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61 - 607화 - 요화의 대응! (2)
그렇게 암컷들에게 나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상쾌하게 목욕을 마친 이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와 두 음수는, 우리를 어려워하는 암컷들의 시중을 받으며 근사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캬아. 정말 감탄이 다 나오는 밥맛이네. 여기 애들은 무슨 요리하는 법만 배웠나?” “그러게나 말이에요. 이런 맛은 인간 왕국의 왕도 쉽게 맛보진 못할 것 같은데...” “아마 재료가 다른 것 아닐까 언니? 이 단맛이 넘치는 야채도 그렇고, 사르르 녹는 고기도 그렇고... 단순히 요리 실력이 좋아서 라기엔 믿기지 않는 맛이야.”
으음. 확실히... 이 맛을 단순히 요리 실력만으로 만들어 내긴 어려울 것 같네.
한 두 번이었으면 그냥 어쩌다 좀 잘나왔네 했겠지만. 식사할 때마다 내가 감탄할만한 요리들만 만나게 되다니.
카발로니아에 있는 내 전속 요리사 가축들이 절대 실력이 없는 게 아닌데... 이건 확실히 재료부터 차이 나는 거라고 봐야하겠지?
근데 그런 것치곤 다른 엘프 마을의 식사는 그냥 괜찮다 수준이었는데...? 흐음. 도대체 이 맛의 비결이 뭔지 궁금해지는걸?
“...시, 식후 차 입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이걸로 마무리를...” “저기. 분명 백설이라고 했었지? 그쪽은 어떻게 생각해?” “꺄악!? 네, 네!? 뭐, 뭘 말인가요!?” “푸흐흐. 놀라기는. 어차피 너희에겐 해를 끼치지도 못하는데, 뭘 이렇게 놀라?”
아침이라서 그런지 너무 기름지지 않게 만들어진 요리들을 비우자 마자, 매우 적절한 타이밍으로 차를 가져온 암컷.
눈에 익은 그 암컷의 이름을 부르며 차를 내려놓은 손을 붙잡자, 암컷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거 참 너무하네~ 말을 그리 떨지 않아서 이제 좀 익숙해 진 건가 싶었는데. 아예 그냥 날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으셨어?
암컷주제에 이 마왕을 무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니... 이거 조금 건방진 느낌이라 가지고 놀고 싶어 지는데?
흐음... 그래... 이 백설이라는 암컷... 나이도 딱 따먹기 좋을 20대 초반처럼 보이고, 외모도 제법 봐줄 만 하고...
얼핏 봐선 그냥 평범한 암컷처럼 보이지만... 저 단정한 갈색 머리카락이나 적당히 탐스러운 몸매. 그리고 귀엽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인상...
뭐라고 할까, B급인척 하는 A급? 암컷으로서의 요소 하나 하나가 최상급의 평범함이란 느낌?
내 음수들과는 달리 어느 곳 하나 특출 난 점은 없는 암컷이지만... 큭큭. 이런 암컷이 타락시키는 맛은 있는 법이지.
마침 잘됐어. 넌 이름도 외웠으니, 아예 요화의 제자들을 대표하는 이 몸의 직속 시종으로 만들어줄게.
“죄, 죄송합니다... 저, 그래서 지금, 무슨...?” “푸흐흐. 못 들었구나? 너희가 만든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말이야. 다른 엘프 마을은 이런 맛이 안 났었는데. 도대체 비결이 뭐야?” “에? 아... 요, 요리, 말씀이신가요...”
뭔가 위험한 짓이라도 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빈 접시를 가리키며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자, 백설은 약간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게... 저, 저희가 쓰는 식재료들이 조금 특별하기는 해요. 요화님의 권능에 영향을 받은 식재료들이라...” “...엥? 요화의 권능?” “네, 네에. 그, 이 주변 산 몇 개가 전부 요화님의 영역인데... 그, 신수의 영역 안에서는, 그 신수의 권능에 따라 영향력이 발생하거든요.”
에엥? 그냥 요리에 맛에 대해 물은 건데.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신수의 권능? 신수의 영역 안에 있으면 영향을 받아??
영역이니 뭐니 하길래 그냥 자기 땅을 얘기하는 건 줄 알았었는데. 이제 보니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네?
“요화 님은 생장의 권능을 가지신 분이라서... 그, 요화 님의 영역 안에 있는 식물이나 몬스터들은, 엄청 건강하게 자란다고 할까...” “...생장의 권능? 영역 안에 있는 것들을 성장시킨다는 거야? “으음... 그게... 성장을 시켜준다기 보다는... 동식물들을 최상의 상태로 자라게 해주는 권능인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살짝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눈을 굴리던 백설.
