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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81화 (582/749)

Chapter 580 - 528화 - 유닛에 새겨지는 짐승의 맛!

라디아 안에서 마치 또 다른 도시마냥,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수컷들의 거주 구역.

그 거주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앞에 선 라피나는, 한동안 멀뚱히 그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여병사가 둘... 그리고 안쪽에도 병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마치 감시라도 하듯 입구를 지키고 있는 외설적인 갑옷 차림의 여자들.

그녀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몰래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대놓고 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누구나 들어갈 수는 있다고 들었었는데. 저렇게 경비까지 설 정도라면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터.

그렇게 은신을 활용해 몰래 들어갈까 생각하던 라피나에게, 무엇인가 친근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어머. 당신. 혹시 수컷들 거주구역에 들어가려는 건가요?” “읏...!? 아니, 저는...” “저런 패배자들이 모여 사는 곳에 관심 있다니... 후후♡ 라디아에 오신 지 얼마 안된 분이신 모양이네요♡”

마치 길을 잃은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친절함이 담겨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는 여성의 복장은, 마치 창녀가 남자에게 말을 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란하기 그지 없었다.

골반에 걸쳐진 수준이라 팬티가 엿보이고 있는 타이트한 바디콘 드레스.

짙은 화장과 더불어 과감하게 드러난 다리나 가슴 쪽에는, 마치 누군가의 것이라 낙인을 찍은 듯한 외설적인 느낌의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 창녀 같은 여자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는 이상한 모습.

그 모습에 조금 긴장하는 라피나였지만, 여자는 그런 라피나를 바라보며 귀엽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들어가봤자 별로 재미는 없을 거에요. 저 곳의 수컷들은, 자신들의 ‘주제파악’이 끝난 상태거든요♡” “주제... 파악?” “뭐, 그래도 살펴보고 싶다면야...♡ 저기 병사에게 말을 걸면 그냥 들여다 보내 줄 거에요♡ 수컷들이 나갈 땐 허가가 필요하지만, 암컷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구경 가능하거든요♡” “...어디든,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죠♡ 딱히 중요한 곳도 아니라서 제한하는 장소는 없답니다♡ 뭐, 굳이 저런 패배자들이 지내는 곳을 둘러보려는 암컷도 없지만요♡”

마치 자신에게 참고하라는 듯이, 키득거리며 편하게 들어가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이 여자.

라피나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전에, 그 여자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라피나에게서 멀어졌다.

“혹시 수컷들이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면, 한 두 마리 정도는 처분해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참고하도록 해요~♡”

전부 가려지지 않은 엉덩이를 유혹하는 것처럼 흔들면서,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

멀어져 가는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라피나는, 여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고는 다시 수컷 거주구역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서 있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정도로 친절한데. 그런데 그 모습은 하나같이 창녀 같은 느낌으로 외설스럽게 꾸미고 있는 여자들.

길거리에 남자라곤 어쩌다 한 두 명 보일 뿐인 이 도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자들이 저렇게 음란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여자들을 내버려둔 채, 자신들끼리만 모여 살고 있는 라디아의 인간 남성들.

남자들이 어째서 이런 곳에 갇혀 살고 있는지, 그것에 의문을 느끼며.

라피나는, 여자가 알려준 대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수컷들의 거주구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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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크게 수상하거나 하진 않은데...’

그렇게 수컷 거주구역 안으로 들어와, 한동안 길을 걸으며 거주구역 안을 살펴보던 라피나.

무엇인가 수상쩍은 것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그 안은 조금 낡은 느낌이란 것을 제외하면 크게 수상한 점이 없는 장소였다.

최첨단의 화려한 도시처럼 느껴지는 바깥과는 달리, 크게 발전되지 못한 시골 도시 같은 느낌인 낡은 건물들.

어째서 건물이 저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보이는 남자들 역시 의외로 평범하기 그지 없는 모습들이었다.

나가는 것 마저 제한될 정도니, 무엇인가 슬럼가 같은 모습이나 노예처럼 부려 먹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의외로 이 곳의 수컷들은, 옷차림들도 깔끔한데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모습들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분명 평범하긴 하지만...’

하지만 어째서일까. 단순히 여자들만 보이질 않는, 평범한 거리의 모습인데.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라피나는 이 거리의 분위기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단조롭기는 하지만 깔끔한 건물들인데. 마치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빽빽하게 지어진 건물들.

평범한데다 웃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의 눈동자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살아가는 것 마냥, 골렘인 자신보다도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저 남자들의 모습.

