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36 - 582화 - 건국! 짐승들의 나라 카발로니아! (2)
시원하게 바울과 라플라스를 마무리하고 카발로니아를 건국한 지,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그 6개월 간, 카발로니아의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건국을 기념한 나와 음수들.
며칠씩 도시에 머물며 나와 음수들이 즐기는 동안, 각 도시에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수컷들의 처형이 이어졌다.
푸흐흐. 건국을 기념하겠다고 수컷들을 처형해 버릴 줄이야. 하여간 우리 카발로니아의 암컷들은 거침이 없다니까.
신기하게도 그렇게 차출된 수컷들이 별다른 반항을 안 하던데... 그건, 아무래도 건국식때 보게 된 바울과 라플라스의 처형 장면 때문이겠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지던 두 놈의 모습이, 수컷들에게 반항했다간 영혼마저도 소멸되어 버릴 거란 공포를 줬을 테니까 말이야.
이야~ 그냥 이러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험해 본 것뿐이었는데. 근데 그게 단번에 성공해 버릴 줄은 몰랐어~
불을 접목시킨 기술이라 영혼은 못 태워도 육체만 태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근데 확실하게 영혼 에너지마저도 연소시켜버리던 그 불길...
큭큭.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감탄스러운 기술이야... 이거 아무래도 근사한 이름이라도 붙여야겠어.
“하아... 벌써 반년이나 지났는데, 왕국은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마왕성에 복귀한 나는 가축들이 가져온 서류들을 살펴보다, 아직도 눈치를 못 챈 왕국에 대한 감탄을 내뱉었다.
뭐야 얘들. 아무리 우리가 직접 알려주진 않았다지만, 지들 땅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다고?
이건 좀... 아무리 교통과 통신이 후진 동네라지만, 이건 좀 너무 과하게 무능한 거 아니야?
지금 우리는 라인하르트 왕국에 반역을 일으킨 거라고? 분명 영주를 대행해서 왕국을 상대하던 알버트가 정기 연락도 그만 뒀을 텐데. 그런데도 몰라?
암만 열등한 종족이라지만 정말 감탄만 나오는 무능함이네... 도시를 순회하는 동안은 몰라도 적어도 라디아에 복귀할 때쯤엔, 분명 뭔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 참. 덕분에 순회하는 동안 세워뒀던 계획들이 죄다 쓸모가 없어졌잖아. 앞으로 무슨 반응이 찾아오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말 열심히 생각해 뒀었다고!
어처구니가 없네 정말... 순회하는 동안 수시로 라피나의 차원 통신을 써가며 확인하고 있었는데. 다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구만 이거.
“기운 빠지네 이거... 얘네, 도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흐음... 이상하긴 하네요. 다른 도시들은 몰라도 라디아는 왕도와 제법 가까우니, 슬슬 정기 보고가 끊긴 것에 대해 반응이 와야 하는데...”
세레스 역시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인지, 고개를 저으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으음... 세레스까지 이렇게 말한다는 건, 정말 이상한 상황이란 건데...
도대체 왕국 쪽에선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무 반응이 없으니 이거 오히려 궁금해지네 정말.
“그러고 보니... 인간들은 마족이랑 치고 박는 중이라고 했었지? 혹시 그거 때문에 정신이 없는 건가?” “음... 확실히, 이번 대의 국왕은 국경에 병력을 투입하는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황 파악조차 하질 않는 다는 건 조금 이상하군. 히어로 나이트 하나만 보내도 금방 확인이 가능할 텐데 말이야.” “내 말이! 걔네 정도면 라디아까지 일주일도 안 걸리잖아?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한 명 정도는 보내올 법도 할 텐데...”
이상하다는 듯이 갸웃거리는 건, 제네시아 역시 마찬가지.
귀족이었던 그녀들이 보기에도 히어로 나이트를 가지고 있는 왕도에서 여태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연락이 늦기 때문이라 볼 수는 없는 일인 모양이다.
으음... 뭐 그래도... 왕국이 눈치를 못 채면 우리에겐 더 좋은 거겠지?
이렇게 무관심한 덕분에, 순회하는 동안 마왕군이 작은 도시 두 군데도 추가로 정복해 줬거든.
어차피 우리 쪽 준비는 충분해서 언제든지 상대해 줄 수 있는 상황이니까. 반응이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는 계속해서 영토를 넓혀나가면...
“마왕님! 지금 막, 왕도에서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오? 그래? 이야. 반년이나 지나서 찾아오시다니. 이거 정말 대단한 양반들이구만.”
