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0 - 501화 - 마지막 확인! (2)
“...완성했다...!”
마법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외부 업체들의 연구실이 모여있는 건물.
그 곳에 있는 한 연구실에서, 조금 피곤한듯한 얼굴의 미하일이 구속구처럼 생긴 마도구를 들고서 활짝 웃고 있었다.
“크기가 좀 커지긴 했지만...! 어차피 체격이 큰 세마씨가 쓸 물건인데다, 요구한 스펙은 모두 맞췄으니까...! 이 정도면...!”
인간이 사용한다면 목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것처럼 보이는, 금속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묘한 마도구.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가볍기는 했지만, 이 마도구의 무게감은 착용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모험가가 착용하면 갑옷, 범죄자에게 씌우면 구속구가 될 것 같은 이 투박한 형태.
예정보다 며칠 빠르게 완성된, 착용자의 에세르 사용을 제약하는 마도구의 완성이었다.
“에세르 제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마도구... 이런 크기가 될 줄은 몰랐지만, 오히려 크기가 커서 다행일지도 몰라...”
미하일이 마도구의 제작을 꺼렸던 것은, 누군가의 악용을 걱정했었기 때문.
하지만 마도구를 제작하다 보니, 인체의 에세르 흐름을 방해하려면 신체에 닿는 면적이 충분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휴대 가능한 목걸이 같은 것이 나왔더라면, 착용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이 마도구를 악용하는 것이 가능했을 터.
차후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착용하는 것도 불편한 지금 상태로는 몰래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은 마도구였다.
“이제 남은 건... 세마씨에게 마도구를 전달하고... 필요한 만큼만 양산한 후에, 연구자료를 폐기하면 될 뿐...”
그리도 꺼리던 물건이 완성되었는데.
그런데도 지금 미하일은, 어째서인지 모를 묘한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단순히 결과물을 완성한 마도구 개발이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마도구의 완성으로 인해 다양한 것들이 잘 풀릴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계약서에 사인했던 대가로, 한동안 성가신 일들에 휘말려야만 했었는데.
하지만 계약이 바뀐 지금, 이 마도구의 완성으로 투자금 반환이나 마도구의 악용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져 버렸다.
답답하던 것들이 모두 해결되었는데. 이런 홀가분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일 터.
계속 연구에만 매달려왔던 피로로 인해 몸은 무겁지만, 미하일은 지금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료는 페이엔에게만 공유한 후에 폐기해야지... 일단, 얼른 정리해 두고 한 숨 자야겠어...”
며칠 동안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마법도시의 상황을 모르고 있던 미하일.
아직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자료들과 마도구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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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뭐지 이건...?”
오랜만에 긴 휴식을 취하고, 페이엔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 미하일.
자료와 마도구를 챙겨 한동안 길을 걷던 미하일은, 사뭇 달라진 마법도시의 분위기에 멍하니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선배. 뭘 그 정도 짐 가지고 헉헉거려? 빨리빨리 안 움직여?” “아...! 미, 미안...! 얼른 갈게...!”
“킥킥...♡ 야. 저 새끼 너한테 관심 있는 듯?” “아 씨발... 열등한 수컷 주제에 역겹게... 짜증나는데 도축장으로 끌고 가서 패버릴까?”
“하아...♡ 페이엔님이 만드신 마약 담배♡ 최고야♡” “보통 담배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해♡ 이런 거, 평범한 암컷들이 피우면 뇌가 녹아버리겠지? 쿡쿡♡”
“끄, 윽...! 자, 자기, 사람들이 보는데, 이런 플레이는...!” “하아. 개새끼 주제에 왜 말을 하지? 얌전히 개처럼 네 발로 기어오라고!”
백의를 입은 학생들이 걸어 다니던, 마법학교의 거리.
대학 과정 학생들이 주로 돌아다니던 이 곳에, 마치 창녀 같은 복장을 입은 여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한 화장과 눈 둘 곳을 모를 정도의 노출을 하고서, 입에 담배를 물고 돌아다니는 여자들.
몇 명인가 있는 남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들을 피해 다니거나 노예 같은 느낌으로 여자들의 짐을 들거나 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수도 없이 걸었던 길인데. 마치 처음 보는 장소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여자들의 모습.
