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09 - 556화 - 장난감으로 덤비는, 엘프 용사의 발악! (3)
“...크, 클레아... 당신...” “후훗...♥”
순식간에 골렘들을 정리하고 나서, 클라리스와 바울을 둘러 싼 외설적인 갑옷을 입은 병사들.
그리고 그 뒤편에서 클레아가, 도저히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느껴지는 날카로운 붉은색 동공과, 마치 사악한 무언가의 존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검은 자위.
그 불길한 눈에 바울이 기겁하면서, 클라리스에게 두렵다는 듯이 매달렸다.
“으, 으허어어어억! 크, 클라리스으! 클레아가, 클레아가!” “아하핫♥ 여전하네요 바울은♥ 수컷인 주제에, 암컷에게 매달리는 꼴불견인 모습이라니♥”
요염하게 손을 턱에 가져다 대고선, 바울을 비웃는 것처럼 깔깔거리는 금발의 암컷.
그 웃음은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성녀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사악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거기에 너무나도 외설스러운 느낌으로 개조한 새하얀 성녀복과, 하얀 피부를 꾸미고 있는 퇴폐적인 문신들.
사악한 웃음과 더불어 그 음란한 외형이, 클레아의 모습을 사악하고 요염한 창부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 곳을...” “후후...♥ 안 보인다고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요 클라리스? 누가 연인 사이 아니랄까 봐, 은신 따위로 몸을 숨기던 그 쓰레기랑 똑같은 수준이네요♥”
자신과 연인 사이 이면서, 은신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수컷.
그것이 지금 옆에 있는 바울이 아니라 죽은 비보라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한 순간, 클라리스는 두려움에 떨다 말고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감정을 드러냈다.
“...!! 다, 당신... 지금, 비보라를 얘기하는 거야!?” “아~ 그래요. 분명 그런 이름이었죠? 그 쓰레기? 후후♥ 열등한 수컷의 이름은 딱히 기억할 가치가 없어서 잊고 있었네요♥” “당신...! 비보라를 죽여 놓고 잘도...!”
본인이 죽여버린 비보라를, 쓰레기라고 부르며 모욕하는 클레아의 모습.
그 뻔뻔한 태도에 울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클라리스지만, 클레아는 한층 더 사악하게 웃으며 클라리스와 바울을 바라보았다.
“감히 마왕님에게 상처를 입혔던 건방진 수컷인데. 내가 그런 수컷을 내버려 둘 거라 생각했나요? 오히려 너무 곱게 보내줘서 반성하고 있는걸요?” “큭... 다, 당신...!”
하지만 그런 클라리스의 분노도, 어디까지나 잠시였을 뿐.
사랑하던 수컷을 죽게 만든 원수인데도 불구하고, 클라리스는 클레아의 눈을 본 순간 무엇인가 두려움이라도 느낀 것처럼 시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겁을 먹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원수를 앞에 두고 겁에 질리는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공포라기보단 무언가의 거부감. 저 여자와 가까워 지면 안 된다는,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외치는 본능적인 경고.
그 경고를 들은 클라리스는 그저 클레아의 눈을 피하며, 묘한 감정 속에서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클라리스를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묘한 눈빛으로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던 클레아.
하이힐이 만들어내는 요염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클레아가 클라리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쿡쿡♥ 그나저나 클라리스 당신도 참... 수컷을 보는 눈이 너무 없네요~♥ 그런 건방진 쓰레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저 혐오스러운 망가진 수컷이라니♥” “흐, 흐으으으으윽...! 크, 클레아...! 클레아아아...!”
팔짱을 낀채 클라리스와 바울의 주변을 맴돌며, 키득거리는 웃음을 내비치던 클레아.
그러던 도중 클라리스에게 매달려 있던 바울이, 뭔가 원하는 것처럼 클레아에게 매달리려 했지만...
“감히 어딜 매달려!? 이 역겨운 쓰레기가!”
클레아는 그런 바울이 자신의 몸을 건드리기도 전에, 더럽다는 듯이 바울의 얼굴을 걷어 차버렸다.
“바, 바울!! 잠깐, 이거 놓으...!!” “이 쓰레기! 자비롭게 잠깐 동안의 삶을 만끽하게 해줬더니! 감히 마왕님에게 마왕님께 칼을 꽂으려 해!?” “아, 아악! 크, 클레아! 클레아! 그만...!”
날카로운 굽이 달린 하이힐로, 쓰러진 바울의 몸을 너무나도 난폭하게 짓밟는 클레아.
