 후,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페이엔.
그 미소는, 미하일은 페이엔과의 관계가 진전되었다고 착각하면서 베시시 웃게 만들었다.
바지를 끌어올리면서, 자신을 남자로 봐주기 시작한 스승에게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미하일.
하지만 그와는 달리, 미소를 집어넣은 페이엔은 묘한 표정으로 오랜 시간 손을 문지르며 자신의 손을 최대한 깨끗하게 씻고 있었다.
“...이제 저거 뿐이었는데... 그냥 폐기해야겠네. 또 추출하는 수 밖에.”
정액과 발정 물질에 더럽혀진 헝겊을 쓰레기통에 집어 넣으며, 한숨을 내쉬는 페이엔.
옆에서 미안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미하일에게, 페이엔은 표정을 고치며 제안을 건넸다.
“미하일. 내일부터 너도 신수 연구에 참여해줘.” “응? 나도? 괜찮겠어? 분명 그 신수가 연구를 허락해준 조건이...” “뭐... 너랑 얼굴도 봤었으니까. 부탁하면 들어주겠지. 그건 내가 알아서 부탁해 볼게.” “그렇다면야... 그러면 나도 안심이네. 너 혼자 연구하는 게 조금 불안했거든.” “어린애 취급하긴. 제자주제에 건방져.”
겉으로는 관계가 진전된 것처럼, 묘한 분위기로 투닥거리는 미하일과 페이엔.
하지만 표정과 달리 미하일의 정액을 쓰레기처럼 내다버린 페이엔의 마음은, 무엇인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실망감. 그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미하일을 끌어들여버렸단 것을 모른 채.
그렇게 작은 엘프와 그의 제자는, 서로 어긋난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