혹시 무슨 축제를 하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지금 거리의 모습은 미하일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내가,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는 동안... 뭐가 있었나...?’
미하일이 마지막으로 외출했던 것은, 세마가 저녁을 사겠다며 자신과 페이엔을 초대했던 그 날.
그 이외엔 연구실에서 숙식하면서, 하루 종일 연구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 때도 묘하게 거리의 분위기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리 달라지진 않은 마법학교의 거리였는데.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학생들의 모습이 저렇게 달라진 것일까?
그 이유를 모르는 미하일은, 지금 거리에 보이는 여자들이 무엇인가 이벤트가 있어 저런 모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한 축제를 하네... 빤히 쳐다보다 민망해질 것 같으니, 얼른 페이엔에게 가야겠어.’
최대한 여자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서, 짐을 들고 마법탑으로 향하는 미하일.
마법탑 내부의 분위기도 묘하게 이전과 달랐지만, 미하일은 그저 바닥을 보면서 페이엔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연구원처럼 보이는 백의를 걸치고 있지만, 안쪽에는 너무나도 과감한 복장을 입고 있는 연구원들.
경비조차 창녀 같은 여자로 바뀐 마법탑의 분위기에, 미하일은 마치 죄를 짓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승강기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아... 뭐야... 아무리 그래도 마법탑 안쪽까지 이렇다니...”
홀로 남은 승강기 안에서,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는 미하일.
여자들의 모습이 축제 때문이라고 착각한 지금, 미하일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축제라지만 저 여자들의 모습은, 심장이 괴로울 정도로 너무나도 자극적인 모습.
아직 동정이면서 평생 백의로 몸을 감싼 여자들이 익숙한 미하일에겐, 저런 여자들을 바라 볼 수 있을만한 용기가 없었다.
자신 같은 학생들이 전혀 면역이 없을 그런 모습들을 하는 축제라니. 도대체 이 무슨 민망한 축제일까.
연구실에만 있을 페이엔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미하일은 승강기에서 내려 페이엔의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 이었다.
“페이엔~ 나 왔... 헉...!?” “...응? 아... 오랜만이네 미하일~”
연구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식겁한듯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입을 틀어막은 미하일.
지금 페이엔의 연구실에선, 마치 안개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페이엔의 모습을 보기도 전에, 그런 연기를 들이마시자 숨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이 멍해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
한 모금 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묘한 안개 속에서, 처음 보는 듯한 작은 엘프가 미하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 어...? 페, 페이엔...?” “...흐음? 뭐야. 오랜만에 봤다고 스승님 얼굴도 까먹었어? 쿡쿡...♡”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짐을 든 채 굳어버린 미하일.
지금 미하일은 의자에 앉아 키득거리는 저 여자의 모습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얼굴은, 자신이 알던 페이엔의 얼굴이 맞는데.
그런데 머릿속에서 자신이 알던 페이엔과 동일한 엘프로 보기에는, 페이엔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킥킥♡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멍하니 서서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미하일이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웃는 페이엔.
갑작스러운 페이엔의 변화에, 미하일의 머릿속은 그녀의 옛 모습과 눈 앞의 여자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분명, 관리되지 않아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길게 늘어트리고 있던 페이엔.
그런데 지금 페이엔의 머릿결은, 광택과 함께 잘 관리된듯한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정리해, 양갈래로 귀엽게 묶어 내린 페이엔의 스타일.
그것뿐이라면 단순히 귀여울 뿐이었겠지만, 저 진한 화장이 더해지니 페이엔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퇴폐적인 색기가 넘쳐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다 지금 페이엔의 복장은, 길거리에서 보던 여자들처럼 과감하기 그지 없는 창녀 같은 복장.
아무리 백의를 걸치고 있다지만, 이전의 페이엔과 동일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뭘 그리 멍하니 서 있어? 담배 연기 나가니까. 얼른 들어와♡ 미하일♡” “아, 아... 그, 그렇지... 알겠, 어...”
자신의 모습을 본 순간, 마침내 왔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사악한 미소를 지은 작은 엘프.
하지만 그런 표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미하일은 움찔거리며 페이엔의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부터 본인이,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를 생각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