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3 - 540화 - 쾌락을 쫓아 달리기 시작한, 음탕한 인형! (2)
잠깐 동안의 준비 시간을 가진 뒤, 준비가 되자 통신을 끊고서 마왕성으로 향한 라피나.
그때까지만 해도 라피나는 자신이 마왕성으로 향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임무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암살 시도가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단순히 그것 뿐이라기엔, 너무나도 대담하게 마왕성의 입구에 들어간 라피나.
그 순간 자신이 동기화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다시 강제로 주입 당하면서, 라피나는 자신이 어째서 마왕성으로 향하고 싶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강렬했던 아찔한 쾌감. 그런 쾌감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형.
유닛들의 허용치를 넘어서던 그 쾌락을 깨닫게 된 순간, 라피나는 발생하는 에러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가명을 써야 하는 자신의 상황조차 무시하고서, 그렇게 라피나라는 이름을 대며 마왕을 찾아간 인형.
주인이 의심하지 않도록, 기억 동기화의 시간차 동안만 이라고 생각하며 마왕을 만난 라피나였지만...
하지만 라피나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3일간 마왕과 함께하고 있었다.
“오호라... 그럼, 공주를 납치한 게 아니라 사랑의 도피를 했던 거란 말이야?” “쮸웁♡ 츕♡ 하읍...♡ 넷. 그렇습니다♡ 물론, 그것도 마스터 본인의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만...♡ 쪽♡”
완성된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개량한 것 덕분일까.
그 동안 마왕과의 교미를 감당하지 못해 고장 나 버리던 라피나의 유닛들은, 이젠 문제 없다는 것처럼 3일동안 이어진 교미를 버텨내고 있었다.
언어 유닛이 가끔 에러를 내뿜고 자궁 유닛이 큰 쾌감을 느낄 때마다 말정액을 누출하긴 하지만, 그것 이외엔 기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수준.
마왕과의 교미를 버텨낼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 인형은, 그 기쁨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교미를 즐기고 있었다.
“재밌네~♥ 엘프들에게 알려진 내용으론, 엘프 공주와 결혼하려던 제사장을 질투해서 그 제사장을 죽이고 공주를 납치했단 거였는데♥” “쮸웁...♡ 마스터의 이야기론, 그 당시의 제사장은 여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엘프 사회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증거를 찾지 못해, 그냥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큭큭. 뭐야 그게. 그러면 그냥 본인의 착각일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어쩌면 그냥 엘프 공주를 차지하기 위한 변명일수도 있겠네요~♥ 정작 사실을 말해줄 엘프 공주도, 이젠 없다니까요♥”
3일간 교미를 즐기면서, 마왕이나 음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라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라피나는 어느새 유출해서는 안될 정보들마저 마왕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몇 단계의 보안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자신이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는 중요한 정보들. 그런 중요한 정보들을 어째서인지, 마왕에겐 말할 수 있게 된 인형.
복부가 부풀어오른 채 말자지를 핥으며 정보를 유출하는 라피나의 모습은, 마치 라피나라는 골렘이 라플라스가 아닌 마왕의 것이 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엘프 공주를 데려왔는데, 정작 엘프 공주는 얼마 못 가서 죽었다는 말이지? 넌 그 엘프 공주의 유전자로 만들어낸, 일종의 복제품이고?” “하읍...♡ 그렇습니다♡ 왜 죽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만...♡” “사랑하던 여자가 죽었다고 골렘으로 되살릴 생각을 하다니. 정말이지 미친놈이네 그 놈. 큭큭... 뭐, 덕분에 나도 엘프 공주님의 복제품을 즐길 수 있다지만 말이야.”
지금 자신의 말자지를 핥고 있는 인형이 엘프 공주의 유전자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라피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마왕.
커다란 몬스터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자, 인형은 감정을 노출하지 않던 얼굴에 미소를 나타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아무튼 그런데... 정작 그 엘프 공주가 왜 살아나지 못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 “쯉♡ 네... 죄송합니다. ‘아직’, 그 정보는 말씀드릴수가 없는 상태라...” “뭐, 보안에 걸려서 정보 공개가 불가능하다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건 나중에 말할 수 있게 되면 말해달라고. 큭큭...” “네♡ 알겠습니다 마왕님♡ 쪽♡”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쾌락이란 것을 알려준 이 마왕에게 유출해서는 안될 정보를 말할 수 있게 된 라피나.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다.
마왕에게 말해주려고 정보에 접근하자마자, 거기까진 허가되지 않았다면서 경고와 에러를 뿜어낸 라피나의 사고 유닛.
