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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84화 (585/749)

Chapter 583 - 531화 - 유닛에 새겨지는 짐승의 맛! (4)

암컷들의 환호성 속에서 시작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수상한 파티.

여자들의 환호성에 놀라 멍하니 있던 라피나와 달리, 샐리는 태연하게 누런 액체와 술로 칵테일을 만들더니 그것을 라피나에게 내밀었다.

“자♡ 헬리안 양♡ 여기♡ 파티인데 술 정도는 즐겨줘야지♡ 도수는 그리 높진 않으니까.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샐리 씨...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후후...♡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이제 곧, 알 수 있을 테니까♡”

마치 무슨 일이 이어질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묘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는 샐리.

그 미소에 라피나의 감정 유닛이,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묘한 감정을 라피나에게 전달했다.

두려움이나 혐오를 느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전율이나 감탄에 가까운 기묘한 감정.

그 감정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암컷 짐승에 대한 동경이란 것을 라피나는 아직 깨달을 수가 없었다.

인간이 아닌 골렘인데도 불구하고 신체 유닛들에 새겨진 짐승의 기운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짐승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암컷 인형.

그렇게 잠시 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라피나는, 자신의 욕망을 잊으려는 것처럼 자신의 앞에 놓인 누런 음료를 들어올렸다.

“...아... 이, 이 맛은...” “어때? ‘소스의 맛’ 보다도 훨씬 진하지?” “네에... 너무 진해서, 액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오히려 이건, 무언가 꿈틀거리는 덩어리 같다는 느낌이...” “후후♡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를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쓴 거거든♡ 이 라디아 안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건 아닌데...♡ 어때? 마음에 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맛이긴 하지만... 네. 의외로...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약간의 비릿함과 함께, 최상급의 고기를 씹은 듯한 강렬한 감칠맛.

끈적이면서도 크리미한 질감과 더불어 은은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향이, 라피나의 미각 유닛과과 후각 유닛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전해져 온다.

전신의 감각 센서가 오르가슴과도 같은 쾌감을 느끼고, 자궁 유닛이 반응하고 있는 이 누런 빛깔의 액체.

그것이 짐승이 준비한 희석되지 않은 말정액이란 것을 모른 채, 인형은 자신의 감각들이 날뛰게 만드는 누런 액체를 우물거리며 음미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상한 맛... 어쩐지, 기분이 이상합니다...” “후후...♡ 정말 좋은 느낌이네. 헬리안...♡”

전신의 감각을 차단하고 받아들이는 물질을 제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골렘인데.

그런데도 지금 라피나는 그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유닛에 전해지는 수상한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말정액으로 변질된 유닛들은 지금, 그 쾌감을 차단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지만... 차단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질 않았기에,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라피나.

어느새 제어를 벗어난 인형의 신체 유닛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릿빛 피부에서 뜨거운 열기와 촉촉한 수분을 배출하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팬티가 훤히 드러난 가랑이 사이에서도 흥분한 암컷들이 배출하는 미끌거리는 액체를 똑같이 배출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물 그 자체로만 보이는 완벽한 골렘.

그런 인형의 모습을 보면서, 인형의 옆에 앉은 짐승은 입맛을 다시듯이 혀를 날름거렸다.

“...어머나♡ 이제 오신 모양이네요♡” “...오셨다? 누가...”

잠시 그렇게 기특한 인형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코 앞에 있는 무대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그쪽을 바라보는 짐승.

말정액을 즐기던 라피나가 그 곳을 바라보자, 무엇인가 오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여자들이 쇠사슬을 잡아당기며 무대 위에 올라오고 있었다.

“제, 제길...! 놔! 놓으라고 이 창녀들아!!”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반항하듯이 끌려오고 있는 목에 기묘한 구속구와 쇠사슬이 채워진 남자.

최대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붉은 눈동자와 긴 손톱을 가진 여자들은 남자의 힘을 가볍게 압도하는 것처럼 그를 가볍게 끌어오고 있었다.

