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61 - 512화 - 그 이름, 향락의 짐승!
임신한 것처럼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천천히 땅에 발을 내딛는 새롭게 태어난 암컷.
잠시 허덕이고 있는 미하일을 바라보던 페이엔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불행한 암컷들에게 마왕님의 지배를♥ 열등한 수컷들에게 마왕님의 공포를♥ 마왕님의 향락을 책임지는 짐승. 아스모 페이엔. 사랑하는 마왕님을 뵙습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내 음수들이 하던 인사 방식을 따라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기특한 음수의 모습.
그 작은 몸에서 피어 오르는 깊은 어둠이, 페이엔이 마침내 나의 암컷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숨길 수 있는 붉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손톱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자신이 짐승이 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나의 사랑스러운 부인.
드디어 완성된 나의 8번째 음수가, 인사를 마친 후 고개를 들며 나에게 안겼다.
“쿡쿡...♥ 이런 거였구나? 정말~♥ 이걸 위해 그렇게나 날 괴롭혔다니♥ 못됐어♥” “푸흐흐... 페이엔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괴롭혀도 내 음수가 될 수 있나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어때? 이 세상의 진실과, 나에 대해 알게 된 기분은?” “너~무 상쾌해♥ 가슴속에 남아있던 답답한 게, 싹 치워진 듯한 느낌이야♥”
봉긋 솟은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한 표정을 내비치는 페이엔.
페이엔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자, 짐승의 붉은 눈동자와 배에 새겨진 음문이 요염한 빛을 내뿜었다.
“축하해 페이엔 언니~♥” “페이엔 언니도 드디어, 마왕님의 음수가 되었네요♥” “환영해요 언니♥ 앞으로 모두와 함께 세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봐요♥”
관중석에서 구경하고 있던 내 음수들이, 경기장에 내려와 새로운 음수를 반기며 다가온다.
새로운 음수를 환영하기 위해, 하던 일도 멈추고 모인 나의 음수들.
세라가 데려왔는지 라디아를 지키고 있던 리안나와 제네시아도 모여서, 새로운 음수를 환영하고 있었다.
“음♥ 페이엔 언니까지 음수가 되니, 이제 정말 세계 정복이 눈 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이군. 그렇지 않나 마왕?” “푸흐흐. 그러게. 이렇게 모이니 정말 장관인걸?”
공명하듯이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모여있는, 8마리의 음수.
창녀 같은 복장을 입은 내 암컷들이 사악한 기운을 휘감고서 모여있는 걸 보니,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캬... 이거 참. 페이엔까지 내 음수가 되니 뭐라고 해야 하나... 음수의 구성이 완벽해진 느낌?
로리 스타일부터 밀프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내 음수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너무 뿌듯해서 말자지가 불끈거리는 듯한 느낌인걸?
심지어 8명이 되니 뭐라고 할까... 제네시아의 말대로, 이제 정말 이 세상이 내 손안에 쥐어진 듯한 느낌이야.
이제 내 손에 들어온 세상을, 어떻게 지배할지 만 잘 정해서 정복해나가면 될 뿐...
군사력과 더불어 암컷들과 수컷들의 정신을 지배할 약물까지 갖추게 되다니. 이거 너무 쉽게 풀리는 거 아니야? 큭큭...
나 참. 말자지 하나로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니. 이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오빠~♥ 페이엔 언니~♥ 이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거야?”
내 음수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음수를 반기고 있던 도중.
우리의 막내 세실리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컷을 짓밟으면서 나와 페이엔을 불렀다.
“오~ 그래 그래. 걔가 있었지? 어... 이름이 뭐였더라아... 아. 그래. 미하일 이었던가?”
이제는 볼일이 끝나, 기억할 가치도 사라진 열등한 수컷.
페이엔이 완성한 절망 마약 때문인지, 미하일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바닥에서 경련하듯이 몸을 떨고 있었다.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심상치 않은, 내게 암컷을 빼앗겨 버린 불쌍한 수컷.
저 불쌍한 모습을 보니, 그냥 편하게 죽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푸흐흐. 더 괴롭힐 수도 있는데 죽여서 편하게 해준다니.
나란 마왕은 정말이지 자비로운 마왕이라니까.
“아하... 그래. 미하일이 있었지...♥ 후훗♥ 그래. 어떻게 할까...”
내 말정액이 가득 찬 커다란 배를 과시하면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미하일에게 다가가는 페이엔.
지금 미하일을 내려다보는 페이엔의 눈빛은,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던 자식 같은 제자를, 애정은커녕 하등한 존재를 내려다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페이엔의 얼굴.
이내 페이엔은 미하일의 하이힐로 가볍게 짓누르며, 고민하는 것처럼 즐거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으응~♥ 어떻게 할까~♥ 나름대로 자식처럼 키워온 제자인데~♥ 이젠 딱히 쓸모도 없고~♥” “후후♥ 아무리 열등한 수컷이라고 해도, 자식이면 조금 느낌이 다르죠♥ 죽이기 전에 조금이라도 써먹고 싶은 기분 아닌가요 언니?” “맞아♥ 진짜 자식은 아니지만, 지금 딱 그런 기분이야♥”
실제로 자식이 있던 유부녀 출신 음수인 리안나가, 페이엔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웃음을 지으며 공감을 내비친다.
열등한 수컷인 아들을 손수 조교해가며, 암컷들을 섬기는 가짜 짐승으로 만들어 버린 리안나.
수컷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결국 정리해야 하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다른 수컷들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상적인 어미인 리안나와, 그런 어미의 뜻에 순응해 죽기 전까지 기쁘게 모조 암컷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아들.
