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63 - 609화 - 요화의 대응! (4)
“여긴 저희 식재료들을 모아두는 창고 건물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창고 같지만, 내부는 구역도 다양하고 온도도 조절되고 있답니다. 건물 자체가 커다란 냉장고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이야. 건물 하나를 통째로 냉장고로 쓰는 거야? 하긴. 인원이 수십 명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겠네.”
정말 이 곳을 안내해주는 직원이 된 것마냥,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와 두 음수에게 건물들을 소개하는 백설.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으로 그 안내를 받으며, 나와 내 음수들은 얼마 뒤엔 나의 소유가 될 건물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저쪽은 제 2 식재료 창고 겸하는 술 보관 창고에요. 요화님은 직접 요리하시는 일은 거의 없지만, 술만큼은 예외라서... 본인께서 직접 빚으신 술이 5000 항아리가 넘게 보관되어 있답니다.” “뭐, 뭐...? 5000...? 그것도 직접 빚은? 이야아. 어쩐지 그런 술을 막 꺼내온다 싶더라니. 전용 냉장고도 아니고 전용 창고가 있었구만?” “그것도 본인이 직접 빚었다니 좀 놀랍네요. 그냥 장사를 해도 되겠는데요?”
이런 세상에. 어쩐지 항아리 째로 가져오는 게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가지고 있는 게 내기 기간 내내 퍼마셔도 다 못 마실 수준이었잖아?
그 정도 양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거 요화가 상상 이상의 알중이었던 모양이네. 세상에...
“아하하... 실제로 요화 님의 술은 신수 분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아요. 가끔 술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 정도야? 아니, 근데 내가 마셨던 술은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그, 다른 술은 아깝다고 갓 담근 술들을 꺼냈던 거라... 숙성이 덜돼서 그러셨을 거에요...” “아니 그런... 기왕이면 좋은 술 좀 주지. 요화도 참 너무하네 이거~” “아하하...”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도록 과장스럽게 웃어 넘기자, 백설이 면목 없다는 듯이 멋쩍은 미소를 내비쳤다.
어쩐지~ 뭔가 마실 만은 한데, 무슨 한약재 냄새 비슷한 풋내가 난다 싶더라니~
제대로 숙성도 안된 갓 담근 술 맛이었구나 그거. 그런데도 마실 만 했다는 게 신기한데?
흐음... 가만있어봐. 그렇다는 건 저 안에는 잘 숙성된 오래된 술도 있다는 거지?
이거 갑자기 기대되는걸? 어차피 이제 며칠 후면 요화가 알아서 그 술을 꺼내와 날 대접해 줄 거 아니야?
과연 얼마나 오래된 술 이려나? 이거 갑자기 군침이 싹 도는데? 푸흐흐...
이거 참. 허접한 술을 대접받았다는 걸 알았는데, 좋은 술이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알중이라니까. 큭큭.
“이쪽 두 건물은 미혼 여제자들의 숙소와, 어린 제자들의 놀이방이에요. 그리고 저쪽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 두 채는 미혼 남제자들의 숙소와 결혼한 제자들의 숙소랍니다.” “호오. 그 인원에 이리 건물이 많으니 몇 채는 너희가 지내는 곳이겠지 싶었는데. 역시... 근데, 결혼한 제자들은 또 따로야?” “네. 뭐... 결혼한 제자들은 따로 공간이 더 필요하니까요. 미혼 제자들은 개인 방만 가지고 있지만, 결혼한 제자들은 함께할 수 있도록 큰 공간을 내어주신 거랍니다.”
어차피 자기 제자들이니 그냥 대충 지내게 해줘도 됐을 텐데. 생각보다 요화가 배려를 잘 해줬네?
그럼 결혼한 제자들 건물은 아파트 같은 느낌 이려나? 흐음. 딱히 개인 재산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부부에겐 독립된 공간을 내어준다라...
“...너희 제자들은, 너희들끼리만 결혼하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가끔 주변 마을에서 눈이 맞는 경우도 있어서... 그땐 아예 요화님에게서 독립을 하거나, 상대가 요화님 제자가 되어 여기로 들어오게 돼요. 그리고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대로 요화님의 제자가 되는 거구요.”
이거 봐라? 이건 그냥 말이 제자지, 사실상 그냥 요화의 일족 같은 느낌인데?
자기 핏줄도 아닌 제자들인데. 집도 내주고 독립도 그냥 시켜주고, 사람을 데려오면 그냥 일원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나름대로 일은 시키긴 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많이 과한걸. 자기 피가 섞였으면 몰라도, 딱히 요구하는 것도 없이 왜 이렇게 무상의 사랑을 베푸신대?
혹시 무슨 고양이 주워오는 캣맘 마냥 인간들을 키우는 데 재미 붙이고 있는 건가? 흐음...