“...저, 여자들은...” “후후♡ 신수님의 부인들이신, 리즈벳 님과 세레스 님, 그리고 세실리아 님 이신데...♡ 혹시 뵌 적이 있는 있는 걸까? 헬리안?” “...아니요. 처음 뵙는 분들... 입니다.”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라디아의 여자들보다 더욱 음란하고 사악하게 느껴지는 여자들.

첫 암살 시도에서 신수와 함께 본 여자들이지만, 빠른 자폭으로 인해 만났을 때의 기억을 남기지 못한 라피나는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본 순간 왠지 모를 오싹함과 함께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각을 느낀 인형.

그 묘한 기분이 무엇인지를 알 지 못한 채, 라피나는 멍하니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리즈벳 님은 이 도시의 군대 중 마법부대의 지휘관이시고... 세실리아 님은 돌격 부대의 지휘관. 그리고 세레스 님은 이 라디아를 총괄하는 영주님이셔♡” “네...? 영주...!? 영주가, 신수의 부인... 이라구요...!?” “어머♡ 몰랐구나? 세레스 님이 열등한 전 남편을 버리고 신수님과 결혼하셨다는 건 라디아 안에선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인데...♡ 그리고 세실리아 님은 그런 세레스 님의 따님이시거든?” “...아...? 영주와 그의 딸이, 신수의 아내...?”

인간과 엘프. 양쪽의 문화나 제도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형의 사고 유닛이,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한 도시의 영주씩이나 되는 고위 귀족이, 남편과 이혼하고 몬스터와 결혼을 했다니?

심지어 그 딸도 몬스터의 부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인간들의 왕국에선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못할 비윤리적인 이야기로 판단되는데.

그런데도 지금 샐리는, 그러한 사실을 마치 바람직한 일인 것 마냥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잘 기억해 두라는 것처럼, 라피나가 묻지 않았는데도 굳이 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키득거리는 샐리.

혼란스러운 정보들이 정리되기도 전에, 라디아의 영주라는 여자가 그 커다란 폭유와 커다란 엉덩이를 뽐내듯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무대 앞쪽으로 다가왔다.

“마왕님의 초대를 받고 찾아온 모든 암컷 여러분♥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이 참석해주다니♥ 이 세레스, 당신들을 이끄는 음수로서 정말 기쁘기 그지 없답니다♥” “후후, 세레스 님도 참...♡ 아, 헬리안 양. 마왕과 음수라는 말은, 신수님과 그 부인 분들을 칭하는 호칭이에요♡ 맘에 드는 별명 같은 거니까, 앞으로 저 분들을 부를 땐 그렇게 불러드리세요♡”

세레스를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라피나가 알지 못하는 정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주는 샐리.

무엇인지 모를 그 정보를 기억해 두면서, 라피나는 무엇이 벌어질지 기대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 선 세레스를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파티를 즐기기 전에 앞서, 마왕님께서 여러분의 흥을 높일만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셨답니다♥ 여기, 다들 이 열등한 수컷을 주목하세요♥”

세레스가 뒤를 향해 손짓하자, 쇠사슬에 매인 수컷을 모두에게 선보이려는 것처럼 끌고 오는 세실리아.

그녀의 옆에서는 리즈벳이, 마치 수컷의 행동을 조종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까닥이고 있었다.

“이 수컷은, 열흘 전에 신혼여행 삼아 자신의 부인과 함께 라디아에 온 모험가랍니다♥ 그런데 부인이 마왕님에게 빠지게 되면서, 그만 신혼여행 도중 이혼당해버린 한심한 수컷이죠♥”

세레스가 남자를 소개하자, 키득거리며 비웃음을 흘리는 클럽에 모인 여자들.

그런 여자들의 비웃음소리에 굴욕적이라는 것처럼, 남자는 몸을 부들거리며 험악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누, 누가 한심하단 거야 이 창녀가!? 내 아내는 지금 어디에 있어!?” “...다들 보는 것처럼, 이 수컷은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자신의 주제를 파악 못하고 있답니다♥ 평범한 모험가로서는 꽤나 높은 51레벨인데다가, 꽤나 높은 저항력을 지녀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옆에 선 수컷을 싸늘한 눈빛으로 흘겨보면서, 그 수컷을 비웃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던 세레스.

