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56 - 507화 - 마지막 확인! (8)
용사와 마왕. 공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두 수컷이, 공주의 마음 속 제법 깊은 곳에 도달했을 때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암컷들의 환호성과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끅...! 윽...! 아, 으아아악!!”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경기장에서는, 그녀들의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수컷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하게 마왕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용사는 지금, 언제부터인가 관문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패배자의 벌칙을 수행하고 있었다.
좀 더 분발하라는 의미로 준비했다는 페이엔의 의도에 따라, 몇 마리의 가축들에게 벌칙 이라기엔 다소 과해 보이는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용사.
열등한 수컷이 괴로워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으니, 짐승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꺄하하하하하핫♡ 발버둥치는 것 좀 봐♡” “이번에도 페이엔님의 마음을 알 지 못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벌칙을 더 받아야 만족하는 걸까~♡” “아무리 용사라고 해봤자, 결국 열등한 수컷일 뿐...♡ 후훗♡ 열등한 수컷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한심한 모습이에요♡” “좀 더 노력해 봐 용사님~♡ 이렇게 계속 져버리면, 페이엔님의 마음은 모두 마왕님에게 가버린다구? 킥킥♡”
암컷 짐승들의 비웃는 목소리가, 몸이 속박된 미하일의 귀에 파고든다.
그 어떤 연민이나 동정하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 진심으로 자신의 패배를 즐거워하는 여자들의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지금 미하일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 말들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이번 체벌은, 여기까지...♡” “읏, 흐어...! 헉, 흐으윽...!” “킥킥♡ 그럼 이제, 진짜 ‘벌칙’을 받아야겠지? 자~♡ 용사님~♡ 모가지 내미세요~♡”
미하일이 가만히 모욕을 받아 넘기던 것은, 단순히 미하일의 성격이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패배한 대가로 자신의 몸에 가해진 체벌. 누가 봐도 벌칙이라기엔 과해 보이는 체벌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발하라는 의미를 가진 사랑의 매일 뿐.
진짜 벌칙은 오히려, 지금 미하일에게 다가오고 있는 가축의 손에 들린 저 주사기 같은 물건이었다.
페이엔이 만들었다고 하는, 열등한 수컷에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저 묘한 액체.
미하일의 목 근처에는, 이미 몇 번이나 그 액체를 주입 당한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흑, 흐아...! 주, 주사기는, 이제 그만...!” “아하핫♡ 그렇게 싫으면 좀 이겨 보라고♡ 뭐, 마왕님이 상대이니 당연히 무리겠지만...♡ 에잇♡” “끅, 아, 악...! 끅, 그륵...!?”
키득거리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미하일의 목에 주사기를 찔러 넣는 암컷 짐승.
지금 미하일에 목에 주입되는 저 액체의 정체는, 페이엔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든 저농도의 절망 마약이었다.
정력제마냥 수컷의 육체에 활기를 주고 성욕을 일깨우지만, 짐승들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감을 가지게 만드는 강렬한 마약.
아무리 오래 즐기도록 저농도로 만들었다곤 하지만, 그런 것을 여러 번 맞은 미하일의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져만 가고 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짐승들에 대한 두려움이 깃들면서, 자신의 패배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게 만드는 묘한 절망감.
힘겨운 표정으로 그런 절망을 맛보고 있는 용사에게, 본인을 한심하게 여기는 듯한 공주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아~♡ 또 져버렸네. 미하일♡” “흐, 윽... 페, 페이엔...” “벌써 몇 번째야? 퀴즈 쪽에서 두 문제 맞춘 이후로, 전혀 내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잖아?”
페이엔의 목소리에, 미하일은 관문에 홀로그램처럼 떠올라 있는 용사와 마왕의 점수를 바라보았다.
20이라는 숫자가 적힌 용사의 점수와, 4000이 넘어간 숫자가 기록된 마왕의 점수.
어느 수컷이 페이엔의 마음을 차지했는지 나타내는 저 점수는, 마치 페이엔이라는 암컷이 두 수컷에게 가지게 된 호감도처럼 보이는 점수였다.
