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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54화 (655/749)

Chapter 653 - 599화 - 접대 내기! (3)

“자, 자!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가 묵을 방으로 안내해 주겠어? 거기 너. 이름이 뭐지?” “네, 네!? 저요!? 저, 저는... 그게... 백설, 입니...” “오~ 그래. 백설 양. 제법 귀엽게 생겼는걸? 네가 대표로 우리들 좀 안내해 봐. 푸흐흐.” “아, 자, 잠깐...! 요, 요화 님...!”

새하얀 마네킹이 된 수컷들을 바라보면서, 안색이 새파래질 정도로 당황하고 있던 요화의 제자들.

마왕이 그들 중 한 명의 팔을 잡아 이끌자, 겁에 질린 듯한 모습으로 제자들은 요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요화는 지금, 수컷들의 마네킹 앞에서 충격 받은 듯한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상태.

요화조차 예상하지 못한 난감한 상황이란 것을 감지한 제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마왕과 음수들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아, 아아...”

내 탓이다. 저 사악한 존재가, 자신이 써먹지 못할 규칙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제대로 의심하지 않은 탓에, 소중한 아이들이 이런 꼴이 되게 만들어버렸다.

저런 사악한 존재와의 내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다니. 도대체 자신은 어쩌자고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단 말인가?

너무나도 부주의한 짓을 해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에, 요화는 분한 듯이 몸을 떨며 자신의 앞에 있는 제자의 마네킹을 쓰다듬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노라...”

용서할 수 없다.

“감히 이 몸을 속이고,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을 건드리다니...!”

저 사악한 존재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 마왕...!!”

분한 듯이 이를 악물며, 멀어져 가는 마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요화.

떨리는 손으로 마네킹이 된 제자를 붙잡고 있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마왕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노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하지만 지금, 요화는 전혀 눈치채질 못하고 있었다.

짐승의 모습이던 상태에서, 자신과는 다른 짐승이던 마왕에게 강간당했던 감각.

그 감각이 천 년의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교미를 해보지 못한 육신에서, 암컷으로서의 본능을 일깨워 버렸음을.

정화된 몸과는 별개로 그 암컷의 본능이, 지금 자신을 조급하게 만들어 마왕을 마주보거나 생각할 때마다 침착함을 잃게 만들고 있는데.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요망한 짐승.

주술의 규칙을 좀 더 주의해서 설정하지 않은 행동을, 단순한 실수라고 여기면서.

그렇게 요화는, 지금 자신이 자궁이 떨리는 그 감정을 분노라고 착각해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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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래... 여기가 이 곳에서 가장 좋은 방이다... 이거지?” “네, 네에... 그, 그렇습, 니다...”

요화의 제자들을 정리하고 나서, 백설이라던 젊은 암컷에게 숙소의 배정을 부탁한 나와 음수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백설은 다른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더니, 완전히 겁에 질린 상태로 우리를 어느 별채 같은 건물로 안내했다.

“흐으응~? 그리 큰 건 아니어도 건물을 통째로 내주다니. 이거 너무 황송한 대접을 해주는데? 아. 혹시 우리랑 같이 있기 싫어서 건물을 내줬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읏...!? 아, 아니... 저, 그게...” “에이~ 설마 그렇겠어 마왕님? 어차피 식사를 준비하거나 시중을 들려면 늘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쿡쿡♥ 그럼 이후로는 몇 명인가가 우리랑 같이 이 곳에서 지내겠네요♥ 매일 출근한다는 느낌으로 교대하려나?” “아, 앗... 아니, 그게...”

푸흐흐. 이거 봐라... 아뿔싸 하는 느낌의 그 표정은 뭐지~?

설마 우리랑 떨어지고 싶어서 일단 건물부터 덜컥 내준 건 아니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랬으려고~

큭큭. 어째 마네킹이 되어버린 수컷 녀석들 때문에 죄다 패닉 상태인 것 같은데... 그래도 며칠만 우리에게 봉사하다 보면 금방 좋아지겠지?

조금이라도 빨리 극진한 대접을 받고 싶으니까. 아무래도 당분간은 최대한 부드럽게들 대해줘야겠어.

“흐음. 뭐, 그래도 건물 자체는 제법 느낌이 좋은걸. 고마워 백설 양. 잘 머물도록 할게~” “아, 네, 네에...”

음~ 기껏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어 봤는데도, 저렇게 새파랗게 질려서 눈을 마주치질 않는다니...

이거 오늘부턴 우리를 극진히 대접하는 여관 종업원이 되어야 하는데.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가 영 나아지질 않는걸~

암컷 종업원이면 좀 뭐랄까, 유혹하는 것처럼 눈웃음도 지으면서 손님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다는 걸 표정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지~

손님이 성추행을 해도 오히려 즐거워 하면서, 당장 몸이라도 바칠 것처럼 앙탈부리는 게 암컷 종업원의 역할인데~ 으음. 여관 서비스에 문제가 많아 보이네~

푸흐흐. 안되겠어. 얼른 정식으로 종업원들과 인사라도 나눠야지.