자신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며, 세레스는 안타깝다는 듯이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얼마 전까진 이런 건방진 수컷도 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발전소의 발전기들도 충분한데다, 괜히 저항력 높은 수컷을 남겨두겠다고 약을 쓰긴 좀 아깝잖아요? 그래서...♥ 마왕님께선, 이 수컷을 오늘 파티의 오프닝 이벤트에 써먹기로 결정하셨답니다♥”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옆에 있는 수컷을 마치 도구처럼 써먹겠다고 이야기한 라디아의 영주.

마치 옆에 있는 수컷에게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세레스는 옆에 있는 수컷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미소를 내비쳤다.

“이벤트 내용은 간단하답니다♥ 이 무대 위에서, 당신은 마왕님과 일대일 맨손 대결을 펼치게 될 거에요♥ 만약 거기에서 당신이 승리한다면, 당신의 아내를 돌려주고 라디아를 벗어나는 걸 허락해주겠어요♥” “...만약, 내가 진다면...?” “쿡쿡♥ 당연한 것 아닌가요? 당신의 아내는 당신과 이혼한 채 라디아의 주민이 되고, 당신은 이 자리에서 처형될 거에요♥ 길거리에서 아내를 돌려달라며 날뛴 당신에게, 마왕님이 제법 화가 나신 상태시거든요♥” “이, 이런 미친 여자가...! 영주라는 인간이 잠깐 방문했을 뿐인 외부인을 처형하겠다고...!?” “어머. 몰랐나요? 원래 이 라디아에선, 당신처럼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수컷들은 즉결 처분이랍니다♥ 오히려 이건 당신에게 처벌을 피할 기회를 주는 셈이죠♥”

단순히 날뛰었다는 이유 만으로, 저 수컷을 처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세레스.

그 표정에서는, 진심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한 사악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아니면 뭔가요? 그냥 이 자리에서 바로 처형당하고 싶은 건가요? 후후...♥ 뭐,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제길...! 이 미친 창녀들 같으니...! 설마 이런 구속구 좀 채웠다고, 내가 그런 몬스터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이 수컷은♥ 그런 열등한 육체 만으로 어떻게 마왕님을 이긴다고♥ 구속구는 대결 전에 풀어줄 테니, 그렇게 허세부릴 필요는 없답니다♥”

마치 저 구속구가 뭔가 있다는 것처럼,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나누는 수컷과 세레스.

그 대화에 라피나가 시각 센서를 조절하자, 남자의 신체에서 굳어진 것처럼 정체되어 있는 에세르의 흐름이 보여졌다.

“...저 구속구는, 혹시 에세르를 쓸 수 없게 만드는 구속구입니까...?” “어머? 잘 아네 헬리안? 맞아♡ 마왕님께서 특별 관리가 필요한 수컷들 때문에 주문하신, 마법도시의 뛰어난 인재들이 만든 구속구야♡”

이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골렘인 라피나이지만, 저 구속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마법 관련 기술로는 자신의 주인인 라플라스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저런 놀라운 마도구를 신수가 가지고 있었다니.

새삼스레 신수가 벌이고 있는 일의 스케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던 라피나가, 잠시 긴장하며 그 마도구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도중.

불길하게 느껴지는 검은 피부를 지닌 몬스터가, 한 여성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샤!! 큭, 이 빌어먹을 몬스터가 지금 그리샤를...!!” “큭큭. 새끼... 지가 모자라서 날 선택한 것뿐인데. 왜 내가 그리샤를 빼앗았다는 듯이 꼬라 보고 지랄이야? 안 그래 그리샤?” “아핫♡ 맞아요 마왕님~♡ 열등한 수컷이면 열등한 수컷답게 굴 것이지. 정말 짜증나는 수컷이라니까요♡ 제 남편이었던 저 수컷은♡”

수컷을 비웃듯이 힐끔 쳐다보고선, 옆에 있는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드는 마왕.