심지어 자신을 피해 다니는 것 같은 그 모습들에 위화감을 느끼던 라피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인근에 있던 한 카페로 들어갔다.

“어서오세... 힉...!? 아, 암컷 손님이 오시다니...!!?”

나른한 표정으로 컵을 닦던 가게 주인이, 라피나의 얼굴을 보고선 화들짝 놀라며 뛰쳐나온다.

마치 생각지도 못하던 손님이 오셨다는 것 마냥, 황급히 달려 나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이는 주인.

그 행동에 놀라는 라피나를 두고서, 가게 주인은 황송하다는 듯이 라피나의 앞에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이고...! 암컷 손님이 어떻게 이런 누추한 곳에...!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니, 저... 그게, 물어보고 싶은 게...” “네!? 저 같은 열등한 수컷에게 무슨 궁금하신 게... 응?”

더듬거리는 라피나의 목소리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주인.

가게 주인이 잠시 라피나를 살펴보더니,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들었다.

“아~ 이제 막 라디아에 오신 분이신가 보군요! 하하, 암컷이신 분께서 왜 이런 가게에 들어오셨나 했습니다.” “...여자는, 남자들 가게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겁니까?” “아뇨~ 그럴 리가요! 그저 암컷 분들을 모시기엔 너무 누추한 곳이라서 그럴 뿐입니다!”

자신이 라디아의 여성이 아니란 것을 알았는데도, 묘하게 라피나를 우대해 주는 듯한 주인의 모습.

심지어 가게 안에 있던 몇몇 남자들은, 라피나를 힐끔거리며 감격에 겨운 듯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뭐, 뭐야... 왜, 수컷 거주구역에 암컷 분이...” “이제 막 라디아에 오신 모양인데? 왠지 다른 암컷 분들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아...” “아, 아아... 그런 건가... 어쩐지, ‘그 분’이 즐거워 하실 만한 복장이 아니다 싶더라니...” “꿀꺽... 그, 그럼... 지금 잘 보여두면, 혹시 저 분이 나중에...”

무엇인가 수상함을 느끼게 만드는, 묘하기 그지 없는 남자들의 모습.

시각 유닛을 조절해 그 남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전원 팔이나 목 근처에 무엇인가 수상한 바늘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마약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저 수상하기 그지 없는 묘한 흔적들.

그 흔적들을 전송하기 위해 꼼꼼히 살피면서, 라피나는 자신을 안내하는 주인을 따라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자자. 궁금한 게 있으시다고 하셨죠? 뭐가 궁금하십니까?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대답해 드리죠.” “...음, 그게...”

이럴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너무나도 당혹스럽게 뭐든지 대답해 주겠다고 말하는 가게의 주인.

그 모습에 잠시 당황하다가, 라피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게 주인에게 질문을 건네기 시작했다.

“...라디아의 남자들은, 왜 이런 곳에서 따로 지내고 있는 겁니까?”

당연하디 당연한, 라디아의 남자들에게 물을 수 밖에 없는 질문.

무엇인가 수상한 일이라 대답을 듣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건만. 의외로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는 것 마냥 대답했다.

“그야 물론, 저희 같은 수컷들은 암컷 분들과 함께 지내기엔 너무 열등하기 때문이죠.” “...열등?”

본인의 입으로 자신들을 열등하다고 말하고 있는, 믿기지 않는 가게 주인의 대답.

라피나에게 대접하기 위해서인지 음료를 준비하면서, 가게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암컷 분들을 만족시키기 못하니 열등한 것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종이 열등하다 보니, 저희는 암컷 분들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겁니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이렇게 따로...” “으음~ 아직 라디아에 오신지 얼마 안되신 것 같은데. 이걸 뭐라고 설명 드려야 할까요...”

라피나의 모습을 신선하다는 듯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계속 음료를 만들어가는 가게 주인.

잠시 고민하던 가게 주인은, 무엇인가 단어를 고르듯이 목소리를 늘리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 왜, 수컷 경험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같은 수컷들은, 워낙 열등한 신체로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그 왜, 하나같이 작은 실좆들 이니까요.” “...하아? 실... 좆?” “...어이쿠. 이거 실례했습니다. 정말 이제 막 라디아에 오신 모양이군요.”

당황하는 라피나를 향해, 가게 주인이 면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실좆이라니.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되지만, 어째서 그런 단어를 본인들을 지칭하는데 쓰는 걸까.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라피나를 이해한 것처럼, 가게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세한 설명을 해주려는 것처럼 목을 가다듬었다.

