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43 - 589화 - 기대하던 신수와의 조우! (2)
“...어? 마왕님?” “어라... 이건...”
갑작스럽게 음수들과 떨어진 마왕이, 주위를 둘러보며 음수들을 찾던 그 순간.
음수들 역시 마왕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거? 갑자기 오빠가 사라졌는데?” “그러고 보니 계속 비슷한 장소만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이건 신수의 능력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헤에. 마나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질 않았는데... 마법이 아닌데도 이런 능력을 쓸 수 있단 말이지...?”
흠칫 거리며 조금 놀란 듯한 모습들을 보이긴 했지만, 의외로 음수들은 그리 당황하지 않으며 주위를 살폈다.
갑자기 자신들의 주인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살피는 음수들.
그 중 라피나가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상황을 공유했다.
“위치 좌표 판단 불가... 저의 기억으로 대조해 본 결과, 이것은 요화의 주술 결계라고 판단됩니다.” “주술 결계? 마법이랑은 좀 다른 건가?” “네 리즈 언니님. 주술은 마법 이론이 확립되기 이전. 고대 시절의 마법이라고 배웠습니다. 지금은 세계수의 사제들이 약간 쓸 수 있을 뿐, 거의 사장된 기술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마법 이론을 배울 때 살짝 들은 것 같기도... 흐음. 구식 기술이라지만 생각보다 제법인데? 어찌 한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혀.”
자신들의 주인이 갑자기 사라진 것인데. 그런데도 음수들은 크게 걱정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질 않는다.
자신들의 목적인 암컷 신수. 이것이 그녀의 능력이라면, 신수 이상의 존재가 된 마왕에겐 그리 큰 위협이 아닐 터.
세상을 지배할 마왕의 능력에 큰 신뢰를 가지고 있는 음수들은, 마왕에 대한 걱정보다는 조금이라도 마왕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마 신수 요화는 자신의 방식에 맞게 계속 주술을 개량해왔을 겁니다. 거기다 신수의 기술인 만큼, 그리 쉽게 이 장소를 벗어나진 못할 것 같습니다.” “흐음... 어쩌면 그냥, 마왕님이나 우리가 힘으로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숲을 다 태워버리면 되려나? ...응?”
리즈벳이 손에서 작은 불꽃을 만들어내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그 순간.
고요하던 숲 속에서 무엇인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음수들과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무엇인가 그림자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흐응.” “헤에...♥”
조금씩 다가오는 것처럼 가까워지는 그림자들. 무엇인가 거대한 뱀 같은 것과 네 발 짐승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며 음수들에게 다가오더니...
이윽고 음수들과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서, 두 명의 남성이 나타나 음수들을 내려다 보았다.
“...너희가 요화가 말한, 그 마녀들이로군.” “지독하구만 이거. 인간들이 가질만한 기운이 아니잖아? 거기다 무슨 짐승 새끼들마냥 옷들이...”
무엇인가 이국적이게 느껴지는, 천을 두른 듯한 신선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남성.
차가워 보이는 푸른 머리카락과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남성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음수들을 째려본다.
겉보기엔 평범한 인간 같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짐승과도 같은 분위기.
음수들은 본능적으로, 저들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에. 저게 신수들인가?” “마녀라니 너무하네~♥ 우린 그냥 마왕님의 부인이라는, 인간을 벗어난 존재가 된 것뿐인데 말이야♥” “초면인데도 참 무례하네요 신수들은♥ 우리도 나름대로 짐승이라고 봐도 무방한 존재인데. 짐승들끼리 너무한 것 아닌가요?” “정보 대조... 푸른 머리는 동쪽 숲의 은둔자 청야. 붉은 머리는 세계수의 심판자라 불리는 호월로 판단됩니다. 뱀 신수와 호랑이 신수라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들을 보고서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들을 올려다보는 음수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음수들에게, 두 신수는 눈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얼굴은 본 기억이 있는데... 설마 실종된 현 엘프 여왕의 딸인가?” “저 유독 특이한 기운을 지닌 엘프 말이야? 맙소사. 그럼 그 사악한 존재가 세계수의 적합자까지 바꿀 수 있단 말인데?” “세계수마저 집어 삼킬만한 위험한 능력이라더니. 막내가 그리 걱정할 만 하군...”