너무나도 폭력적인 성녀를 말리려던 클라리스였지만, 어느새 병사들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지하고 있었다.
“열등한 실좆에! 혐오스러운 욕망! 조용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썩을 것이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아악! 악! 그만! 그만해줘 클레아아아!!” “닥쳐! 너 같은 열등하고 더러운 쓰레기는, 그냥 죽어버려야 해!!” “......”
땅바닥을 나뒹굴며 잔혹하게 짓밟히는, 바울의 모습.
날카로운 굽에 옷이 찢기고 몸에서 피가 나게 만드는 저 발길질을, 막아야 하는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클레아의 발길질을 보던 클라리스는, 어느새 병사들에게 저항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클레아의 발길질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흑, 으... 으으윽...” “후우...! 맘 같아선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곱게 보내주기엔 워낙 죄가 크니...”
바닥에서 그대로 힘이 빠진 채, 실신한 것처럼 부들거리는 바울.
그런 바울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내려다 보면서, 클레아는 손을 까딱거리며 병사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눈빛만으로 뭘 의미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그대로 바울을 일으켜 세우며 목에 무엇인가를 채우는 병사들.
에세르를 차단하는 마도구를 바울에게 장착시키고는, 병사들은 그대로 바울의 머리를 클레아와 클라리스를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후훗♥ 왜 그러나요 클라리스? 날 말리려던 것 아니었나요?” “...흣...!? 아... 나, 난...” “수컷을 보는 눈은 없지만, 역시 당신도 암컷은 암컷인 모양이네요♥ 열등한 수컷이 얻어맞는 걸 보면서 흥분해 버리다니♥” “하, 하아...!? 아니, 나, 난... 흥분, 따윈...!”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앞에 선 클레아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클라리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한 암컷의 모습이었다.
“쿡쿡♥ 귀여워라♥ 설마, 흥분했다는 걸 들켜서 부끄러워하는 거에요 클라리스?” “아, 아니...! 그러니까, 나는...!” “아닌 척 해 봤자 소용 없답니다♥ 마왕님께 하사 받은 이 마안으로 당신의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그, 그게 무슨... 마, 마안? 감정...?” “정말...♥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쿡쿡♥”
짐승 같은 긴 손톱이 난 손으로, 고개를 돌린 클라리스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성녀.
그 손길에 뭔가 느끼는 것마냥, 클라리스는 몸을 움찔거리며 계속 고개를 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후후♥ 자, 클라리스. 날 봐요♥ 당신의 원수가 눈 앞에 있잖아요?” “읏... 무, 무슨... 이제, 그만...” “쿡쿡♥ 이렇게 귀여운 암컷이었을 줄이야♥ 자♥ 클라리스♥ 날 보고, 그대로 입을 벌려봐요♥” “하, 하아...? 지금, 무슨 말을... 읏...!?”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 클라리스의 턱을 붙잡고,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클레아.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묻기도 전에, 클레아의 입술이 클라리스의 입에 겹쳐지며 그녀의 말을 틀어막았다.
“읍!? 으흡!? 읍, 으읍...!!” “하읍♥ 쯉♥ 쮸웁♥ 쪽♥”
흉악할 정도로 커다란 자신의 폭유를 클라리스의 가슴에 밀착시키며, 끈적할 정도로 클라리스의 몸을 끌어당기는 클레아의 포옹.
그 포옹과 동시에 긴 짐승의 혀가, 마치 클라리스를 범하는 것처럼 그녀의 입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아, 아아...! 클라, 리스...!”
고통에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암컷들이, 서로 밀착해 키스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바울.
너무나도 끈적하면서 사악해 보이는 그 광경을, 바울은 그저 몸을 떨며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저항하려는 듯이 몸을 움찔거리는 클라리스와, 그런 저항이 소용없다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클라리스를 붙잡고 있는 클레아.
클레아의 긴 혀가 클라리스의 입 안을 유린하면서, 동시에 음수의 사악한 숨결이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평범한 암컷이 감당할 수가 없는, 음수의 황홀한 타액과 사악한 기운.
그 기운에 점차 클라리스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두 암컷의 키스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쮸웁...♡ 읍...♡ 으흡...♡ 하읍...♡” “츄릅♥ 츕♥ 쮸웁♥ 쪽♥ 쮸웁♥ 쮸우우웁♥♥♥”
그렇게 수 분 동안 이어진 암컷간의 농후한 레즈 키스. 그 키스를 통해, 음수의 달콤한 기운을 받아들이던 클라리스.
그렇게 한동안 눈을 뒤집으며 음수의 키스를 받아들이던 클라리스는...