마왕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할 때마다, 클럽에 있던 암컷들에게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와 몬스터의 모습에, 분노한 것처럼 인상을 쓰면서 몸을 움찔거리는 남자.

그 옆에선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리즈벳과 쇠사슬을 붙잡고 있는 세실리아가, 마치 수컷을 달래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샤아!! 이 새끼,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리샤가 너 같은 몬스터에게...!!” “아하핫♥ 이 수컷, 얼른 오빠한테 얻어맞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인데?” “알았어 알았어~♥ 금방 풀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키득거리면서 세레스와 마왕을 향해, 시작하자는 듯이 눈빛을 보내는 리즈벳과 세실리아.

그 눈빛에 고개를 끄덕인 후, 세레스는 마왕의 옆에 있던 여자와 함께 무대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수컷의 구속구에 달린 사슬을 붙잡은 채, 자신들도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리즈벳과 세실리아.

그러자 무대 위에 있던 구속구가 걸린 수컷과 바지만을 입고서 문신이 새겨진 상반신을 드러낸 마왕이, 노려보는 것처럼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럼 여러분♥ 마왕님과 주제도 모르는 수컷이 펼치는, 암컷을 사이에 둔 대결♥ 즐겁게 즐기도록 하세요♥ 리즈?” “알았어 언니~♥”

아래에 있던 리즈벳이 손을 까딱거리자, 마치 분해되는 것처럼 풀리는 수컷의 목에 채워진 구속구.

그렇게 풀린 구속구가 땅에 떨어지자 마자, 남자는 붉은 투기의 오라를 뿜어내며 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51라는 고레벨이 거짓이 아닌 것인지, 시각 유닛의 기능을 높인 라피나조차 놀랄만한 속도로 달려드는 남자.

투기도 둘렀으니 맨주먹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죽일만한 위력이 나올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데 마왕은 너무나도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 자신의 복부에 파고드는 남자의 주먹을 방어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내었다.

“무, 무슨...!? 아니, 어떻게...!?” “...큭큭. 새끼... 아무리 흥분했다고 하지만, 이거 힘 조절이 완전 엉망이구만.”

자신의 복부를 가렵다는 듯이 긁적이더니, 한 발 물러난 수컷을 도발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마왕.

그 마왕의 몸에서는, 불길하기 그지 없는 사악한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구속구 때문에 아직 몸이 덜 풀렸겠지? 기회를 줄 테니, 흥분하지 말고 젖 먹던 힘까지 꺼내보라고.” “다, 닥쳐! 이 몬스터 새끼, 감히 날 우습게 본 걸 후회하게 해주마!!”

투기를 두른 것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는 것인지,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마왕을 향해 공격을 내지르는 남자.

충격파 같은 떨림과 함께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공격을 받는 마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헉, 허억...! 크, 흐윽...!!” “...큭큭. 마지막 발차기는 그럴 싸 하긴 했는데. 나머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못한 수준이네. 51레벨이라고 해도, 날붙이 없이 타격 기술 뿐이면 고작 이 정도인가...”

마지막으로 발차기가 파고든 목을 뻐근하다는 듯이 꺾으며, 묘하게 시험해본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마왕.

그런 마왕이 주먹을 쥐자, 안 그래도 흉악해 보이던 마왕의 근육들이 살아있는 것 마냥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디 그럼, 고레벨 모험가의 방어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 번 확인해볼... 까!!”

가볍게 어깨를 돌리다가 다리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남자에게 파고들며 주먹을 내지르는 마왕.

반쯤 과장해 남자의 허리 수준으로 두꺼운 몬스터의 주먹이, 그대로 복부에 파고들며 남자의 허리가 꺾이게 만들었다.

“꺼, 크허억...!!!” “이거 누가 열등한 수컷 아니랄까 봐 완전 물렁살이구만! 그래가지고 암컷을 차지할 수나 있겠어!?” “컥, 커헉! 억, 크헉!!?”

한 방에 비틀대며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수컷을, 그대로 걷어차더니 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내지르는 마왕.