몇 번인가 내 표정을 살피나 싶더니, 백설은 뭔가 각오라도 다잡은 것처럼 표정을 고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크흠. 요화님의 권능은 생각보다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권능이라... 저희가 키우는 작물들이나 몬스터들은 질병 같은 것에도 걸리지 않고 최상의 상태로 성장한답니다.” “오오... 그렇다는 건 이 감탄스러운 음식들은, 다 최상의 상태로 성장한 식재료들 때문이다?” “네. 보통 농사를 지으면 수확한 작물 안에서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게 요화님의 영역 안에서는 모든 작물이 아주 좋은 상태로 성장한다고 보시면 돼요.”
호오... 그러니까 그 생물이 최상의 상태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버프 같은 것이다?
재미있는걸... 설마 요화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어쩐지 요화의 영역 안에 들어온 순간 공기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 있더라니. 그게 단순히 산에 들어와서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기운 자체가 달라서 그랬던 건가?
전투나 교미에는 별로 필요없는 능력이지만. 그래도 그런 능력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네 이거.
“호오. 그건 좀 흥미롭군... 그 신수의 권능이라는 건 모든 신수가 가지고 있는 건가?” “아, 네. 권능의 효과 자체는 신수 분들 마다 다르지만, 신수가 된 순간부터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음... 같은 암컷이라서 그런가? 방금 전까지 목소리를 떨었으면서. 내 음수들 중에 가장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제네시아에게 이렇게 평범하게 대답하다니...
...혹시 나만 유별나게 무서웠던 거야?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건?
“예를 들면... 요화 님의 친구분인 청야란 분은, 영역 안에 깨끗한 기운만 모이게 되는 청정의 권능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청야 님의 영역에 찾아가면 심신이 맑아지게 된다고...”
청야라... 분명 내 음수들이 상대한 수컷 신수들 중 한 명이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그 새끼 영역으로 가면 심신이 정화가 된다는 거지? 흐음...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느낌인걸. 기억 좀 해둬야겠어.
“과연. 신수들에게 그런 능력이... 그럼 밖에서 들여온 식재료들로 요리를 만들면, 아무리 똑같이 만들어도 이 맛은 나질 않겠군요.” “으음... 꼭 그렇지만은... 요화님의 권능은 범위가 꽤 넓은 권능이라서요.” “어머? 범위가 넓다니. 그건 무슨 얘기일까요?”
벌써 요화의 권능을 활용할 생각을 하는 것인지, 흥미롭단 표정으로 비워진 그릇들을 바라보던 세레스.
이제 제법 긴장이 풀린 것인지, 백설은 그런 세레스에게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생장의 권능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요화님의 권능은 신수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권능이라... 미생물들의 영향을 받는 숙성이나 발효 같은 것도 잘되게 해주거든요. 밖에서 식재료를 들여와도 며칠만 보관해두면, 들여올 때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져요.” “어머? 그건 좀 신기하네요. 그런 미생물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니... 그러면 영역 안의 환경이 바깥과는 상당히 달라져야 하지 않나요?” “그게, 저희도 여쭤본 적이 있는데... 요화님 말씀으론 생장이란 게 저희를 생장시킨다는 뜻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본래라면 저희에게만 영향이 있어야 할 권능인데. 저희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려는 요화님의 의지가 반영돼서 동식물까지 영향을 받는 거라나?”
본래라면 요화의 제자들만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무언가를 캐치한 것처럼 세레스와 제네시아의 눈이 반짝인다.
그런 음수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뺨에 손을 가져다 대며 무어라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백설.
이어진 대화로 완전히 긴장이 풀린 것인지, 백설은 부드러운 미소까지 지으며 편하게 나와 음수들에게 요화의 권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화님의 권능 덕분에 저희는, 어지간해선 아플 일도 없이 건강하게 성장해요. 심지어 태아까지 영향을 받아서, 요화님의 영역 안에서는 아기도 건강하게 태어난답니다.” “어머나...♥ 그건 확실히 굉장하네요...♥ 과연, 태아까지 영향을 받는단 말이죠...♥”
으음~ 이거 이거... 세레스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니, 요화의 권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것저것 막 떠오르는 모양인걸?
역시 내 헌신적인 부인이라니까~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걸 발견했다고 저리도 좋아하다니... 큭큭.
흐음. 그나저나 태아까지 건강하게 해주는 생장의 권능인가... 심지어 좋은걸 먹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작물도 잘 자라게 만들고 식재료들까지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니...
이건 생장이라기보단 무슨 육아에 관련된 능력 같은걸. 자기 애들도 아닌데 너무 모성애가 지나친 거 아니야?
어쩌다 그런 권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거 요리 비결 좀 물었다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게 됐네. 푸흐흐.
