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31 - 라피나&라피엔느의 비밀 2
“대단해요 라플라스! 그 무시무시한 마물을, 라플라스가 몰아냈다면서요!?”
책을 끌어안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무엇인가 부끄러운 것처럼 멋쩍어 하는 저 표정.
기억났습니다. 이건 ‘제가’, 오라버니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의 기억...
오라버니가 하늘을 날아다니던 그 거대한 마물에게서, 세계수와 엘프들을 지켜냈을 때의 기억입니다.
“수호기사들 조차 공격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하던데! 그런 마물을 학자인 라플라스가 몰아내다니! 역시 라플라스는 괜히 용사가 된 게 아니었네요!” “아뇨... 저 역시 제대로 된 공격은 불가능했습니다. 제가 한 것이라고는, 만들어뒀던 골렘들을 내보내서 공격을 받아내게 한 정도라...” “그것도 엄청난 거죠! 우리 엘프들 뿐만 아니라 수왕국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던데! 라플라스의 골렘들 덕분에 많은 엘프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수호대장이 그러던걸요!”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진...”
아이 참. 정말 대단한 일을 했으니까, 조금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을 텐데.
하지만 이 시기의 오라버니는, 대체적으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학자인 만큼 아는 것도 많은데다 용사이기까지 한 오라버니인데. 무언가 자신감이 없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이 모습.
골렘 연구란 게 비주류이기 때문인지, 이 직전까지는 오라버니의 골렘을 대단하게 보는 이가 저 밖에 없던 시기였습니다.
“자신감을 가져요 라플라스! 라플라스는 이제 수왕국의 영웅이라구요!” “여, 영웅이라니... 고작 골렘 좀 움직인 것 가지고...” “고작이 아니에요! 정말 사람들이 라플라스를 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는걸요! 어머님도 수왕국의 영웅인 라플라스에게, 큰 상을 내릴 거라 하셨어요!” “정말... 입니까...?”
후후... 이렇게 보니, 이 시기의 오라버니는 정말 귀여운 느낌이었네요.
아마 이랬던 오라버니 였기에, 10살도 안된 어린애이던 제가 성인인 오라버니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거겠죠.
제가 찾아가서 귀찮게 굴어도, 웃으면서 골렘을 보여주던 자상한 오라버니...
...제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오라버니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라플라스. 그대의 골렘 덕분에 수많은 엘프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엘프들을 대표하여, 수왕국의 영웅인 그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아, 그... 황송, 합니다... 여왕님...” “만약 그대의 골렘이 아니었다면, 우리 엘프들 뿐만 아니라 신성한 세계수마저 그 정체 모를 마물에게 공격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수왕국을 지켜낸 그대의 활약을 치하하고자, 본 여왕과 원로들은 그대를 세계수의 수호자로 임명하고, 그대의 골렘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의 설립을 허가하려 합니다.” “너, 너무나도 영광입니다... 여왕님...”
...아. 이 기억은...
오라버니가 제게 후회된다고 이야기하던, 어머님께 상을 받던 그 때의 기억...
...어째서인지 옆에 보이는 어머님의 얼굴이, 너무나도 그립게 느껴지는 기억이네요...
“그리고 그런 지위 말고도, 그대에겐 연구에 대한 지원과 다양한 보물을 수여할 것입니다. 그 외에 혹시 또 뭔가 바라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요청해도 좋습니다.” “네, 네? 바라는 것... 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본 여왕은 수왕국의 젊은 영웅이 바라는 것을 무엇이든 들어주겠습니다.”
아마 이때의 어머님은, 진심으로 오라버니에게 감사하고 계셨을 거에요.
그러니 오라버니가 무엇을 요청하든, 최대한 들어주시려는 생각이셨겠죠.
반대하는 원로들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때 오라버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말했더라면, 원로들의 반대를 무시하고서라도 어머니께서 요청을 들어주셨을 텐데...
하지만 이때의 오라버니는,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었죠.
“...저, 저는... 그게, 그러니까...”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힐끔거리면서, 입을 우물거리는 오라버니.
