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27 - 478화 - 타락의 시작은, 유흥을 익히는 것부터! (3)
라디아와 마법도시의 교역이 시작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여러모로 철저히 준비한 내 음수들과 가축들 덕분에, 라디아의 특산품들은 일주일 사이에 무사히 도시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상황.
이젠 은근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암컷들도 보이고, 몇몇 주점의 술자리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푸흐흐... 좋아. 아주 좋은 흐름이야.
아직 모든 술집이나 가게들에서 우리 라디아 특산품을 취급하는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으로도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기엔 충분하지.
그리고 그렇게 바뀌다 보면, 굳이 내가 건드리지 않아도 도시 전체에서 라디아의 특산품을 취급하게 될 테고 말이야.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암컷들이 알아서 음란하게 타락해 준다니... 큭큭. 이 무슨 편하면서도 즐거운 일이람?
앞으로 이 마법도시에선, 즐겁게 교미만 하고 지낼 수 있겠어.
“...뭘 그렇게 실실 쪼개는 거야? 갑자기 어디 이상해지기라도 한 거야?” “응? 아니~ 그냥, 페이엔이 귀여워서~” “...칫. 헛소리하지 말고, 거기 시약이나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페이엔 교수님~”
나를 지켜보던 페이엔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표정을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시약을 가리켰다.
그 시약을 가져다 주자, 가볍게 흔들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플라스크에 흘려 넣는 페이엔.
지금 페이엔은, 나와의 교미를 거부한 채 그저 실험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나와의 첫 교미가 끝난 직후, 이 작은 엘프는 한동안 날을 세우며 나에게 으르렁 거렸지만...
하지만 그래 봤자 자신에게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된 다는걸 깨닮았는지, 페이엔은 앞으로 실험에만 집중할거라 선언하며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뭐, 그런 요구는 절대 들어줄 수가 없는 요구이지만... 그런 요구를 받고도, 내가 고개를 끄덕여 준 이유는...
====================================================================== 이름 : 에레니아 페이엔 종족 : 엘프 레벨 : 34 ( 14840 / 32120 ) 칭호 : 몰래 말정액 마약을 맞으며 자위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음란한 엘프 나이 : 56세 암컷 스킬 : [음란 Lv.4] [수컷 냄새 중독 Lv.5] [말정액 중독 Lv.8] [불신 Lv.2] [혐오 Lv.1] [순종 Lv.2] [공포 Lv.1] [약물 중독 Lv.4] 암컷 기록 : [첫 키스 : 말자지] [첫 애널 : 말자지] [혈중 말정액 마약 농도 : 4%] 수컷 호감도 : 일리안 미하일 61% 하인즈 로아 사루앙 28% 아스모 마라 세마 11% ======================================================================
이렇게, 페이엔의 상태창에서 내 말정액으로 만든 마약을 즐기고 있다는 게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지. 푸흐흐...
내가 요청한 가축촉진제나 절망 마약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나 없을 때 말정액 마약을 즐기며 자위에 빠져있다니.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이야?
나와의 교미는 싫지만, 어떻게 마약으로 정제한 내 말정액은 딱히 상관 없다는 건가? 큭큭...
뭐, 이리저리 연구하면서 마약의 부작용은 줄이고, 해독제도 잘 통하도록 개선하고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페이엔 혼자만 좋아질 내 말정액이 아니지. 아무리 정제하고 개선해 봤자, 내 말정액이 암컷을 타락시키는 건 막을 수가 없다고.
본인도 그런걸 전혀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해독제가 어느 정도 통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자기가 만든 말정액 마약이 주는 쾌락 때문에 도저히 벗어나질 못하는 거겠지?
덕분에 본인이 점점 변하고 있단 것도 모르고... 봐. 어느새 불신이나 혐오도 많이 내려가 버렸잖아.
여전히 나에게 차갑게 굴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미묘하게 바뀌어가는 반응이나 몸짓이 다 보이고 있다고? 큭큭...