“백설 양? 가서 종업원들... 아니지. 네 동료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오라고 해줄래?” “읏...!? 네, 네...!? 하, 한 명도, 빠짐없이... 인가요...?”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는데... 푸흐흐. 그래. 어린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데려와 줘.” “...아, 알겠, 습니다...”

내가 부탁하자 머리를 숙이더니,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옆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로 달려가는 백설.

그런 백설의 뒷모습을 살펴본 뒤, 나는 다시 내 앞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바라보았다.

운동장 만한 마당과 가까운 중앙 부근의 위치와, 최대 20명 정도까진 같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해 보이는 크기.

뭔가 일본식 여관과 기왓집을 혼합한 듯한 모양새를 보게 되니, 여관에 머문다기 보단 고급스러운 민박집을 통째로 빌린 듯한 그런 느낌이다.

2층 전체엔 테라스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고... 건물 외관도 고급스러워서 나쁘지 않고...

보다 보니 상당히 괜찮은데? 저기 있는 가장 큰 건물의 별채처럼 쓰는 건물인가?

푸흐흐. 어쩌면 우릴 따로 떼어놓으려고 한 게 아니라, 인원을 고려해서 가장 좋은 곳을 내준 걸지도 모르겠네. 의심해서 좀 미안한걸~

“자. 다들. 짐도 놔둘 겸, 암컷들이 오기 전에 가볍게 둘러보고 있을까?” “네에~♥ 이런 건물은 처음인데. 과연 내부는 어떨지 기대되는걸?” “꺄♥ 뭔가 여행 온 것 같아서 두근거려~♥”

분위기 좋게 꺄르륵 웃으며, 미닫이로 된 건물의 입구로 다가가는 내 음수들.

앞장 선 세실리아가 호쾌하게 문을 열자, 거기엔 뭔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색다른 현관과 넓게 트인 거대한 거실이 우릴 반기듯이 나타났다.

이야~ 이 넓은 마루 같은 형태의 거실... 딱 좋네. 여길 쓰면 내 음수들뿐만 아니라 요화의 제자들과도 다 같이 교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로 넓은 거실이 있다면 방이 좀 좁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겠어.

“어디보자. 이런 현관이 있는 걸 보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것 같은데... 누구 내 말발굽 닦을 것 좀 줄래?” “아!? 오빠, 신발 벗어야 돼!? 와. 진짜 외국에 왔단 느낌이 확 드네. 뭔가 어색해~”

턱이 있는 현관을 보며 내 음수들을 돌아보자, 먼저 뛰어오르려던 세실리아가 신기하다는 듯이 웃으며 날 돌아본다.

푸흐흐. 하긴. 세실리아는 신발 벗고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해본 적이 거의 없지?

왕국에서는 원룸 같은 개인용 숙소 몇 군데를 제외하곤 죄다 신발 신고 생활하는 방식이니까. 세실리아 말고도 몇 명은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어.

“흐음~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방식인가요... 그러면 여기 머무는 동안 입을 맨발에 어울리는 의상을 따로 준비해 둬야겠는걸요.” “그건 너무 급하게 준비하진 않아도 돼. 여기 녀석들이 평소에 입는 옷도 있을 테니까. 체험해 볼 겸 초반엔 그런 옷들도 좀 입어보자.” “후후...♥ 그럼 저는 그 동안, 그 옷들을 마왕님 마음에 들도록 고쳐서 가져오면 되는 거군요?” “그렇지. 척하면 척인걸? 역시 우리 리안나야.”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리안나가 키득거리며 자신의 업무를 파악한다.

마치 어디 일본의 신사 같은 데서 볼 것 같은 느낌이던, 요화의 제자들의 복장.

편해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걸로는 노출도가 너무 적지.

그런 옷으로는 가슴 크기도 제대로 가늠이 안되니까. 이렇게 만난 김에 꾸미는 즐거움이나 좀 알려주고 가야겠어. 큭큭.

“자, 그럼 어디 보자... 이야~ 이건 어디 건축 방식이지? 엘프들의 집도 겉모습은 좀 독특하긴 했지만, 내부는 그리 색다를 것 없었는데. 여긴 아예 내부고 외부고 색다른 느낌인걸?” “그러게~ 이 미닫이 문 같은 것도 그렇고. 뭔가 옛날 방식으로 지은 듯한 그런 느낌이네.”

다그닥 거리는 소리를 울리며 거실로 올라가, 두리번 거리며 내부를 살펴보는 나와 음수들.