“...으흡♡ 읍♡ 으흡♡ 으흐으으으으으으읏♡♡♡”
절정 했다는 것을 알리듯이 치마 사이로 애액을 분출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실신해 버렸다.
“...쿡쿡♥ 내 기운을 이렇게나 받아들이다니♥ 역시 재능이 있네요♥ 클라리스♥”
실신한 클라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악한 미소를 띄며 키득거리는 클레아.
이내 클레아는 병사들에게 눈빛을 보내며, 결계 밖에 있는 음조마 마차를 들여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자아♥ 조금이라도 망가지면 안 되는 물건들이니, 다들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도록 해요♥ 알겠죠?” ““네♡ 클레아 님♡”” “거기 반쯤 정신 나간 쓰레기는 적당히 기절시킨 후에 묶어놓도록 해요. 그 쓰레기는 마왕님의 즐거움을 위해서 쓰여야 하니까 말이에요♥”
뭔가 중요한 물건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주변에 있는 제어 박스나 짐들을 챙기는 병사들.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클레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클라리스의 검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클라리스. 감히 마왕님께 칼을 들이민 대가로, 당신은 내 장난감이 되어줘야겠어요♥”
자신의 장난감이 될 암컷을 바라보며, 성녀가 오싹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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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헉...!!”
거대한 몬스터의 다리가, 라플라스가 타고 있던 대형 골렘을 파괴하고 사라진다.
날아다니는 골렘의 파편들과 함께 바닥을 나뒹구는 라플라스.
그렇게 쓰러진 라플라스의 모습은, 이미 수없이 바닥을 나뒹군 것처럼 너덜너덜하기 그지 없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피와 터진 입술. 찢겨진 옷 사이사이로 보이는 타격의 흔적.
엉망이 되어버린 몸을 일으키면서, 라플라스는 믿질 못하겠다는 듯이 작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돼... 이게, 정말 약해진 거라고...?”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라플라스와 마왕의 전투.
광범위하게 파괴된 도로와 무너지거나 파괴된 건물들이, 오랫동안 이어진 전투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푸흐흐... 70레벨이 넘기는 하지만, 본인 개인의 전투력은 50레벨 수준인 것 같네? 조금 실망스러운걸?”
하지만 흙먼지 속에서 나타난 마왕의 몸은, 긁힌 수준의 찰과상이 좀 있는 것 말고는 라플라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긴. 이런 능력이면 일대일 싸움보단 대규모 전투 쪽이 더 적합하겠지... 근데 이럴 거면 그냥 잠입하지 말고 골렘 군대랑 같이 올 것이지, 뭐 하러 혼자 왔어~ 큭큭.”
자신의 머리 갈기를 넘기면서, 마왕이 라플라스를 비웃는 듯한 웃음을 흘린다.
마치 라플라스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마왕의 말투.
그 말투에 라플라스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앞에 있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도대체, 어떻게...’
단순히, 자신이 골렘 군대를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마왕과의 전투. 그 전투를 즐기는 것처럼 여유로운 모습으로, 라플라스에게 골렘을 준비할 시간을 주던 마왕.
처음엔 단순히 만용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무엇인가 위화감이 들었다.
‘이건 예상했다 수준이 아니야... 어떻게, 내 골렘들의 특성을...’
아무리 골렘술사의 특성상 개인의 전투력이 어떻다 하지만, 라플라스는 70레벨이 넘는 용사.
그런 라플라스가 만들어내는 전투용 골렘들은,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 할지라도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병기들이었다.
위력은 약하지만 어지간한 공격엔 흠집도 나질 않는 방어형 골렘. 드래곤의 갑각이라도 베어버릴 수 있는 공격형 골렘.
효율은 나쁘지만 성벽도 날릴 수 있는 포격형 골렘과, 와이번도 따라잡지 못할 속도를 내는 속도중시 형 골렘 등등...
그렇게 다양한 전투용 골렘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만큼,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뭔가 대미지가 누적되어야 할 텐데.
하지만 이 마왕은 대미지가 누적되기는커녕, 골렘들이 무슨 움직임을 보일지 알고 있는 것처럼 간단히 골렘들에 대응하고 있었다.
마치 라플라스가 만든 골렘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고 있는 듯한, 기민한 움직임.
그 움직임에 더해 줄어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압도적인 완력은, 골렘들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장난감을 부수는 것 마냥 가볍게 골렘들을 파괴해 버렸다.