이때 오라버니가 저를 달라고 하고 싶었다는 건, 나중에 오라버니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을까요? 주변에 있는 엘프들의 시선들 때문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혹시, 이때의 오라버니는 아직 저에 대한 마음이 확실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 이유는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무슨 이유였건 오라버니는 결국, 이 자리에서 저를 달라는 말을 꺼내질 못했습니다.
“그...! ...아, 아뇨. 따로 요구드릴 것은... 없습니다...” “후후... 젊은 영웅이 겸손하기까지... 좋습니다. 그러면, 그대에겐 본 여왕이 결정된 것 이외에도 별도로 보물을 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여왕님...”
하아... 이때의 오라버니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아무리 제가 어리긴 했어도 제대로 말을 꺼냈더라면, 어머님은 분명 저와 오라버니의 사이를 고려해 주셨을 텐데...
하다 못해 저라도 말을 꺼냈더라면, 어머님도 분명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셨을 텐데...
하지만 저도, 그리고 오라버니도. 이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지금 미소 짓고 있는 어머님의 얼굴에,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원로들이나 고위층의 엘프들로부터, 무슨 말이 나오고 있었는지를 말이에요.
“오라버니~ 나 골렘 좀 태워주면 안돼? 남쪽 숲에 있는 요화님께 가보고 싶어~” “라피엔느... 아니, 공주님. 남들이 있을 땐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말씀 드렸잖습니까.” “뭐 어때~ 다들 오라버니랑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건 알고 있는걸? 그보다, 나 태워줄 수 있는 거지?” “오늘은 좀 바쁩니다. 그리고, 그 분이 계신 곳은 너무 멀어서 안돼요.” “아~ 치사해~ 어떤 분인지 뵙고 싶었는데~”
그리고 몇 년인가. 저랑 오라버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죠...
어린아이일 뿐이던 제가 제법 어린 티를 벗고, 한 명의 여자가 되어가면서 말이에요.
오라버니도 우유부단하던 태도가 사라지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되었으니, 이때라도 뭔가 눈치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엔 저와 오라버니는, 너무 서로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라피엔느... 이번 원로 회의에서, 당신과 대사제의 결혼이 결정되었어요.” “네!? 어머님, 갑자기 그게 무슨...!?”
오라버니와 제가 점점 더 가까워지며, 거의 연인이나 다름없게 지내던 도중.
그런 오라버니와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어느 샌가 저와 대사제의 결혼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여왕이 된 지도 벌써 300년... 이제 후계를 고려해둬야 하는 시기입니다.” “네? 하, 하지만... 그게, 어째서 제가 대사제 할아버지와의 결혼으로...?” “...7년 전 마물에게 죽은 엘프들 중에는, 여왕 후보가 될만한 엘프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답니다.” “...그랬, 었죠...” “당신도 알다시피 엘프의 여왕이란 것은,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엘프들의 지도자... 아무리 지도자의 자질이 있더라도, 세계수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여왕이 될 수 없습니다.” “네, 네에... 그건, 저도 알고 있는데...” “...지금으로선 나의 딸인 당신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지만... 세계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어요. 그렇다 보니...”
미안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며, 저를 바라보는 어머님.
어머님도... 어떻게든 막고 싶으셨던 거겠죠.
“...세계수와 가까운 대사제와 당신을 결혼시켜, 최대한 많은 후보를 낳게 하자는... 원로원의, 결정이에요...” “네, 네에!? 어머님, 그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들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던 건, 오라버니의 골렘들이 지킨 외곽 지역이 아니라 엘프 고위층이 살던 중앙 구역.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원로들과 고위 엘프들이, 원망할 곳을 찾다가 어머님을 난처하게 만들었겠죠.
이걸 먼저 눈치챘었어야 했는데. 그런데 저도 오라버니도 이때는, 그런 것을 눈치채기엔 너무 어렸던 터라...
...미안해요 어머님. 어머님을, 난처하게 만들어서...