그것은 마치 마왕에게 더 정보를 알리고 싶다면, 조금 더 준비를 갖추라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응이었다.
“흐음... 그러면 지금 듣지 못하는 건, 라플라스의 상세 정보와 현재 위치, 네 제작법과 엘프 공주, 그리고 의뢰인들의 정보 정도인가...” “엘프 공주는 대강 예상이 돼~♥ 아마, 엘프 공주를 살려내려고 그 영혼을 어찌 활용했을 텐데... 확실히 파악하려면, 역시 그 제어 박스란 걸 손에 넣을 수 밖에 없겠어♥” “사실 위치도 통신 거리를 계산할 수 있게 된 이상, 음조마를 탄 병사들을 내보내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마왕. 바로 습격해 보겠나?” “큭큭. 페이엔. 제네시아. 우리 너무 재미없게 가진 말자고. 라피나가 노력해서 우리한테 말해주겠다고 하잖아?”
얼른 나서고 싶어하는 두 음수를 말리면서, 침대 아래에 무릎 꿇은 채 자신의 말자지를 핥고 있는 인형을 바라보는 마왕.
그 시선을 따라 음수들도 자신을 바라보자, 라피나는 기분 좋은 오싹함이라도 느낀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짐승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을 테스트라도 하는 듯한, 묘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짐승들의 시선.
그 시선을 본 순간 인형은, 그들을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욕구가 샘솟기 시작했다.
“앞으로 라피나가 우릴 찾아올 때마다, 우리가 궁금해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들려줄 거야. 그렇지? 라피나?” “네에...♡ 반드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우리랑 같이 라디아를 즐기면서, 라디아가 얼마나 암컷들에게 행복한 낙원인지도 학습해 주겠지. 가끔 자기 주인한테 정보도 흘려가면서 말이야. 큭큭...” “일부러, 정보를...♡ 그렇다면, 임무에도 도움이...♡”
비정상적인 판단에 에러를 내뿜던 유닛들이, 점점 에러를 줄여가며 이것을 올바른 것으로 인식해간다.
마치 개조라도 당하는 것 같은, 즐겁기 그지 없는 신체와 연산의 변화.
‘아직은’ 자신의 마스터로 등록된 열등한 수컷을 떠올리며, 라피나는 인형이 가져서는 안될 마스터의 변경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엔 벌써 3일이나 지났으니까. 슬슬 라피나도 복귀를 해야겠지?” “복, 귀... 아쉽습니다... 좀 더, 마왕님과 교미하고 싶습니다...♡” “나도 정말 아쉬워~ 그치만 슬슬 신체도 한계잖아? 네 주인도 안심시켜 줄 겸, 가서 새로운 신체로 찾아오라고. 할 수 있으면 좀 더 튼튼하게 개조도 해보고~” “...네♡ 좀 더 마왕님이 만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본래라면,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신체를 개조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라피나는, 마왕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바꿀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설정과 다른 외형으로 만들어진 RFN-0105의 신체. 따로 기억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신체의 외형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틀림없을 터.
다음엔 더욱 음란하게. 더욱 더 마왕을 만족시킬 수 있게 신체를 개조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라피나는 자신의 영혼에 더욱 더 음란한 인형이 되겠다는 맹세를 각인시켰다.
“푸흐흐... 라피나는 정말 음란한 골렘인걸? 암만 교미가 즐겁다 해도, 주인도 아닌 내 지시를 이렇게나 잘 따른다니 말이야... 좋아. 그럼, 주인 곁으로 돌아가기 전에 좀 더 교미를 즐겨볼까?” “아앗...♡ 네엣♡ 우월한 수컷인 마왕님과의 교미♡ 너무 좋습니다♡ 교미를 요청 드립니다♡” “큭큭. 보채기는... 요 음란한 암컷 인형 같으니라고... 그래. 그러면, 교미를 부탁하는 법은 기억하지? 어디 네 교미 유닛을 벌리면서 부탁해 봐. 라피나.” “네엣♡ 알겠습니다 마왕님♡”
자신에게 입력된 명령을 우선시 해야 하는, 인형으로서의 행동 규칙.
마스터로 등록된 인물만을 따라야 하는 제어 권한.
정보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기밀 보안과, 주인에게 거짓 보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제약까지.
아직 에러가 발생할 정도의 영향은 받고는 있지만, 지금 라피나는 골렘으로서 저항할 수 없을 제한사항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상쾌한 해방감마저 느끼고 있는 라피나.
