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08 - 461화 - 가속! 마왕과 음수들의 침략! (2)
나탈리아가 멀어지는 동안, 그녀의 뒷모습을 건방지다는 듯이 째려보던 리즈벳.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리즈벳은 미안하다는 듯이 내 몸에 자신의 가슴을 비비기 시작했다.
“미안해 마왕님~ 나탈리아 저 년이 도발을 해대서,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렸네.” “푸흐흐. 도발은 어쩔 수 없지... 아직 짐승도 되지 못한 주제에 내 음수를 도발하다니. 교육이 좀 필요해 보이는 암컷인걸?”
그렇게 앙칼진 리즈벳은 오랜만에 본다고 해야 하나?
내 음수가 되면서 나에겐 미소만 보여주는 리즈벳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예전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걸.
그렇지... 아무리 음수가 되어 사악해졌다지만, 딱히 기억이 바뀐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인간 시절의 라이벌 비스무리한 암컷이 저렇게 도발을 걸어오면, 그 건방짐을 짓밟아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샘솟겠지.
푸흐흐.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하게 가축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저 나탈리아라는 암컷. 아무래도 나와 리즈벳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 같은데?
“...그런데, 내기는 괜찮겠어? 스킬 완성도 비교라니, 아직 한참 연구하는 중이잖아?” “뭐...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생각해 둔 건 있어. 거기다 나탈리아 쟤는 성격상, 꼼수 같은걸 부릴 녀석은 아니거든. 아마 지금 머릿속에 엄청 복잡한 술식을 만들어서 과시하려는 생각밖에 없을걸?”
흐음. 바보처럼 오호호~ 하고 웃는 게 딱 그런 느낌이다 싶었는데. 역시 순수하게 리즈벳을 이기고 싶어하는 것 뿐인가.
수작질 부리지 않고 상대방과 동일한 조건에서 이기려고 하는 성격이라니. 귀족치고는 제법 괜찮은 암컷이네.
조금만 더 맘에 들었으면 음수로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어... 뭐, 지금은 그냥 리즈벳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느낌이지만.
진 쪽이 상대방의 하녀가 된다라... 리즈벳이 질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저 나탈리아는 결국 가축이 될 수 밖에 없겠지?
저 암컷, 학장의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했던가...? 그렇다면...
“...큭큭. 어쩐지 저 나탈리아라는 년, 쓸모가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인걸.” “아핫♥ 그렇지? 나도 왠지 모르게 그럴 것 같은 느낌이야~♥” “이거 반드시 이겨야 겠구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리즈. 이제 페이엔도 있으니 그쪽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후훗...♥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 스킬 연구는 내 힘으로 해보고 싶거든♥ 그래도 고마워 마왕님♥ 꼭 이겨서 나탈리아를 맛볼 수 있게 해줄게♥”
어이쿠 기특해라. 이 와중에도 나한테 암컷을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인가.
역시 내 첫 번째 음수. 가축과 음수를 늘리는 일엔 누구보다 진심이라니까.
생각해보면... 내 첫 암컷이었던 리즈벳이 이렇게 날 위해주니, 내가 다양한 암컷들을 즐기다 무사히 마왕으로 각성할 수 있었던 거겠지.
이렇게 기특한 리즈벳에겐 포상이 필요하겠는걸... 나중에 뭐 가지고 싶은 게 없나 물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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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어... 3일 후라...”
그렇게 도서관에 들렀다가, 교회에서 가축을 몇 마리 더 만들고 온 저녁.
내 음수들과 함께 호텔로 복귀하자, 건네달라고 요청 받았다며 호텔의 직원이 리즈벳에게 나탈리아의 편지를 내밀었다.
괜히 화려하기만 한 봉투에 담겨, 고상한 문구로 3일 후 대결을 하자고 적힌 나탈리아의 편지.
“대단한 행동력이네... 그새 교수들한테 심사 부탁까지 다 하고 왔다고?”
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날짜를 지정해 올 줄이야... 심지어 그새 심사위원들도 다 모으셨어?
도대체 얘 얼마나 리즈벳이랑 대결하고 싶었던 거야? 설마 예전부터 계획해 두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흐응... 보아하니, 날 만나기 전부터 계획은 다 세워두고 있었던 모양인걸...”
진짜야? 얘도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좀 정신이 나간 년이네.
아니, 리즈벳을 언제 만날 줄 알고 이런걸 생각해오고 있었대? 허 참...
설마 리즈벳한테 진 이후로 계속 대결을 기대해 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괜찮겠어? 3일이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모자라지 않아?” “글쎄... 일단 이 년이 불 속성이란 게 정해지자 마자 이렇게 움직인걸 보면,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해오던 마법이 있을 거야. 3일은 그 마법을 술식으로 정리하는 시간이겠지.” “흐음... 본인이 미리 만들어 둔 마법은 아니고?” “그건 아닐걸. 자기가 특화된 속성도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얘가 지정한 대결 방법은 새로운 마법을 공개해야 하는 대결이거든. 미리 만들어 둔 마법이 있었다면 얘 성격상 진작에 공개 했을걸? 봐. 편지에도 그런 식으로 도발을 걸고 있잖아?”
혹시 3일만에 못 만드냔 식으로 적혀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피식 웃는 리즈벳.
그 아래엔 세상에 공개한 적 없는 새로운 마법을 보여주겠다면서, 혹시 이제 시작한 자신보다 늦는 건 아니겠지 라는 도발까지 적혀 있었다.