“...여왕의 직계 혈통일수록, 후보자가 될만한 엘프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것... 거기에 세계수와 가까운 대사제... 여기까지 말하면, 당신도... 이해가 됐겠죠?” “아, 아...! 어, 어머님...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젊었더라면... 당신에게 이런 짐을 맡기진 않았겠지만... 당신의 자매들은 이미 모두 결혼한 상태고, 당신을 마지막으로 제 몸은 더 이상...” “아, 아아...! 어, 어머님...! 저는, 라플라스 오라버니와...!” “...미안해요 라피엔느... 당신의 마음은 알고 있지만... 그와는, 이젠...” “으, 으흑...! 으아아아아앙...!”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저를 안아주는 어머님.
분하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떠는 어머님에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님께서는 이미 오랜 기간을 여왕으로 지내셨고, 저는 그런 여왕의 하나 밖에 없는 미혼 상태의 딸인걸요.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엘프들의 지도자. 그 혈통을 이어받았기에, 더욱 엘프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때의 저는 제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늙은 대사제와의 결혼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망치자 라피엔느!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어!” “라플라스 오라버니!?”
그렇게 하기 싫은 결혼을 받아들이고, 라플라스 오라버니를 피하며 대사제와의 결혼을 준비하던 저.
대사제와의 결혼을 하루 남겨 둔 상태에서, 커다란 굉음과 함께 라플라스 오라버니가 저의 방으로 찾아왔었습니다.
“도, 도망치자뇨!? 갑자기 무슨...!?” “대사제는 엘프들을 위해 너와 결혼하려 했던 게 아니야! 너를 이용해, 엘프 사회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어!!” “네, 네에!? 그게, 무슨...!?” “대사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갔었다가, 대사제가 원로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어! 대사제와 원로들은 너와 결혼하자 마자, 여왕님을 몰아내고 본인들이 수왕국을 지배할 생각이야!” “그, 그런...! 아니, 그건...!”
숨을 헐떡이며 저를 찾아와,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는 듯이 흥분한 상태로 말하던 오라버니.
그런 오라버니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어쩐지 오라버니의 말이 사실이란 것이 느껴졌었습니다.
“제길...! 그 쓰레기 같은 늙은이가...! 감히 그딴...! 후우...!” “오, 오라버니...!? 그게 사실이에요!? 원로들이 어머니를 몰아내려고 한다는 게!?” “그래!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 자리에 있던 대사제와 원로들은, 내가 모두 죽이고 왔으니까!” “네, 네에!? 주, 죽여요!?”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라피엔느 널 그런 쓰레기에게 보낼 바엔...!”
도대체 이때, 오라버니는 무슨 얘기를 들었던 걸까요.
이렇게 험악한 오라버니의 표정은 처음이었던 데다, 무엇보다 오라버니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혹스러웠습니다.
우유부단함이 사라지고 행동이 당당해졌던 오라버니 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를 죽일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하지만 오라버니는 그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듯이, 숨을 고른 후 저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라피엔느. 나는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에, 엣!? 자, 잠시만요. 오라버니!?” “이런 짓을 저질러 버렸으니, 나는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 그건...” “라피엔느. 네가 무슨 선택을 하던, 받아들일게... 너도 만약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나와 함께 도망치지 않겠어?” “...오라, 버니...” “모두에게 대우받는 공주의 삶을 살수는 없겠지만... 너를 결코,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라피엔느. 너만 괜찮다면...!”
저의 손을 꼭 잡으며, 자신과 함께 도망치자고 말하던 오라버니.
그 와중에도 제 방의 밖에서는, 무엇인가 전투가 벌어지는 듯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다급해 보이는 긴장되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저를 빤히 바라보는 오라버니에게 제 마음이 움직인 걸까요?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해 하던 저는, 어째선지 그런 당혹감 속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고마워 라피엔느...!! 그럼 가자! 얼른 이곳을 탈출해야 돼!” “아, 오라버니...! 그, 어머님이...!” “...미안...! 그래도 다른 원로들에게도 골렘을 보내 놨으니까...! 여왕님은, 괜찮으실 거야...!!”