“라디아는 원래, 다른 도시들처럼 저희 수컷들이 주제도 모르고 암컷 분들과 함께 지내던 도시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열등한 종족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수컷인 ‘그 분’ 께서 오셨죠.” “그 분이라는 건, 혹시 신수를 의미하는 것입니까?” “...신수라... 하하...”

감정 유닛을 제어하며 평정심을 유지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신수의 이름을 꺼내는 라피나.

신수라는 단어로 뭔가 반응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게 주인은 라피나가 이해되지 않는 묘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뭐, 그렇죠. 신수이기도 하시네요. 아무튼 그 분께서 오시고 나서, 라디아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슬픈 것 같기도 하면서 기쁜 것 같기도 한, 묘하기 그지 없는 저 표정.

그 표정은 라피나의 분석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 분께서 오신 이후, 라디아의 여성분들과 저희는... 그 분 이외의 수컷들이 얼마나 열등한 종족인가를 알 게 되었고... 그 뒤론 모든 여성분들이, 그 분의 암컷이 되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 분의 암컷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 입니다. 인간 여성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그 분을 섬기는 암컷이 되었다는 뜻이죠.”

마치 여자들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것 마냥 말하는, 카페의 주인.

무엇인가 그 신수가 세뇌라도 한 것일까 생각하던 라피나였지만, 가게 주인은 그런 라피나의 생각을 읽은 것 마냥 고개를 내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라디아의 여성들께서는, 전원 본인들의 의지로 그 분을 섬기는 암컷들이 되셨죠.” “그게, 무슨...” “저희는 수컷이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월한 수컷을 만난 암컷은, 그 수컷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게 되는 것이 여자의 본능이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그 분의 암컷이 되면 우월한 종으로 각성하게 된다는데, 누가 그 유혹을 거부하겠습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를 자랑스럽단 듯이 이어나가며, 완성한 음료를 조금 휘젓던 카페 주인.

라피나 앞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남자는 라피나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묘한 미소를 내비쳤다.

“심지어 그 분이 건드리지 않은 노인과 어린 암컷 분들마저, 그 분을 섬기는 암컷이 되실 정도니까요... 하하. 자. 드시죠.” “...그러고 보니, 길거리에서 노인인 여성은 못 본 것 같습니다만...” “아. 그 분들은 따로 그 분의 도움이 될만한 소일거리들을 하며 바깥 외출을 자제하고 계시거든요. 그 분의 눈에 본인들 같은 늙은이들이 아닌, 젊은 암컷 분들만 보여야 한다면서요. 하하. 확실히 그 분이 암컷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기는 한 가 봅니다.”

자신의 앞에 놓인 묘한 색의 음료를 바라보다, 다시 카페 주인의 얼굴을 살펴보는 라피나.

조금 피곤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아무리 분석해 봐도, 자신을 속이려거나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 그런 느낌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린 암컷 분들은 얼른 그 분의 것이 될 날을 기다리며, 그 분의 마음에 들만한 행동이나 몸가짐을 배우고 있죠... 뭐, 손님께서도 이제 곧 왜 그러는지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당신들은,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 여자들, 전부 당신들의 가족이나 연인이었던 여자들이었을 텐데...?” “가족? 연인...? 으음... 이거 황송한 말씀을...”

마치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조금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던 카페 주인.

무어라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카페 주인은 잠시 눈을 감고 신음을 흘렸다.

“음... 암컷 분들이 그 분의 암컷이 되었고, 저희가 이렇게 떨어져서 지내곤 있지만... 딱히 저희가 그걸 억울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저흰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해가, 안됩니다... 어째서...?” “으음... 그게~ 저희의 주제를 파악했다고나 할까... 연인이나 가족이었던 암컷 분들과 딱히 멀어진 것도 아니고 말이죠...”

한동안 팔짱을 낀 채, 잠시 자신들이 왜 이렇게 지내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듯하던 남자.