골치 아프단 듯이 음수들을 살펴보다가, 라피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청야.
그 옆에선 호월이 이를 드러내며, 적이라도 만난 것처럼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그런 살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면서 음조마에서 내리는 음수들.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세실리아가 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실좆 같아 보이는 신수 오빠들~♥ 여기서 나가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알려줄래?” “불가하다. 너희 같은 사악한 존재들이 세계수에 가까워지게 둘 수는 없으니. 너희는 결코 이 결계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흐응~ 그럼 세계수에 접근하지 않으면, 내보내 준다는 건가?” “하핫. 너희 같은 사악한 존재들을 그냥 보내줄 리가! 너희가 이 결계에서 빠져나가는 건, 시체가 된 이후다!”
적의를 드러내며 몸을 풀듯이, 주먹을 움켜쥐는 두 수컷들.
그러자 음수들은 신수들을 비웃는 것처럼 코웃음을 치면서,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하아~ 건방지네... 신수라고 해 봤자, 에세르밖에 지니지 못한 열등종들 이면서...” “그것도 구원받을 기회조차 없는 수컷들이잖아? 쓸모도 없는 벌레주제에 그딴 식으로 우릴 노려보다니. 기분 더러운데?” “아무래도 주제 파악을 시켜줘야겠네요♥ 신수를 발전기로 만들면 얼마나 오래 가려나?” “라피엔느 소드 개방... 전투 모드로 들어갑니다.”
인간들의 능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신수. 그러한 신수들을 눈 앞에 두고서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질 않는 음수들.
오히려 뭔가 재미있는 놀이 거리라도 찾은 것 마냥, 음수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신수들을 올려다 보았다.
“마침 잘 됐어. 너희 신수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 음수들이 직접 확인해줄게♥” “사악함에 물든 불쌍한 인간들 같으니... 너희의 그 더럽혀진 영혼을, 해방시켜주마.”
신성한 신수들과 사악한 음수들 사이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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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옷...! 저, 저건...!”
먼 곳에 보이는 노란 색의 털을 확인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러 버렸다.
이야아. 저거...! 지금 저 암컷, 꼬리랑 귀가 튀어나와 있는 거 맞지!?
아니, 신수는 인간 외형은 그냥 평범한 모습이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귀랑 꼬리라고!?
캬아~! 세상에. 이거 말로만 듣던 수인이잖아! 퍼리라고 퍼리!
그 동안 워낙 많은 암컷들과 교미하다 보니, 점점 암컷을 소유하고 싶다는 탐욕스러운 감정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런데 수인 외형이라...!
크으. 이건 참을 수 없지. 저 암컷은 이제 내 거다!!
“푸히히힝!!”
말보르기니가 되어있던 몸에 힘을 주면서, 땅을 부숴버릴 기세로 다리를 움직인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나의 음수들.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아마 요화란 신수가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일 터...
그러면 저 암컷이 바로 그 요화인가!? 푸흐흐. 이거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는걸!
이렇게 나만 떨어트려 놓고 만나러 온 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그런 뜻이겠지?
키야. 기특한 암컷 같으니라고! 나와 내 음수들에게 말도 없이 무례한 짓을 하긴 했지만, 그 기특한 자세를 보고 용서해주지!
자! 얼른 이 마왕님에게 그 풍성한 꼬리의 감촉 좀 알려달라고!
“푸륵, 푸흐...! 어, 어라...? 어엉...?”
...어? 뭐야 이거.
분명 힘 빡 주고 달리고 있는데... 가까워지질 않잖아?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
크윽...! 뭐야 이거!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이건!?
“헤엑, 헤엑...! 이런 시발... 힘 빠지게...!”
아오 씁. 세계수의 에세르 때문인지 영 힘이 안나!
설마 내가 숨을 헐떡이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이 육체를 가지게 된 이후로 거의 처음 있는 일이잖아?
인간이던 시절에는 당연한 거였지만... 이거 간만에 몸이 지치는 경험을 하게 되니 기분 더럽네 진짜.
