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49 - 595화 -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함정에 다가가는 여우! (2)
아무리 신수의 결계라고 해도, 역시 우리 성녀의 눈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일까?
클레아를 부른 게 정답이었다는 듯이, 나의 성녀는 상황을 듣자마자 거침없이 앞장서서 나와 음수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여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계의 에너지와 이어진 부적 같은 게 있네요. 제거하는 게 좋겠어요.”
“결계의 흐름이 바뀌었네요. 이 흐름이라면 이쪽으로...”
“어머나? 여기서부터는 에너지의 흐름이... 아무래도 여러 개의 결계가 중첩되어 있는 모양이네요. 흐음...”
안 그래도 길 따위는 보이지 않는 미로 같은 숲이었는데. 그런 숲에서 길이 보인다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클레아.
클레아가 없을 때는 공기마저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그조차도 결계였던 것인지, 이상할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내 말자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암컷들의 항문 보지와 내장이, 내 말자지에 맞춰 구불구불한 내장을 펼친 듯한... 그런 느낌?
혹시나 하고 불러본 것뿐이었는데. 클레아가 온 것 만으로 이렇게 쭉쭉 나아갈 수 있다니...
큭큭. 보이냐 요화? 네가 암만 수작을 부려봤자, 내 음수들에겐 전혀 소용 없다니까~
너 역시 내 음수가 된 이후엔 이렇게 날 돕게 될 테니, 미리미리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날 어찌 도울지 잘 생각해 두라고.
물론 보고 있다면 말이지만 말이야. 큭큭...
“...다 왔네요. 여기가 마왕님께서 찾으시던, 요화라는 신수의 거처인 모양이에요.” “오~ 그래? 흐음. 뭔가 묘한 에세르의 흐름이 보이긴 하지만, 내 눈엔 그냥 절벽으로만 보이는데...?” “그럴 거에요. 이쪽도 몇 겹의 결계가 공간을 뒤틀고 있거든요. 헌데 파고들 틈이 보이질 않는걸 보면, 들어가는 데에 뭔가가 필요하거나 아예 새로 만든 결계인 모양이에요.”
다 왔다는 듯이 말하는 클레아이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산을 깎아낸 듯한 갑작스러운 절벽.
위에서 봤을 땐 이런 절벽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결계의 힘으로 환상이라도 만들어 낸 모양이다.
흐음... 들어가는데 뭔가 필요하거나, 아예 진입을 막을 용도로 만든 기존에 없던 결계란 말이지...?
그럼 우리는 들어갈 수 없을 거란 얘기인데... 아무래도 요화가 단단히 대비를 해뒀던 모양인걸.
“그럼 어떻게 하지? 억지로 뚫고 들어가면 되는 건가?” “으음...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서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억지로 들어가면 아마 저 절벽으로 보내버리는 결계로 보이거든요.” “어이쿠. 위험해라. 그러면 실수로 찾아왔다가 자기도 모르게 절벽으로 보내질 수도 있단 말이잖아?”
아~ 너무하네 이거... 아무리 날 만나기 싫어도 그렇지, 산 속에 이런 위험한 결계를 쳐놨단 말이야?
나야 몸이 튼튼하니 절벽에서 떨어진다 해도 상처나 좀 생기고 말겠지만. 아직 짐승이 되지 못한 암컷들이나 열등한 수컷들은 바로 쥐포가 되어버리겠는걸.
“이런 위험한 결계를 쳐둔 녀석들이 있다니... 아무래도 한 마디 해줘야겠는걸. 리즈?” “쿡쿡. 응. 날려버리면 되는 거지?” “그래. 그래도 첫만남이니까. 너무 놀라지 않도록 살짝 문만 살짝 두드려줘~” “알았어~♥ 그럼 클레아. 어느 정도로 조절하면 될까?” “그렇네. 이 정도의 에세르 밀도라면...”