그렇게, 수많은 골렘들을 부리면서 저를 데리고 성에서 탈출한 오라버니.
그 뒤로 수많은 추적자들이 쫓아오면서, 저와 오라버니는 그들을 피해 수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오라버니의 공격이 고위층에 한정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오라버니가, 사람들을 지켰던 영웅이기에 그랬던 걸까요.
수호대와 친위대들이 쫓는 범죄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여러 엘프들이 저와 오라버니가 도망치는 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작에 붙잡혀서 오라버니는 처형당하고 저는 다른 고위층의 엘프와 강제로 결혼해야 했었겠죠.
...어쩌면 그런 걸 알고 있기에, 어머님이 너무 쫓지 않으셨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와 오라버니는 그렇게, 추적자들을 따돌리고... 수왕국의 외곽에 안착하여...
남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한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비록 당당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오라버니의 능력으로 은신처를 넓혀가면서, 둘이서 즐겁게 지내던 시간들...
그 시간만으로도 저는, 오라버니와 함께 도망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콜록! 콜록! 하아... 오, 오라버니...” “라, 라피엔느!”
저희를 남몰래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생활이 안정되고, 은신처도 근사하게 꾸며졌을 때쯤.
저는 날이 갈수록 쇠약해 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졌었습니다.
그 이유가 하필이면, 제 신체가 고농도의 에세르가 없으면 금새 쇠약해지는 체질이었단 것 때문일 줄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세계수 근처에서 보내왔기에, 저도 오라버니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제가 쇠약해지는 동안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저와 오라버니.
간신히 원인을 파악해 오라버니가 해결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오라... 버니...” “아, 안돼...! 라피엔느...! 라피엔느...!!!” “내가 죽으면... 오라버니는, 더 이상... 숨어 지내지 말고, 명예 회복을...” “아, 아니야...! 이러려고, 널 데리고 온 게 아니야...!!” “미안... 해요... 오라, 버니...” “아, 안돼에! 라, 라피엔느으으으!!”
아아... 그래요. 짧은 행복을 누리고, 이렇게 저는 오라버니를 내버려둔 채...
완전히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나이로, 죽어버렸었죠...
제가 에세르에 크게 영향 받는 체질만 아니었다면, 오라버니를 슬프게 만들지 않고 아이도 낳으며 살았을 텐데...
아아. 아쉽네요. 제가 몇 년만 더 빨리 태어났더라면, 오라버니가 괜히 기다린다 하지 않고 저와 관계도 맺었을 텐데.
오라버니와의 사이에서 아이 하나 낳지 못하고 죽어버린 게, 이제 와서 너무나도 아쉬워요...
...어라? 그런데... 이건...?
“하아, 하아... 라피, 엔느...” “오라버니...♡”
...어? 알몸의... 오라, 버니...?
어, 어라...? 이건, 무슨 기억일까요...?
라플라스 오라버니는... 그 더러운 대사제와는 다르다면서... 제가 성인이 되길 기다린다고 해서...
...저와 관계를 가지진 않았었는데...?
“읏...! 라, 라피엔느...! 이, 이제... 넣을...” “네에...♡ 오라버니의 굵고 우람한 것...♡ 라피엔느의 안에...♡ ...어, 어라?”
...아? 저, 저건... 뭐... 지?
저 손가락만한 게... 라플라스 오라버니의... 성기?
어, 어라...? 어째서...?
나는... 남자의 성기는, 책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 어째서... 라플라스 오라버니의 성기를...
...너무나도, 열등하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아, 으앗...! 으, 으흐윽!?” “...아...?”
어, 어...? 오라버니... 지금, 뭔가... 구멍을 제대로 찾질 못해서...
그대로 미끄러지더니... 내 허벅지에, 뭔가를...?
허벅지에 묻은 저 희멀건 액체... 저건, 혹시...
라플라스 오라버니의... 정액...?
“으, 흐윽...!! 미, 미안... 라피엔느... 라피엔느의 보지, 너무 기분 좋아서...” “에? 아? 오, 오라버니. 그치만, 넣지도 않았는데...”