이거 설마 저 요화의 능력인가? 아니, 모습까지 드러내놓고 이렇게 까탈스럽게 간을 보신다고?
이 건방진 암컷이...! 잔뜩 기대감을 안겨줘 놓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야! 요화!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대화라도 나눌 기회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마치 나와 요화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듯한 고요한 숲 속.
거기서 내가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자, 숲에서 내 목소리가 메아리 치며 울려 퍼진다.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꼬리를 살랑거리며 몸을 움찔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요화.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 같은 것을 툭툭 흔들더니, 내가 아닌 암컷의 목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 모습을 본 것이지? 사악한 존재여?] “엥... 뭐? 사악한 존재? 어떻게 봤냐고?”
엥. 뭐야... 혹시 안보여야 정상인 건가?
아니 뭐... 나는 에너지의 흐름을 보는 마안이 있으니까. 어지간한 낌새는 대부분 눈치챌 수 있거든?
신체 내부까지 파악 가능한 클레아의 마안 정도는 아니지만... 으음. 그래도 보이지 않아야 할 걸 보는 건 처음인데. 이건 도대체 뭔 기술이길래 이런데?
뭔가 내가 아는 마법 같은 게 아닌 건가? 흐음. 신기한걸...
아니 그보다. 지금 나보고 사악한 존재라고 한 거 맞지? 혹시 날 아는 건가 쟤?
“아니 뭐! 보이는걸 어쩌냐!? 그보다, 왜 날 이런 곳에 가둬두는 거야!? 초면에 너무하지 않아!?”
내가 다시 목소리를 높여 외치자, 또다시 살랑거리는 것이 보이는 요화의 꼬리.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요화는 어쩐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 이 세상의 생명체들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그대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에엥? 멸망이요? 저는 그냥, 암컷들을 구원해 주려는 것 뿐인뎁쇼?
[이제 곧 그대가 데려온 마녀들을, 청야와 호월이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는 그대를 이 세계에서 추방할 것이다.]
...? 이게 뭔 소리야. 내 음수들을 처리해? 날 이 세계에서 추방하겠다고?
허어... 청야와 호월이라... 혹시 요화 쟤 말고 다른 신수들도 있는 거야? 걔들이 지금 내 음수들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어?
흐응... 아니 뭐, 날 알고 있다면 적대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고 치지만...
그래도 이제 와서 내 음수들이, 낡아빠진 신수 따위에 당할 거라 생각되지는 않는데?
전투에 특화되지 않는 세라나 리안나... 거기에 페이엔 정도를 제외하고 보면, 내 음수들은 이제 이 세계의 존재들이 감당할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심지어 저 세 음수조차 전투가 특기가 아닐 뿐. 내 테세르를 계속 주입 받다 보니 어지간한 것들은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인데...
그런 내 음수들이 네 마리나 있는데. 고작 신수 두 마리로 처리하겠다고?
푸흐흐... 요거 요거... 아무래도 우리 요화 씨가 개념이 없으신 모양이네~
날 어찌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컷 주제에 내게 반항하는 그 모습. 아주 시건방지기 그지 없어.
날 처음 보는 암컷주제에 이렇게나 건방지게 나오다니. 이거 혼이 좀 나셔야겠는데?
[그러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거라. 마왕이여. 여신에게 휘둘리고 있는 그 불쌍한 영혼을, 곧 해방시켜 줄 테니.] “허어... 그걸 어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그런 것도 알고 있다고? 지금 나보고 여신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말한거지?
이럴 수가... 확실히 신수는 뭐가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나도 의심만 하고 있는 그런 내용을 알고 있다니...
이거 안되겠네. 건방지게 나와 음수들을 노린 것에 대해, 벌을 주는 것을 겸해서...
저 앙탈진 암컷을, 당장 내 것으로 만들어 버려야겠어!!
“널 내게 애교부리는 암여우 만들어주마! 이 건방진 암컷아!”
땅을 박차곤 앞 다리를 들어올려, 거칠게 몸을 흔들며 흥분을 과시한다.
짐승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위협. 요화에게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한 뒤.
나는 네 다리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힘을 주고서, 그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