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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02화 (503/749)

Chapter 502 - 455화 - 마왕을 벗어나려는 귀여운 발악! (3)

으음? 뭐야 저건. 미하일 저 녀석,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앞에 있는 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옷차림을 보니 귀족인 것 같은데?

흐음... 원래라면, 암컷이 기다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수컷들의 대화 따윈 그냥 무시해 버렸겠지만...

뭔가의 촉이 오는걸. 무슨 일인지 잠깐 좀 보다가 갈까?

“내가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나! 연구를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이제 자네만 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는 다 해놨거늘...!”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연구 의뢰는 조금...”

흐으응? 뭐야. 무슨 스카웃 제의 같은 건가?

에잉... 저 귀족이 미하일한테 귀싸대기를 날리는 그런 꼴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쪽의 일이 아니라 그냥 미하일한테 애원하는 것 뿐이었구만.

김새네. 수컷이 잘못되는 꼴은 즐겁지만, 잘되는 꼴은 배알만 뒤틀리는 법이니까.

미하일 저 새끼가 잘되는 꼴을 계속 볼 필요는 없지. 쯧. 그냥 페이엔이나 만나러...

“또 그 소리!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돈은 섭섭지 않게 준비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가 발표한 그 이론을 검증해볼 기회이고!” “...그렇지만, 저한테 주셨던 연구 내용은 역시 악용될 여지가...” “악용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그저, 에세르를 묶어두는 것 뿐이잖나!”

...흐으음? 뭐야. 에세르의 묶어둬? 악용될 여지가 있어?

뭐야.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길래 저딴 말이 나오는 거지?

“부탁이네 미하일! 자네가 발표한 것인 만큼 자네만큼 잘 아는 자가 없어! 이대로 아무 성과 없이 복귀했다간 내가 우리 쪽 영주님께...!”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끄윽...! 또 생각이라니...! 자네가 생각만 해본다는 게 벌써 몇 달 째인데...!”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굴리며 몸을 떨던 돼지 같은 수컷.

그 수컷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미하일을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내보였다.

“한 달...! 한 달일세! 그 이상은, 우리도 기다릴 수가 없어! 우리 영주님이, 자네와 페이엔 교수의 큰 투자자란걸 잊지 말게!”

그렇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돼지가 화를 내듯이 내뱉고는, 씩씩대며 미하일을 놔둔 채 돌아섰다.

흐으음... 투자자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후원 같은 걸 해주던 쪽에서 뭔가 난감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건가?

미하일은 그 요구를 받기가 싫어서 거절하고 있는 거고? 흐음...

뭔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직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엇...

“...어라? 세마 씨?” “아, 오~ 안녕 미하일.”

이런. 그냥 딴 생각하지 말고 갈걸. 괜히 마주쳐 버렸잖아.

...응? 아니야... 뭔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떠보기나 할까?

“엿보려고 한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들어버렸네. 무슨 일이야?” “하하... 그게... 별건 아니고, 후원자로부터의 연구 의뢰였습니다. 받아들이긴 좀 고민되는 일이라, 계속 거절하고 있지만요.” “허어... 후원자의 의뢰인데도 계속 거절하다니. 돈은 섭섭지 않게 준다던데, 무슨 연구길래 계속 거절하는 거야?” “음... 그게... 일단 지금 페이엔한테 가시는 거죠? 가면서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렇게 나와 함께, 페이엔의 연구실로 향하기 위해 승강기 쪽으로 향하던 미하일.

마법탑의 승강기가 열리는 것을 기다리면서, 미하일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2년 전쯤에, 저는 사람의 몸에 작용하는 에세르 흐름에 대한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에세르를, 어떻게 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이었죠.” “호오... 2년 전이라... 대단한걸? 이제 20대 초반 아니야 너?” “하하... 사실 이런 이론은 대학과정에서 단골 소재이기도 하고, 모르는 부분은 페이엔의 도움을 받은 것도 컸습니다. 아무튼, 제 이론은 신체 내부의 에너지 흐름에 따라 에세르의 효율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자기 연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서인지, 제법 즐거운 얼굴로 설명을 시작한 미하일.

아~ 승강기 더럽게 안 오네. 얼마나 올라간 거야? 관심도 없는 내용을 계속 지껄이잖아.

괜히 물었나? 별 쓸데없는 내용 같은데...

“그런데... 그 흐름이 억제되면, 활동에는 지장이 없지만 에세르의 사용이 힘들어지게 됩니다. 에세르로 신체를 강화하거나 스킬을 사용하는 모험가들에겐 치명적이죠.”

...응? 잠깐. 지금 뭐라고 했지?

그 말은 즉... 모험가들의 힘이나 능력을... 억제한다는 얘기...?

“모험가들이 아무리 단련해 봤자 에세르를 사용하는 것 만큼의 효율은 아니니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그냥 무장만 한 일반인들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합니다.” “허어... 그럼, 지금 네가 받은 의뢰는...” “...네. 사람의 에세르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마도구를 개발해 달라는 의뢰입니다.”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찌푸리는 미하일.

그러던 도중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잠시 한숨 돌리듯이 말을 멈추고 나와 미하일은 승강기에 올라탔다.

“목적은 단순히 에세르의 흐름을 제어해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지만... 사실 용도는 뻔하죠. 외부에서 사람의 에세르를 제어하겠다는 것 일 테니까요.” “흐음. 범죄자 같은 녀석들을 제어하기엔 안성맞춤 이겠는걸...” “그런 용도로만 쓰인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 마도구의 의뢰를 맡긴 영주님이 소문이 안 좋다는 겁니다.”