뭐, 됐어. 요화의 취미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지.
이유야 나중에 차차 들어보면 되는 거고. 이렇게 잔뜩 제자들을 데리고 있어준 덕분에 재미있는 것도 가능할 것 같으니까.
나는 그냥 요화가 이리도 아끼는 제자들을, 요화와 함께 즐겨주면 되는 거겠지. 큭큭.
“흐음. 결혼한 제자들은 몇이나 돼?” “지금 이 안에서는 6쌍... 총 12명이네요. 아무래도 결혼할 땐 독립하는 제자들이 많거든요.” “그래? 그럼 저기 있는 마네킹들 중에 유부남이 여섯이라는 얘기군...”
요화의 제자들 중 암컷은 전부 30마리. 거기서 아직 결혼은 이른듯한 암컷을 제외하면 대충 20마리 정도였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엘프들도 끼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절반 정도는 결혼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 많은 수컷들 중에서 고작 6마리라니.
마지막에 유부남들만 모아서 절규하는 꼴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조금 아쉬운 느낌이네 이거.
뭐, 그래도 이번엔 수컷 놈들의 절규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저 놈들은 마지막 여흥으로 남겨두고, 나는 요 귀여운 암컷들에게 집중해야지.
“음. 여기는... 저희가 공부하는 곳 이면서, 책들을 모아둔 도서관이에요. 저희가 모은 책들도 많지만, 요화님께서 젊으실 적에 모은 책들이 잔뜩 있답니다.” “허어. 요화 걘 책도 모았어? 그것도 이런 커다란 도서관을 만들 만큼?” “갓 신수가 되셨던 무렵엔 여러 가지에 흥미가 많으셨대요. 그것 때문에 본인이 직접 쓰신 책도 있고...” “신수가 책을 냈었다니, 그건 좀 흥미롭네요. 보통 신수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잘 알려주려고 하지를 않는데...”
음. 그렇지. 나도 에센티아에 막 도착했을 때, 아무리 신수들의 정보를 찾아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으니까.
대부분 신수가 어떤 존재다 하고 추상적으로 적어놓은 수준이었고... 딱 한 권 신수가 적었다는 책도, 뭔 알아먹지도 못할 허접한 내용만 적힌 책이었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무슨 제대로 된 이론 같은 것도 없고, 그냥 하면 된다 수준의 내용이나 적혀 있었으니...
그땐 내 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얼마나 답답했었는데... 뭐, 제대로 된 정보가 있었어도 어차피 큰 도움이 안됐었겠지만.
아무튼 책이라. 나중에 리즈랑 세레스 정도 데리고 와서, 간만에 독서의 여유를 좀 즐겨봐야겠는걸.
“그리고 저기는 저희가 주술을 수련하는 주술수련관. 그리고 그 뒤쪽으로 나있는 길은, 요화님의 정기가 깃든 온천으로 가는 길이에요.” “오! 수련관! 그런 게 있었어!? 거기에 온천이라고!?” “아하하... 수련관이라고 해서 운동을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주로 주술 수련에 쓰이는 곳이라, 그리 대단한 건 없어요. 아마 마왕... 님이 보시면 실망하실 거에요.”
내 근육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내가 재미난 걸 발견했다는 듯이 미소를 내비치자, 백설은 내겐 재미없을 거라는 듯이 멋쩍은 미소를 내비쳤다.
푸흐흐. 주술을 수련하는 장소라지만 그래도 수련관인데. 나름 몸을 움직일만한 공간은 있지 않겠어?
수컷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기엔 딱 좋은 공간이지. 음. 저기도 기억해 놨다가, 나중에 꼭 들려봐야지.
“그리고 온천은... 말이 온천이지, 사실 물 자체는 건물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은 지하수에요. 거기에 의식을 통해 정기를 불어넣고, 필요할 때마다 데워서 쓰는 거랍니다.” “푸흐흐. 그랬어? 온천이 있는데 왜 굳이 욕실이 따로 있나 싶었는데. 그냥 단체 목욕할 때 쓰는 곳인가 보네?” “그것보단... 주로 심신을 정화하는 용도에요.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몸을 씻는 건 숙소 안에서도 가능하니 저희도 자주 가진 않는답니다.”
심신을 정화하는 온천이란 말이지... 그런 것 치곤 생각보다 마안에 보이는 색이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밖에서 이 정도면 온천 안으로 들어가도 별 반 다를 건 없을 것 같은걸? 그냥 정기를 불어넣은 지하수라서 그런가?
저 정도면 나랑 음수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겠는걸... 뭐, 온천물이 썩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말이야.
푸흐흐. 사실 온천물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 온천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그리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온천 휴양지 같은 느낌인걸?
없으면 그냥 억지로 만들어 보려고 했더니... 큭큭. 계획하고 있던 대로, 여긴 이 마왕의 휴양지로 만들면 딱 이겠어.
