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11 - 464화 - 마왕의 암컷과 건방진 암컷의 대결! (2)
허 참. 심사위원들이 나타난 것 뿐인데, 이런 식으로 환호를 보내면서 좋아하다니...
이 녀석들 어지간히도 놀게 없었던 모양이네. 아니면 공부만 하다 다 미쳐버린 건가?
...아니면 심사위원으로 나타난 저 교수들이, 제법 평판이 좋은 인간들일수도...
어디 보자. 가운데엔 사루앙, 그 양 옆으로 페이엔과 깐깐해 보이는 할머니...
그리고 양쪽 끝에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할배 두 사람이라... 흠...
이거, 아무래도 바깥쪽으로 앉은 인간일수록 낮은 위치란 거... 겠지?
설마 사루앙 저 인간이, 할머니도 여자랍시고 자기 옆에 붙인 건... 에이. 설마 그랬겠어.
거의 50은 되어야 얼굴에 주름 좀 생기는 인간 암컷들을 생각하면, 저 할머니 얼굴은 아무리 못해도 사루앙이랑 동년배인걸. 당장 내일 죽어도 할말 없을 할머니라고.
모든 암컷을 지배하려는 이 마왕조차, 저 정도 할머니들은 건드리질 못했는데 말이야. 저 정도로 늙은 암컷은 도저히 암컷으로 볼 수가 없으니...
뭐... 그래도 암컷들이라고, 따로 실버타운 같은 곳을 마련해서 편안히 지낼 수 있게 해주긴 했지만.
회춘약 같은 게 없는 이상 그런 할머니들은 그냥 편안히 여생을 보내게 해주다가 보내드려야지. 아무리 그래도 암컷인데, 수컷들처럼 부려먹거나 죽이긴 좀 그렇잖아?
고맙게도 그쪽도 사악한 기운에 영향을 받아서, 충분히 납득해 주긴 했었으니까... 아니 납득을 넘어서, 수컷들 관리나 보육원을 맡아주면서 나랑 암컷들을 도와주고 있지?
그런다고 교미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미안하게시리... 말 나온 김에 회춘약 같은 게 없나 그거나 좀 찾아봐야겠네. 뭐, 학장인 사루앙이 저 모양인걸 보면 없는 모양이지만.
...아. 이거 너무 내 시점에서 생각했나? 하긴. 사루앙 저 할배는 이미 진작에 서지도 않을 나이잖아?
그럼 뭐... 저런 할머니한테 작업을 건다 해도 이상한 건 아니네. 푸흐흐.
“순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심사위원의 대표. 다들 잘 아는 분이시죠? 우리 유르겐의 학장이자 마법학교의 대표이신 하인즈 로아 사루앙 학장님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크게 팔을 흔드는 사루앙.
그러자 내 뒤로 모인 수많은 군중들이, 시끄러운 환호성을 보내며 떠들기 시작했다.
“꺄아~! 학장니이이임!!” “꽃할배! 꽃할배!” “살로스의 영웅! 용사 막시밀리앙의 동료!” “학장님의 복근을 가지고 싶어요오오오옷!!!” “연구만 하지 마시고 수업 좀 열어주세요~!”
...이 새끼들. 진짜 다들 미쳐버린 건가?
꽃할배? 중간에 복근 가지고 싶다는 년은 뭐 하는 년이야?
저 딴 할배한테 복근이 어디 있다고... 축 늘어진 뱃살이나 안보이면 다행이지.
나처럼 암컷을 유혹하는 몸을 가진 것도 아닌, 그냥 늙어빠진 할배 주제에. 뭔 짓을 했길래 이렇게 인기가 많아? 나 참...
어이가 없네. 수컷들은 몰라도, 암컷들은 얼른 제대로 된 생각을 박아 넣어줘야겠어.
“그 다음은! 이분도 유명하신 분이시죠? 마나역학의 개념을 바꾸신, 메르켈 갈라 마드리안 교수님이십니다!”
사루앙 다음으로 호명되자, 사루앙 옆에 있던 할머니가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한 채 가볍게 손을 들었다.
사루앙 만큼은 아니지만, 또다시 터져 나오는 인간들의 환호성. 가만히 듣고 있으니, C 학점 좀 취소해 달라거나 학점 좀 잘 달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저 할머니는 보이는 것처럼 꼬장꼬장한 타입인가... 근데 왜들 이리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네? 뭐야 얘네 진짜.