‘방어형 골렘조차 버티지 못한 그 스킬은 도대체... 아니, 그보다 어째서, 설치해둔 폭발 골렘들이 터지질 않는 거지!?’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그 순간을 노려 한방을 꽃아 넣을 수 있는데.
그 빈틈을 만들기 위해 도시에 설치해 둔 폭발형 골렘들이, 그 무엇 하나도 예정된 시간에 터지질 않았다.
터지기만 했으면 건물을 반쯤 무너트리며, 진동과 함께 커다란 소음으로 마왕이 움찔거리게 만들었을 폭발형 골렘들.
여차하면 마왕을 유도해 대미지를 입힐 함정 용도이기도 했었는데. 함정으로 써먹기는커녕 아예 작동조차 하질 않았다.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제길...! 계속 싸우기엔 몸 상태가...’
무슨 골렘을 꺼내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대응하는 마왕.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전투 상황.
탑승한 골렘을 파괴당하며 오히려 본인이 대미지가 누적된 라플라스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뻐근하단 듯이 목을 꺾으면서, 그런 라플라스를 잠시 살펴보는 것처럼 바라보던 마왕.
“...큭큭. 꼴을 보아하니, 이제 더 보여줄 건 없는 모양이군. 그럼...”
라플라스를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리더니, 마왕은 손을 들어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제기랄...! 일단, 골렘을 만들어 이 도시에서 탈출을...!’
뭔가를 하려는 듯한 마왕의 모습을 보고서, 순간적으로 마법진을 만들어내며 탈출을 위한 골렘을 만들려 한 라플라스.
파헤쳐진 도로의 흙들이, 라플라스의 제조식에 따라 뭉쳐지던 도중...
“...뭣...!?”
믿기지 않는 얼굴을 마주한 라플라스가, 골렘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네♡ 마왕님♡ 부르셨습니까♡”
마왕이 손을 튕기자, 그 자리에 나타나 머리를 조아리는 갈색 피부의 엘프.
분명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자폭했었어야 할 인형이, 마치 마왕을 섬기는 부하라도 된 것처럼 마왕에게 예를 표하고 있었다.
“그래 라피나. 이쪽은 이제 즐길 건 다 즐겼다. 상황은 어떻지?” “넷♡ 먼저 마왕군의 훈련용으로 이용한 골렘 부대 쪽은,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클레아 언니께서도 막 복귀해, 회수한 물건들을 페이엔 언니께 넘겨 정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호오오... 그래. 그렇다면, ‘그 물건’ 도 챙겨왔겠군?” “넷♡ 바로 여기에...♡”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라플라스를 힐끗 바라본 후, 마왕에게 자그마한 상자를 넘기는 인형.
무엇을 넘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라플라스는 지금 가슴 속에서 샘솟는 모욕감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거의 팬티와 비키니 수준의 천박한 복장과, 반짝이는 구릿빛 피부를 꾸미고 있는 퇴폐적인 느낌의 문신들.
라디아의 암컷들 중에서도 과하기 그지 없는 복장을 한 인형을 향해, 라플라스는 분노한 것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이, 이 멍청한 인형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쿡쿡...♡” “자폭한 게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 어째서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거냐!? ”
마치 라플라스를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 없이 그저 라플라스를 바라만 보고 있는 라피나.
그 모습은 마치, 라디아의 암컷들이 열등한 수컷들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니, 그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인형! 관리자 권한 명령이다! 이대로, 마왕에게 자폭을...!” “어이쿠. 잠깐 기다려. 그런 명령을 내리면 이 물건도 같이 날아갈걸?”
박스에서 꺼낸 물건을 내보이며,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반인반수의 몬스터.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될...
라플라스에게 있어 본인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라피엔느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이었다.
“뭐,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새끼. 돌 하나 가지고 그렇게 기겁하다니. 표정이 아주 볼만하구만. 큭큭...”
본래라면 밝은 푸른색 빛이 일렁이면서, 아름다울 정도로 반짝이던 영혼석.
하지만 지금은 무엇인가에 물들기라도 한 것처럼, 탁하게 느껴지는 검은 빛이 조금씩 일렁거리고 있었다.
“선택권을 주지. 라피나의 마스터인 양반.”
마치 놀리는 것처럼 영혼석을 흔들며, 라플라스에게 제안을 건네는 마왕의 모습.
“이대로 영혼석을 포기하고 달아나거나. 내 노예가 되어 라피나를 완성하거나. 원하는 쪽을 골라보라고. 큭큭...”
그 마왕의 모습에, 수백 년을 살아온 엘프 용사는 분한 것처럼 입술을 깨물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