“건강한 아기라. 그러면 너희들 중에 있던 임신한 암컷도, 건강한 아이를 낳게 되겠군...” “암, 컷... 아하하... 네, 뭐... 모란 언니가 얼마 후면 출산할 때이긴 하죠...” “오 그래? 어쩐지 배가 좀 크다 싶더라니... 푸흐흐. 그 모란이라는 애는 최대한 배려를 해줘야겠네.” “...으, 음... 가, 감사한 말씀이네요 그건...”
음~ 그 믿어도 되나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떨떠름한 표정... 이거 씁쓸한걸? 이래뵈도 난 젠틀한 마왕님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출산일이 가까운 임산부한테 몹쓸 짓을 하겠어? 그건 암만 마왕이라도 너무 쓰레기잖아~
곧 태어날 태아나 산모는 소중히 다뤄줘야지. 아. 물론 소중히 다룬다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 짐승들 기준이지만 말이야? 푸흐흐.
“아무튼 그래... 요화가 참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구만. 요리 비결 좀 배워보려다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네.” “하하... 사실 요화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희 요리 쪽이 좀 더 유명하긴 해요. 다른 신수 님들이나 엘프 왕국의 귀빈들이 오실 때마다, 저희 요리를 엄청 기대하고 오시거든요.” “아하. 그랬어? 어쩐지 손님 대접하는 게 익숙하다 싶더라니. 한 두 번 해본 일이 아니었구나?”
어쩐지... 최선을 다해 손님 대접을 해달라 하긴 했지만. 너무 잘해줘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다른 손님들을 대접했던 경험이 있는 거였구만. 그 경험을 살려 우리를 손님으로 대접해 준거고.
그러면 이 건물도 알고 보니 손님용 건물이었던 모양이네. 음~ 이거 요화의 거처가 어쩐지 더 휴양지스럽게 느껴지는걸?
“...저. 그래서 말인데... 요화 님을 괴롭히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데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꽤나 말이 통한다고 느낀 걸까?
뭔가 나와 음수의 눈치를 보는 듯하던 백설이, 용기를 쥐어 짜낸 듯한 표정으로 내게 부탁을 건네왔다.
“요, 요화 님은 저희에겐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분이세요... 그러니, 부디 그 분에게 위험한 짓은...” “...푸흐흐. 설마 내가 요화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그저 요화랑 좀 친해지고 싶은 것뿐인데?” “아, 아니, 그게... 요화 님 말씀으로는...”
흐음. 아무리 긴장이 풀리고 요화가 어머니나 다름없다곤 하지만. 아까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떨던 암컷이 이렇게 부탁하다니...
아주 기특하네. 비록 나에 대해 착각한 건 좀 안타깝지만, 그래도 다들 진심으로 요화를 좋아하고 있는 모양인걸?
이런 제자들이 있으니 요화는 정말 행복하겠어~ 이거 왠지 모르게 가슴이 훈훈해 지는걸?
이렇게 요화를 생각하는 제자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너희들 역시 이 마왕님이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줄게. 큭큭.
“걱정 마~ 요화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너희나 요화를 괴롭힐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말이야~” “...아, 네에... 그렇, 군요...”
음~ 이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 믿음을 주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네 이거.
그래도 뭐,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다 보면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주게 되겠지?
어쩔 수 없지 뭐. 한동안은 이 백설을 시작으로, 요화의 제자들과 계속 가까워져 보는 수 밖에.
“음... 백설 양? 지금 네 얘기를 듣다 보니, 우리가 요화에 대해 많이 몰랐다는 생각이 들거든?” “네, 네에? 그, 그렇, 군요?” “응. 그래서 말인데... 혹시 부탁 하나 좀 해도 괜찮을까?” “부탁... 이요? 무슨...”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부담을 느낀 것처럼, 상체를 뒤로 빼면서 날 올려다보는 백설.
그런 백설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는 살짝 뻔뻔하게 부탁을 건넸다.
“앞으로 한동안, 네가 내 전담해서 시중 좀 들어주라. 매일 교대하는 다른 애들이랑 달리 너는, 나랑 자주 보면서 이것저것 알려줬으면 좋겠어.” “힉...!? 매, 매일, 이요...?”
교대도 하지 말고 매일 나를 만나러 와달라는 부탁에,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굴리는 귀여운 암컷.
그 암컷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나는 백설의 손을 붙잡으며 미소를 내비쳤다.
“부탁해~ 매일 시중을 드는 만큼, 힘든 일은 안 시킬 테니까~” “으, 읏... 아, 아니, 그게에...”
거절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거절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한동안 변명거리를 찾듯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던 백설.
결국 백설은 반쯤 울먹이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으... 아, 알겠, 습니다아...” “와아~ 정말 고마워 백설~”
그런 백설을 안심시켜 주려는 것처럼, 과장되게 좋아하며 백설의 손을 흔드는 나.
그런 내 모습에 뭔가 안도한 것인지, 백설은 잠시 동안 이었지만 희미한 미소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