어, 어라? 이 기억은 도대체 뭐지...?
내, 내가 오라버니와 관계를 가졌었나? 하지만, 분명 나는...
...아니, 그보다... 지금 오라버니는, 내 안에 넣지도 못했으면서...
그냥, 내 성기에 닿은 것 만으로... 싸버린 거야...?
에... 뭐야 그게...?
분명, 섹스란 건... 남자가 성기를 집어넣고... 수 분간 이어지는 거라고 들었는데...
책에서는 분명, 그걸로... 암컷이 굉장한 쾌감을 얻는다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 오라버니는, 내게 쾌감을 주기는 커녕...
본인 혼자... 성기를 비빈 것 만으로, 사정을...
“으읏...! 흐아... 라, 라피엔느... 최고였어...” “...아? 오라버니...? 지금 그걸로... 끝, 이야?” “응... 더 이상, 서질 않아...”
안 그래도 너무나 작아 보이던 성기인데. 이젠 내 엄지만한 크기가 되어, 축 늘어져 있는 오라버니의 성기.
어째서인지... 저 오라버니의 성기를 보니, 기분 나쁜 혐오감이 스물스물 새어 나온다.
뭐야... 저게... 어떻게, 저 정도로 한심한 자지가...
책에서 본 수컷의 성기는... 좀 더 이렇게...
그러니까, 내 팔뚝보다도 길고 굵은... 그런, 흉악할 정도로 굉장한... 그런...
...아. 그래. 딱 저 정도인, 굉장한 말자지... 어, 어라?
...저건...
“큭큭...” “어? 누, 누구... 어, 어라? 오라버니? 지금, 뭘...?”
무언가 흉흉하게 느껴지는, 몬스터 같은 외형의 거무스름한 무언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다가오자, 오라버니가 내 위에서 비키더니 그대로 내 옆에 무릎 꿇고 앉는다.
...뭐지? 내가... 이런 경험을, 했었던가...?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데. 내가 널 만족시켜주지. 라피엔느.” “에? 자, 잠깐. 누구...!? 오, 오라버니! 누구에요 저거!?” “아, 아아... 라피엔느... 라피엔느...”
도대체 무엇일까. 이건.
무언가 불길한 그림자가 내 위에 올라오고, 그 옆에서 오라버니가 나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니.
거기다...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저 하반신에 있는 것만은 선명하게 보이고 있는 그림자.
이 수컷의 그림자는 왜, 저 흉악한 말자지를 내게 과시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오라버니는 어째서 지금, 이 수컷의 그림자를 말리지 않고...
자신의 축 늘어진 실좆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아아... 라피엔느... 아름다워...” “오, 오라버니! 구해줘요! 나, 이대로면...! 오라버니가 아닌, 다른 수컷과...!” “큭큭. 열등한 실좆 새끼는 내버려두고. 나랑 즐겨 보자고 라피엔느!” “아, 아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뭐, 뭐야 이거!? 뭐야 이거!?
굉장해! 내 골반을 비틀며 삽입되었는데, 아찔할 정도의 쾌감이...!
삽입하자마자 이런 쾌감이라니, 이런 거, 말도 안돼...!!?
이게...! 말자지...!? 우월한 수컷의, 성기...!?
아, 아아! 굉장해! 역시, 생각대로야아!!
“오, 오호오오옷♡♡ 오홋♡ 응호오오오오오오옷♡♡♡” “크하하하핫! 마음에 들었나 보군! 역시 내 암컷이야! 라피나!”
아? 라피나? 아? 으아?
뭐야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이거!?
어째서 나, 이 말자지를 알고 있는 거지!?
자위 밖에 한 적이 없는 나인데! 어째서, 이 쾌감을 알고 있는 거야!?
단 한번도 수컷을 받아들인 적 없는 보지인데! 아, 아앗!? 어째선지, 내 보지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해서...!!
오라버니가 옆에 있는데! 아아! 오라버니가 아닌, 다른 수컷에게...!