클레아에게 결계만 날려버릴 위력을 상담하던 리즈벳이,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지팡이를 움켜잡는다.
한 방 먹여주겠다고 말하는 듯한 리즈벳의 저 표정.
아마 입구 쪽에서 자신의 마법이 막혔던 것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한 방 날려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이거 어쩌면 결계 말고도 뭐가 더 날아갈 수도 있겠는걸? 큭큭.
뭐, 우리 리즈벳이 기분이 상했는데 어쩔 수 없지. 부디 입구 쪽엔 아무도 없길 바라는 수 밖에.
“이클립스 플레어!”
우리가 뒤로 물러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채만한 검은 불덩이를 내던지는 리즈벳.
그러자 커다란 굉음과 함께 검은 불길이 치솟더니, 단단한 유리가 깨지듯이 절벽을 보여주던 결계가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결계가 사라지며 나타난 것은, 무언가의 입구처럼 만들어진 묘한 건축물.
무언가 고풍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잔잔한 분위기의 풍경이었다.
음~ 이 입구의 건축물... 뭔가 일본 신사 같은데 있는 그런 입구랑 비슷한 느낌인데?
생각해보면 요화의 복장도 뭔가 무녀복 비슷한 그런 느낌이었지... 세세한 부분은 좀 차이가 있지만 말이야.
그냥 어쩌다 보니 비슷한 느낌이 된 거겠지? 나처럼 지구에서 온 것도 아닌데 그쪽의 건축물이나 의상을 알고 있을 리는 없을 테니...
...음... 어쩐지... 내 나라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지구의 풍경을 본 것 같아서 그런가? 기분이 묘한걸...
“왜 그러세요 마왕님? 이제 들어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음? 아 그렇지. 미안. 잠깐 딴 생각 좀 했어.” “얼른 가보자 오빠♥ 요화가 말한 아이들이 어떤 놈들인지, 한 번 봐야지?”
잠시 고향을 떠올리며 멍해져 있던 도중, 세라와 세실리아가 내 팔을 붙잡으며 재촉하듯이 잡아 이끈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눈에 익은 건축물이나 옷 같은 게 아니지.
얼른 그리도 아끼는 아이들을 붙잡아서, 요화와 대화를 나누는데 써먹어야지. 음.
어디 보자. 과연 신수씩이나 되는 요화가 어떤 곳에서 살고 있었는지 한번 볼... 오...
“...캬아... 완전 절경이네 이거...”
신사 입구 같은 건축물을 지나, 약간 언덕진 길을 따라 나아간 나와 음수들.
길을 따라 꾸며진 나무들이 사라지는 듯 싶더니, 나와 음수들의 눈 앞에 자연 속에 지어진 근사한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장처럼 펼쳐진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나무들 사이에 지어져 있는 화려한 목재 건물들.
가장 안쪽 너머에 보이는 작은 폭포 같은 것까지 어우러져서, 마치 관광지에 온 듯한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고급 료칸? 산 속에 지어진 규모가 큰 대형 사찰?
아니, 그런 것들보다 좀 더 뭐랄까... 더 아름답게 꾸민, 고급스러운 휴양지 같은 느낌이네 이거.
도시에서 지내던 사람은 오래 지내기는 조금 그렇겠지만, 여행 삼아 오면 딱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설마 이런 근사한 장소였을 줄이야... 만약 날려버렸으면 정말 아까웠겠는걸?
“...푸흐흐. 여긴 날려버리기엔 좀 아까운걸? 다들 그렇지 않아?” “그러게~♥ 신성한 느낌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풍경 하나는 정말 멋진걸?” “나중에 별장 같은 걸로 삼으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아예 좀 더 개발해서, 수왕국 안의 휴양지로 만들어도 괜찮겠어요♥”
크으. 아무래도 내 음수들 역시 여기가 마음에 든 모양이네.
이거 최대한 이 장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는걸? 어차피 이젠 내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잖아.