자비심이라곤 보이지 않는 거친 주먹질을 이어가면서, 마왕은 수컷을 비웃는 것처럼 사악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 좆같은 새끼! 열등한 종족 주제에! 감히 라디아의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워!?” “컥, 커헉! 억, 크, 크허억!!” “너 때문에 깜짝 놀라 넘어진 가축도 있다고 들었다! 쓰레기 같은 자식! 감히 내 가축들을 놀라게 만들었단 말이지!?” “크헉! 아, 끄윽, 꺼, 커허억...!!” “라디아와 암컷들의 주인으로서 너 같은 개자식은 그냥 놔둘 수 없지! 네 여자였던 암컷이 보는 앞에서, 그냥 뒤져버리라고!!” “끅... 꺼, 으, 그륵, 끅...!!”

보는 이가 두려워질 정도로, 흉악한 주먹질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마왕.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광경인데. 그런데도 클럽의 암컷들은 마왕이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죽여버리라거나 멋있다고 외치며, 얻어맞는 수컷 따윈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것처럼 좋아하는 여자들.

여자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지지만, 남자가 내뱉는 신음은 가면 갈수록 작아지고 있었다.

“뒤져! 뒤져! 뒤져! 뒤져!” “......”

그 광경을 여전히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넋을 잃은 것처럼 바라보고 있는 라피나.

그것은 마왕의 행동을 기억에 담으려는, 임무를 위한 관찰 때문이기도 했었지만...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라피나의 감정 유닛에서 왠지 모를 감정이 저 폭력적인 장면을 계속 바라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흉악한 몬스터가 사람을 죽일 기세로 주먹질을 하고 있는데. 마치 남자다움이 넘치는 근사한 폭력을 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

지금 라피나의 자궁 유닛이, 마치 심장이 되어버린 것처럼 두근거리고 있었다.

“...휴우...! 뭐야. 벌써 뒤졌네. 푸흐흐. 이거 완전 샌드백도 못 되는구만.”

생명 반응이 보이질 않는 남자를 가볍게 들어올리며, 너덜너덜해진 시체를 모두에게 선보이듯 과시하는 마왕.

그 모습에 라피나를 제외한 모든 암컷들이, 수컷을 비웃듯이 깔깔거리며 환호성을 내지른다.

“아하하하하핫♡ 저 얼굴 꼴 좀 봐♡ 인간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네♡” “역시 마왕님♡ 열등한 수컷들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셔♡” “하아아...♡ 주먹질 할 때마다 핏줄이 불거지던 마왕님의 두꺼운 팔...♡ 아아♡ 자궁이 두근거려...♡” “마왕님 만세♡ 이 세상의 유일한 암컷의 지배자♡ 마왕님 만세에♡”

수컷을 너무나도 잔혹하게 죽인 마왕을 칭송하는 것처럼, 잔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외치는 암컷들.

그런 암컷들에게 손을 흔들던 마왕이, 시체가 되어버린 수컷을 그의 아내였던 암컷에게 내밀었다.

마치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는 듯한, 아내였던 암컷에겐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져야 할 마왕의 선물.

하지만 피투성이의 시체가 된 옛 남편을 받아 든 암컷은, 마왕을 향해 맡기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그 시체를 가지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렇게 한동안 환호성 속에서,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피를 닦아주는 음수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마왕.

몸의 정리가 끝난 마왕이 힐끗 라피나를 바라보더니, 무대 위에서 내려와 라피나에게 다가왔다.

“큭큭... 네가, 이번에 새로 왔다는 그 암컷이지?” “...아...” “반짝이는 구릿빛 피부가 아주 근사한걸... 큭큭. 어디, 우리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비워져 있던 라피나의 옆 자리에 거침없이 앉아, 그 커다란 몸을 과시하듯이 테이블에 팔을 걸치는 마왕.

잔인하면서 흉폭하기 그지 없는, 이 몬스터가 자신의 옆에 앉은 이 순간.

라피나의 감정 유닛은, 마치 터질 것 만 같은 느낌으로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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