관문마다 점수의 배점이 커지면서, 이제는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로 커져버린 용사와 마왕의 격차.
그 격차를 확인한 용사는, 절망스럽다는 듯이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여기서 더 지게 되면 역전은 힘들게 될지도~♡ 아. 이미 늦었을려나?” “으, 윽... 흐윽... 페이, 엔...” “킥킥♡ 그래도 날 사랑하는 미하일이잖아? 사랑하는 스승님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열심히 분발해 주겠지?” “그게... 나는... 크윽...”
이길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차지할만한 수컷의 우월함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엔이 직접 정했다고 하는 관문의 게임들.
퀴즈 관문이 끝난 이후로, 미하일은 저 마왕을 이길 수 있을만한 관문을 단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근력, 체력, 체격, 성격... 마치 수컷의 육체 능력만을 확인하려고 하는 듯한, 관문의 게임들.
지성이 가장 큰 무기인 용사이건만. 머리 좋은 것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페이엔이 정한 게임들은 육체적인 능력이 없으면 패배하는 것이 당연한 게임들이었다.
이번에 진행한 관문의 게임도, 수십 kg 무게를 지닌 사람 몸통만한 물건을 얼마나 오래 들 수 있는지 확인하던 게임.
여유롭게 한 손으로 물건을 가지고 놀던 마왕과 달리, 미하일은 안간힘을 써도 10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물건을 떨어트려 버렸었다.
그 물건이 페이엔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란 것을 듣게 되자, 변명조차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미하일.
패배의 대가에 절실하게 몸에 새겨진 미하일을 보고서도, 페이엔은 그저 즐겁다는 듯이 키득거릴 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힘 내자 힘♡ 미하일도 할 수 있다♡” “푸흐흐. 페이엔. 이거 용사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 이긴 건 나라고~” “아하핫♡ 내 마음을 그렇게나 차지해놓고 질투하는 거야? 너무하네 진짜~♡ 게임 결과가 어떻든 내 제자인데♡ 무슨 말을 못하겠어~♡”
가축들이 용사의 구속을 푸는 동안, 마치 애정이 담겨있는 듯한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떠드는 마왕과 공주.
구속이 풀린 미하일이 힘겹게 마왕의 근처로 걸어오자, 들려오는 페이엔의 목소리에 즐거운 느낌이 더해지며 두 수컷에게 기대감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아하♡ 다음 게임은 그건가...♡ 쿡쿡♡ 두 사람 모두, 다음 게임은 기대하도록 해♡” “오. 뭐야? 뭐 색다른 거라도 준비했어?” “후후...♡ 나도 가만히 구경만 하는 건 심심하니까. 중간에 나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게임을 준비했지~♡ 얼굴도 볼 겸,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두 사람 모두 한숨 돌리면서 천천히 오도록 해~♡”
자신도 다음 관문에 있겠다는 듯이 말하고는, 그대로 끊기는 페이엔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마왕은 혀를 낼름거리면서, 기대된다는 듯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거, 페이엔이 과연 무슨 게임을 준비했으려나? 기대되지 않아? 용사님?” “...크, 윽...” “큭큭. 뭐야. 왜 말이 없어? 초반의 그 자신감 넘치는 용사님은 어디로 가셨나?” “...제길...!”
자신을 비웃는 마왕을 피하는 것처럼,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다음 관문으로 향하는 미하일.
그런 용사의 뒤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뒤따르면서, 마왕은 계속 용사에게의 비웃음을 이어나갔다.
“뭐라고 했더라... 분명, 페이엔의 마음은 단 1점도 넘기지 않겠다고 했었나? 어이쿠. 근데 이건 어찌 된 거지? 이러다간 페이엔은 내 차지가 될 것 같은데?” “...웃기지 마... 이번에야 말로, 내가 이길 테니...” “크핫. 그래 그래. 용사님이 공주님을 포기하면 안되지. 계속 그렇게 분발해 주라고. 용사님.”
절망 마약이 미하일의 마음에 새겨버린, 마왕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
어떻게든 그런 무력감을 억누르고 반발해 보았지만, 마왕의 비웃음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꺾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쳐가고 있지만 어떻게든 페이엔의 얼굴을 떠올리며,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역전을 위해 다음 관문으로 향하는 용사.