리안나와 디노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리안나의 가정을 참고하기엔 조금 애매하겠지.
이 놈은 그냥 제자일 뿐인데다, 모조 암컷으로 만들기엔 너무 나이가 많으니까 말이야.
열등한 수컷에게 가장 출세나 다름없는 모조 암컷은, 재능 있는 수컷들이 너무 나이 들기 전에 준비해야 될 수 있는 거라고. 푸흐흐...
과연 페이엔이, 쓸모 없어 보이는 망가진 제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한걸?
“...페이, 엔... 교미... 교미이...” “...어머나? 마왕님. 페이엔 언니. 이 수컷, 상태가 조금 이상한데요?”
부들거리며 경련하고 있는 미하일을 바라보던 도중, 클레아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뭐... 상태가 이상한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저농도라지만 절망 마약을 그리 맞았잖아?
“왜 그래 클레아? 뭔가 곧 죽을 것 같은 낌새라도 보여?”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 수컷, 용사라고 했었죠?” “응. 맞아♥ 용사주제에 길거리 노동자보다 허약한, 한심한 용사이긴 했지만 말이야.”
짓밟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미하일을 비웃듯이 키득거리는 페이엔.
그렇게 웃는 페이엔과는 별개로, 클레아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이 수컷, 아직 용사의 힘이 사라지질 않았네요. 우주의 에너지와 이어진 틈이 남아있어요.” “응? 뭐?”
클레아의 말에 놀라 화들짝 미하일의 상태창을 확인하자, 확실히 그 상태창에는 용사라는 칭호가 남아있었다.
무엇인가 글자가 살짝 깨진 것처럼 지직거리곤 있지만, 분명히 남아있는 용사라는 저 칭호.
당연히 사라졌어야 할 용사의 칭호가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자, 어쩐지 이 열등한 수컷이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캬... 뭐야 얘? 설마, 나랑 페이엔의 교미를 보고도 절망하지 않은 거야?”
자신의 스승인 페이엔에게 사모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미하일.
사랑하는 여인이 눈 앞에서 다른 남자와 교미하는 것을 지켜봤으니, 당연히 충격에 용사의 힘이 사라졌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아직 용사의 힘이 남아있는 이 녀석을 보게 되자,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단 것에 새삼스럽게 감탄이 새어 나온다.
푸핫. 뭐냐 얘? 설마, 암컷을 빼앗기는 게 취향인 건 아니겠지?
“흐음... 어쩌면, 절망 마약의 효과 때문에 ‘절망’ 이란 감정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 “오. 그래? 그러면 어찌 되는 거야?” “단순히 시스템에 감정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것뿐이니까. 약 기운이 빠지게 되면 정상적으로 용사의 힘이 사라지게 되겠지. 그 전까진 뭐, 감정이 망가져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거고.”
페이엔이 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음수가 되면서 이 우주에 대한 것들을 제대로 파악했을 똑똑한 암컷.
잠시 미하일을 바라보던 똑똑한 페이엔이,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왕님~♥ 이 녀석, 살려서 라디아로 데리고 가도 괜찮아?” “푸흐흐. 상관은 없는데... 왜? 어디 쓸 곳이라도 생각났어?” “안 그래도 라디아에서 꼭 해보려고 했던 게 있었거든♥ 그 실험용으로, 미하일을 써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큭큭... 뭐, 좋아.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마음껏 해봐.” “아핫♥ 고마워~♥”
열등한 수컷의 처분을 맡긴 것에 고마워하면서, 가축들을 불러 무어라 지시를 내리는 페이엔.
페이엔의 직속인 엘프 가축들이 지시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인 후 그대로 미하일을 데리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음~ 과연, 우리 페이엔이 사랑하던 옛 수컷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걸까... 기대되는걸. 큭큭...
“자. 그럼, 페이엔도 훌륭히 음수가 되었겠다... 새로운 음수를 맞이했으니, 마법도시를 마저 정리해야겠지?” “아하핫♥ 좋아 오빠♥ 안 그래도 처분할 수컷들을 모아 둔 상태였거든♥ 걔들 정리하는 거 구경시켜 줄게♥” “새로운 교회에서도 예배의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아직 가축이 되지 못한 암컷들을 언제든 즐기실 수 있어요♥” “유르겐은 외부인이 많은 곳이니까. 다른 것보다 수컷들의 감시를 늘려야 해요. 어디서 쥐새끼가 빠져나갈지 모르잖아요?” “음. 그건 내가 마왕군을 데려와서 맡도록 하지. 아예 싹 정리해버리면 문제는 없을 테니 말이야.” “마법도시에도 공방을 세울 준비를 해야겠네~♥ 앞으로 마법도시에서도 가축들의 물건이 잔뜩 필요할 테니까♥”
즐거운 듯이 키득거리면서, 두 번째로 정복한 도시의 마무리를 계획하는 나의 음수들.
그녀들 사이에서 새로운 음수 페이엔이, 사악하게 눈을 빛내며 나와 음수들에게 미소를 내비쳤다.
“마무리에 필요한 물건들은 나에게 맡겨♥ 모두가 편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것들을 준비해 둘게♥ 물론, 우리 음수들이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유희거리들도 말이야♥” “와아~♥ 페이엔 언니♥ 뭘 준비하려고 그래?” “킥킥♥ 기대해♥ 음수가 되기 전부터 생각해 둔 게 잔뜩 있었거든♥”
즐거운 듯이 키득거리면서, 나와 음수들에게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새로운 음수.
마왕이 정복한 두 번째 도시에서, 사악한 짐승들의 웃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