“그리고 이어서! 한때 그 외모에 속은 학생들에게 절망을 선사하셨던 분이시죠? 마법학교에서 유일한 엘프 교수님! 엘레니아 페이엔 교수님입니다!”
어... 우리 페이엔한테 보내는 환호성의 크기를 보니, 대충 뭔지 알겠네.
아무래도 업적이나 능력이 있으면, 생긴 거나 성격이 어떻든 간에 그쪽을 더 환영하는 모양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페이엔이 저 할머니보다 환호성이 적을 리가 없으니까.
누가 공부만 하는 샌님들 아니랄까 봐... 아니, 저렇게 귀여운 엘프를 놔두고 무슨 할배 할매들을 더 좋아해?
이 새끼들. 목소리 더 안 키워? 그냥 확 뒤집어 엎어버린다?
페이엔 너도 좀 웃어주라고~ 기껏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나왔으면서, 왜이리 귀찮다는 표정이야. 푸흐흐.
“그럼 다음은...!”
이 후 외곽에 있던 교수들의 소개가 이어지자, 적당히 페이엔과 비슷한 정도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흐음... 그래도 다들 좋아라 환호하는 거 보면, 확실히 하나하나 평범한 교수들은 아닌 모양이네.
개인적인 대결에서 이런 교수들을 모으다니. 나탈리아 그 년, 제법 교수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는 모양인걸?
“그리고! 오늘 대결을 펼치게 된 주인공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사루앙 학장님의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는, 하르티 출신의 귀족 영애! 스밀노프 나탈리아 양입니다!!”
심사위원들의 소개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이 있는 테이블 뒤편에서 뻥 뚫린 중앙으로 넘어오는 나탈리아와 리즈벳.
서로를 마주보며 자리를 잡더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나탈리아가 손을 흔들며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오호호호홋!! 고마워요 여러분! 절 보기 위해 이렇게나 모여 주시다니! 거기에 보답할만한 근사한 마법을 보여드리겠어요~!” “우오오오오옷! 나탈리아아아아아!!” “오늘도 예뻐요 영애~! 힘내요~!”
저런 미친년. 건방지게 우리 리즈벳을 놔두고 지가 주인공인 것 마냥 지껄이다니.
심지어 저 화려한 드레스는 뭐야. 마법승부가 아니라 무슨 파티장 가는 것처럼 꾸미고 왔네?
옆에서 꽃잎 날리고 있는 녀석은, 설마 처음 만났을 때 데리고 다니던 그 놈인가? 나 참... 수컷이란 놈이 무슨 시다바리 마냥 저런...
시건방진 년. 너만 그런 거 준비한 줄 알아? 우리도 좀 준비했거든?
“그런 나탈리아 양의 상대로... 마법학교의 중급 과정을 졸업하고, 지금은 신수님의 동료로 활동하고 있는 모험가! 마법사인 타니아 리즈벳 양입니다!”
적당히 무난한 로브를 몸에 두른 채, 지팡이를 들고 서 있는 리즈벳.
환호성이 없지는 않지만, 나탈리아에 비하면 그 환호성은 나와 음수들 말고는 너무나도 작은 환호성이었다.
아마 군데군데서 들려오는 작은 환호성은, 몇 마리 섞여있을 내 가축들이 낸 목소리일 뿐이겠지.
이 씹새끼들이... 감히 우리 리즈벳한테 박수를 안친다고?
하... 우리 리즈벳이 최고란 걸 확실히 보여주마. 잘 봐둬라.
“클레아. 세레스. 우리도 시작해야지?” “후훗...♥ 네. 리즈도 준비된 모양이니...♥” “어디... 이렇게 하면...♥”
폭유를 주무르며 내가 부탁하자, 리즈벳을 향해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클레아와 세레스.
그러자 얼음 알갱이들과 검은 빛이 흩날리면서, 리즈벳의 주위에서 그녀를 꾸며주듯이 반짝거렸다.
“...후훗♥”
자신의 근처에 앉아있던 나를 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리즈벳.