왠지 모르게 들뜬 것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나와 내 음수들은 두 달간 우리가 지내게 될 거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흐음. 지금 말한 리즈벳도 그렇고 다른 음수들의 표정들도 그렇고... 확실히 라인하르트 왕국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 방식인 모양인데?

어느 나라라고 콕 찝긴 애매하지만, 이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내부의 모습... 어이쿠. 설마하니 이거 침대 같은 것도 없는 건가?

푸흐흐.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 건 나도 상당히 오랜만인데... 이거 생활 방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흠. 생각보다 방이 많은 건 아니네. 어디, 2층은 좀 다르려나...?” “저, 저... 마왕... 님...? 모두, 모였습니다...” “엇? 빨리 왔네? 좋아. 모두 들어와서 모여봐.”

그렇게 1층을 둘러보다 2층을 확인하기 위해, 거실 뒤쪽에 연결된 계단을 오르려던 도중.

뭔가 망설이는 듯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설이 몸을 떨며 들어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백설에게 손짓하며 들어오라고 말하자,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두려워하는 표정의 암컷들.

몇몇 성인 암컷들이 어린 수컷들과 암컷들을 이끌면서, 내가 지시한 대로 넓은 거실에 올라와 몸을 떨었다.

“...푸흐흐.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 인사나 할 겸 모이라고 한 거니까. 너무 겁먹지들 말라고.”

으음~ 이 연약한 암컷들이 모여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겁에 질린 모습들...

수컷들을 마네킹으로 만든 게 그렇게나 충격이었나? 아니, 너희도 나름 주술 같은 거 쓰고 그러지 않았니?

수컷이라고 해 봤자 암컷들도 못 지키는 열등한 놈들인데. 그런데 고작 그 놈들이 사라진 걸로, 의지할 대상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듯한 저 모습들이라니...

으음~ 얼른 자신들에겐 그런 열등한 수컷들 따윈 필요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겠는걸.

“너희도 요화에게 들었겠지만... 난 어차피 너희에겐 뭘 할 수가 없거든? 너희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기도 힘들 테니까. 편하게 있어~” ““......”” “푸흐흐. 이거 믿질 않는 분위기라서 가슴이 아프네 참. 그래도 두 달간 나와 내 음수들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는 거. 다들 알고 있지?”

뭐, 최악의 경우 한 달로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큭큭. 조금 노느라 하루나 이틀 정도 줄어드는 거면 모를까. 아무리 그래도 한 달로 줄어들진 않겠지.

“대충 여길 둘러보니 나와 내 음수들 말고도 10명 정도는 넉넉히 있을 수 있겠더군. 암컷들과 어린 수컷들을 합쳐 42명 이니까. 매일 10명 내외로 교대해가며 여기서 우리 식사나 시중을 들어주도록 해.” “네, 네...? 여, 여기서...?” “음?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우리 시중을 들어주려고? 설마 우리보고 알아서 너희에게 오라는 건 아니겠지~?” “으, 읏...!? 아, 아니, 저는 그게...”

푸흐흐. 나름 근사한 건물과는 별개로, 역시 우리들을 따로 떼어놓으려고 했던 건가.

그건 허락 못하지. 너희는 우리가 부르면 바로 찾아올 수 있게, 24시간 내내 옆에서 대기를 해줘야 한다고.

“매일 10명씩 여기로 와서, 잠도 이 곳에서 자면서 24시간 내내 우리 시중을 들면 되는 거야. 뭐, 인원은 충분하니 딱히 어려울 건 없겠지?” “그, 그런... 어,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뭐, 어려도 잔심부름이나 청소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애들한테 힘든 일을 시키진 않을 테니까. 그 점은 염려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애들한테 손을 대거나 하겠어? 큭큭. 날 너무 쓰레기로 보는데?

꼬맹이들은 그냥 시키는 일이나 조금 하면서, 진정한 수컷이 무엇인가에 대해 미리 조기학습이나 하면 되거든?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암컷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거라니까?

“음... 그리고... 아. 여기서 가장 대표라고 할만한 암컷은 누구지?” “...접니, 다...” “그래? 그럼 앞으로 네가 인원 분배 같은걸 책임지도록 해. 여기 세라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려줄 테니까.” “...알겠, 습니다...”

흐음. 암컷들의 대표는 엘프인가? 어째 생각보다 늙은 암컷이 없다 싶더라니. 할머니라고 할만한 암컷들은 엘프들인 모양이네?

수컷들 쪽엔 꼴 보기 싫은 할배도 한 마리 껴있었는데. 이거 왠지 땡잡은 듯한 그런 느낌인걸?