확실히 이 신성한 것 같은 느낌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거야 뭐 어차피 요화를 손에 넣으면 퇴폐적이면서 문란한 느낌으로 바뀔 텐데 뭐.
이 절경을 살리면서 어떻게 내 취향을 더해볼지 만 고민하면 되겠어...
큭큭. 요화만 손에 넣을 줄 알았더니. 이거 생각지도 못한 추가 보상인걸?
“푸흐흐. 그래. 그런 건 일단 나중에 결정하기로 하고... 클레아. 아이들이란 녀석들,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어?” “네♥ 이미 확인해 두었답니다♥ 저기, 안쪽에 있는 가장 큰 건물에 모여있어요♥”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목재 건물들 중에서 가장 큰 건물.
3층 정도의 높이에다 제법 넓은 그 건물을 가리키면서, 클레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건물의 안을 감지했다.
“인원은 총 67 명... 아니, 68명인가? 흐음. 한 명이 조금 애매한데, 좀 더 가까이 가 봐야 알 것 같네요.” “그래? 그럼 일단 가보지 뭐. 다 같이 모여 있다니 편해서 좋은걸.”
이야. 거의 70명 가까이 된다고? 제자 비스무리한 아이들이?
한 5명 정도 데리고 있는 줄 알았더니. 제자를 무슨 자그마한 마을 규모로 데리고 있었네?
음... 하긴. 지어진 건물들이 20채 가까이 되어 보이는데. 그 정도 인원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진짜 제자가 아니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모은 거라고 했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제자 형태는 아닐지도 모르겠어.
“...어머? 여기도 결계가...” “엥? 여기도 결계가 있다고?” “근데 산이나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결계보단 훨씬 약해요. 지금 제 컨디션이 아닌 마왕님도, 가볍게 찢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아니, 이거 뭐 여기저기 다 결계를 쳐놨네. 안 불편한가?
자기 집에까지 뭐 이런 불편한 결계를... 나 참. 걱정이 많아도 너무 많으시네 우리 신수님은.
뭐, 약한 결계면 굳이 리즈한테 맡길 것도 없지. 그냥 내 힘으로 찢고 들어가야겠어.
“커헉...!! 겨, 결계를 찢었습니다!” “크윽! 역시 우리들의 결계로는 부족한가...! 다들, 준비해라!!” “오~?”
단순히 테세르의 기운만을 두른 채 결계를 찢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 순간.
몇 명의 인간들이 기침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당황한 듯한 우당탕탕 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결계가 찢기면서 내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체육관 같은 장소에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인간과 엘프들.
뭔가 요화의 옷을 간소화시킨 듯한 이국적인 옷을 입은 인간들이, 적대감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푸흐흐. 아이들이라더니 뭐지 이거? 생각보다 연령대가 다양한걸?”
마치 안쪽에 있는 녀석들을 지키려는 듯이, 날이 달린 창 같은 무기를 내게 겨누고 있는 건장한 청년들.
그 안쪽에선 다양한 나이대의 여자나 남자들이, 후방 지원 같은 느낌으로 부적 같은 것을 꺼내든 채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안쪽에는, 마치 약자를 모아둔 것처럼 모여있는 어린 아이들과 두 세 명의 늙은 인간들.
아무래도 요화가 말한 아이들이란 건, 연령에 상관없이 자신이 데리고 있는 녀석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엘프나 인간이 비슷한 옷을 입고 사이 좋게 모여있다니. 이거 내 생각과는 조금 많이 다른걸?
제자라기 보다는 요화를 따르는 집단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되려나... 응? 어라... 약한 녀석들만 모아둔 것 같은 저 안쪽에, 배가 커다란 저 암컷은... 설마...
“...아하♥ 아무래도 제가 헷갈렸던 한 명은, 저거였던 모양이네요♥” “으, 읏...!?” “푸핫. 임산부까지 데리고 있다니. 이거 제자가 아니라 무슨 작은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그런 느낌인데? 역시 신수다워~”
내가 보던 암컷을 자신도 보았는지, 키득거리면서 안쪽에 있던 임산부를 가리키는 클레아.