“...줬으면 책이라도 읽으면서 쉬고 있어.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니 부담되잖아.” “에이~ 여기 책들은 봐도 재미가 없는걸~ 내가 이런 쪽엔 좀 무식한 편이라~” “뭐가 그리 자랑이라고... 지식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쌓아. 적어도 네 몸뚱이가 얼마나 위험한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푸흐흐. 그래. 위험하기는 하지. 이 우월한 육체에 본인 아내나 가족들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수컷들이 말이야.
흐음. 점점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게, 이제 곧 내 스킨십도 거부하지 않게 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마약만으로 그렇게 만드는 건 재미가 좀 없지?
슬슬 또 페이엔의 몸을 즐겨보고 싶은데. 적당한 핑곗거리 뭐 없으려나?
“흐음... 페이엔. 바람도 쐴 겸 나가보지 않을래?” “뭐 하러... 그리고 얼른 만들어야 널 내보내지. 언제까지 이렇게 찾아올 생각인데?” “에이. 친하게 지내면 좋은 거지. 뭘 그리 못 내보내서 안달이야?” “하. 남의 가족 가지고 협박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정말이지 낯짝도 두껍다니까.” “뭐, 몬스터다 보니 내가 피부가 좀 두껍기는 하지. 푸흐흐...”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하긴 했지만, 페이엔의 굳은 표정을 보니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곤란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흐음... 그래. 내게 가지고 있던 혐오감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와 멀어지는 걸 목표로 잡고 있으니 쉽게 날 받아들이진 않겠지.
하필이면 내가 여유부리며 먼저 손대지 않겠다고 말해둬서, 페이엔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잖아?
심지어 내 말정액도 이미 충분하다며 거절하고 있는 상태라, 은근슬쩍 틈을 노리기도 힘들어져 버렸으니...
한 번뿐이고 항문보지로 즐긴 거였지만, 그래도 교미도 즐긴 사이인데. 정말 매정하다니까 이 작은 엘프는.
어쩔 수 없지. 이쯤에서 조금 다른 떡밥을 던져보도록 할까?
“흐음... 미하일이랑 같이 바람 쐬러 나가는 것도 싫어?” “...뭐? 미하일? 너 또 뭘 노리고...!” “에이. 설마 여기서 내가 또 뭘 할까 봐? 날 너무 쓰레기로 보는 거 아니야?” “너 쓰레기 맞잖아! 여기서 왜 또 미하일 이름이 나와!? 설마 사루앙처럼 미하일도...!!” “그런 거 아니거든~ 그리고 사루앙은 그냥 대화만 나눴을 뿐이라니까?”
나 참. 사루앙도 그냥 대화만 나눴을 뿐이라는데 이러네. 큭큭...
하여간 가족을 너무 아낀다니까~ 어차피 사루앙은 내일 죽었단 말이 들려도 이상할 거 없는 노친네인데 말이야.
본인은 오래 사는 엘프라고 시간 감각이 없는 거야? 푸흐흐...
“그냥 날 위해 노력해 주고 있는 두 사람이랑, 식사나 하면 어떨까 싶어서 물어본 거야. 요즘 이 주변 식당들 요리나 술들이 아주 맛있어졌다더라고?”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텐데? 미하일도 끼운다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데?” “그런 거 없어~ 그냥, 밖에도 안 나가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두 사람이 고맙고 안타까워서~”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쯧...!” “응. 응. 그래. 너무 고마워서 밥이나 한끼 쏘려는 것뿐이야. 어때? 이번엔 정말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뭐어... ‘나’ 는 아무것도 안 할거니까. 딱히 거짓말 하는 건 아니지? 푸흐흐...
“미하일 못 본 지도 좀 되지 않았어~? 같이 식사도 하고 해야 가까워지지~ 두 사람, 사루앙한테 들었는데 별 일 없으면 결혼할 사이라며?” “하... 아직 정해진 것도 아니야. 걘 어릴 때부터 키워온 내 제자라고.” “에이~ 남녀 관계에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지. 푸흐흐.” “이 몬스터가 진짜...! 나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 지금 그딴 소리를 해!?” “항문교미는 크게 상관없지 않아? 그 정도는 그냥 같이 운동 좀 한 거지~”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마물은!?”
