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38 - 489화 - 원한을 받았으면, 갚아줘야 하는 법! (5)
“음~ 오늘도 조용하고 평화롭네~”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는, 아침 시간.
엘프 유학생들이 모인 엘프들의 기숙사에서, 몇 명의 엘프들이 한가롭게 모여 식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후후. 우리 엘프들이 지내는 곳인데, 당연히 조용하고 평화로워야지. 안 그래?”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간들의 도시는 너무 시끄럽고 난잡해. 너무 여유들이 없어.” “단명종들이 그렇지 뭐~ 끽해봐야 100년 언저리 사는 인간들이니, 여유를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지 않겠어?” “에세르의 축복을 받지 못한 종족들이니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아득바득 열심히 살아야, 뭐라도 남기고 가지 않겠어요? 후훗.”
인간들을 하찮게 여기면서, 그들의 삶을 불쌍하다 말하는 엘프들.
에센티아의 세 종족 중에서 가장 발달한 기술력과 많은 인구수를 가진 인간들이지만, 엘프들에게 있어 그들은 불쌍한 단명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의 마법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온 것은 본인들이건만. 이들에게 있어서 이 유학은, 본인들이 아니라 인간들이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그러한 일이었다.
엘프들만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나 특별한 취급 역시, 인간들보다 우수한 종족인 엘프들에겐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일 뿐...
본인들이 받는 혜택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엘프들은, 오늘도 장생종의 여유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엘린느랑 레이라는? 오늘 수업인가?” “어~ 오늘 마도구 소재 좀 본다고 일찍 나가더라.” “두 사람 다 정말 성실하다니까요. 그런 건 그냥 인간 심부름꾼에게 시켜도 괜찮을 텐데.”
본인들이 원하는 수업에 참가할 때 이외엔, 대부분의 시간을 이 엘프들만의 거주 구역에서 보내는 엘프들.
상당히 지루할 법도 하건만, 장생종인 그들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잔심부름 조차 이 숲을 관리하는 인간들에게 시키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숲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어찌 보면 게을러 보이기까지 하는 엘프들의 여유.
그것은 단순히 장생종이 가지는 여유 때문만은 아니라, 수왕국보다 에세르 농도가 낮은 인간들의 도시에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지내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들이 지내던 수왕국과 비교했을 때 인간들의 도시에서 지내는 것은 청결하지 못한 슬럼가에서 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들이 그나마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은, 이 숲의 맑은 공기와 숲에 설치된 세계수를 모방한 에세르 생성 마도구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에세르 생성 마도구를 관리하고 개량해나가는 것이, 유학 온 엘프들에게 주어진 과제.
이 엘프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들은, 단순히 그들이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주는 것이었다.
“...어? 차가 다 떨어졌네... 한 잔 더 마실 사람~?” “저요~ 나 마실래~” “나는 이제 내 방에 가서 연구나 할래. 올해 안에 제출하기로 한 과제도 있고...”
물론 이 엘프들도, 단순히 인간들이 주는 혜택을 누리려고 이 먼 곳에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마법 연구에 흥미가 있는데다, 엘프들 중에서는 호기심이 강한 엘프들.
단순히 엘프로서의 자긍심이 강한 것일 뿐, 이들 역시 마법도시의 학생들처럼 마법이나 연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연구체질이란 것은 마찬가지인 이들이었다.
그저 그들의 연구를 기다리는 이들만이 조금 답답할 뿐. 마법학교도 이 엘프들도, 딱히 큰 불만은 없는 엘프들의 유학 생활.
그렇게 쭉 이어질 것만 같았던 이들의 평화로운 생활에, 갑작스럽게 그 평화를 깨트리는 무엇인가가 찾아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꺅!? 피, 필레느!?” “뭐, 뭐야!? 왜 그래!?”
주전자를 들고 기숙사의 공동 휴식실을 나갔던, 필레느의 비명소리.
심상치 않은 그 비명소리를 들은 엘프들이, 당황하며 그 비명소리가 들려온 기숙사의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평화로운 이 엘프들의 기숙사에서 들려선 안될, 진심으로 공포를 느낀 암컷의 비명.
그 비명이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숙사의 현관에 도착한 엘프들이 본 것은...
주전자를 떨어트린 채, 주저앉아 몸을 떨고 있는 필레느와...
그녀가 비명을 지르게 만든, 엘프들의 기숙사를 침입한 짐승들의 무리였다.