“식사 쪽은 특히 기대하고 있으니까. 요리할 줄 아는 암컷들을 잘 배분해 보라고... 뭐, 내 희망사항은 여기까지. 앞으로 두 달간, 다들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어이쿠. 다들 목소리 기어들어가는 것 좀 봐라. 다들 들어오기 전보다 더 울상이 됐네.

에휴. 요화가 얘들을 좀 안심시킬 수 있도록, 미리 수컷들을 마네킹으로 만들 거라고 말을 해둘걸 그랬나?

아니, 하지만 요화가 충격 받은 아까의 모습도, 차마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모습이었단 말이지~

그런 표정을 볼 기회는 지금밖에 없을 텐데. 기왕이면 좀 보고 가는 게 좋잖아?

쓰읍. 근데 이건 생각보다 다들 너무 겁에 질려서... 요화가 얼른 충격에서 빠져 나와서 얘들을 안심시켜줬으면 하는 느낌인걸... 응?

“......” “...호오...”

오... 저건, 분명 나에게 달려들었던 소우마란 꼬맹이 아냐.

쟤 좀 보게. 설마 쟤, 지금 날 노려보고 있는 거야? 누군지 모를 암컷에게 매달려 있는 주제에?

이야. 얘 생각보다 거물이네? 나에게 달려든 것도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다른 어린 수컷들은 죄다 울먹거리며 암컷들에게 매달려 있는데... 으음. 저렇게 용기 있는 녀석일 줄이야...

푸흐흐. 설마 저 나이에 용사라거나? 으음. 내가 수컷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다니 제법인걸?

어디, 과연 어떤 녀석인지 조금 자세히 살펴봐볼...

“...사악한 놈이. 벌써부터 내 아이들을 건드리려 하는 거냐?” “어? 요화?”

나를 원수처럼 바라보는 소우마란 꼬맹이를, 마안을 켜고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던 도중.

문을 여는 소리가 부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들려오더니, 사나운 표정을 한 요화가 나를 노려보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쯧. 네 놈에게 머물게 해 주기엔, 정말 아까운 곳이다만... 그래. 본관에 머물게 하는 것보다 여기 놔두는 게 낫겠지.” “푸흐흐? 본관? 저기 가장 큰 건물? 에이~ 거기에 머물게 해줘도 상관없는데?” “네 놈의 얼굴을 보고 지내긴 싫으니 거절하마. 그보다, 오늘의 승부에 관해서다.”

크으. 당장이라도 날 죽여버리고 싶은데, 억지로 참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저 표정...

큭큭. 저런 시건방진 표정이야 말로 이런 초반 시기밖에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이지. 과연 저 표정이 어떻게 변하려나~?

“오늘의 승부는 오늘 저녁. 저녁 식사 이후에 저 본관에서 진행할 것이다.” “흐음? 그래 뭐, 그 날 안에만 진행되면 되는 거니까. 그럼 승부 종목은 뭐로 할거지?” “흥. 규칙으로 설정한 것도 아닌데 내가 알려줄 필요 있겠느냐? 무슨 승부를 할지는 와서 보도록 하거라.” “어이쿠. 그렇게 나오신다고? 이거 좀 너무한걸~ 큭큭.”

이야~ 설마 내가 규칙을 가지고 장난질 쳤다고, 바로 이렇게 날 맥이려는 건가?

이 앙칼진 여우 좀 보게~? 누가 보면 내가 못할 짓을 한 줄 알겠어~

“큭큭. 근데 괜찮겠어? 승부 조건엔 공평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러다 공평한 승부가 아니게 되면 괜히 주술에 영향 받게 되는 거 아냐~?” “승부는 공평한 승부가 될 것이다. 물론 네 놈이 이길 일은 없겠지만. 늦거나 하면 내 승리로 칠 테니, 그리 알거라.” “기대되는걸... 좋아. 그럼 저녁 식사 후에 바로 찾아갈게~” “흥... 탐욕스럽게 ‘잔뜩 처먹고’ 오면 후회할 테니, 그리 알도록.”

날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쏘아붙이고선, 모여있는 제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요화.

그렇게 잠시 자신의 제자들과 울먹거리며 소곤거리더니, 요화는 제자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듯이 날 노려보았다.

“설마 이 인원을 모두 부려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눈 후에 보낼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푸흐흐. 뭐 그래. 모두에게 인사를 받진 못했지만, 그건 천천히 받으면 되니까. 그렇게 해~” “...내 아이들을 저 꼴로 만들고도 그 따위로 웃다니.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사악한 것...”

어이쿠. 이거 정말 요화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네.

큭큭. 도대체 무슨 승부를 하려고, 저렇게 온 몸으로 선전포고를 하고 가는 걸까?

이거 저녁이 기대되는걸. 부디 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걸 준비해두었기를 바래. 요화.

승부는 물론이고, 그 이후의 교미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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