갑자기 한 손을 올리면서 지팡이를 치켜들더니, 리즈벳은 자신의 주위를 감싸는 커다란 불기둥을 만들었다.
“우와앗!?” “어, 어!?”
갑작스러운 불기둥에 놀라는 인간들. 그리고, 불기둥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마법도시에서는 선보이질 않고 있던, 음란한 복장을 갖춘 리즈벳이었다.
“...큭큭. 새끼들. 놀라기는...” “다들 리즈의 색기에 놀란 모양이네요♥ 쿡쿡...♥”
과하게 노출된 피부. 서있어도 팬티가 보이는 짧은 치마. 그리고 드러난 피부에 새겨진 외설적인 느낌의 문신들과, 색기를 더해주는 하이힐.
모험가들이 많은 라디아에서조차, 분위기가 바뀌기 전엔 수컷들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던 복장이다.
공부만 하던 샌님들에겐 너무 자극이 강했던 걸까? 조용하던 수컷들이 침을 삼키는 꼴이 제법 볼만한걸. 큭큭...
하긴 뭐. 수컷이건 암컷이건 다들 허름한 백의나 걸치고 돌아다니는 마법도시였으니까.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당혹스러울 정도의 외설스러움은 거의 처음 보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마법도시의 타락이 시작됐는데. 너희들도 저런 외설스러움에 익숙해 져야 하지 않겠어?
이 마왕님의 즐거움을 위해, 저런 음란한 복장이 곧 유행하기 시작할거거든. 뭐, 백의 정도는 적당하게만 개량을 해서, 연구용으로 입을 수 있도록 해주겠지만 말이야.
뭐, 일단 그런 건 나중의 일이고... 다른 것보다, 암컷들은 이 마왕의 취향을 눈에 잘 새겨두도록. 저게 바로 너희가 참고해야 할 음란함이니까. 큭큭...
“...이, 이 미친년이! 누가 모험가나 하는 마법사 아니랄까 봐, 아주 천박한 복장을...!!” “푸훗. 난 그냥 모험가다운 복장을 갖춘 것뿐인데? 그러는 넌 마법 대결인데도 잔뜩 꾸미고 왔다? 귀족 영애인 거 티 내고 싶었니?”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이게 얼마나 고심해서 고른 드레스인지 알아!? 다 이유가 있는 복장이야!” “어머?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으시길래 그런 화려한 드레스를? 아. 혹시 주변에 모인 수컷들을 유혹해서 난교라도 즐기고 싶었던 거야?” “누가 그딴 창녀 같은 짓을!? 리즈벳 당신, 못 본 사이에 왜 이리 천박해졌어!?” “글쎄~ 난 다양한 좆을 즐기려는 누구와 달리, 주인님 일편단심이라...”
히야아. 두 사람.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는걸. 사회 보던 암컷이 놀라서 아무 말을 못하네. 큭큭...
이기는 건 당연히 리즈벳이겠지만. 이건 하녀 역할을 누가 하던지 간에 꽤 재미있어 지겠는데?
푸흐흐. 그래도 뭐... 내 입장에선 리즈벳이 사악한 하녀 역할을 맡느니, 저 콧대 높은 아가씨가 하녀 역할을 맡아주는 게 더 좋지.
우리 리즈벳은 사악한 주인 역할이 더 어울린다고. 애초에 사악함을 상징하는 음수기도 하고 말이야.
“...아하하. 이 두 사람은, 중등반 시절부터 수석 자리를 놓고 싸우던 라이벌이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라이벌답게, 시작 전부터 불꽃이 튀는 것 같은데요?”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렸는지, 두 사람을 중재하듯이 끼어든 사회를 보는 암컷.
얼른 대결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암컷은 나탈리아를 가리키며 서두르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먼저, 오늘의 대결을 제안한 나탈리아 양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나탈리아 양! 준비해 주세요!”
서로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뒤돌아 서서 나와 음수들 근처로 다가오는 리즈벳.
나탈리아는 그런 리즈벳을 쳐다보다가, 흥 하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관계를 흥미롭다는듯이 웃으며 쳐다보던 사루앙과, 리즈벳의 과감한 복장에 놀라고 있던 교수들.
그 사이에서,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멍하니 턱을 괴고 있던 페이엔이...
어쩐지, 멍하니 나와 리즈벳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