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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29화 (530/749)

Chapter 528 - 479화 - 타락의 시작은, 유흥을 익히는 것부터! (4)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음날 저녁 무렵.

페이엔과 미하일. 식사 제안을 받아들인 이 두 사람과 함께, 나는 미리 파악해둔 마법탑 인근의 주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세마 씨. 안 그래도 조금 기분 전환이 필요하던 상황이었는데...” “푸흐흐. 의뢰를 맡겨놓고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몸은 챙겨가면서 해야지.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하하... 네. 감사합니다.”

조금 피곤한 듯한 얼굴인 미하일이, 머쓱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식사 제안을 건네러 연구실에 찾아갔더니, 몇몇 연구원들과 함께 반쯤 시체가 되어있던 미하일.

그런 미하일에게 페이엔을 미끼로 식사 얘기를 꺼냈더니, 미하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아직도 자신의 상황을 눈치 못 채고 있다니... 미하일 이 녀석, 스승이랑은 다르게 참 멍청하다니까. 큭큭...

페이엔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의심하고 있는데. 그런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거야?

하여간... 이래서 애들은 공부만 시키면 안 된다니까. 배운 쪽으로 머리 쓰는 걸 빼면 눈치도 없는 바보가 되어버리잖아.

뭐, 덕분에 나는 편해서 나쁠 건 없지만 말이야.

하루 종일 연구에만 매달려 있어서 지쳐있었을 뿐, 마도구도 별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대로 놔두면 얌전히 연구만 하다가 마도구를 완성해서 가지고 오겠지.

본인이 연구에 빠져있는 동안, 소중한 스승님이 무슨 일을 겪는지도 모르고... 큭큭...

열심히 뺑이쳐라. 미하일. 그 동안 네 사랑스러운 스승님은, 이 마왕님의 암컷이 되어있을 테니까 말이야.

오늘 식사 자리는 내 암컷이 되기 전에, 페이엔의 모습을 살피게 해주는 이 마왕의 자비...

과연 그 자비를 눈치챌 수 있을지 없을지... 어디 한 번, 즐겁게 지켜봐 줄게. 미하일.

뭐, 열등한 수컷이니 결과는 뻔하겠지만 말이야. 큭큭...

“페이엔~ 어때? 오랜만에 제자 얼굴도 보고 바람도 쐬니 제법 기분 전환이 되지 않아?” “......”

속으로 변해버린 페이엔의 모습에 절망하는 미하일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던 도중.

뒤따라오던 페이엔에게 말을 건넸지만, 어째서인지 페이엔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페이엔~? 왜 그래?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저기 저 여자들이 들고 있는 거. 저거 혹시 담배 아니야?”

아하. 왜 길거리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나 했더니. 빠르게 우리 라디아의 특산품을 받아들인 유행의 선두주자들을 보고 놀란 모양이구만.

뭘 그리 놀라고 그래 페이엔~ 담배 정도야 성인이면 필수도 있는 거잖아? 푸흐흐.

“...어...? 정말이네? 연구용으로 들여온 교수는 있었지만, 따로 파는 곳은 없었을 텐데?” “내 말이. 처음엔 어디 연구실에 소속된 애들이 몰래 꺼내온 건가 싶었는데. 계속 살펴봤더니 학생들의 비행 이라기엔 은근히 피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아하. 그렇지. 도시마다 다르긴 하지만, 왕국의 대부분의 도시에선 담배는 그리 흔한 게 아니었었지.

무슨 계집애마냥 담배 연기를 싫어했다던 모 왕 때문에, 담배 피던 인간들이 한 번 씨가 말랐었다고 했었으니...

흠... 그래도 아직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일 뿐인데, 이걸 그리 이상하게 여기다니...

이거 내가 두 사람을 너무 괴롭힌 건가? 아무래도 앞으로는, 미하일은 몰라도 페이엔은 간간히 데리고 나와서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줘야겠어.

“야. 언제부터 저랬어? 분명 저번 대결 심사 할 때는 저런 사람들은 없었는데...” “글쎄~? 그냥 며칠 전부터 조금씩 늘어나던걸? 어디 상인이 들여오기 시작한 거 아니야?” “...흐으음...? 마법도시의 상인이, 담배를...?” “뭐, 그렇지 않을까? 근데 그냥 기호품일 뿐인데 뭘 그리 신경 쓰는 거야? 궁금하면 너도 한번 피워보던가?” “...됐어. 난 저런 풀 태운 연기 들이마시는 건 별로니까.”

에이~ 분명 좋아할 텐데~ 너무 바른 생활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페이엔?

냄새를 맡을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분명 저 담배 연기에 마음이 설레고 있을 텐데? 근데 별로라고~?

직접 말정액 마약까지 만들어서 즐기고 있는 주제에 담배는 싫다니... 큭큭. 페이엔. 유희를 즐기려면 좀 제대로 즐겨야 되지 않겠어?

조금만 기다리라고. 이쪽도 제대로 놀만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식당을 찾아놨으니까 말이야.

“하아... 근데 식당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돼? 가깝다고 하지 않았어?” “거의 다 왔어. 다른 식당보다 훨씬 괜찮을 테니까. 조금만 더 참으라고.” “쯧... 고작 밥 하나 먹는데, 뭘 그리...”

이제 바깥 풍경은 충분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 페이엔.