그것은 라피나가 너무나도 생명체에 가까운 골렘이기에 느끼는, 처음으로 맛보는 자유때문에 생겨난 감정이었다.
거기다 암컷의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진 암컷 인형인 이상, 제약에서 벗어난 라피나가 우월한 수컷을 갈구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일 터.
그렇게 점차 억압에서 해방되어가고 있는 인형은, 자신에게 쾌락을 알려준 우월한 수컷을 향해 굴복이라도 한 것 마냥 아양을 부리기 시작했다.
“열등한 제 마스터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 너무나도 우월한 수컷이신 마왕님♡ 라피나의 장난감 보지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일부러 행복한 암컷의 감정을 표정에 표현해가면서, 이미 말정액이 넘쳐 흐르는 교미 유닛을 벌려 마왕에게 애원하는 인형.
이미 3일간 계속 사용한 라피나의 교미 유닛은, 내구성의 한계에 가까워져 너덜거리는 걸레 유닛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외형이 변하고 제대로 조여지지도 않는 자신의 교미 유닛을, 부끄러움 따윈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펼쳐 보이는 라피나.
곧 말자지를 만난다는 것에, 교미 유닛의 핑크빛 속살이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꿈틀거림과 함께, 라피나의 부풀어오른 복부에 떠오르는 사악한 빛을 내뿜는 문양.
마왕이 자신의 음수에게 새기는 음문이, 이전의 신체보다 더 완성된 형태가 되어 흐릿하게 떠올랐다.
신체가 아닌 영혼에 새기는, 이 암컷은 자신의 암컷이라는 흔적.
아무리 신체를 바꾸어도 라피나에게서 지워지지 않을, 사악한 짐승의 낙인이었다.
“...큭큭. 좋아. 그럼... 어차피 교미 유닛도 거의 망가진 모양이니까. 정말 박살 날 정도로 거칠게 다뤄줄게! 최대한 힘내서 버텨보라...고!!!” “응히이이이이이이이익♡♡♡ 감사♡ 라피나♡ 보지♡ 교미 유닛♡ 박살내♡ 주십시오♡ 오호오오오옷♡♡♡”
말자지를 거칠게 쑤셔 박으며, 음수들 정도나 감당할 수 있을 법한 거친 교미를 시작하는 마왕.
배려심 따위 느껴지지 않는 난폭한 교미에, 만들어진 지 일주일도 안된 신체가 공격이라도 당하는 것 마냥 망가져간다.
신체가 망가질 정도의 거친 교미가 기분 좋다는 듯이,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발성하며 울부짖던 라피나.
그렇게 세 번의 교미를 버틴 라피나는, 이윽고 더 이상 교미할 수 없을 정도로 교미 유닛이 망가진 상태에서...
마왕의 너무나도 굵고 커다란 주먹을, 그 망가진 유닛에 피스팅 당한 채...
마왕의 침실에서, 라피나는 마왕에게 또 뵙겠다는 인사를 건네고 자폭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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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하는 거냐 너는!?”
라플라스의 날카로운 고성과 함께, 뺨을 후려갈기는 소리가 초원에 마련된 캠프에 울려 퍼진다.
3일간 통신도 되질 않는 상태로, 마왕성에 들어가 마왕과의 교미를 즐긴 라피나.
지금 라피나는 통신 차단 기능이 기억의 전송까지 막아, 그 교미의 기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3일간 자신이 마왕성에 들어가 있었다니. 그것은 라피나 본인도 믿기지가 않는 상황이었지만...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라피나는 지금 자신의 뺨을 때린 눈 앞의 주인을 가장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거기서 3일 씩이나 있었던 거냐!? 아니, 그보다 한 두 시간도 아니고 3일 씩이나 통신이 끊긴 상태로 있었다니!? 그 정도면 당연히 통신할 방법을 찾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너란 인형은 그런 판단도 못 내리는 멍청한 인형인가!?”
고작 3일. 기억은 없지만 고작 3일이었다.
그 동안 누군가 다치거나 캠프의 위치를 들킨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통신만 끊겨 있을 뿐인데.
자신을 보내놓고 안전한 곳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던 주제에, 겨우 통신이 끊긴 것 하나로 이렇게나 화를 내다니.
거기다 자신의 내구도를 생각하면 에세르가 실리지 않은 따귀 따윈 의미가 없는데. 그게 이렇게 비효율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화낼만한 일인 걸까?
이해할 수 없는 라플라스의 분노. 그리고, 왠지 모르게 너무나도 불쾌한 주인의 손찌검.
