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39 - 585화 - 마왕을 답답하게 만드는 수왕국의 맑은 공기! (2)
크기만 보면 어지간한 저택 못지 않은 공간을 자랑하던, 라플라스의 은신처.
이것저것 잘 갖춰져 있어 제법 지낼만한 은신처라고 판단한 우리는, 이 은신처를 단순한 1회용 숙소가 아닌 우리들의 별장처럼 삼기 위한 정리를 시작했다.
면적도 그렇고 수많은 연구 자료도 확인해야 되었기에, 라디아에서 가축들을 데려오며 정리하기를 며칠.
그렇게 열등한 엘프 수컷이 지내던 은신처는, 나와 음수들이 지낼만한 쾌적한 별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으아~ 이제 좀 낫네... 고마워 페이엔. 덕분에 살았어.” “후훗. 우리 마왕님을 위해서인데. 이 정도쯤이야.”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페이엔이 더 칭찬해 달라는 듯이 가슴을 펼친다.
본래라면 페이엔은 엘프들이 꼴 보기 싫대서, 세계수에 도달했을 때쯤에나 부를 예정이었지만...
생각 외로 은신처에 쾌적했던 데다가 어마어마한 연구 자료도 쌓여 있었기에, 자료도 살펴볼 겸 아예 페이엔을 여기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와서 자료들을 정리하다, 맑은 에세르에 피로를 느끼는 내 상태를 확인한 페이엔.
바로 페이엔은 에세르 차단 마도구와 테세르 생성 마도구를 설치해서, 이 은신처에 나와 암컷들의 끈적한 테세르만이 머물게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그냥 쭉쭉 들어갈 예정이었기에 에세르 차단 마도구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음... 이거 어쩌면, 수왕국 정복은 꽤 장기전이 될 수도 있겠는걸?
인간처럼 대규모로 모여 살지 않고 여기저기 퍼져서 소규모로 모여 살고 있는데다, 이렇게 맑은 에세르가 가득해서 내가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니...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에세르 농도가 높아질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냥 마왕군을 모아서 쓸어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네. 설마 세계수의 에세르가 우리 마왕님에게 영향을 끼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누가 아니래. 나도 내가 이렇게 에세르에 영향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 “이 정도면 인간 왕국보다 살짝 높은 수준인데... 흐음. 세계수의 에세르가 특별한 건가...”
턱에 손을 가져다 댄 페이엔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인간 왕국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라... 그러고 보니, 난 마법도시에서 에세르 생성 장치에 다가갔을 때도 멀쩡했었지?
아무리 농도가 진한 에세르라 하더라도, 테세르 그 자체인 나에겐 그닥 별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다는 말은 세계수의 에세르가 특별하다는 건데... 흐음. 도대체 세계수가 뭐길래 나한테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지?
단순히 에세르를 퍼트리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흐음... 세계수도 신수라고 했었지... 도대체 뭐길래 날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지는걸.
“음... 페이엔이랑 라피나는 세계수를 본 적이 있지? 여기랑 비교하면 거기 에세르 농도는 어때?”
잠시 세계수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은신처에 가득한 테세르에 개운함을 느끼고 있던 도중.
문득 세계수에 다가갈 수는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페이엔과 라피나에게 묻자, 두 사람은 옛 기억을 되살리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어릴 때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 기억으론 세계수가 보일 때쯤부터는, 몸에 에세르가 충만해져서 활력이 돋는 느낌이었어. 그걸 생각하면 아마 지금의 10배는 되지 않을까?” “아마 그 정도 될 거라 생각됩니다. 골렘이 아니던 시절이라 정확히 측정해 본 것은 아니지만, 라피엔느가 기억하고 있는 감각으론 상당한 농도였다고 판단됩니다.” “아이고... 지금의 10배란 말이지...”
이거 좀 곤란하네. 한 3~4배 정도면 모를까. 이런 에세르가 10배는 더 가득한 곳이면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울 것 같은데...
