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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55화 (656/749)

Chapter 654 - 600화 - 접대 내기! (4)

그렇게 잔뜩 뿔이 난 요화에게서, 선전포고와도 같은 승부 전달을 받은 이후.

나와 음수들은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는 것처럼, 여유롭게 숙소를 탐방하며 짐들을 풀었다.

제법 괜찮은 건물임에도 자주 쓰이진 않는 곳인지, 은근히 사용감이 느껴지지 않던 넓은 숙소.

적당히 짐들의 정리를 마치고 방들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결정을 마치자, 그제서야 첫 날의 접대를 맡을 요화의 제자들이 찾아와 두려움에 떨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과하게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며칠 정도는 얌전히 지내며 요화의 제자들이 우리에게 천천히 적응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나와 음수들.

한동안 식사의 퀄리티 같은 것도 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게 왠걸?

숙소에서의 첫 저녁 식사인 요화의 제자들이 만든 요리들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퀄리티로 나와 음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옷...! 뭐야 이 튀김!? 입 안에서 녹아 내리듯이 씹히는데!?” “꺄아♥ 안 익힌 것 같았던 이 고기 조각♥ 입에 넣으니 따뜻한 육즙이 넘쳐 나와♥” “이런 산속에서 이 정도의 요리들을 맛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거 저녁에만 넘어오는 게 아니라 식사 시간마다 계속 와야겠는걸요?”

간만에 즐기는 말정액이 없는 요리들을, 감탄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맛보는 나의 음수들.

정보도 공유할 겸 라디아에 있던 음수들까지 모두 모였는데. 다들 이 곳의 요리가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크으. 이게 얼마만이지? 내 음수들이, 말정액이 들어가지 않은 평범한 요리에 만족하는 모습들이라니?

아직 나에 대한 호감이 쌓이지 않았으니, 적당히 애정이라곤 담기지 않은 사료 같은 요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근데 이렇게 엄청난 진수성찬을 차려준다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덕분에 세라가 가져올 예정이었던 라디아의 요리들이, 죄다 쓸모 없게 되어버렸네. 푸흐흐.

뭐, 어차피 가축들이 대신 즐기겠지만. 그래도 공들여 요리했을 레스토랑의 가축들이 조금 아쉬워하겠어~

“산 속에 있어서 풀떼기나 나올 줄 알았더니... 으음. 요리 수준도 그렇고 정말 신기하네 이거.” “꿀꺽... 아마 식재료는 꽤 풍부할걸? 신수는 터를 잡고 한 곳에 머물면, 그 근처의 에세르가 안정되고 몬스터들도 날뛰질 않거든. 아마 주변에 있는 도시에서 공물 바치듯이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을 거야.” “특히 요화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수라서, 엘프 왕국에서도 이것저것 편의를 봐주고 있었습니다. 우물... 요리 수준이나 사는 곳의 수준을 봐선, 여전히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호. 역시 수왕국 출신인 내 엘프들. 상당히 잘 알고 있는걸?

그러면 결국 요화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알아서 모셔준다는 얘기네?

그냥 숨쉬고만 있어도 알아서 공물도 바쳐주고 떠받들어 준다니. 이거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축복 받은 삶이잖아?

활동한다는 게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신수의 삶도 제법 이 마왕 못지 않아 보이는걸? 푸흐흐.

“으음. 근데 요리 자체는 나도 처음 보는 요리인데... 라피나. 혹시 이런 요리 먹어본 적 있어?” “저도 이런 요리들은 처음입니다. 아마 긴 시간을 살아온 요화인 만큼, 어딘가에서 맛 본 요리들을 본인이 개량해 온 것 아닐까요?”

오... 페이엔은 물론이고, 공주였던 라피나도 이런 요리는 맛 본 적이 없단 말이지?

그렇다는 건 결국 이 요리들은 수왕국 요리 같은 것이 아니라 요화와 그 제자들의 오리지널이란 얘기인데...

으음~ 그런 요리가 일본 요리 비스무리하게 만들어지다니. 꽤 신기한 느낌이네 이거.

생각해보면 요화와 제자들의 복장도 뭔가 일본풍에 가까운 복장이고... 흐음. 설마 요화 본인이 지구에서 온 암컷이라거나?

푸흐흐. 뭐, 그건 아니겠지. 지구에서 온 암컷이었으면 뭔가 티가 났을 텐데. 요화는 딱히 그런 낌새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신수는 오래 산 몬스터가 자아를 가지게 되는 거잖아? 여신이 굳이 신수를 만들 이유도 없으니, 그냥 우연일 뿐이겠지.

아무 연관이 없는 지구와 에센티아지만, 환경 자체는 비슷하니까 뭐. 비슷한 의복 양식이나 요리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으니...

