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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99화 (600/749)

Chapter 598 - 545화 - 공포를 전송하는 인형의 영상!

“제길... 또 이렇게 통신 불가 상태가 이어지다니...”

조작하던 제어 박스를 바라보면서, 라플라스는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를 헝클였다.

벌써 24시간이 다 되어가는, 라피나가 보내오던 시야 영상의 중단.

자폭했거나 신체가 파괴된 것이라면 바로 다음 신체의 생산이 시작되었을 텐데. 자폭한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연락이 두절되다니.

어차피 중요한 영혼석이 이 곳에 있기에 큰 문제가 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라플라스에게 있어 상당히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저 사악하기 그지 없는 악마로 인해 타락해버린 도시입니다. 아무리 라플라스 님의 골렘이라도, 저런 사악한 장소에서 쉽게 활동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 라플라스에게 진정하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는 남자.

바울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라디아가 흐릿하게 보이는 언덕 너머를 바라보았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라디아는 본래, 저런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도시가 아니었는데... 제가 저 도시를 떠난 이후로, 얼마나 저 악마에게 변해버렸을지...”

성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거리인데. 마치 무언가 한기라도 느낀 것처럼, 살짝 몸을 떨면서 긴장된 표정을 내비치는 바울.

그런 바울의 옆에 있는 클라리스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울을 바라보면서, 바울의 긴장을 풀어주듯이 말을 걸었다.

“그쪽은 보지 마세요. 바울. 간만에 상태가 좋아졌는데. 또 발작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미안합니다 클라리스. 저 아름답던 도시와 착하던 사람들이, 그 악마로 인해 어찌 되었을지 걱정되어서 그만...” “지금 바울은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지금처럼 상태가 좋을 때, 앞으로 또 발작하지 않도록 상처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늘 고마워요. 클라리스.”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들어올리며, 클라리스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내비치는 바울.

클라리스 역시 그런 바울의 미소에 대답해주는 것처럼,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하아. 정말... 발작만 안 하면 참 멀쩡한 남자인데 말이죠... 라플라스 님. 엘프들 쪽에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그런 게 있었으면 여기 오기 전에 써먹고 왔겠지. 골렘이면 몰라도, 살아있는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그렇겠죠... 인간의 기억이나 사고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니...” “기억을 조작할 방법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효과 좋은 진정제를 구해서 어딘가에서 요양이라도 하는 편이 더 빨리 해결될 거다. 나중에 본인들 지위를 되찾고 나면 그쪽으로 생각해 보도록.”

제어 박스의 조작을 포기한 것인지, 한숨을 내쉬면서 캠프에 설치된 본인의 의자로 되돌아온 라플라스.

테이블 위에 있던 자신의 잔을 입에 가져가던 도중, 라플라스는 문득 뭔가 생각난 것처럼 바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가는군... 도대체 저 도시의 인간들은, 어째서 저런 신수의 횡포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는 거지...?” “말했잖아요. 저 사악한 신수가, 뭔가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세뇌했을 거라고.” “본인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수십만의 인간들에게 그런 능력을 사용하고 유지한다고?” “하지만... 그런 능력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저 신수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누구 하나라도 거역하는 인간이 있었다면, 이미 왕국이 진작에 눈치를 챘을 텐데...”

혹시나 자신의 말에 발작하지 않는지 바울을 계속 살피며, 모종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세뇌했을 거라 확신하는 클라리스.

하지만 라플라스는 뭔가 찝찝함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내비치며, 가만히 찻잔 속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어떤 스킬이나 마법도,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영구적인 효과를 적용할 수는 없어... 진짜 세뇌라고 할지라도, 중간에 효과가 몇 번 끊겼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도시 밖으로 저 신수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는다라...” “...어쩌면 저 신수가 왕도 쪽에도 뭔가 해뒀을지도 모르죠. 안 그래도 지금 인간들의 왕은, 마족과의 전쟁에만 정신이 팔린 상태거든요. 왕도 밖의 일은 보고되지 않는 이상 관심도 없을 거에요.” “아. 그래. 멀리 떨어진 수왕국에서도 인간과 마족간의 전쟁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 이번 인간들의 왕이 제대로 독기를 품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사실 폐하보다는 그 부인이신 에스토리아 왕비님의 입김이 강할 거에요. 그 분이 마족이라면 이를 간다는 건 왕도에서 유명한 이야기라...” “호오... 그건 처음 듣는걸. 마족들에게 원한을 가진 인간들의 왕비님이라... 어쩌면 이번에 수백 년 넘게 이어져오던 삼국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겠어...”

바울을 신경 쓰며 주제를 바꾼 클라리스와, 그런 클라리스에게 맞춰 바뀐 주제에 흥미를 보이는 라플라스.

그렇게 잠시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던 도중, 제어 박스의 스크린에서 불쾌한 소리가 들리며 통신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마스... 들립...]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들려오는, 노이즈가 섞인 익숙한 목소리.

아주 선명하진 않지만 영상이 회복되는 것과 함께, 그 목소리에 섞인 노이즈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여기는 라피나. 현재, 마왕의 힘을 증폭하는 마도구가 설치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무엇인가 어두운 장소에 있는 듯한 라피나의 시야 영상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혼잣말을 하고 있는 라피나의 음성.