어째서인지 지금 라피나는, 자신도 기억이 없어 떳떳하지 못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눈 앞의 주인에게 커다란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 뭐냐 그 천박한 몸은!? 저번보다 더 심해졌다니!? 신체 제작 툴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대를 골라, 자신이 알던 그녀가 성장하면 이 정도일 거라며 늘씬한 엘프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설정했던 라플라스.
하지만 그런 설정이 무색하게도, 지금 라피나는 얼굴과 머리 색 정도를 제외하면 그 외형이 설정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상태였다.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이 아닌, 본인의 머리통만한 흉악한 크기의 폭유.
늘씬하게 빠졌어야 할 엉덩이는 천박할 정도로 커다랗고, 그 엉덩이를 받치는 허벅지 역시 포동포동하게 살이 차올라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유사 지방 물질을 넘치게 채워 넣고도, 허리는 근사한 라인을 가지고 전신에선 탄력이 넘치는 느낌이라니.
마치 그 존재 자체가 음란함으로 채워진 듯한 라피나의 모습에, 라플라스는 당장이라도 절규하고 싶은 느낌이었다.
‘...제가 보기엔 근사한데. 이 외형이 어디가 맘에 안 드는 걸까요... 역시 열등한 수컷이라서 그런지, 마스터는 괜히 까다롭기만 하고 암컷을 즐길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늘씬한 몸매도 나쁘진 않지만, 우월한 수컷이라면 이런 천박한 몸에 기뻐하며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하는데.
하지만 올바른 엘프 공주의 외형만을 원하는 라플라스의 모습에, 라피나는 자신의 주인에게 무엇인가 혐오감 같은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짜증납니다... 저는, 라피엔느가 아니라 라피나인데...’
아무리 유전자 정보로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추측했다지만, 실제로 성장했을 때 그렇게 될 거란 보장이 없는데.
그런데도 그런 외형만을 원하며,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엘프 공주를 닮기를 바라는 주인이라니.
자신은 200년 전의 엘프 공주 라피엔느가 아니라, 골렘인 라피나인데. 어째서 그런 자신에게 라피엔느를 바라는 걸까.
그렇게 라피나라는 자기 자신을 봐주지 않는 주인에 대해, 커다란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라피나.
지금은 마왕과 함께한 기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인을 따라야 한다는 사고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신체 제작 툴에 버그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마 복귀 후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기랄. 그 말은 결국, 다른 신체를 만들어도 똑같을 거란 얘기로군...” “네. 그리고 한가지 더 보고할 사항으로, 3일간 통신이 두절된 이유는 마왕님... 아니, 마왕의 약점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약점!?”
그렇게 라피나의 사고 유닛에서 주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때문일까. 아니면 라피나의 영혼에 새겨진 무언가 때문일까.
마왕과 함께한 기억이 없는 라피나가, 어째선지 이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마왕을 위한 거짓된 정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정말인가요? 마왕... 그러니까, 그 신수의 약점을 찾아냈다구요?” “네. 클라리스. 3일간, 마왕성에서 숨어 지내며 마왕의 측근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어 얻은 정보입니다.”
어째서 사고 유닛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본인도 전혀 알 수가 없는 라피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피나는, 지금 떠오르고 있는 허위 보고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허위 보고를 통해 이들을 안심시켜야, 또다시 자신을 라디아로 보내며 마왕성에 향하라고 지시를 내릴 터.
왜 이렇게 마왕성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자신을 단순한 도구로 취급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어찌 되든 크게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아직’ 라플라스가 마스터로 등록되어 있다는 제약 때문에, 라플라스에게 반항하거나 개별적으로 움직일 순 없지만... 아마 지금의 ‘상태’ 라면, 지시에 따르는 척 하며 ‘작은 일탈’을 즐길 수 있을 거란 추론을 해낸 라피나.
그렇게 라피나는 감정이 보이질 않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일탈을 즐기기 위한 거짓 보고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라디아엔 마왕의 힘을 증폭시키는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암살 실패는, 마왕의 힘이 이 신체의 성능을 상회했기 때문인데...”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제법 그럴싸한 거짓말을 만들어 자신의 주인과 의뢰인들을 납득시켜 나가는 인형.
자신의 거짓 보고를 진지하게 듣는 세 명의 표정에, 라피나는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멍청한 주인과 인간들입니다... 특히 클라리스 이 여자는, 암컷 주제에 이렇게 멍청한...’
눈 앞에 있는 주인과 의뢰인들을 비웃으며, 자연스럽게 라디아로 향할 핑계거리를 만들어낸 인형.
그 인형의 아랫배에서, 무엇인가 불길한 색의 문양이 흐릿하게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