“오~ 뭐야 이거. 외관은 그냥 커다란 목제 건물 같았는데. 내부는 제법 최신식으로 깔끔하네?” “에헤헤...♡ 네에...♡ 아무래도 마도구 설비 같은 게 없으면, 생활이 꽤 불편하거든요...♡” “맞아요오...♡ 군데군데 일부러 마도구 없이 꾸민 곳도 있지만, 인간들이 지내는 건물과 크게 다른 건 없답니다♡”
단순히, 갑자기 나타난 짐승들의 무리 때문에 그런 비명이 나왔던 것은 아니다.
암컷 짐승들을 데리고 나타난, 흉악할 정도의 근육과 덩치를 지닌 커다란 몬스터.
너무나도 불길하게 느껴지는 그 존재의 곁에, 분명 아침에 나갔던 엘린느와 레이라가 달라붙어 앙탈을 부리고 있었다.
“에, 엘린느...? 레이라...?” “너,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니, 지금 너희들 그 배는 대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비명이 나올 만큼 놀라운 광경일 텐데.
지금 엘린느와 레이라는, 알몸인 것과 동시에 믿을 수 없는 모습이 되어 자신들의 가슴을 저 흉악한 몬스터에게 맡기고 있었다.
분명 나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게 튀어나온 두 사람의 복부.
저 커다란 몬스터의 손이 자신들의 가슴을 주무르는데도, 엘린느와 레이라는 그것이 기쁜 것처럼 저 손을 기쁜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해버린 두 사람의 모습과, 창녀처럼 보이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그 목에서 보이는, 무엇인가 파고든 듯한 거뭇한 자국.
변해버린 그녀들의 모습과 더불어 목에 채워진 묘한 초커가, 그녀들의 모습을 마치 노예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뭐야 그 비명!? 지금 무슨 일... 헉!?”
따로 할 일이 있었던 것인지, 티타임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 있던 수컷 엘프.
계단을 뛰쳐내려온 그 수컷 엘프가, 현관에 있는 짐승들과 두 엘프를 보고선 눈을 크게 뜨며 식겁하는 표정을 내비쳤다.
다른 엘프들과 마찬가지로, 계단 앞에 멍하니 서서 눈 앞의 광경을 믿기지 않는단 듯이 바라보고 있던 수컷 엘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수컷 엘프는 다른 엘프들보다 먼저 움직이며 짐승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몬스터 자식이 레이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떨어지지 못해!?”
연구계열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마법사 일 터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귀까지 빨개진 수컷 엘프는, 어울리지 않게 주먹을 치켜들고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곳에 있는 엘프들 중에서는, 가장 성격이 급한 편인 수컷 엘프의 흥분.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움직인 이 수컷 엘프가, 그렇게 암컷 엘프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암컷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짐승에게 달려들었지만...
하지만 그 주먹이 닿기도 전에, 그 수컷의 복부에 누군가의 발길질이 파고들었다.
“커헉!? 꺽!?” “감히... 어딜 주제도 모르고 마왕님께 덤비는 거야? 죽고 싶어 갈란드?”
그 수컷을 걷어찬 것은, 그가 달려들며 이름을 외쳤던 레이라 라는 암컷 엘프.
방금 전까지 짐승을 향해 앙탈을 부리던 그 엘프가, 마왕이라는 짐승을 지키려는 것처럼 달려든 갈란드를 걷어 찬 것이었다.
얼마나 세게 걷어찬 것인지, 먼저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엘프들의 근처까지 날아간 갈란드.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그 수컷 엘프를, 레이라는 싸늘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무, 무슨 짓이야 레이라!? 갈란드를 걷어차다니!?” “미친 거야!? 네가 어째서 갈란드를...!?” “설마...! 저 몬스터가 두 사람에게 뭔가...!?”
그제서야 굳어있던 엘프들이, 쓰러진 갈란드의 곁에 모이며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레이라가 갈란드를 걷어찬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레이라를 향해 어찌 된 것인지를 따지는 엘프들.
티타임에 참여하지 않은 엘프들도 하나 둘씩 모이자, 무엇인가 두려움을 느끼던 엘프들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갈란드를 부축하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을 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엘린느와 레이라의 상태.