아, 안돼...! 거역 할 수가 없어! 이 쾌감을, 거부할 수가 없어어!!
“응호오오오오오옷♡♡♡ 뭐야 이거엇♡ 굉장해♡ 말자지♡ 쩔어어어어어어엇♡♡♡” “크하하하! 옆에 보이는 열등한 실좆과 비교하면, 뭐가 더 좋지!? 라피나!?” “아히♡ 말자지♡ 마왕님의 말자지가♡ 훨씬 좋습니다아아앗♡♡”
아아... 뭐야... 라피나...? 누구...? 나...?
아니... 나는... 라피엔느... 아니, 라피나? 아아... 모르겠어...
라피나 였던가? 라피엔느 였던가? 아아... 뭔가, 둘 다 인 것 같기도...
...아무래도 상관 없나? 내가 누구든 간에...
...마왕님의 말자지♡ ‘역시’, 황홀할 정도로 기분 좋은걸♡
“응히이이이이익♡♡ 마왕님♡ 마왕니이이이임♡♡” “이렇게 앙탈진 목소리로 울부짖다니! 옆에 있는 라플라스가 보이질 않는거냐!?” “아히이이이이이익♡♡ 저딴 열등한 수컷♡ 어찌되든, 상관 없는걸요오오오옷♡♡ 옷♡ 마왕님의 말자지♡ 아히♡ 최고오오오오옷♡♡” “그래! 그거다 라피엔느! 너는 라피나와 마찬가지로, 나의 암컷이니까!” “오호오오오오옷♡♡ 네엣♡ 라피엔느는, 마왕님의 암컷입니다아앗♡♡♡ 아, 아기이이이익♡♡”
아아♡ 행복해♡ 행복해♡ 너무 행복해♡
이런 쾌락을 누릴 수만 있다면♡ 오라버니, 아니, 이딴 열등한 수컷 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어♡
마왕님♡ 이게, 마왕님과의 몇 번째 교미지? 아아♡ 기억이 나질 않아♡
그치만 상관없어♡ 내가 누구이든♡ 마왕님과 몇 번을 교미했든♡
나는♡ 마왕님의 암컷이야아아아아아♡♡♡
아아♡ 마왕님♡ 저 라피엔느는, 마왕님께 복종할 것을 이 영혼에 맹세합니다아♡
그러니 마왕님...♡ 부디 이 라피나에게...♡ 라피엔느에게...♡
열등한 수컷에게선 맛 볼 수 없는, 황홀한 쾌락을 주세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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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엔느의 영혼이, 그 영혼으로 직접 쾌락을 경험하는 동안.
현실에서는 마왕과 음수들이, 무언가 사악해 보이는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는 유리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쪽의 유리관에서는, 너무나도 사악한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는 라피나의 영혼석이.
그리고 옆에 있는 유리관에서는, 라피나가 배설한 라피엔느의 영혼 젤리가 뭉쳐져서 무언가 형태를 갖추는 것처럼 꾸물거리고 있었다.
“...흐음.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 “킥킥♥ 걱정하지 마 마왕님♥ 라피나 쪽은 충분히 안정되어가고 있으니까♥” “라피엔느도 괜찮아~♥ 우리가 설정한 대로,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있어~♥”
그 유리관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왕에게, 안경을 고치며 걱정 말라는 듯이 미소 짓는 리즈벳과 페이엔.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음수들이 자신있게 대답하자, 마왕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큭큭. 그래. 정말이지 기대되는걸...”
뭔가 참지를 못하겠다는 것처럼, 옆에 있는 리안나와 세라를 껴안으며 자신의 말자지를 불끈거리는 마왕.
“얼른 완성되어 주라고. 라피나. 라피엔느. 지금 내 말자지 뿐만이 아니라...”
마왕은 유리관에 들어가 있는 한 마리이면서 두 마리인 암컷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듯이 혀를 날름거렸다.
“너희의 연인이자 주인이었던 수컷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큭큭...”
유리관에 들어있는 영혼석과 영혼 젤리에서, 마왕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사악한 기운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