푸흐흐. 그럼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반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뭔가 반응을 해주셔야지.
안 그래도 약해 빠진 인간들인데. 다짜고짜 우리가 쳐들어가는 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
무엇보다 우리 쪽엔 발전소와 병기들이 갖춰져 있으니까. 최대한 내 암컷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인간 놈들이 먼저 찾아오도록 만들어야지. 음.
“푸흐흐. 사자가 찾아왔다라... 당장 히어로 나이트들과 군대를 보내와도 모자를 판에. 아주 예절이 바르신걸.” “저, 그런데... 마왕님. 사자가 찾아온 이유가, 저희가 생각하던 이유가 아닙니다.” “...응? 우리가 생각하던 이유가 아니라고?”
무어라 보고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보고를 전하는 사무원 가축.
그 뒤에서 사무원 가축들의 세라가 나타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이며 가축을 대신해 말을 이었다.
“마왕님. 라인하르트 왕국이, 마족들과의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네요.” “...하?”
생각지도 못했던 인간과 마족들의 전쟁 소식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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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푸핫!? 다, 당신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수컷들의 망가트리고 고문하는 장소인, 마왕성의 지하 1층.
그곳에 묶여있던 사자의 안대와 입마개를 풀어주자, 30대가 좀 넘어 보이는 중년의 수컷이 억울하다는 듯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으헉!? 시, 신수!?” “오~ 날 보자마자 놀라다니. 이거 참 그리운 반응인걸. 큭큭.”
하지만 그 항의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나를 보고서 화들짝 놀라는 수컷.
나는 그 수컷에게 피식 웃어준 후, 내 가축들이 가져다 준 의자에 앉으며 그 수컷을 마주보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네가 왕국이 마족과 전쟁한다는 소식을 가져왔다며? 사실이야?” “뭐, 뭣...!? 아, 아니 신수. 지금 뭐 이런 무례한 짓을 하는 건가!? 영주는 어디 가고 자네가...!” “자네라니! 무례는 지금 네가 저지르고 있거든!? 마왕님께 말 높이지 못해!?” “아, 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수컷의 뒤에 서 있던 세실리아가, 수컷의 무례한 말투를 지적하면서 채찍을 휘둘렀다.
세실리아의 능력으로 고통을 증폭시켰을 저 채찍질... 음~ 이거, 비명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아픈지 잘 느껴지는걸.
“푸흐흐... 나한테는 사자답게 말조심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래봬도 이제 한 나라의 왕이거든.” “으, 아... 뭐, 뭐야... 왕...?” “어라, 몰랐어~? 지금, 이 라디아는 내가 다스리는 카발로니아의 수도거든? 너는 지금 이웃 나라의 왕을 대면하고 있는 거라고.”
고통에 신음을 흘리면서, 멍청한 표정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던 수컷.
그렇게 잠시 멍청하게 날 바라보던 수컷은, 내 말을 이해한 것인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돼...! 지금, 몬스터 따위가 왕국의 영토를...!” “이 새끼가 그래도! 죽고 싶어!? 사자면 사자답게, 카발로니아의 마왕님께 예의를 갖추라고!” “아, 아악! 자, 잠깐, 그만...!!”
자비심 없는 세실리아의 채찍이, 수컷의 등을 마구 후려갈긴다.
사람을 후려치는 게 목적이 아닌 플레이가 목적인 채찍이기에, 본래라면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을 채찍질이지만...
하지만 저리도 괴로워하며 몸을 비트는 걸 보아하니, 세실리아가 봐주지 않고 고통을 최대한 증폭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큭큭. 하여간. 우리 세실리아는 열등한 수컷들에겐 자비가 없다니까~
“으, 으헉, 억... 으, 으흐윽...!!” “말조심 하지 않으면 정말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 지금부터는 마왕님의 질문에 잘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아 들었어?” “아, 알겠, 알겠습니다! 으, 으흑... 으흐윽...” “흥. 좋아... 오빠, 아니, 마왕님♥ 이제 질문하셔도 된답니다~♥”
이거 참. 이제 정식으로 왕이 되어서 그런지, 세실리아가 어깨에 힘이 딱 들어가 있는걸?
어차피 우리 끼리니 그냥 편하게 불러도 괜찮은데. 괜히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닌가 몰라~
“푸흐흐... 그래. 그럼... 왕국이 마족과 전쟁을 시작할거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아, 으... 사, 사실, 입니다...”