아니. 어찌저찌 움직일 수 있다고 쳐도, 전투할만한 컨디션은 안 나올지도 몰라.
그 뿐만 아니라 테세르가 바로 에세르에 중화 당해서, 스킬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지도?
그렇다는 건 내 음수들까지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순 없다는 건데... 흐음. 이건 조금 곤란한걸?
물론 내 음수들은 에세르도 사용할 수는 있기야 하지만. 마왕인 내가 넘칠 정도로 주입해주는 테세르와 달리, 에세르는 그냥 평범한 생명체 수준이라...
비유하자면 몸 안에 작은 에세르 양동이만 가지고 있던 그녀들이, 내게 선택 받으면서 그 옆에 테세르 물탱크를 가지게 된 셈이니까 말이야.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에너지를 가지게 되어서 열등종들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데. 그런데 그런 테세르 없이 강한 놈들이 지키고 있을 지배층을 노려야 한다라...
...이거 혹시 그냥 포기해야 되는 건가? 그냥 마왕군을 모아서 순수하게 병력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거야?
으아~ 이거 갑자기 난감해졌는걸? 암만 육체적인 능력 자체가 좋아졌다곤 해도, 그래서는 상당한 숫자의 가축들이 죽게 될 텐데...
아무리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지만 그렇게 가축들을 그리 희생시키는 건 조금... 아이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골치 아프네... 페이엔. 혹시 이 에세르를 차단하는 그런 마도구를 만들 수 있겠어?” “노력은 해보겠지만... 아무래도 세계수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어려워. 여기에 연구원들을 데려와서 연구해 본다고 해도, 에세르 분석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거야.” “빠르게 준비하려면 세계수 자체에 접근해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해봐야 아는 거고...”
크흡. 우리 능력 좋은 연구원 가축들과 페이엔이라고 해도, 다짜고짜 그런 편리한 마도구를 준비하긴 어렵나...
그렇다면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으음. 여기서 무슨 방법을 써야 세계수에 접근할 수 있을까?
...어렵네... 나는 에센티아의 마법이나 과학 같은 것도 전혀 공부 안 해서, 방법을 구상할만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태까지 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냥 이 말자지로 차지한 암컷들의 힘으로 해결해 왔다고. 그런 내가 어떻게 방법을 구상해?
그런데 정작 해결할 방법을 알려줄 내 암컷들이, 다들 이렇게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으음... 나에게 있는 것이라곤 이 우월한 육체와 말자지 뿐... 혹시 우리에게 도움을 줄만한 그런 암컷 어디 없을까?
“...어쩔 수 없지. 일단 페이엔은 예정을 바꿔서, 이쪽에서 지내면서 세계수의 영향을 피할만한 연구를 시작해줘.” “알았어. 이쪽은 그럭저럭 쓸만한 연구 시설도 갖춰져 있으니까. 필요한 것들 조금만 챙겨오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좋아... 나머지는 나와 함께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여기 저기 한 번 들려보자. 생각보다 버틸만해서 바로 세계수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도움이 될만한 암컷을 찾아봐야지.” “아하. 세계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암컷이 있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구나?” “푸흐흐. 리즈. 그것도 있기는 한데... 또 모르잖아? 또 어디에 내 음수들처럼, 내가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암컷이 있을지?” “아핫♥ 그렇네~♥ 수왕국을 정복하는 것만큼이나, 오빠의 즐거움을 위해 음수가 될만한 암컷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어쩌면 라피나처럼 독특한 암컷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수왕국은 왕국이나 마족령처럼 단일종이 모여 사는 게 아니라, 엘프를 중심으로 신수나 인간들도 모여있으니까요.”
독특한 암컷이라... 하긴. 이제 내 음수들이 워낙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줘서, 평범한 암컷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
내가 라피나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도, 어디까지나 내 음수들과 다른 독특한 암컷이기 때문이었으니까 말이야.