으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일본 온천 같은 곳에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네. 혹시 온천 같은 것도 있으려나?

“읏... 저, 저어... 여기, 작은 새 몬스터의 고기와... 주변에서 캔 채소를 쓴, 구이 요리, 입니다...”

그렇게 내 음수들과 둘러앉아, 차려진 요리들을 맛보며 잡생각을 하던 와중.

중고등학생 정도 나이대로 보이는 어린 암컷들이,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식탁에 또 다른 요리들을 내려놓았다.

“오~ 이것도 맛있겠다. 이거 어쩐지 술이 생각나는데? 꼬마 아가씨. 혹시 여기 술도 준비되어 있으려나?” “...네, 네에. 있기는, 한데...” “그래? 그럼 있는 대로 좀 가지고 와볼래? 이런 맛있는 요리들이 이어지니 아무래도 술도 좀 같이 즐겨야겠어.” “...꿀꺽. 네, 네에... 알겠습니다...”

푸흐흐. 고분고분하네. 역시 본인들 행동이 요화와의 내기에 영향이 가서 그런가?

어쩐지 첫 날부터 너무 쉽게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이렇게 정성을 다해주면 나야 고마울 뿐이지.

요화의 제자들은 적당히 요화를 즐기는 동안의 가벼운 여흥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이거 기특하니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겠는걸. 큭큭.

“괜찮겠어 마왕님? 식사 후엔 요화가 준비한 게임을 하러 가잖아?” “그렇기는 한데~ 이런 요리들을 놔두고 어떻게 술을 참아~ 푸흐흐. 내 주량이면 어지간한 술로는 취하지도 않으니까. 적당히 즐길 정도만 마시지 뭐.” “후후. 하긴. 마왕님의 육체라면 취할 때까지 마셔도 금방 회복되시니까. 승부에 별 영향은 없겠네요.”

당연하지. 아예 안 취하는 건 아니지만, 독한 술을 병나발을 불어도 멀쩡한 마왕의 육체인데. 반주 정도가 별다른 영향이 있으려고~

뭐, 좀 과음을 한다 해도 승패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테니까. 승부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요리와 술들을 즐겨야지.

요화가 준비해 봤자 뭐 얼마나 대단한걸 준비했겠어? 뭘 하든 나에겐 의미가 없을 텐데 말이야.

큭큭. 잠시 후에 즐기게 될 요화와의 교미가 기대되는걸. 얼른 이 미식들을 즐기고 요화를 만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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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요화가 기다리고 있을 중앙 본관으로 향한 나와 음수들.

계속 이어지는 훌륭한 요리에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과음을 해버린 나는, 취기로 증폭된 기대감에 어깨를 들썩이며 기분 좋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흥. 이제야 온 것인가. 조금 더 늦게 왔으면 내 승리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푸흐흐. 신성한 신수 님과의 약속인데 늦으면 안되지. 뭐, 준비해 준 요리들이 너무 맛있어서 좀 더 즐기고 싶긴 했지만 말이야.” “...보아하니 내 제자들이 정성 들여 만든 요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주제에 좋은 요리는 알아보는 모양이군...”

본관 건물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안쪽 단상에 비스듬하게 앉아 있는 요화.

꼬리와 귀를 꺼내고 곰방대 같은 담배를 물고 있는 요화의 모습은, 꾸며진 단상과 어우러져 그녀를 무언가 높은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푸흐흐. 요화가 담배도 피웠었다니. 이거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모습인데?

수왕국의 담배는 과연 어떤 맛이 나려나? 나중에 라디아 특산 담배와 교환을 해봐야겠는걸~? 큭큭.

“푸흐흐. 덕분에 입이 아주 호강했어~ 이야, 설마 첫 날부터 그런 미식들을 맛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고마워 요...” “잡담은 필요 없다. 바로 승부를 시작할 테니, 내 앞에 앉도록. 사악한 여인들은 거기서 지켜보도록 해라.”

늘어난 내 음수들을 힐끔 바라보고는, 한 순간 언짢다는 듯이 표정을 구기던 요화.

그런 요화에게 요리에 대한 감사를 건네며 호감을 사보려고 했지만, 요화는 듣기 싫다는 듯이 말을 끊으며 옆에 있던 재떨이에 곰방대를 내리쳤다.

...큭큭. 까칠하긴. 그래 봤자 잠시 후엔 내 밑에 깔려서 허덕일 거면서.

이제 와서 근엄한 척 해 봤자 별로 와 닿지는 않거든~?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암컷다운 표정을 지어보라고. 푸흐흐.