그렇게 이동한 용사의 앞에, 그 동안의 관문과는 조금 다른 기묘한 문이 나타났다.
“...이건...”
‘공주님의 신체검사♡’ 라고 적혀있는, 컨테이너 방 같은 느낌의 작은 건물.
들어오라는 듯이 손잡이도 달려있는 문을 본 마왕은,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그 문을 열었다.
“어머♡ 용사랑 마왕이 왔네~♡ 두 사람 모두, 바지 벗고 이리 오세요~♡”
그 방에서 나타난 것은, 백의를 걸치고 안경을 쓴 채 의자에 앉아있는 페이엔.
외설스러운 복장 자체는 그대로였지만, 백의와 안경을 쓴 페이엔은 무엇인가 의사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푸하하핫. 공주님. 이건 또 뭐야?” “쿡쿡...♡ 이번 게임은 신체 검사야♡ 두 사람의 신체를 확인하고 점수를 매겨줄 테니까♡ 둘 다 바지 벗고 내 앞에 서도록 해♡”
손에 든 자 같은 물건을 흔들면서, 용사와 마왕에게 이리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는 페이엔.
무슨 일인지 아직 이해 못한 용사와는 달리, 마왕은 페이엔이 반갑다는 듯이 허리에 두른 천을 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페이엔이 바지 벗고 오라잖아?” “아니...! 지금 여기서, 그게 무슨...!!”
갑작스럽게 몸에 걸친 것을 풀려는 마왕을 보고서, 허겁지겁 그를 말리며 당황하는 용사.
하지만 마왕은 물론이고 공주조차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내비치며 미하일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아~ 용사님. 이건 신체검사니까. 얼른 그쪽도 바지 벗고 오도록 하세요~” “페, 페이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내 마음을 차지한 수컷의 성기를 확인하는 건, 암컷이면 당연한 거잖아? 어느 쪽이 내 마음에 드는 성기인지 판단할 거니까. 얌전히 바지나 벗어.”
수컷의 성기를 확인하겠다는, 과감하기 그지 없는 페이엔의 게임.
그런 게임에 당황하면서, 미하일은 어떻게든 페이엔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뭐, 뭐!? 성기!? 판단!? 페, 페이엔...! 지금, 그건...!” “하아. 정말... 내 제자는 이렇게 답답했었나? 그냥 마왕의 승리로 할까?” “크, 크윽...! 아, 아냐! 그런 건...!” “그럼 빨리 바지 벗어. 천천히 감상하면서 확인할 거니까 말이야.”
하지만 미하일의 기대와는 달리, 페이엔의 표정에는 이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확고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확고한 표정으로 꼬고 있는 다리를 까딱거리면서, 수컷들을 유혹하듯이 묘한 색기를 흘리고 있는 페이엔.
그 모습에 절망 마약에 절여지고 있는 미하일의 육체가,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미하일의 모습을 보면서 씩 웃고는, 허리에 두른 천을 내리고 페이엔에게 다가가는 마왕.
그 마왕의 모습을 본 순간, 미하일 역시 허겁지겁 바지를 내리고 페이엔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머나~♡ 이게, 마왕과 용사의 자지...♡ 쿡쿡...♡” “푸흐흐. 어때. 문제는 없습니까 선생님~?” “글쎄에~♡ 과연, 어떠려나...♡ 킥킥...♡”
자신의 앞에 도착한 두 개의 성기를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즐거운 듯이 키득거리는 페이엔.
용사와 마왕의 성기를 검사하려는 의사가, 음란한 광택이 느껴지는 장갑을 잡아 당기며 손가락을 까딱거리기 시작했다.
“킥킥...♡ 그럼, 검사를 진행할게요~♡”
무엇인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듯한 묘한 미소를 띤 채, 입맛을 다시듯이 혀를 낼름거리는 페이엔.
겉보기로도 너무나도 차이 나는 용사와 마왕의 성기가, 기대감을 느끼는 것처럼 꿈틀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