복구된 영상을 바라보면서, 이제야 영상을 전달하냐는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복구되었나. 도대체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하여간 멍청한 인형 같으니라고...”

라피나가 무사한 것에 대해선 관심도 없다는 듯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 라플라스.

그런 라플라스의 짜증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하는 라피나의 음성이 계속 이어졌다.

[상황의 설명을 위해 음성을 함께 전송하겠습니다. 통신이 불가능하던 도중 파악한 정보로, 라디아에 설치된 마도구는 총 3개. 마왕성의 지하 1층과 2층에 하나씩, 그리고 영주성에 1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저는 현재 마왕성 지하 1층에 잠입해...]

지금 제어 박스를 통해 보이고 있는 영상은, 대략 한 시간 전에 라피나의 시각 유닛이 확인한 장면.

실시간이 아니기에 라플라스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라피나가 전달하는 정보가 전송되어 온다.

마치 너는 듣기만 하란 것처럼,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해지는 일방적인 정보.

그런 정보를 전달하는 라피나는 지금, 어딘지 모를 어두운 장소를 걷고 있었다.

[...저는 지금 마왕성 지하 1층, 그 곳의 천장에 설치된 환풍구 배관 위에 있습니다. 이 곳에서 마도구가 설치된 장소로 이동해, 마도구를 파괴해볼 예정입니다.]

중간중간 작은 노이즈가 섞여있는, 라피나의 목소리.

라피나의 설명에 화면에 나타난 장소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무엇인가 라피나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노이즈와는 다른 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금속으로 된 환풍구를 날카로운 무언가로 툭툭 치는 듯한, 뭔가 또각거리는 듯한 이상한 소음.

그것이 라피나가 신은 하이힐이 만들어낸 걸음 소리란 것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영상을 수신중인 라플라스 일행은 알 수가 없었다.

[...목표 포인트 도착. 이 아래에, 마왕의 힘을 증폭하는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시야 영상일 뿐이라 라피나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저 라피나가 보는 광경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라플라스 일행.

라피나가 멈춰선 장소의 한 곳에는, 마치 이 곳을 통해 내려가라는 것처럼 천장의 일부가 뜯겨져 있었다.

아주 밝지는 않지는 않지만, 은은한 불빛이 올라오고 있는 작은 구멍.

라피나는 그 구멍에 다가가, 몸을 낮춰 그 구멍의 아래쪽 풍경을 라플라스 일행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열등 수컷들의 처형식의 날입니다♡]

내려다 본 천장 아래로 3m 정도가 떨어진, 무엇인가 의자가 설치된 묘한 공간.

그곳에서 얼굴은 보이질 않지만, 어디선가 라피나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라피나의 영상과 함께 전송되었다.

[하아~ 정말이지, 열등한 수컷들의 멍청함은 정말 한숨만 나올 정도네요~ 이번 주에 처분 판정을 받은 수컷들이, 무려 9마리씩이나 나왔답니다~]

무엇인가 즐거운 듯한 감정이 실은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마도구로 증폭한 것처럼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라피나의 시야가 보고 있는 천장의 아래쪽에선, 마치 무언가 이벤트라도 열린 것처럼 수많은 여자들이 모여있었다.

의자와 묘한 도구들이 설치된 널찍한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싸듯이 모여 있는 외설적인 차림새의 여자들.

그 공간의 벽 한 켠에는, 무엇인가 커다란 비석 같은 느낌의 검은 돌이 설치되어 있었다.

[...알 수 없는 에너지를 확인. 아무래도 저 돌이, 그 마도구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시야를 확대해 구석에 있는 돌을 보여주는 라피나.

그렇게 구석을 보여준 후 정말 아쉽다는 듯이, 라피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여자들이 둘러 싼 공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 마도구의 파괴는 아래쪽의 인간들이 사라진 이후에 시도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잠시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묘하게 일부러 천장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여자들의 모습과, 너무 대놓고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은 라피나의 시야.

무엇인가 시끌벅적하던 여자들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환호를 하는 것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열등 수컷들의 처형식은 평소처럼 여러분이 참여하시는 방식이 아닙니다♡ 오늘은 무려, 마왕님과 클레아 님께서 손수 주도하시는 처형식♡ 정말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마치 즐거워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도구로 증폭된 여자의 목소리와, 왠지 모르게 흥분이 더해지는 것처럼 커진 암컷들의 웃음소리.

그 사이에서 들린 마왕과 클레아 라는 이름에, 화면을 바라보던 바울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그럼 먼저, 첫 번째로 처형당할 열등 수컷의 입장입니다♡ 이 수컷은 자신의 주인님이 되어준 암컷 분께 어리광을 부리다가, 선을 넘은 어리광으로 암컷 분의 심기를 거슬렸네요♡ 이 꼴사납고 멍청한 수컷을, 비웃음으로 맞이해 주세요~♡]

무엇인가 기대감이 담겨있는 여자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라피나의 시야 구석에 들어온 목에 무엇인가가 채워져 끌려오는 남자.

자신의 소중했던 여인의 이름을 들은 바울은, 그제서야 화면에 보이는 의자가 낯이 익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 아...! 저, 저 의자는...!!?”

마치 두려운 것을 본 것 마냥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떨리고 있는 손으로 화면을 손가락질 하는 바울.

클레아가 바울의 불알을 터트렸던 그 의자를, 라피나는 마치 확인시켜주듯이 확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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