자신을 지목한 것이란 것을 깨달은 암컷이, 두려운 듯이 자신의 배를 감싸며 몸을 떨었다.
음~ 임산부도 있는데다가, 암컷들의 질도 제법 괜찮아 보이고...
이거 단순히 협박 재료로 써먹기엔 아쉬운 숫자인데? 좀 더 재미있는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누, 누가 지배한다는 거야!? 요화님을 모욕하지 마! 이 사악한 마왕아!” “...응?”
모여있던 녀석들을 살펴보면서 이 녀석들을 어떻게 가지고 놀아볼까 고민하던 와중.
10살이 조금 넘은 것처럼 보이는 어린 소년이, 부적같은 것을 치켜들고선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소, 소우마! 나서지 말고 뒤로 빠져있어!” “저 몬스터가 감히 요화님을 모욕하잖아! 세상을 멸망시키러 온 사악한 마왕 주제에, 요화님을...!” “호오오...?” “어머나? 쿡쿡...♥ 저 아이...♥”
내가 감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내 음수들의 눈이 섬뜩한 빛을 내뿜는다.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적개심을 내보이는 열등한 수컷. 저 어린 수컷을,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잡아먹을 것처럼 바라보는 내 음수들.
나를 노려보는 저 어린 수컷의 모습을 보게 되니, 귀여워서 조금 쓰다듬어주고 싶은 감정이 솟구쳐왔다.
푸흐흐... 어린 놈이 겁도 없이... 요화를 특히나 좋아하는 녀석인가?
말하는 걸 보아하니, 요화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들은 모양인데. 그런데도 내게 반항하려는 듯한 저 모습들...
음~ 안되겠어. 요화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저 꼬맹이나 좀 가지고 놀아야겠는걸?
“큭큭... 리즈.” “네에~♥”
내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부르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올리는 리즈벳.
리즈벳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소우마라던 소년의 몸이 공중에 뜬다 싶더니...
“꺼, 윽...!? 아, 아아아!?” “소, 소우마!!”
그대로 어린 수컷이 내게 날아와, 그 작은 모가지가 펼치고 있던 내 손에 붙잡혔다.
“이, 이 놈! 소우마를 놓아라!” “저 멍청이! 왜 나서가지고는...!!” “구속부! 구속부부터 날려! 소우마가 다친다!”
새끼들. 고작 애새끼 한 명 붙잡혔다고 우왕자왕하긴.
이 새끼도 참 멍청한 게, 쬐끄마한 새끼가 어딜 겁도 없이 종이쪼가리나 들고 설쳐대는 거야?
주술인지 뭔지 재미있는 능력이긴 했지만. 요화 본인도 어찌 못한 나를 제까짓 것들이 상대하려고 했어?
에잉~ 한심한 놈들. 아무래도 요 꼬맹이로,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줘야...
“끄, 윽...! 요화, 님...!” “큭큭. 새끼. 요화가 올 때까지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제도 모르고 내게 깝쳐? 이 마왕에게 대든 벌이다. 넌 요화를 기다리는 동안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아주...”
괴롭다는 듯이 내 팔을 붙잡으며, 다리를 버둥거리는 안쓰러운 어린 수컷.
그 수컷의 머리에 마왕의 딱밤을 놔주려던 도중.
내 뒤쪽에서 뭔가가 떨어진 것 같은 커다란 소음과 함께, 분노가 담긴 날카로운 암컷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 사악한 것!! 소우마를 놓지 못할까!?”
흐물거리는 연기와 함께 꼬리와 귀를 만들어내며, 이를 세우며 분노한 표정으로 달려드는 반가운 암컷.
기다리던 신수 요화가, 꺼내든 부적을 손에 들고서 나와 음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