흐음... 뭔가를 꽁꽁 숨겨두는 타입은 아니란 말인가...
좀 꼼수 같긴 한데... 그래도 생각만 해오던 스킬을 3일만에 그 복잡해 보이는 술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니. 진짜라면 좀 대단한걸?
리즈벳도 아이디어 자체는 있지만, 아직 그걸 술식으로 만들기가 어려워서 시간을 들이고 있는 상태인데...
연구만 해오던 마법사와 모험가를 하는 마법사의 차이인가? 어쩐지 리즈벳이 좀 불리해 보이는걸?
“흥. 멍청한 년... 예전부터 공부만 잘했지, 생각 없이 나대는 건 여전하네.” “어쩔래? 받아 들일 거야? 사실 굳이 승부를 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하지 뭐~ 불 속성 이라는데도 웃는 모습에서, 뭔가 생각해둔 게 있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은근슬쩍 말을 돌렸을 년이거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승부욕을 내보이며, 근질거린다는 듯이 손가락을 꿈틀거리는 리즈벳.
그 모습을 보니, 학창 시절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의식했는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가 판을 짰으니, 지게 되면 변명도 못하겠지... 이런 년은 그냥 압도적으로 찍 눌러줘야 돼. 그러지 않으면 계속 기어오르니까 말이야.”
푸흐흐. 여기가 레즈물이나 순정만화 같은 세상이었으면, 두 사람만으로 이야기 하나가 완성되었을 것 같은데?
어쩐지 그 누구냐... 알스? 본인 약혼자이던 그 녀석보다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하는 느낌인걸.
아무래도 나탈리아 걔는 가축으로 만들면 리즈벳에게 줘야겠다. 어차피 지는 쪽이 하녀가 되는 내기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내가 마왕님께 받은 테세르가 있다는 걸 모르고... 킥. 나탈리아 그 년이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기대되는걸.” “그렇지만... 정말 괜찮겠니 리즈? 아직 중요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역시 음수들 중 둘 밖에 없는 자식을 낳아본 암컷이라 그런지, 리즈벳을 부모 같은 얼굴로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세레스.
함께 새로운 스킬을 연구하던 세레스가 지적하자, 리즈벳은 들켰단 표정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세레스 언니! 기껏 마왕님 앞에서 잘난 척 해뒀는데! ...으음... 그래도 그 부분만 해결된다면 완성될 것 같으니까... 3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푸흐흐. 뭐야. 아직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보네? 분명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라고 했었지?”
리즈벳이 말했던 새로운 스킬의 아이디어는, 넓은 범위를 일격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 마법.
에세르는 물론이고 테세르까지 더해 적을 쓸어 버릴만한 마법을 구상 중이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흐음... 폭발이라... 폭발이라면 수소폭탄 같은 느낌 이려나?” “수소폭탄? ...뭐야 그건? 마왕님이 살던 곳의 병기야?” “음? 맞아. 얼마나 강력한지, 그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라끼리 서로 견제가 가능할 정도였거든.” “헤에... 얼마나 강력하길래 나라끼리...”
음... 나라라고 해도, 행성을 종족끼리 3등분 해서 가지고 있는 에센티아랑은 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수소폭탄 그건 마법이 있는 에센티아라고 해도 충분히 먹힐 것 같지? 왕국 안의 작은 국가나 마찬가지인 도시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테니까.
그런 병기가 있었다면 애초에 몬스터 침공 따위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을지도...
“어떤 원리인데? 어떻게 나라끼리 견제할 정도의 폭발을 일으키는 거야?” “어? 나도 잘 모르는데... 무슨 고열과 고압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고 들었던 것 같은...” “응? 고압? 융합?” “그게 무슨 핵열? 열핵? 그런 거라고 했었나... 움직이는 원소들을 압축하는 그런 느낌? 나도 전공자는 아니어서 잘...” “...잠깐. 압축을 통해 에세르와 테세르를 억지로 결합하려고 든다면... 으음...”
...어라? 설마 그걸로,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야?
“...그래! 그거야! 역시 마왕님!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한동안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리즈벳.
정말 그게 힌트가 된 것인지, 리즈벳은 날 껴안으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됐어! 굳이 변환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그대로 압축시키면 모든 게 해결돼! 왜 그걸 떠올리지 못했담!?” “어, 음... 그걸로 힌트가 됐다니. 다행이네...”
도대체 어디서 힌트를 얻은 걸까... 이거 난 마법 술식 같은 건 전혀 모르니, 알 수가 없네.
...뭐 됐나? 어차피 내가 복잡한 마법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굳이 이쪽의 수학 같은 느낌인 마법 술식을 배울 필요는 없겠지.
내 음수의 힌트가 되었다면야... 그걸로 뭐 잘 된 거 아니겠어.
“후훗. 고마워 마왕님! 얼른 술식을 만들어 봐야겠다. 손이 근질거려!” “어머. 리즈. 안돼요. 아무리 그래도 마왕님과의 교미는 하고 해야죠.” “앗. 그렇지? 미안해 마왕님~♥”
침대를 뛰쳐나가려던 리즈벳을 말리며, 키득거리는 나의 음수들.
흥분한 리즈벳이 편지를 던져두고, 속옷을 벗으며 다시 침대위로 올라온다.
나탈리아를 어찌 부려먹을지 기대감에 차 있는 듯한, 즐거워 보이는 리즈벳의 표정을 보면서.
그렇게 내 음수들은, 리즈벳부터 내 말자지에 올라타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