세실리아의 기특함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행동을 교정 당한 수컷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이면서도, 몸에 가해진 고통 때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기 시작한 수컷.
그 수컷을 불쌍하게 바라봐 주면서, 나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그럼, 지금까지는 전쟁이 아니었어?” “으, 으... 그게... 지금까지는, 전면전은 하지 않기로 서로 조약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이상하네~ 국경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전면전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고?” “으... 사, 사실 조약은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서로 국경을 넘어서 침공할 수 있는지, 국경에서 확인하고 있던 겁니다. 서로 전력의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지 침공을 하려고...”
흐음. 조약 얘기는 처음 듣지만, 대충 내 음수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비슷하네.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피해가 가늠이 안되니, 적당히 강한 놈들이 국경에 대기하면서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간을 보고 있었다는 거겠지.
여태까진 서로 비등비등해서 그냥 소규모 충돌만 하고 있었다는 거고...
그러면 지금, 왕국이 이길만한 건수를 잡았다는 건가?
“흐음. 그러면, 지금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건... 뭔가 전황이 바뀌었다는 건가?” “으... 그, 그건 아닙니다... 전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오를란도 경의 나이가 지금이 최전성기라는 판단에... 왕비님께서, 지금 전쟁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뭐어~?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그 여왕도 참, 제정신이 아닌 암컷이네. 큭큭...” “으, 으윽... 와, 왕비님께 그런...”
이야~ 뭐야. 그러니까 지금, 왕국에서 가장 쎈 양반이 더 늙기 전에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지?
그런걸 왕도 아니고 왕비가 결정했다? 이야. 그 탐스러운 가슴을 가지고 있던 왕비, 제정신이 아닌걸?
세레스나 제네시아보다도 거대한 폭유 때문에, 범상치 않은 암컷이다 싶었지만. 설마 대가리 속 생각까지도 범상치 않은 암컷이었을 줄이야...
이거, 가려져 있던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고 싶어 지는걸.
“흐음... 그래서, 너는 그걸 알리러 찾아왔다는 건가?” “저, 그게...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전쟁에 참여할 병력을 소집하란 명을...” “그렇군... 이제 보니 전쟁 준비하느라 바빠서 내가 나라를 세운 줄도 모르고 있었나 보네. 큭큭...”
어쩐지~ 3개월도 아니고 반년씩이나 연락이 끊겼는데. 왜 아직도 얌전히 있나 했어~
전쟁 준비에 정신도 없는데다, 히어로 나이트들도 긴장해야 될 상황이니 움직일 수가 없었던 거겠지?
히어로 나이트 하나만 보내도 1~2주 정도 만에 상황 파악이 가능했을 텐데... 큭큭. 이거, 어쩐지 생각지도 못한 운이 터진 듯한 느낌인걸?
...그런데, 전쟁이라...
“흐음... 내 음수들? 이거, 혹시 그건가?” “음~ 글쎄... 전쟁이란 걸 보면 그렇지만... 아직 시기적으론 좀 이른 느낌인데...”
내가 뒤를 향해 말을 걸자,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음수들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여신이 만들어 낸 이 마왕의 육체와 완전히 이어진 순간, 에센티아의 현재 정보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확인한 내 음수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내 음수들은 모두, 멸망의 시발점이 될 거대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것을 확인하고 온 상태다.
세상을 3등분 하고 있는 세 종족 중에서 두 종족이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이니, 아마 이 전쟁이 그 거대한 전쟁이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기엔 예지에서 보았던 시기와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점차 규모가 확대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지금 병력을 소집해 봤자, 그 병력이 모두 모일 때까지 1년 정도는 걸릴 테니까요.” “그렇게나 오래 걸려? 흐음. 그러면 꾸준하게 국경 쪽으로 보내게 되려나?” “아니. 군대를 노출하면 마족도 거기에 맞춰 병력을 모을 테니까. 아마 왕도에서 병력을 한 번 모은 후, 한번에 국경 쪽으로 보내려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군.”
흐음. 그렇지... 마족들 역시 국경 쪽에 어느 정도 병력은 가지고 있을 테지만, 병력을 죄다 소집해서 가지고 있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아직 시간은 좀 있다는 얘기인데...