라피나까지 해서 9마리... 흐음. 이미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느낌인데. 여기서 또 내 마음을 사로잡을 암컷을 발견할 수 있으려나?
단순히 외모만 따지면 이미 수백만의 암컷들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이라. 어지간한 외모는 충분히 즐겨 본 상태인걸.
심지어 골렘이라는 특이하기 그지 없는 라피나의 존재 덕분에, 이젠 뭐 어지간히 색다른 게 아니라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인간은 이미 충분히 즐긴 상태고, 엘프도 수십 명을 즐겨 봐서 엘프 여왕 급이 아니면 확 끌리지 않을 것 같은데...
흐음. 그럼 남은 건 신수...? 으음. 여태까지 신수를 본 적은 없지만... 걔들 그냥 인간 모습을 한 몬스터라며?
외모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나 엘프고 속은 몬스터다? 으음. 어째 영 땡기지가 않는단 말이야~
평소라면 색다른 암컷이라며 그 암컷을 찾아 헤맸을 텐데... 왜지? 몬스터란 것 만으로도 특별한 취급을 해줄 만한데. 어쩐지 선뜻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걸?
내가 암컷들을 너무 많이 즐겨봐서 그런가? 흐음... 아니, 그것보단 뭔가 다른 찝찝한 게...
...혹시 내가 몬스터라서 그런가? 신수와 교미하게 되면, 만들어진 방식은 달라도 정말 몬스터끼리 교미하는 셈이니까?
으음. 몬스터 간의 교미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어쩐지 여태까지 모르고 있던 색다른 취향에 발을 들이는 듯한 기분인걸.
이거 괜찮나? 괜찮은 건가? 말자지야. 신수 오케이니? 몬스터라도 가능?
...에이. 이건 지금은 모르겠다. 말자지도 가능인지 불가능인지 영 가늠을 못 잡네.
어차피 신수는 다 해 봤자 몇 마리 되지도 않고, 암컷이거나 능력이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일단은 만나게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좋아. 진행은 그렇게 하기로 하자고. 그럼,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여기저기 둘러봐야 하는 것 말인데... 일단 어디부터 가보는 게 좋으려나?” “일단, 이 은신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500명 정도의 엘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동안 라플라스는 그 마을에서만 활동하면서, 물자를 구하거나 정보를 얻거나 했었습니다.” “허어. 이렇게 은신처에서 지내면서 말이지... 암만 잡을 생각이 없더라도 일단은 지명수배범인데. 그래도 괜찮았던 거야?” “주민들 쪽에서 일부러 숨겨주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히어로 이터로 추정되는 마물이 침공했을 때 라플라스에게 구해졌던 엘프들이니까요.”
허어... 도움을 받았다고 일부러 지명수배범을 숨겨주고 있었다니. 이거 아주 못된 새끼들이구만?
라플라스 그 새끼. 내가 영혼마저 소멸시켜 버릴 정도로 아주 악질적인 쓰레기였었잖아?
열등한 수컷들 중에서도 유달리 쓰레기 같던 인형 오타쿠 새끼를 감싸주다니. 마왕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는데?
큭큭. 안 그래도 일이 잘 안 풀려서 짜증나던 상황이었는데. 잘됐어.
암컷들은 전부 데려와서 범해버리고, 수컷들은 전부 마을과 함께 불태워 버려야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이 은신처에서 수백 명이 지내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세라가 한 두 명씩 라디아로 보내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첫 수왕국의 가축들은 라디아에서 교육시킨 후에, 다른 가축들을 교육시키는 교육 담당이나 맡겨야겠어.
“그래. 마침 아주 잘 됐어. 다들, 라피나가 말한 마을에 가서 우리가 할 일은... 응? 뭐야. 샐리. 무슨 일 있나?”
침실로 만든 방 안에서 내 음수들을 쓰다듬으며, 처음 방문할 엘프의 마을을 불태우라고 명령하려던 도중.