개소리가 아니라 말소리입니다 교수님~ 임신하는 것도 아니고 처녀막도 멀쩡한데, 뭐가 그리 문제이실까? 큭큭...
그러고 보면 우리 페이엔. 항문 보지는 멀쩡하신지 몰라~ 심상치 않을 정도로 확장돼서 걱정이었는데~ 다시 보질 못하니 어떤 모양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잖아?
이번 이벤트에서 꼭 한 번 확인해보고 싶은걸. 큭큭...
그러니까 페이엔. 너무 튕기지 말고 그냥 같이 가자고.
“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정말 가기 싫어? 오랜만에 미하일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정말, 아무것도 안 할거야?” “엠창. 이 말자지 걸고,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할게.” “엠... 뭐? 아니, 하아... 걸어도 뭐 그딴 쓸데없는 걸...” “에엥!? 이 육체에서 말자지 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너도 경험해 봤으니 잘 알잖아!?” “알긴 뭘 알아!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만한 소리하지 마!”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를 내지른 후, 머리를 짚으며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내비치는 페이엔.
아직도 뭔가 떨떠름한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고 있는 내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건, 나한테 손대려고 하는 거나 헛소리 하는 것도 포함이다?” “당연하지~ 아무리 그래도 미하일이 앞에 있는데, 내가 그런 짓을 하겠어?” “미하일 한테도. 허튼 수작은 부리지 않고, 그냥 식사만 하는 거지?” “당연하지! 미하일은 나한테 마도구를 만들어줄 남자인데, 설마 그런 미하일한테 뭔가 하려고 하겠어?” “...네가 대화를 한 것 뿐이라고 말하는, 사루앙한테 한 헛짓거리를 미하일에게도 하면... 그땐 정말 협박이고 나발이고 끝이야. 알겠어?” “알았어 알았어~ 아니, 사루앙이랑은 정말 그냥 대화만 나눴을 뿐이래도 그러네~”
요 며칠간 말정액 마약을 즐기며, 내가 손대지 않았는데도 나에 대한 혐오감이 줄어가던 페이엔.
비록 말정액 마약이 큰 역할을 하기야 했지만, 단순히 그것 만으로 이렇게 혐오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뭔가 나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이외엔, 생각보다 멀쩡했던 사루앙의 모습.
오히려 예전보다 건강해진 게 아닐까 싶은 사루앙의 모습을 보았기에, 페이엔은 다른 건 몰라도 사루앙의 몸을 망가트리진 않았다는 내 말을 믿기 시작했다.
뭐. 사실은 미완성인 절망 마약을 조금씩 놔주고 있어서 그런 것뿐이지만!
그 늙어빠진 몸에 정력이 샘솟는 대가로, 페이엔이 안보는 데선 절망에 빠져들고 있지만... 그런 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아무리 양을 조절한다 해도 미완성인데다 무슨 부작용이 있는지 모르는 절망 마약이라,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페이엔이 내 음수가 될 때까진 버티지 않겠어? 푸흐흐...
그 노친네, 과연 완성된 절망 마약을 즐길 수는 있으려나? 뭐, 그런 노친네 따윈 어찌되든 큰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왕 살려준 거, 최대한 오래 살면서 내 음수가 된 페이엔이 수컷들을 절망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일단 지금은 페이엔을 내 음수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 달라고. 사루앙.
“......그럼 뭐... 좋아. 그러던가 말던가...” “푸흐흐. 진짜지? 그럼 약속한 거다?” “뭘 약속까지... 너나 말한 거 지켜. 헛짓거리 하면 그냥 자리 박차고 나올 거니까.” “걱정 마~ 이 마왕은 약속한 건 지켜주는 수컷이라고. 푸흐흐.”
말정액 마약과 사루앙으로 인해 거부감이 줄어든 것 덕분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나의 식사 제안을 받아들인 페이엔.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페이엔의 입가가 순간적으로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다.
금방 사라져 버린 저 페이엔의 미소는, 오랜만에 보게 될 미하일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함께 하는 식사자리 란 것 때문일까.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나를 믿고서, 기대감을 느끼는 듯한 페이엔의 모습.
지금 페이엔은, 자신이 그 식사 자리에서 무엇을 하게 될 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