“흐음. 어떻게 할까... 그냥 이대로 왕국을 밀어버릴까? 아니면 장단 좀 맞춰주는 척 하면서, 야금야금 도시들을 삼켜볼까...” “...아직 여유가 있다면... 장단 좀 맞춰주는 척 하면서, 수왕국을 노리는 건 어때? 마왕님?” “응? 수왕국?”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세레스와 제네시아의 의견을 듣고서, 어찌할까를 고민하던 도중.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던 페이엔이, 나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왕국부터 먼저 정복하게 되면, 우린 마족령과 수왕국 사이에 끼게 되는 거잖아? 양쪽을 신경 쓰게 될 바엔 차라리, 수왕국부터 정리하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 “흐음... 수왕국이라...”
음... 하긴. 우리가 본격적으로 정복에 나서면 수왕국이고 마족이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암만 우리 짐승들이라고 해도 양쪽에서 공격해오면, 상대하는 게 조금 귀찮아 질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얼른 수왕국부터 정리하는 게 나아 보이기도 한걸.
“군대가 소집될 때까지 1년. 거기에 군대를 보내는 척 하면서 가축들을 잘 침투시키면, 1~2년은 더 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수왕국 정리하는 것도 여유가 생기겠지.” “그것도 일리가 있네... 다만 군대를 보내려면 수컷들도 보내야 하는데... 으음. 수컷들이 상당히 얌전해 졌으니, 잘 골라내면 가능 하려나? 다들 생각은 어때?”
수왕국부터 점령한다는 의견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잠시 고민을 해보는 나의 음수들.
각자 어느 정도 가능성을 고려해 보더니, 내 음수들은 괜찮은 생각이라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가 봤던 예지를 정리해보면,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도 한동안 쭉 이어지니까. 여유는 있어.” “수왕국은 부족이나 마을 단위로 거주하는 곳들이 많아서, 훗날을 생각하면 빨리 정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그러면 차라리 저희끼리만 움직여서, 지배층부터 정리해버리는 게 낫겠어요. 그러고 나면 마왕군 만으로도, 퍼져있는 마을들을 정리할 수 있잖아요?” “사실 난 세계수에 대한 것도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가만 내버려둬도 될지 아닐지 가늠이 안되거든.” “수왕국에는 라플라스의 은신처도 있습니다. 그곳의 연구 자료나 물건들을 손에 넣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리즈벳, 클레아, 세레스, 페이엔, 라피나... 순서대로 이어지는 음수들의 의견에, 마음이 점점 수왕국 쪽으로 기울던 도중.
거기서 마지막으로 리안나가, 나의 마음에 결정타를 날렸다.
“수왕국은 라피엔느의 모친인 엘프 여왕이 대표라고 했었죠? 엘프들과 소수의 인간들. 거기에 신수들도 대부분 수왕국에서 지내고 있으니, 다양한 종류의 암컷들을 만날 수 있겠네요.” “호오오... 다양한 암컷들이라...”
엘프 여왕? 거기에 여태까지 보지 못한 신수들?
이런 세상에. 그렇게 말하니 이거, 전쟁이고 나발이고 당장 수왕국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걸?
이야~ 멸망의 시발점이 될 전쟁이 다가와서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네. 푸흐흐.
“좋네~ 이거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니, 수왕국부터 정리하는 것도 괜찮겠어... 세라.” “네♥ 수왕국부터 정복하는 쪽으로, 계획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푸흐흐. 부탁해. 괜찮다 싶으면 바로 그쪽으로 결정하자고.”
수첩을 꺼내 수왕국 정복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뒤, 다른 음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검토하기 시작한 나의 비서.
기대감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 음수들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 안색이 새파래져 있는 불쌍한 수컷을 바라보았다.
“푸흐흐. 이거, 이거... 들어선 안될 이야기를 들어버렸다는 얼굴인데?” “아, 아... 시, 신수... 지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큭큭. 뭘. 인간인 너는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우리 카발로니아의 목표는 세계 정복인데. 왕국 보단 수왕국을 먼저 정복하겠다는 말이잖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며, 겁에 질린 듯이 몸을 덜덜 떨어대는 수컷.
그 수컷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준 뒤, 나는 피식 웃으며 수컷의 뺨을 툭툭 쳐주었다.
“소집이니 뭐니 하는 것도 있었으니, 어떤 병사들이 필요한지 그런 내용들도 가져왔겠지? 어디, 하나 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그리고 나면, 너는...”
내가 손을 들어올리자, 근처에서 검은 액체가 든 주사기를 들고 나타나는 매니악한 복장의 가축들.
수컷들을 고문하는 데에 특화된 가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 쓰잘데기 없는 전쟁을 미루는, 평화의 사자가 되는 임무를 내려주지. 큭큭...”
겁에 질린 왕국의 사자를 향해, 나를 섬기는 짐승들이 사악한 미소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