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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82화 (583/749)

Chapter 581 - 529화 - 유닛에 새겨지는 짐승의 맛! (2)

‘...제가 왜, 이렇게 생각 없는 행동을...?’

그렇게나 주의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수상한 음료를 섭취해버린 라피나.

아무리 몰랐었다고는 하지만, 라피나는 자신이 왜 이렇게 이리도 부주의한 짓을 해버렸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한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지만, 그게 사고 유닛의 판단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마치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저질러버린 행동에, 신체의 유닛들이 비명 같은 에러를 내뿜으며 라피나의 감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래도, 첫 잠입 때 마신 음료 만큼은 아닙니다... 이 정도라면...’

일단 카페를 빠져나온 라피나는 인근의 벤치에 앉아, 유닛들의 상태를 점검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나쁜 이질감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어가 가능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유닛들의 상황.

한 모금뿐이었던 데다 이전의 음료만큼 농후하진 않았기에, 유닛들에 끼친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미각 유닛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임무를 수행하는 데엔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뛰쳐나온 카페 쪽을 바라보면서, 라피나는 처음 경험하는 묘한 감정에 자신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좀 더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가게를 뛰쳐나오게 만든 알 수 없는 불쾌함.

자신의 유닛들을 교란시키는 이상한 차를 접했다지만, 왜 하필이면 그런 불쾌함을 느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마치 뭔가를 간절히 원하듯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가게의 남자들과, 그런 남자들이 마치 오물처럼 느껴지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

누군가에게 감정을 가진 적이 없는 골렘인 라피나에겐,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색다른 감각이었다.

‘인간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이런 감정을 느끼거나 하는 일도 있는 겁니까...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느낌입니다... 응?’

처음 경험하는 누군가를 향한 혐오감에, 잠시 그 감정을 되새기며 다시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라피나의 근처에 조금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 다가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 그, 그게...”

약간 가벼운 느낌의 얼굴이란 것 이외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모습의 젊은 청년.

남자가 말을 걸어오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던 라피나에게, 청년은 결심했다는 듯이 표정을 굳히며 라피나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저, 저...! 아, 암컷님...! 수컷 거주구역을 구경하러 오신 것 같은데, 제가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아...? 무, 무슨...” “제, 제가 임시 애완동물이 되어, 어디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제 목에 목줄을 걸고 끌고 다녀 주신다면...!”

무슨 볼일일까 싶었는데. 황당하게도 자신에게 무릎을 꿇으며 자신에게 안내를 맡겨달라고 간청하는 청년.

심지어 자신을 끌고 다녀달라고 하면서, 청년은 라피나의 다리에 애원하는 것처럼 매달렸다.

“제, 제발 부탁 드립니다...! 업무에서 저지른 실수 때문에, 처벌로 3주동안 업소 출입을 금지 당해서...! 버, 벌써 열흘 넘게 암컷 분들의 포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떠, 떨어지십시오! 저는, 그러니까...!” “이 이상 포상을 받지 못한다면 저는 정말...! 제, 제발 저에게, 암컷 분의 장난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으란 말입니다!!”

기분 나쁜 남자의 요청 때문일까. 아니면, 임무 수행에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일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라피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청년을 걷어 차버렸다.

“커흑! 으, 으하...! 가, 감사합니다...! 제, 제발 저를, 더...!”

분명 멀쩡하게 생긴 인간인데. 코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걷어차였으면서 기뻐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청년이 기어와 라피나의 발에 뺨을 비비자, 라피나의 감정 유닛에서 또다시 기분 나쁜 불쾌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분 나빠... 기분 나쁩니다!” “아, 앗...! 아, 암컷님! 제발...!”

그 불쾌한 감정에, 라피나는 아직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컷들의 거주구역을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 감정은...! 어째서, 감정 유닛에서 이런...!’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혐오감이 생길 리가 없을 텐데.

자신의 제어를 듣지 않고 불쾌하다는 감정을 만들어낸 감정 유닛에, 라피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차 때문입니까...? 단순히,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

자신의 감정 유닛이 왜 이렇게 이상한 감정을 만들어 내는지 의문을 느끼는 라피나.

방금 가게에서 마신 차는 이전에 마셨던 음료처럼 진하지 않았던 만큼, 교묘하게 라피나의 감정 유닛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제대로 알 지 못한 채, 아직 멀쩡한 사고 능력으로 자신의 신체 상태를 다시 확인해보는 라피나.

그렇게 신체를 점검하던 도중, 라피나는 문득 도시에 들어온 이후부터 느끼던 위화감을 떠올렸다.

‘...단순히 음료 뿐만이 아닙니다... 이 도시에 가득 찬 테세르의 기운...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신체의 유닛들을...’

평범한 인간은 들어오는 것 만으로도,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이 생길 정도로 짙은 테세르.

독이나 다름없는 그 테세르를 다시 한 번 감지해보자, 마치 자신의 신체에 파고들려는 것처럼 전신에 끈적하게 휘감긴 것이 느껴진다.

골렘인 자신의 신체에까지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 정도로, 기분 나쁘게 휘감겨오는 테세르의 느낌.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테세르가, 들어올 때와는 달리 묘하게 기분 좋게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상태론, 도저히 저 남자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으니...’

마치 더러운 짐승을 보는 듯한 불쾌함. 그리고, 그 더러운 짐승이 애원하는 것을 본 순간 느낀 또 다른 감정.

처음 경험하는 그 감정이 너무나도 당혹스럽던 라피나는, 결국 수컷 거주구역에 대한 탐색을 중단하고 다른 곳을 탐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더 볼 것도 없을 겁니다... 저런 열등한 존재들이, 그 마물을 암살하는 데에 도움될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스쳐 지나가는 남자들을 힐끔 바라보며, 그들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라피나.