엘프들은 그제서야, 갈란드를 걷어 찬 다리를 들어올리고 있는 레이라와 마왕에게 안겨있는 엘린느의 다리 사이에서...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누런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미, 미쳤어... 레이라, 너 설마 갈란드가 있으면서 그 몬스터랑...?” “엘린느 너도!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들인 거야!?” “아니, 다른 건 둘째치고 그런 몬스터를 이 곳에 데려오다니!? 여긴 우리 엘프들만 들어올 수 있는...!” “혹시... 지금 두 사람, 저 몬스터에게 조종을 당하는 건...” “서, 설마... 저 목에 채워진 장신구가, 두 사람을 조종하는 마도구인건...?” “감히 몬스터 주제에, 우리 엘프들을 건드려...? 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엘프들이, 수군거리며 짐승들을 향한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황스럽던 감정을 다스리며 표정을 굳힌 채,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자세를 잡기 시작하는 엘프들.
마왕은 여유롭게 두 엘프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그런 엘프들의 모습을 비웃듯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큭큭... 생각하는 꼬라지들 하고는... 엘프들은 건방진 주제에 멍청하기까지 한 모양이네. 그렇지?” “아핫...♡ 맞아요 마왕니임...♡ 저희 엘프란 종족은, 시건방지기만 하고 멍청한 종족이랍니다♡” “거 참. 잘 빠진 몸매가 아까운 년들이네. 큭큭... 어디, 이제 다 모인 건가?” “아뇨. 아직 한 명. 여기서 가장 오래 지냈던 암컷이...”
자신들의 종족을 비하하면서, 마왕을 향해 진심이 담긴 애교를 부리던 두 암컷 엘프.
그 애교를 즐기며 엘프들의 숫자를 파악하던 마왕에게, 레이라가 말을 마치기 전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캬시아 선배!”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다른 엘프들보다 조금 성숙한 느낌을 지닌 암컷 엘프.
캬시아라는 이름의 암컷 엘프가, 연구하다 말고 뛰어나온 것 마냥 백의를 휘날리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엘린느! 레이라!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죠!? 그 몬스터, 당신들이 데려온 건가요!?” “...큭큭. 이제 다 모인 모양이네? 응? 아, 그래? 흐음흐음...”
짐승과 함께 있는 두 엘프에게 소리지르는 캬시아.
하지만 두 엘프는, 그런 캬시아를 비웃듯이 키득거릴 뿐 이었다.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캬시아의 반응 따윈 상관 없다는 듯이, 그녀를 무시한 채 자신의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듣는 마왕.
그 마왕의 뒤편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캬시아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며 흠칫 몸을 떨었다.
“아하... 교수가 되려고 아예 여기 남아서... 그런 주제에 너한테... 흐음...” “뭐, 뭐야... 혹시 페이엔...? 당신 페이엔이지!? 몬스터 뒤에 숨지 말고 나와요!” “네!? 그 저주 받은 엘프!?” “앗...! 저기 검은 머리! 진짜 그 저주받은 엘프야!”
몬스터와 두 엘프만 신경 쓰다가, 몬스터 뒤에 숨어있는 작은 엘프를 눈치채지 못했던 엘프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던 캬시아가 페이엔의 이름을 외치자, 그제서야 엘프들은 화들짝 놀라며 페이엔을 향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이었군요! 지금 그 몬스터를 데려온 게!” “엘린느와 레이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저주받은 엘프!” “아무리 저주받았다지만 어떻게 동족한테 그런 짓을!? 당장 두 사람을 풀어줘!” “그런 불길한 몬스터와 함께 있다니, 엘프로서 부끄럽지 않나!?” “큭...! 인간들의 도시에 자리잡았을 때부터 미친 것 같더라니...!” “저 저주받은 엘프, 언젠가 크게 사고칠 줄 알았지! 분명 우리에게 앙갚음하려고 저 몬스터를 데려온 게 분명해!”
본인들이 차별하고 혐오해도 가만히 있던, 작은 엘프.
같은 엘프라기엔 본인들과는 모습이 꽤나 다른 엘프의 모습을 보게 되자, 만만한 상대를 발견한 것 마냥 엘프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한 채, 마왕의 뒤에 숨어 그에게 무어라 속삭이고 있던 페이엔.
그녀에게 한동안 고개를 기울이고 있던 마왕이, 그들의 비난이 거슬린다는 듯이 눈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흐응. 페이엔. 저렇게들 말하는데... 혹시 아직도, 이쯤에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어?” “...그러네... 이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어쩐지,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야.” “푸흐흐. 그렇지? 저런 건방진 애들은 제대로 짓밟아 줘야 된다고. 뭐 하러 그런 배려를 해?”
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미안한 것처럼 몬스터의 뒤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페이엔.
그러나 자신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자, 페이엔은 뭔가 거슬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몬스터의 뒤에서 몸을 드러냈다.
