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04화 (605/749)

Chapter 603 - 550화 - 영상으로 공개되는 인형의 타락!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끊겨버린, 인형이 전송해야 할 시야 영상.

파괴해야 할 장치들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이번엔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었는데. 빨리 끝나긴커녕 3일이 넘게 통신이 끊긴 이 상황에 라플라스는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중간에 몇 번 노이즈가 섞인 영상이 수신되긴 했지만, 그것들은 전부 별다른 정보도 없었던 라디아의 도시 풍경 이었을 뿐.

오히려 뭔가 도시를 만끽하고 있는 듯한 그 짧은 영상들은, 라플라스에겐 인형이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영상들마저 전송이 끊긴 채, 제어 박스의 스크린이 20시간이 넘도록 검은 화면만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

자폭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상황이 잘못되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이 상황에 라플라스는 조금씩 가슴속의 위화감이 커지고 있었다.

‘...설마 인형이 라디아의 여자들처럼...? 아니, 하지만... 저 테세르의 기운 속에 계속 머물고 있다면 모를까. 매번 새로운 신체로 교환해서 잠입시키고 있으니 큰 영향은 없을 텐데...’

본인이 만든 인형이긴 하지만, 사실 인형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라플라스.

생각지도 못했던 엘프 공주의 죽음은 그를 반쯤 미치게 만들었고, 그런 상태에서 만든 인형은 라플라스의 능력을 뛰어넘어버린 엄청난 걸작이었다.

물론 정작 중요한 엘프 공주는 깨어나지 못해 실패작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인형에 쓰인 기술들은 본인의 인지 영역은 물론이고 거의 신의 영역에 이른 기술들.

생명체가 신의 영역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기에, 정신이 되돌아온 이후로 인형의 몇몇 부분은 라플라스 조차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블랙박스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블랙박스 상태의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라피나의 핵심에 해당하는 엘프 공주의 영혼석.

본인이 만들고서도 어찌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기에, 지금 라플라스는 그 영혼석이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 건지도 제대로 알고 있지를 못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으로, 그 신체에 영혼이 깃들진 않지만 어떻게 영혼석과 이어져 신체가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자신을 떠올리지 못하는 엘프 공주를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라플라스는 수백 년이 넘도록 라피나라는 인형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수백 년간 머릿속에서 굳어져 버렸기에,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라플라스의 착각. 그 착각으로 인해, 매번 신체를 바꾸는 인형이 괜찮을 거라 판단해왔던 라플라스.

하지만 이어진 인형의 변화와 그 변화에서 느끼는 위화감 때문에, 이제 와서 뒤늦게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의심이 라플라스의 안에서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분명 라디아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저 인형에게 기억이란 단순한 정보. 그런 정보가, 인형의 신체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텐데...’

라디아에서 활동한 기억이 쌓여, 뭔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의심해보는 라플라스.

하지만 애초에 라피나가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라플라스에겐, 그것은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엘프 공주의 기억을 복제해 주었는데도, 자신을 엘프 공주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태도를 보여주던 라피나.

그랬던 인형이 단순히 라디아의 기억이 남아있다고 해서, 고작 며칠 만에 라디아의 여자들처럼 변하게 될 수가 있을까?

‘자신이 스스로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인형의 저항력 높은 신체는 분명 저 테세르의 기운에도 한동안 저항이 가능할 터.

그러니 지금 새로운 신체를 준비해 라디아로 들어간 인형은, 라디아의 암컷들이 어떻든 간에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어야만 했다.

‘...분명 임무 자체는 조금씩 이지만 진행이 되고 있어... 하지만,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암살에 실패한 것이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마왕의 힘을 증폭시키는 장치에 대해 파악하고 그 장치 하나를 파괴한 인형.

생각대로 흐르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목표가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데. 그런데 나날이 가슴 속의 찝찝함은 늘어만 간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에 생명체로서의 자아를 가지지 못하고, 뇌나 다름없는 사고 유닛을 통해 기계적인 판단만을 이어나가야 할 인형.

그런 인형이 어딘지 모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에, 라플라스는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음? 아... 드디어 통신이 회복된 건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가슴 속의 답답함이 무엇 때문인지 고민을 이어나가던 도중.