하지만 도중에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인지, 남자는 마치 대충 생각나는 대로 변명하는 것처럼 라피나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워낙 열등해서 버림받은 수컷들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수컷들은 암컷 분들이 그 분의 것이 되었어도 여전히 그 암컷 분들의 남편이거나 연인이거든요. 저도 제 아내이신 암컷 분께서 계시지요.” “...이렇게, 따로 떨어져서 지내고 있는데... 말입니까? 심지어 여자들이 그 신수의 암컷이 되었단 듯이 말했으면서...” “그게~ 저희 같은 열등한 수컷들이 암컷 분들과 함께 지내기엔... 뭐, 그래도 암컷 분들과 사이가 좋았던 수컷들은 꽤나 자주 불려가서 교미도 하고 그럽니다. 물론 암컷 분들을 만족시킬 순 없어서, 가지고 노는 수준의 교미지만 말이죠.” “하, 하아? 그게 무슨...?” “그러니까~ 저희 열등한 수컷들은 만족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분과 암컷 분들을 따르며 얌전히 지내면, 약간의 대가를 받고 저희를 장난감으로 써먹어 주시거든요! 그게 저희에겐 어찌나 기쁜 일인지...!”

이 모습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

분명, 겉모습은 상태가 안 좋거나 정신이 나간 것 같진 않은 멀쩡한 남자인데.

그런데 왠지 이 남자의 표정과 말에서, 알 수 없는 광기와 흥분이 느껴진다.

분명 본인의 의지와 생각은 맞는데. 무언가의 이유로 이 상황을 억지로 기쁘게 느끼고 있는 듯한 기묘한 모습.

그렇게 세뇌나 약물을 의심하는 라피나의 시야 유닛에, 남자의 옷자락 안쪽에서 손님들에게 있던 주삿바늘 흔적이 감지되었다.

“그, 손님...! 혹시 이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손님께서도 절 가지고 놀아 주실 수 있습니까...!?” “무, 무슨...!? 지금 무슨 말을...!?” “손님 같은 피부색은 흔한 게 아니지요! 분명, 도축장으로 가시면 아주 훌륭한 여왕님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수컷들을 조교하는 조교사가 되시는 것도...!” “자, 잠깐, 진정하세요! 갑자기 왜 이렇게 흥분하신 겁니까!?” “히익!? 아, 아... 죄송합니다! 열등한 수컷 주제에, 감히 암컷이 되실 분께 큰소리를...!!”

마치 감정 조절이 되질 않는 듯한 수컷의 흥분한 모습.

방금 전까진 모습 자체는 멀쩡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는 건지 라피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께서 여왕 복장으로 제 실좆을 밟아주신다 생각하니, 흥분돼서 그만...!” “...왜, 그런 행위에 흥분하는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하아...” “그, 그런... 설마 치유계 쪽이신가요...? 으음, 그, 그쪽도 나쁘진 않지만...”

남자들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되었을 뿐. 무엇인가 핵심을 건지지 못한 느낌에 답답함을 느끼던 라피나.

무엇을 질문해야 이 남자에게서 정상적인 대답이 나올지 고민하던 도중, 가게 주인이 마치 용서라도 구하듯이 앞에 놓인 찻잔을 가리켰다.

“소, 손님... 기분 나쁘신 것 같은데, 이 차라도 드시면서 부디 용서를...” “...기분 나쁜 것은 아니니, 용서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하아...”

도대체 무엇일까. 이 정상인 듯 하면서도 비정상적인 주인의 모습은.

이 수컷 구역이란 곳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이 카페 주인과 같은 상태인 걸까?

들어오기 직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여자가 알려준 주제 파악이 끝난 수컷들 이란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그렇게 라피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렸다.

“이왕 주시는 거니, 잘 마시겠습니다...” “네, 네에...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하하...”

굳이 차를 대접하려고 한 주인의 정성 때문일까. 아니면, 희멀건한 음료를 보고서 무엇인가 묘한 감정을 방출하던 감정 유닛 때문일까.

라디아에서 나오는 음식이나 음료엔 주의를 기울이려던 라피나의 다짐이, 한 순간 방심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자신이 했던 다짐을 떠올리지 못한 채, 후각 센서가 묘하게 이끌리던 그 음료를 들이킨 라피나.

“...읏...!? 이, 이건...!?”

크게 한 모금 들이킨 후 화들짝 놀란 라피나에게, 카페 주인은 칭찬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밝은 미소를 내비쳤다.

“맘에 드시나요? 바깥에서 드실 수 있는 걸 흉내 낸 정도이긴 하지만, 여성 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음료입니다. 하하...!”

진심으로 라피나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가게 주인의 밝은 표정.

기억 유닛만이 기억하고 있는 처음 경험한 음료에, 라피나의 신체 유닛들이 비명 같은 에러를 내뿜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째서 이 음료를 긴장감 없이 받아들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가게 주인을 바라보는 라피나.

어째서인지 그 수컷을 향해, 라피나의 감정 유닛이 묘한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라피나가 처음 경험하는, 열등한 수컷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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