“첫 날인 오늘, 너와 승패를 겨룰 첫 승부는... 바로 이것이다.” “그래 그래. 뭐든 가지고 와보... 응?”

요화가 누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손가락을 튕기자, 미닫이 문을 열고서 나타난 몇 마리의 암컷들.

미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저 암컷들은, 항아리가 올려진 손수레 몇 개를 끌고서 나와 요화 곁으로 다가왔다.

“...이 냄새... 아니, 요화 너 설마...” “눈치챘느냐? 그래. 첫 날의 승부는 바로 주량 대결이니라.”

아니 이 년이? 지금 잔뜩 배를 채우고 기분 좋게 반주까지 즐긴 상태인데. 그런 나와 주량 대결을 하겠다고?

아니, 설마 얘 지금 이거 설계한 거야? 내가 아무리 주량이 세도 본인이 이길 수 있게?

어쩐지 벌벌 떠는 암컷들이, 요리나 술 같은걸 넙죽넙죽 바친다 싶더라니...! 설마 이걸 노린 거였어!?

“야! 너, 지금 이거 노린 거지!?” “흐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본녀는 그냥, 보아하니 네 놈이 술을 좋아할 것 같아서 그걸 고른 것뿐이다만?” “배 터지게 먹이고 술까지 줬으면서! 이 상태에서 주량 대결을 하자고 해!? 야, 공평한 승부는 어디 갔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만... 이게 공평한 승부가 아니었으면 본녀가 지금 멀쩡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치미를 떼면서, 얄미운 표정으로 꼬리를 살랑거리는 요화.

공평함을 찾는 내 모습에 한 방 먹였다는 것처럼, 요화는 즐거운 듯이 자신의 꼬리 하나를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본녀는 주량은 꽤 자신이 있지. 그리고 승부를 준비하면서 본녀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은 것을 보면, 그건 네 놈도 마찬가지 란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상대끼리 주량 대결을 하는데, 공평한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런 미친. 이게 어딜 봐서 공평...! 야, 이 주술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흥. 주술은 아주 멀쩡하게 맺어졌느니라. 승부를 앞두고서 돼지처럼 꾸역꾸역 쳐먹다니. 그건 그냥 네가 긴장감이 모자랐던 게 아니더냐?”

하아. 그래. 그냥 승부 자체만 공평하면, 무슨 수작을 부리더라도 딱히 규칙을 어기는 건 아니라는 말이지?

뭐 이런 븅신 같은 주술이... 제약 하나 똑바로 검사를 못하네 미친.

요화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공평한 승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또 이렇게 된단 말이야?

이런 교활한 신수 같으니라고. 지 애들 좀 마네킹으로 만들었다고 이렇게 치사하게 나와?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승부와 관련된 규칙을 좀 더 꼼꼼하게 만들걸 그랬네 진짜!

“술은 나와 내 제자들이 담근 특제 약주이니라. 도수가 높긴 하지만, 너 같은 사악한 놈에게 주긴 아까운 술이지.” “크, 크윽... 이런 치사한 년이...” “시간은 한 시간. 서로 두 항아리씩을 걸고 시작해서, 먼저 쓰러지거나 늦게 술을 비우는 쪽이 패배하는 것으로 하지.”

쓰읍... 아주 과음을 한 건 아니라서 아직 더 마실 수 있기는 하지만... 배로 빵빵레후 상태라서 이런 항아리를 들이키긴 힘들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여기까지 날아오는 이 알콜 냄새... 이거 못해도 4~50도는 되어 보이는데? 약주 맞아 이거?

이런 도수 높은 술을 항아리 째로... 으음. 이거 왠지 주량의 한계를 시험하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네.

“흐음. 표정을 보니 그리 내키진 않는 것 같구나. 그냥 포기하겠느냐?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그러면 술도 아끼고 좋을 것 같다만?” “...하 씨. 이게 날 뭐로 보고... 내가 이래뵈도 우리 카발로니아에서 가장 잘나가는 주당이거든?”

시건방진 여우 같으니. 감히 피가 말정액과 술로 이루어진 이 마왕에게, 이딴 수작을 부려?

좋아. 이 마왕님이 신수의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주지. 어디 덤벼보라고 요화!

“적셔! 오늘 꽐라가 된 널, 아주 죽을 때까지 박아줄 테니 기대하라고!” “흥. 천박한 수컷 같으니. 네 놈이 날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마.”

술을 퍼 마시라는 것처럼, 나와 요화에게 접시 같은 잔을 건네주는 요화의 제자들.

그 술잔을 받아 든 나와 요화는, 술잔에 술을 채운 뒤 서로를 노려보다가...

동시에 술잔을 들이키며, 첫 날의 승부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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