“그럼 다음에 가볼 곳은... 어라? 저건...”
나무 사이에 가려진 온천이 있는 장소를 바라보며, 이 요화의 거처를 나의 휴양지로 만들 계획을 구체화 시키던 와중.
또 다른 건물을 안내하기 위해 앞장서려던 백설이, 온천 쪽에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곤 거길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소우마~ 어쩐지 안보이더라니, 지금까지 온천에 있었어~?” “...아... 백설 누... 읏...!?”
멍한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며 걸어오다가, 백설의 목소리에 손을 흔들려던 어린 수컷.
하지만 그 어린 수컷은 손을 흔들기도 전에, 무언가 두려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렇게 일찍부터 온천에 있었다니. 뒷정리는 잘 하고 나왔어?” “으, 읏... 마, 마왕...? 어째서 여기에...” “응? 아. 별건 아니고 여길 둘러보고 싶다고 하셨거든. 그래서 간단히 안내 좀 해드리고 있었어.”
흐음. 이거 참... 누나가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내비치다니...
왜 저리 겁먹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는걸. 백설이 뭔가 험악한 표정이라도 짓고 있나?
아무것도 뭘 하지도 않았으니, 나에게 겁먹었을 리는 없을 텐데 말이야~ 큭큭.
처음엔 겁도 없이 나에게 달려들더니. 지금은 무슨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완전히 겁먹은 쥐새끼가 되어버렸네?
푸흐흐. 새끼... 저 겁먹은 모습을 보니 더 괴롭혀주고 싶은걸? 용사란 새끼들은 왜 이렇게 가지고 놀고 싶어지는지 몰라~
“뭐, 뭐...!? 누나...! 안내라니, 위험해...!” “얘는~ 위험할 일이 뭐가 있니? 주술의 규칙 때문에 우릴 위협하지도 못하시는데. 괜히 배척하고 피하기보단, 친해져서 설득을 하는 편이 더 낫잖아?” “그, 그렇지만...! 저 마왕은, 요화 님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예상외로 말이 통하는 분이라, 잘 설득하면 요화 님을 건들지 않으실지도 모른다고.”
이거~ 백설이 내 예상보다도 빠르게 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모양인데?
벌써 내게 저 정도로 친밀감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어쩌면 백설 쟤는 처음부터 음란한 천성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인걸?
그나마 수왕국, 그것도 요화의 영역 안에 있었으니 저 정도지. 인간 왕국에 있었다면 날 보자마자 발정해서 보지를 벌렸겠어. 큭큭.
아무튼 이 꼬맹이... 건방지게, 몸을 정화하면서 어제 새겨준 교미의 냄새를 잊으려고 했단 말이지?
몰랐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소우마. 방금 몸을 정화하고 온 너에겐, 특별히 내 음수들 사이에서 그 달콤한 암컷 냄새를 맡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선사해 주도록 하지.
“큭큭. 백설. 이쪽으로 돌아서 다시 본관 쪽으로 가려는 거지? 기왕 이렇게 만난 거 같이 가자고.” “그럴까요? 소우마. 바로 본관 쪽으로 가도 괜찮지?” “아, 아니. 나는...” “자, 자. 꼬맹이. 같이 산책이나 좀 하자고~ 여기 내 부인들 옆에서 이야기 상대나 되어주라고.” “아, 아...!? 자, 잠깐...!”
백설에게 가볍게 통보한 뒤, 나는 소우마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고 억지로 그 팔을 붙잡았다.
내가 가볍게 들어올리자 반항조차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뒤에 있던 내 음수들 사이로 들어가버린 소우마.
세레스와 제네시아는 그것만으로도 그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양쪽에서 소우마의 손을 붙잡고 어린 수컷의 몸에 자신들의 허벅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어머나♥ 귀여운 꼬마 수컷이네요♥ 저기, 이름이 뭐죠?” “으, 읏...! 아, 그... 소, 소우마... 입니다...” “쿡쿡♥ 어쩐지 내 동생이었던 것의 어릴 적을 보는 것 같군...♥ 그 녀석, 아직도 루나가 데리고 있으려나?” “하, 하아... 으, 으흐읏...!?”
두 음수가 방출하는 요사한 기운이, 소우마에게 휘감기는 것이 마안을 통해 보여진다.
수컷을 발정나게 만드는 최고의 암컷들. 성숙한 암컷들에게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체취는, 암컷을 모르는 저 어린 수컷의 이성을 마음껏 망가트려 줄 터..
두 음수의 기운에 휩싸여 얼굴을 붉히는 어린 수컷을, 아주 만족스럽게 지켜보면서.
그렇게 나와 음수들은, 우리의 장난감이 되어줄 수컷과 암컷을 거느린 채 여유롭게 산책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