메이드 가축들의 리더나 다름없는 샐리가 찾아와, 면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음수님들과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마왕님. 실은, 갑자기 외부에서 열등한 수컷 엘프 한 마리가 동굴 안으로 들어와서, 그대로 제압했습니다만...” “으음? 열등한 수컷 엘프?” “네. 저희보고 누군데 여기 있냐며 따지는 걸 보니, 라피나 님이 아는 얼굴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허어... 그래? 잠깐 데려와 봐.”
내가 데려오란 듯이 손을 까딱거리자, 문을 열어 밖에 있던 가축들에게 들어오라고 지시하는 샐리.
그러자 전투와는 거리가 먼 외설적인 복장의 메이드 가축들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수컷 엘프를 끌고 들어왔다.
“뭐, 뭐야 당신들!? 라플라스 씨는 어디 가고, 당신들이 여기에...! ...어, 엇!? 너, 너는, 라피... 나...?” “아하...♥ 저 수컷이군요. 마왕님. 저 수컷은, 라플라스와 친해서 식재료 등을 가져다 주던 수컷입니다. 아무래도 라플라스가 마을에 들리질 않으니, 걱정돼서 찾아와본 모양입니다♥” “푸흐흐. 이거 참. 친구를 걱정할 줄 아는 마음씨 좋은 수컷이구만.”
테세르가 가득한 이 곳의 공기가 버거운지,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수컷 엘프.
그런 수컷의 얼굴이 나와 라피나를 확인한 순간, 뭔가 공포를 느낀 것처럼 더욱 새파랗게 물들었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자신이 죽게 될 것이란 것을 예감한 듯이, 몸을 떨며 동요하기 시작한 열등한 수컷.
그 수컷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뒤, 나는 내 음수들에게 말하다 만 명령을 전달했다.
“내 음수들. 저 수컷이 지내고 있는 마을로 가면, 암컷들만 데려오고 나머진 마을과 함께 불태워라.” “아, 아...? 뭐, 뭐라...?” “아하핫♥ 첫 마을은 깔끔하게 태워버리란 거지? 좋네~♥ 생각만 해도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느낌이야 오빠♥” “후후♥ 재미있겠네♥ 그러면 나도 같이 따라가서, 수컷 엘프들이 불타는 꼴을 지켜봐야겠는걸?” “페이엔 언니도 갈 거야? 후후♥ 그러면 내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야겠는걸? 원하는 굽기 정도가 있으면 말해줘 언니♥ 언니가 원하는 대로 화력을 조절해 볼게♥”
믿기지 않을 내 외모와 더불어, 내가 음수들에게 내린 명령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엘프 수컷.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수컷을 내버려 둔 채, 내 음수들이 재미있겠다는 듯이 즐겁게 꺄르륵거린다.
어찌 불태울지를 서로 이야기 나누며, 태워질 수컷들에 대한 자비심 따위는 보이지 않는 사악한 미소를 내비치는 음수들.
그녀들의 몸을 주무르면서, 나는 가축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그 수컷은 적당히 절망 마약이나 좀 투여해주고, 어디 구석에 짱 박아둬. 기왕 이렇게 찾아왔으니, 그 놈한테 마을 안내나 좀 맡기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마왕님♡” “큭큭. 그래. 그럼... 기왕 이렇게 침실도 준비했으니까. 다들 첫 수왕국 침략을 벌이기 전에, 교미나 충분히 즐겨볼까?” ““네에♥ 마왕님♥””
수왕국에서 지내게 될 거처를 마련하고, 다음에 진행할 행동을 결정한 나와 음수들.
그렇게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새로운 거처를 만끽하기 위한 나와 음수들의 교미가 시작되었다.
기왕에 만들어진 새로운 별장. 라디아에 있던 다른 음수들도, 틈틈이 데려오거나 보내거나 하면서.
그렇게 잠시 즐기려던 새로운 거처에서의 교미는, 3일이 넘게 멈추지 않고 이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