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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43화 (544/749)

Chapter 542 - 493화 - 원한을 받았으면, 갚아줘야 하는 법! (9)

“음... 이게 그건가...”

마법도시에서 단 20명 가량의 엘프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도심 외곽에 있는 커다란 숲.

그 숲의 한 가운데에 설치된 기둥 같은 마도구를 바라보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표정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쩐지 기분 나쁜 느낌인걸~ 왠지 몸도 좀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고... 역시 이건 에세르 농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 걸려나...? 다들 어때? 너희는 괜찮아?”

매연과 미세먼지가 가득한 그런 장소에 와 있는 듯한, 답답한 이 느낌.

분명 맑고 깨끗한 공기가 넘쳐흐를 것 같은 아늑한 숲 안인데도, 이 마도구 앞에 서자 주변의 풍경과는 무관하게 답답함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다.

수왕국과 흡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이 마도구. 분명 내 암컷들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의외로 내 음수들과 가축들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은데...” “에세르 농도가 높다는 것만 느껴질 뿐, 별다른 느낌이 오거나 하지는 않네요. 아니, 이건 오히려...” “왠지 모르게 조금 진정되는 듯한 느낌? 이건... 저희의 근본이 결국 인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허어...?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들인데...?

내 음수들이 나랑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테세르에 대해서는 같은 반응인데?

흐음... 하긴... 내 역할은 에세르를 근본으로 삼는 암컷들을 범해, 처음부터 에세르와 테세르를 가지고 있는 신인류를 만들어 내는 것...

테세르만으로 만들어진 이 육체랑은 다르니까. 내 음수들은 이런 에세르 농도에도 큰 영향은 없다는 거겠지.

테세르를 에세르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미묘한 에세르는 나 역시 가지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에센티아에서의 육체 유지를 위해 약간 섞여진 것일 뿐. 내 음수들과는 경우가 다르니까 말이야. 거기다 마왕이 된 시점에선 정말 의미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고...

음... 이러면 나만 조금 곤란한걸? 지금 수준이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만약 세계수라는 게 더 에세르를 뿜어댄다면 거기에 접근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역시 마물이라서 그런가? 에세르 농도가 높으니 힘이 빠지는 모양이네? 쿡쿡...” “마물 아니거든... 크흠. 그래도 뭐 몸이 좀 찌뿌둥한 정도인데. 이 정도면 나중에 수왕국에 가더라도 큰 문제는...” “이 정도면 수왕국 외곽 구역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걸? 겨우 이 정도로 그러면 세계수가 있는 수왕국 중심지에는 들어가지도 못할걸?”

어깨를 늘어트린 나를 보면서, 키득거리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페이엔.

괜찮다는 듯이 억지로 어깨를 펴며 허세를 부려보았지만, 페이엔의 말에 저절로 어깨가 다시 늘어져 버렸다.

진짜야...? 이거 어쩌냐... 이거 갑자기 수왕국 침략 난이도가 확 뛰어오르는 느낌인데?

이러면 그냥 수왕국은 가장 나중으로 미뤄둬야 하나? 으음... 어차피 엘프가 어떤 맛인지 즐기기는 했으니까...

에이 모르겠다. 일단 이 라인하르트 왕국부터 절반 이상 따먹고 나서 생각해야지.

일단 그 정도는 먹어 둬야 다른 나라들과 정면으로 부딪칠만한 각이 나올 테니까 말이야.

가장 좋은 건 인간들이 나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야금야금 암컷들을 타락시키는 거지만... 규모가 커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시점이 오겠지?

만약 수왕국 침략이 어렵다 하더라도 맞부딪칠만한 전력만 생긴다면 강제로 밀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일단 세계수는 잊고 도시의 암컷들을 따먹는데 집중해야겠어.

“...근데, 수왕국 가보려고?” “응? 뭐 그렇지... 당장 갈 생각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 가보지 않겠어? 이래뵈도 나름 모험가니까 말이야.” “흐응... 그래... 근데, 거기 별로 볼 것도 없는 지루한 곳인데...” “...푸흐흐. 같이 갈래? 나랑 같이 가면 오늘처럼 속에 묵은걸 싹 날려버릴 수 있을걸?” “쿡쿡. 정말... 가는 목적이 뻔히 보이네. 너.”

이제는 내게서 완전히 경계심이 사라져버린, 페이엔의 모습.

키득거리는 페이엔을 보니 다음 교미에는, 분명히 페이엔의 처녀를 따먹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큭큭... 이거 정말 기대되는데. 이제 곧 페이엔을 내 음수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그래. 얼른 내 음수가 되어서, 나라를 만들 만큼 암컷들을 타락시키고 수왕국도 같이 놀러 가고 해야지.

오늘 약간의 기분 전환은 되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속에 묵은 게 전부 사라지진 않았을 테니까 말이야.

수왕국의 모든 암컷을 따먹고 수컷들을 부려먹는 수준은 되어야, 그런 차별을 받아온 페이엔에게 제대로 된 만족감을 줄 수 있지 않겠어?

페이엔의 처녀는 어떻게 즐기는 게 좋으려나... 벌써부터 기대감에 또 말자지가 불끈거리는 듯한 느낌이네. 큭큭...