자신이 지금 저 수컷들을 무어라고 표현했는지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라피나는 짐승들의 장난감이 모인 장소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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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랬었구나~♡ 어쩐지, 수컷들 얘기만 나오면 표정을 찡그리더라니~♡” “하아. 수컷들에게 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기분 나쁜 장소였습니다...”

그렇게 라피나가 수컷 거주구역을 빠져 나오고 나서, 4일이 지났을 무렵.

예정해 두었단 오늘의 탐색을 마친 라피나는, 호텔 근처의 식당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가게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래는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가 없도록, 매일 식당을 바꿔가며 행동할 예정이었는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라피나는, 어차피 자폭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이 가게의 여주인에게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그런 라피나의 부주의한 판단에 의문을 표하며, 좀 더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라고 지시를 보내오는 라플라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라피나는, 구경만 하는 주제에 이곳 저곳을 가보라고 하는 라플라스의 지시가 조금씩 귀찮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냥 가만히 두면 자신이 알아서 정보를 파악할 텐데. 괜히 자신의 도시 탐색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라플라스의 지시.

본인의 감정 유닛과 사고 유닛이 이상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지 못한 채, 그렇게 라피나는 라디아의 탐색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럼 오늘 가 본 음조마 축사는 어땠어? 몬스터들이 지내는 곳인데,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았을까?” “...그쪽은 딱히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음조마란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귀엽더군요.” “그렇지~? 후후. 열등한 수컷들은 그런 귀여운 음조마한테도 겁을 먹더라니까♡” “그렇습니까... 정말, 남자들이란 이해가 되지 않는 생물들이군요...”

라플라스의 지시가 귀찮기는 하지만, 그 지시를 토대로 라디아를 잘 살펴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라피나.

하지만 지금 라피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 잘 살펴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라디아의 모습이, 실은 짐승들의 의도에 맞춰 중요한 핵심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정작 중요한 핵심은 잡지 못한 채, 짐승들의 안내에 따르며 알려져도 상관 없는 정보만을 라플라스에게 전하고 있는 라피나.

그것은 단순히 라디아에 퍼져있는 짙은 농도의 테세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 얌전한 몬스터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궁금하군요...” “글쎄~? 후후...♡ 자, 여기 헬리안 양이 정말 좋아하는 추천 세트메뉴♡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정식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까진... 음, 아뇨. 감사합니다.”

은근슬쩍 대답을 피하며, 가명을 쓴 라피나에게 치즈 같은 느낌의 누런 소스가 뒤덮인 스테이크 메뉴를 내미는 가게의 여주인.

샐러드나 스테이크에 곁들여진 가니쉬에도 듬뿍 소스가 뿌려진 그 메뉴가 나오자, 라피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으음... 원래 전 음식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는데... 이 가게의 요리는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이 소스가...” “어머♡ 고마워라~♡ 헬리안 양이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기쁘네♡ 소스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더 필요하면 말해줘♡” “네. 감사합니다... 음. 오늘은 어쩐지 어제보다도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신체를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얻을 뿐이었기에, 좋아하는 맛 이랄게 없었던 인형의 식사.

하지만 미각 유닛의 센서들이 짐승의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안에서 음식의 맛에 대한 취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맛보았던 맛 같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 이 비릿하면서도 농후한 맛.

암컷 짐승들이 준비한 우월한 수컷의 맛에, 라피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닛들에 에러를 내지도 않을 정도로 길들여져 있었다.

에러 반응이 없으니 자신의 만들어진 신체가 변질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만을 띄운 채 질척한 스테이크를 주의 깊게 맛보며 삼켜나가는 인형.

그런 인형의 모습을, 여주인과 가게의 암컷들이 즐거운 미소를 띤 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튼 헬리안 양. 오늘 보고 온 음조마들. 당신이 첫 날에 본 수컷들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 걸까?” “당연히 음조마 들입니다. 우물... 그 단단한 몸부터 훌륭한 체력.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음조마에 비하면 그 기분 나쁜 수컷들은 음조마의 털끝에도 못 미치는 열등한 존재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왜 라디아에서 차별 대우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후후. 그렇지 그렇지~♡ 헬리안 양도 이제 라디아를 이해하기 시작했네~♡”

남자들을 자신들이 키우는 몬스터 보다 못하게 여기는 듯한 라피나의 대답에, 진심으로 만족한듯한 미소를 내비치는 여주인.

알 수 없는 질문을 건네고서는, 여주인은 마치 입맛을 다시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요리를 즐기고 있는 기특한 인형을 바라보았다.

“...헬리안 양. 이번에... 헬리안 양이 즐거울 만한 곳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관심있어?” “즐거울 만한 장소... 입니까?” “그래♡ 헬리안 양. 라디아에 거주해도 좋을지 둘러보는 중이라고 했었지? 아마 거기에 가면, 라디아에서 쭉 지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될걸?”

라피나가 변명하듯이 둘러댄 이야기를 꺼내며, 라피나가 너무나도 만족할거란 것처럼 말하는 여주인.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인형을 향해, 여주인은 키득거리며 라피나의 접시 위에 누런 소스를 더 뿌려주었다.

“헬리안 양이 좋아하는 이 소스. 이 소스의 맛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텐데...♡ 어때?”

어차피 도시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는 중인데.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장소를 권유하는 여주인.

미각 유닛에 퍼지는 황홀한 맛을 음미하던 인형은, 감정 유닛에서 왠지 모를 흥미로운 감정을 느끼더니...

자신도 모르게, 소스와 고기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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