지금 페이엔의 표정에서는, 오랜만에 즐기는 외식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미하일과 대화를 나누는 표정은, 무슨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반가운 표정인 주제에. 내가 데려가 주는 가게는 관심도 없다니.

푸흐흐. 이거 참 너무한걸... 얼른 마법도시의 새로운 맛집에서 어떤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지 보여줘야겠어.

“자. 여기야. 식사부터 술자리까지 즐길 수 있는, 학생들한테 제법 유명한 가게라고 하더라고?” “흐응... 확실히, 애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의 가게네.” “아. 여기구나. 나는 펜델 교수님과 회식하면서 한 번 와봤었어.”

오... 미하일은 한 번 와봤던 가게인가? 근데 최근에 온 적은 없는 모양이네?

푸흐흐... 아마 놀랄걸? 여기 이 식당이, 마법도시에서 가장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가게거든.

나도 세라에게 보고만 듣고서, 엊그제 확인차 내 음수들이랑 같이 한 번 와봤을 뿐이지만...

세라가 알려준 가게들 중 가장 빠르게 변해가는 가게였으니까. 어디, 그새 얼마나 변해있나 한 번 봐볼까~?

“안녕하세요 누님~ 3명, 안쪽 테이블 자리 있나요~?” “네~ 어서오... 어머! 신수님! 또 와주셨네요♡”

3명이란 걸 알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온 순간, 나를 보고서 활짝 미소를 짓는 성숙한 암컷.

이틀 전에 왔을 때 가게 사장의 부인이라던 유부녀 암컷이, 묘하게 짙은 화장을 하고서 나를 반기듯이 활짝 미소를 내비쳤다.

“안 그래도 신수님이 또 오지 않으실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틀 만에 또 와주시다니, 너무 기쁘네요♡” “푸흐흐. 이리 예쁜 누님이 계신 가게인데, 자주 찾아와야죠... 헌데 사장님은? 어쩐지 안보이시네?” “하아... 그 인간, 어제 저녁쯤부터 머리가 아프다면서 칭얼거리더라구요. 징징대는 게 왠지 꼴 보기 싫어서, 그냥 쉬라고 했답니다.”

푸흐흐... 그럴 수 밖에. 지금 이 가게는 마법도시 안에서 가장 빠르게 우리 라디아의 물건들을 받아들인 가게잖아?

간단히 술만 시험 삼아 취급해 보려다가, 금방 조미료 같은 것도 라디아 걸로 바꿨다고 들었는데...

그것 덕분인가? 벌써부터 가게에 수컷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게, 이틀 전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아진 느낌인걸.

물론, 가게의 부사장인 우리 사모님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큭큭...

이거 사모님은 이제 내 말자지를 즐겨도 괜찮을 것 같은걸? 당장 내일이라도 와서 즐겨줘야겠어.

“켁, 콜록...! 아니, 무슨 가게에 담배 연기가 이렇게...” “콜록, 콜록... 으음... 담배 연기 말고도 뭔가 묘한 냄새가... 어쩐지 머리가 아픈걸...” “응? 그래? 콜록...! 담배 연기가 맵긴 하지만, 머리 아플 정도의 냄새는 아닌 것 같은데...”

나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온, 페이엔과 미하일.

가게 안에 가득 차있는 담배 연기에 콜록거리며, 두 사람은 밖의 공기와는 다른 가게의 냄새에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어딘가 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미하일의 표정은 두통이 찾아온 듯한 괴로운 표정이지만, 페이엔의 표정은 처음 맡은 묘한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듯한 표정.

페이엔의 표정에선 금새 찌푸림이 사라졌지만, 미하일은 좀처럼 찌푸린 표정을 피질 못하고 있었다.

푸흐흐... 새끼. 벌써부터 그리 어지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 아직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스승님을 좀 본받아 보라고~ 역시 어른이라서 그런지, 이런 분위기에 금새 익숙해졌잖아?

라디아의 네토아레나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냥 애들도 즐길 수 있도록 조절한 수준인데 말이야.

푸흐흐... 이런 가벼운 냄새와 분위기에 당황하다니. 두 사람, 너무 연구만 하고 지낸 거 아니야?

누가 그 스승에 제자 아니랄까 봐... 안되겠다. 이 마왕님이 두 사람에게, 제대로 유흥을 즐기는 법을 알려줘야겠어.

“누님. 안쪽에 가장 좋은 자리로. 기왕이면 점원 한 둘 전담으로 붙여줬으면 좋겠는데... 바빠서 안 되려나?” “후후♡ 우리 신수님이 원하시는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안느! 나랑 같이 신수님을 접대해 드리자꾸나♡ 먼저 신수님을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렴♡” “네에~♡ 알겠습니다♡ 자, 신수님♡ 그러면 안내해 드릴게요♡” “오~ 그래. 고마워. 안느. 푸흐흐...”

어쩐지 여직원만 보이고 있는 듯한, 묘한 가게 직원들의 모습.

아직 가축이 된 것도 아니고 옷차림도 멀쩡하지만, 분위기만은 가축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암컷이 나와 두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한다.

“...쯧... 하여간, 저 녀석은...”

그리고 그렇게 암컷들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내 모습을 보고서, 무언가 맘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차는 페이엔.

스승과 제자라기엔 각별한 사이인 수컷과 암컷을 데리고, 그렇게 즐거운 식사 자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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