“푸흐흐. 뭐, 자잘한 건 나중에 생각하고... 캬시아. 이거. 너희가 관리하고 연구하는 거라고 했었지?” “네 마왕님♡ 엘프들만의 공간을 받는 조건으로, 인간들에게 세계수를 모방한 마도구 연구를 부탁 받은 것이었답니다♡”

내 음수들과 페이엔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뒤에 있던 캬시아를 향해 물었다.

나와 음수들의 시종 같은 느낌을 뒤따라오던 암컷 엘프들. 그리고, 그들의 대표처럼 앞에 나와 머리를 숙이는 캬시아.

지금 그녀들의 얼굴이나 손에는, 수컷 엘프들을 ‘처리’ 하면서 튄 피가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묻어있었다.

“흐음... 그럼 그 연구 자료는 너희가 가지고 있는 거고?” “네♡ 본래 전부 공개해야 하는 거지만, 엘프들끼리 논의해서 일부 중요한 내용은 저희가 따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큭큭. 요 얌체 같은 엘프들이... 뭐 좋아. 그러면, 이 마도구는 연구해서 또 만들거나 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사실 아직도 미완성이라서 마도구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가 있지만... 재료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는 마도구랍니다♡”

시건방진 엘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놓는 암컷의 모습.

진심으로 날 섬기는 게 기쁜 듯한 그 표정을 보자, 이제 저 엘프들은 나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음. 미완성 이라는 건 무슨 의미지?” “네. 사실 이 유사 세계수는 인간 왕국의 에세르 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만... 행성의 에세르를 끌어오는 데에 오히려 더 많은 에세르가 필요한 수준이라, 지금은 지반 내에 있는 마결정에서 끌어오는 수준 밖에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하... 세계수처럼 거의 무한한 행성 내부의 에세르를 끌어오려고 했지만, 오히려 거기에 들어가는 에세르가 더 커져서 의미가 없다는 말이네.

그래서 행성의 내핵보다는 가까운 지반 내의 마결정에서 에세르를 끌어오는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고...

흐음... 그렇다면, 결국 이 마도구는 에세르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어딘가의 근원에서 에세르를 끌고 오는 마도구란 거잖아?

에잉... 테세르를 만들어내는 그런 용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러면 에센티아 행성 내엔 테세르가 없으니 조금 애매해지는걸.

“유학 오는 기수마다 연구를 이어받으며 진행하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최근에는 개선도 더 이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효율 높이는 것도 거의 한계에 달한 상태란 말이지?” “네. 그렇다 보니 양산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곳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음... 이제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없다면, 개선도 되지 못할 정도로 한계에 가깝다라...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쓸모 없는 마도구처럼 느껴지는걸. 어차피 다시 만들 수도 있으니, 부순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겠어.

테세르를 방출할 방법도 없으니 이걸 어디다 쓰나 싶지만... 뭐, 그래도 연구 자료 정도는 챙겨 놔야지.

혹시 알아? 나중에 또 어딘가 써먹을 곳이 나올지?

아무튼 이제 확인할 것도 다 확인했으니... 슬슬 정리를 해도 괜찮겠어.

“그래. 그러면 연구 자료들은 잘 챙겨둬. 세라한테 주면 라디아에 잘 보관할거야... 자. 그러면... 페이엔. 괜찮지?” “응. 뭐, 난 아쉬울 것 없지. 그리고 다른 것보다 ‘흔적’을 지울 필요도 있으니까.” “푸흐흐. 그래. 어차피 없어져도 상관없는 열등한 것들이니까. 너무 불쌍해 하지는 마.” “불쌍할 게 뭐 있어? 어차피 꼴도 보기 싫은 녀석들인데다, 네 말대로 그런 한심한 실좆들은 없어져도 상관 없는걸.”

엘프들의 기숙사에 남아 있는, 머리가 분리된 9구의 시체들.

열등하기 그지 없는 수컷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 엘프들의 숲은 싸그리 날려버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어차피 진입 금지인 숲이라서 누가 올 일은 없겠지만, 보안 마도구는 마법탑 쪽에서 켜지거나 꺼지는 걸 확인 가능하다고 하니까 말이야.

혹시 어떤 놈이 찾아와서 흔적을 보게 되면 골치 아프잖아? 거기다 이 유사 세계수라는 마도구도 영 기분 나쁘고.

이렇게 공간만 차지하는 숲, 싹 다 날려버리고 재개발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사루앙이 다 커버를 칠 테니까 말이야.

어디 보자... 이 정도면 공원 같은 걸로... 아니, 음조마들의 축사를 만드는 게 괜찮으려나? 축사는 금방 지을 수 있기도 하니까...

음... 돌아가면 내 음수들과 한 번 상의해 봐야겠는걸?

“자, 그럼 리즈... 어디, 시원하게 싹 다 태워보자고. 저쯤부터 시작해봐.” “네에~♥ 알겠습니다 마왕님♥ 그러면... 이클립스 플레어♥”

엘프들의 기숙사가 있던 방향을 가리키자, 딱 기숙사가 있던 위치쯤을 향해 적절한 크기의 검은 불덩이를 떨어트리는 리즈벳.

그렇게 나와 암컷들은 숲을 빠져나가면서, 몇 군데로 나누어 숲을 태우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불이 잘 붙지 않을 마르지 않은 나무들인데. 리즈벳의 강력한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불이 붙어버린 커다란 나무들.

다음 날. 마법도시의 신문에서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에 휘말려 엘프 남자들이 전원 사망했다는 안타깝기 그지 없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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