계속 검은 화면만이 이어지던 스크린에서, 기분 나쁜 노이즈와 함께 영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라플라스의 맞은 편에서 말없이 책을 읽고 있다가, 통신이 회복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드는 클라리스.

그녀의 옆에선 꾸벅꾸벅 졸던 바울이, 노이즈의 소리에 깬 것처럼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좀 오래 걸렸네요... 하긴. 지난번 잠입처럼 며칠 동안 끊겼거나 했던 건 아니지만...” “...너희들에겐 정말이지 면목없군... 그렇게 큰소리를 쳐놓고서, 이렇게 긴 시간을 불편한 곳에서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니...” “라플라스 님의 골렘들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건 괜찮아요. 그보다... 음... 라피나 말인데...” “음? 왜 그러지? 얼마 전부터 라피나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만?”

스크린에 집중하려는 것인지 책을 덮고서, 아직 노이즈만 발생하고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클라리스.

그러다 문득 라피나에 관해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말끝을 흐리더니, 클라리스는 한동안 말 없이 침묵을 이어나갔다.

“...으응. 아니에요. 그냥, 라피나가 라디아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싶어서요.”

그렇게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클라리스는 꾸며낸 듯한 미소를 만들어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3일 전.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 인형에게 옷을 건네주다가, 너무나도 음란한 형태로 만들어진 인형의 말보지를 보게 된 클라리스.

난생 처음 보는 그 외설스럽기 그지 없는 형태에, 클라리스는 너무나도 당황하며 그 말보지를 가만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음수들의 말보지를 거의 비슷하게 구현해낸, 말보지 모방 교미 유닛.

심상치 않은 그 형태는 마치 수많은 남성기와 출산을 경험한 창녀의 보지가 떠오르는 형태였지만, 그러한 창녀와 보지와 비교하기엔 무엇인가가 많이 달랐다.

그런 더러운 여자들의 음부라고 한다면, 단순히 모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딱 봐도 더럽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드는 그러한 사용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하지만 라피나가 보인 말보지란 것은 단순히 꾸불거리는 독특한 형태만이 비슷할 뿐, 그 탄력 넘치는 색감이나 모양은 창녀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건드리면 튕겨져 나올 것 같은 탄력적인 느낌과 새것처럼 느껴지는 광택. 그리고, 너무나도 음란하게 느껴지는 살아있는 것 같은 꿈틀거림.

심지어 벌려진 안쪽으로 보이는 꿀렁거리는 핑크 빛의 속살은, 그 안에 손가락만 집어 넣어도 무언가 기분 좋은 감각을 전해줄 것처럼 보이는 속살이었다.

여자인 자신이 보아도 음란하기 그지 없는 느낌을 받았던, 여성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음란함을 끌어 모은 듯한 인형의 말보지.

그 외형과 꾸물거리는 움직임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인간 남성의 성기와 어울릴만한 그런 여성기가 아니었다.

마치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거대한 성기에 맞추어진 듯한, 마치 ‘다른 종’의 여성기를 가지고 온 것 같은 기묘한 느낌.

그런 말보지를 라디아의 모든 여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인형의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클라리스에게 참기 힘든 음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인형이 뭔가 수상쩍기 그지 없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 호기심 때문에 수상한 인형의 태도에 대해 라플라스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던 클라리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클라리스는, 라피나가 무엇을 보여줄지 보고 이야기하자며 인형의 주인에게 전해야 할 정보를 전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건 나도 궁금하군. 3일이면 이미 진작에 잠입하고 남았을 시간인데 말이야... 음. 이제 나오는 모양이군. 아마 이걸 보면 알 수 있겠지.” “...네. 그렇... 겠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 통신이면 좋겠군... 가능하면 이번 잠입에서 남은 증폭 장치를 모두 파괴해버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적어도 이번 통신이 증폭 장치의 파괴를 알리는 통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인과, 가슴 속에서 본인도 이해하지 못할 묘한 기대감을 느끼고 있는 암컷.

그 가운데서 멍하니 아무 생각도 없던 수컷이, 지금 무엇을 보게 될지도 모르면서 긴장감 없는 하품을 내쉬었다.

[...마... 기는... 라피나... 들립...]

점점 통신 상태가 좋아지는 것처럼 영상에 섞인 노이즈가 사라지고, 조금씩 선명하게 들려오는 인형의 목소리.

그 인형의 목소리는, 뭔가 즐겁게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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