전혀 단련하지 않은 일반인과 비교하면, 갓난아기와 어른 수준의 힘 차이가 있는 모험가들.

그런 모험가들을 아무런 힘이 없는 노예처럼 다룰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자, 왠지 모르게 내 가슴에서 두근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라텔이라는 큰 도시의 영주님인데, 들리는 소문으론 상당한 호색한이라더군요. 직접 건드릴 수가 없는 여자 모험가들을 노예처럼 부릴 방법을 찾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뭣...!? 감히 열등한 인간 수컷 주제에, 이 마왕에게나 허락된 짓을 하려고 하는 놈이 있었다니...!

호색한이라고? 그래 봤자 인간 아니야! 좆은 아무리 커 봤자 볼품없을 테고, 정력도 보잘것없을 텐데! 근데 감히 이 마왕처럼 암컷들을 부리려고 해!?

라텔이라고 했지?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거길 정복할 때 제대로 분수를 알게 해줘야겠는걸.

감히 마도구를 쓰면서 이 마왕을 흉내 내려고 하다니. 그런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으음... 근데, 그런 인간의 후원을 받고 있는 거야?” “...처음엔 그런 소문에 대해 몰랐거든요. 그냥 돈 많은 귀족이 미래를 보고 투자해주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땐 구하기 힘든 재료들 때문에, 연구 자금에 문제가 있었을 때였거든요.”

아하... 마법도시에 자기 심복을 보내서 원하는 마도구를 만들만한 놈이 없나 살펴보다가, 이놈이다 싶어서 적절한 때에 접근한 건가?

이거 욕심이 대단한 놈인걸. 자기가 원하는 마도구가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된다는 거야?

이건 사실상 노예를 다룰 마도구를 만들어 달라는 건데... 흥. 분수도 모르는 수컷 인간이지만, 그 탐욕은 꽤 봐줄만한걸.

흐음... 그나저나 라디아에선 그렇게 탐욕적인 귀족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거 도시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른 건가?

세레스나 그 남편이었던 놈... 알버트 뭐시기는 물론이고, 다른 귀족들도 건방진 놈은 있어도 저런 식으로 막 나가는 놈은 없었지.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라디아의 귀족들은 막 나가지도 않는 건 물론이고 귀족답지 않게 얌전하게 지내는 편이었다고 해야 하나?

흐음. 어쩌면 영주 자리에 누가 있냐에 따라 도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걸지도 모르겠네.

이 마법도시만 하더라도, 신분과는 상관없이 연구만 하면 장땡이라는 그런 느낌이니까.

어차피 내가 지배하게 되면 다 똑같아 지겠지만. 앞으로 다른 도시들을 돌아다닐 때 참고 해야겠어.

“그렇군... 근데, 아무리 그래도 후원자인데. 계속 거절해도 상관 없는 거야?” “그게... 순수한 후원도 있었지만, 투자 형태로 받은 것도 있어서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연구에 써버려서... 이대로면 투자금 반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금 곤란하긴 합니다.”

어이쿠. 정말 머리 좋은 놈이네. 무상으로 주는 척 하면서, 중간중간 나중에 뭐 좀 해달란 식으로 찔러 넣었단 말이지?

그리고 미하일은 그런 것도 모르고 좋다고 연구에 써버린 거고? 푸흐흐. 정말 기똥찬 방법인걸 이거.

그러게 계약서 같은 건 잘 살펴봤어야지 미하일~ 이 세상에 무상으로 베푸는 인간이 어디 있겠어? 다 이용해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투자금 반환이라... 그래도 괜찮아? 연구 비용이란 게 제법 돈 들어가는 일 아닌가?” “그렇죠... 그게 난감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악용될 수 있는 마도구를 개발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피할 방법을 찾아봐야죠. 대출이나 의뢰 거절 방법 등, 여러 가지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지하에 도착한 승강기에서 내리며, 또다시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미하일.

우울한 기분을 감추려는 것처럼, 미하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멋쩍은 미소를 내비쳤다.

“그래도 한 달이라고 했으니, 그 안에 뭔가 방법이 나오겠죠. 사실 어떻게든 거절할만한 방법들은 있는데다, 급한 건 저쪽이라 크게 걱정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단 말이지... 푸흐흐...

이거 참. 개발한다는 마도구도 그렇고, 이 상황을 써먹을만한 좋은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데...

안 그래도 페이엔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이 녀석이 거슬렸는데. 이런 내용을 알게 될 줄이야.

흐음... 좋아. 오늘은 그럼 돌아가자마자, 이 상황을 어찌 써먹을지 내 사악한 음수들이랑 함께 의논해볼까?

“페이엔. 우리 왔어.” “안녕 페이엔~ 오늘은 어떤 거 해주면 되냐?” “응? 뭐야. 웬일로 둘이서 같이 들어와?” “푸흐흐. 그게, 오다가 미하일이 자기 후원자랑 얘기하는 걸...”

그렇게 미하일과 함께, 페이엔을 만지지도 못하는 지루한 연구에 협조해주는 이 시간.

머릿속으로 미하일을 엿 먹일 다양한 방법들이 떠오르면서, 이 시간이 왠지 모르게 즐거워질 거란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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