몬스터의 꼬리를 살며시 붙잡은 채, 자신을 비난하는 엘프들을 그 귀여운 얼굴로 위협하듯이 노려보는 작은 엘프.
그 작고 귀여운 얼굴 때문인지, 지금 엘프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유일하게 이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을.
이 귀여운 엘프의 마음 속에서, 동족으로서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자비심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뭐라 중얼거리는 거에요!?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내 후배들을 건드리다니...! 교수라고 봐줄 줄 알았나요!?” “맞아! 네가 인간들의 보호를 받는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아!?” “당장 엘린느와 레이라의 목에 채운 마도구를 풀어! 두 사람을 놓아주라고!” “그렇지 않으면, 신수고 교수고 간에 당장 이 자리에서 매운 맛을 보흡!!?”
각자 마법을 준비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으며, 짐승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엘프들.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던 와중, 한 수컷의 얼굴이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것처럼 갈라졌다.
“...어? 맥세스...?” “어. 어? 맥세스, 머리가...”
외침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조용해진 엘프들의 목소리.
무엇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하는 엘프들 사이에서, 푸른 머리카락을 지닌 암컷 짐승이 자신의 긴 손톱에 묻은 피를 핥으며 엘프들을 노려보았다.
“큭큭... 세실리아. 아직 움직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움직이면 어떡해?” “미안해 오빠~♥ 떽떽거리는 게 짜증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하아... 세실리아. 아무리 그래도 마왕님의 명령도 없었는데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이니? 너도 암컷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음수인데. 그래서는...” “네에~♥ 죄송합니다아~♥” “얘도 참... 죄송합니다 마왕님. 세실리아에겐 제가 잘 말해둘 테니...” “뭐, 어차피 명령하려던 참이었으니까 괜찮아... 그치만 세실리아. 함부로 움직였으니 오늘 교미는 가장 늦게 해줄 거야.” “아~♥ 너무해 오빠아~♥ ...이 쓰레기! 너 때문에 오늘 교미 순서가 밀렸잖아! 열등한 수컷 주제에!”
머리가 날아간 시체를 하이힐로 짓밟으며, 분통을 터트리는 암컷.
그녀가 시체를 모욕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엘프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악!! 맥세스으!!!” “이, 이 하등 종족이! 감히 맥세스르으으으을!!” “으아, 아아아!! 매, 맥세스! 머, 머리가, 머리가아!!”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진 엘프들. 그리고, 분노하며 세실리아를 향해 마법진을 만드는 엘프들.
다양한 반응들과 함께 혼란스러움이 생겨나면서, 엘프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분노를 드러내면서, 세실리아를 향해 손을 펼쳐 마법진을 만들어낸 한 엘프.
그 엘프의 손에서 마법진이 빛나려던 도중, 엘프들의 몸이 굳으며 소란스러움이 갑자기 진정되었다.
“뭐, 뭐야!? 몸이...!?” “갑자기 몸이 안 움직여! 이건...!!?”
움찔거리기만 할 뿐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깨닫지 못하는 엘프들.
그들의 사이에서 세실리아가 면목없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마왕 쪽을 향해 키득거렸다.
“고마워 리즈 언니~♥ 나 때문에 괜히 귀찮게 됐네♥ 미안♥” “뭘♥ 근데 확실히 숫자가 많으니 좀 힘드네... 마왕님?” “큭큭.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바로 시작해 볼까?”
암컷 엘프들의 가슴에서 손을 뗀 후, 가볍게 목을 꺾으며 혀를 날름거리는 마왕.
수컷들은 무시한 채, 마왕은 마치 누구 먼저 맛을 볼지 고민하는 것처럼 암컷 엘프들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향하는 시선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몸을 움찔거리는 암컷 엘프들.
그런 엘프들을 향해, 마왕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며 한 걸음 내디딘 그 순간...
“옆구리가 비었구나! 몬스터!!”
계단 위에서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던 캬시아가, 마왕의 옆에서 안개처럼 나타나 그의 몸을 향해 짧은 지팡이를 내밀었다.
“감히 내 후배들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죽어!” “오오...!?”
캬시아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감탄하는 표정을 내비치는 마왕.
셔츠와 목걸이를 풀어헤치며 암컷들에게 다가가던 마왕의 몸에, 무엇인가 녹색의 빛이 서린 바람이 휘몰아 치면서.
터질듯한 근육을 가진 마왕의 몸에, 바람의 칼날이 그 몸을 베어 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