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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66화 (667/749)

Chapter 665 - 611화 - 이해할 수 없는 백선의 의도!

그렇게 신수들을 데려온 요화를 만나기 위해, 각자의 음탕한 의복으로 갈아입은 나의 음수들.

그녀들을 데리고 백설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자, 금방 산 꼭대기를 깎아 만든 듯한 평평한 지형이 나타났다.

마치 뭔가의 결투장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장소. 그리고 그 장소에서 사이 좋게 모여있는, 두 마리의 수컷과 두 마리의 암컷.

그들에게 다가가자 요화가 앞으로 나오며, 나를 시건방진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흥. 왔느냐... 제 암컷이란 여인들에게 또 저런 복장을 입히다니.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놈이로고...” “사랑하는 수컷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건 암컷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지. 그리고 저리 보여도 아주 실용적인 옷들이거든?”

나 참. 리안나가 각종 소재를 활용해 만든 저 옷들의 훌륭함을 모르다니...

장식이나 끈 하나조차 특별한 소재들이라, 노출한 신체 부위까지 방어력이 올라가는 판타지 스러운 복장들이거든?

성능도 뛰어난데다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있는 엄청난 복장들인데. 다른 곳에선 돈 주고도 못사는 엄청난 옷들이라고?

본인도 내 음수가 되고 나면 어떻게든 더 음란해 보일 수 있도록 리안나에게 이것저것 부탁을 하게 될 거면서... 큭큭. 하여간 도도한 암컷일수록 솔직하질 못하다니까.

“뭐, 얼마나 저 옷들이 훌륭한지는 직접 겪어보면 알게 되겠지... 근데 고작 4마리라니 김이 새는걸? 어때, 숫자라도 좀 맞춰줄까?” “...무어라? 숫자?” “응? 뭐야. 날 죽이려고 친구들 데려온 거 아니었어?”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지게 될 시간.

빠르게 끝내고 내려가기 위해 몸을 푸는 나를, 요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도 네 놈을 믿지 못하고 있기는 했다만, 아무래도 네 놈 역시 날 믿지 않고 있던 모양이구나. 계약을 맺던 순간엔 날 믿는다며 호언장담을 하더니...” “어, 어? 아니... 그럼 쟤들은 왜 데리고 온 건데? 난 분명 규칙을 피해서 날 죽이려는 건 줄 알았는데...” “하. 규칙 좀 이용했다고 맹약의 주술을 너무 가볍게 보는구나. 네 놈처럼 규칙을 교활하게 이용하면 모를까, 계약 자체를 무시하려고 들면 그 즉시 대가를 치르게 되느니라.”

아니, 자기도 은근슬쩍 규칙을 이용했으면서 저런 뻔뻔한 소릴 하다니...

난 그래도 너처럼 내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짓은 안 했거든? 그냥 단순히 네 제자들 중 거슬리는 수컷 놈들을 마네킹으로 만들었을 뿐이잖아?

리안나의 마네킹이 되면 감각 자체가 마비되어서, 자기가 얼마 동안 마네킹이 되어 있는 건지도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고? 그냥 그 상태로 편하게 멍때리고 있게 될 뿐인데...

뭐, 체험해본 수컷 놈들 얘기론 사정을 할 듯 말듯 한 이상한 성감이 느껴진다고는 했지만. 그거야 아픈 것도 아니니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고...

나 참. 꼴 보기 싫은 수컷들을 그래도 나름 배려해서 마네킹으로 만들어 준건데. 그걸 가지고 교활하다고 하다니. 너무하네 진짜~

“푸흐흐. 뭐 그래. 날 죽이려는 게 아니란 건 알았어. 근데 그럼 쟤들은 왜 데리고 왔고, 난 왜 여기로 부른 건데?” “그거야 당연히 오늘의 승부를 위해서니라. 날 가지고 싶다던 네 놈의 더러운 욕망 때문에, 매일 승부를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더러운 욕망이라니, 이 마왕님이 구애를 하는 건데 너무 하는구만. 암컷에겐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큭큭...”

날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친근하게 농담을 건네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째려보는 요화.

정작 요화 본인은 별 말이 없었는데. 요화의 뒤에 있는 배경 두 마리가 불쾌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 정말이지 천박한 놈이로군...” “저 놈이 정말 우리와 같은 놈이란 말이야? 나 참. 도대체 어디 출신인 건지...”

...음? 지들이랑 같은...? 어디 출신이냐고...?

뭔 소리래. 암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곤 해도, 이 마왕이 설마 지들이랑 같은 줄 아는 거야?

대충 몬스터에서 시작된 지들과는 달리, 이 마왕은 육체고 영혼이고 특별하게 선택 받은 수컷이라고. 어딜 감히 비비려고 들어?

하여간 열등종이고 신수고 수컷들은 주제를 모른다니까. 나 참...

...응? 잠깐 있어봐. 그러고 보니 4마리가 있는 거 아니었나?

...어? 그러고 보니... 한 마리는 새로운 암컷이었지? 걔는 지금 어디갔...

“흐음. 그렇군. 이게 그 마왕이란 녀석인가?” “우왓!? 깜짝이야!? 뭐야 너, 어디서 튀어나왔어!?”

내가 새로운 암컷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던 순간. 어느 틈에 내 앞에 다가와 나를 올려다보는 암컷.

부채로 입을 가린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암컷의 등장에, 나는 평소와는 달리 심하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지금 내가, 이런 암컷이 있었는데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아니, 신비로운 분위기면서 외모 역시 빼어난 암컷이잖아? 근데 어째서 난 이런 암컷을 의식하지 않은 거지?

원래라면 이 암컷을 확인한 순간, 바로 군침을 흘리며 따먹을 각을 쟀어야 하잖아...? 근데, 그러질 않고 그냥 관심을 꺼버렸다고...? 저 수컷 놈들은 거슬린다고 인지했으면서...?

어어... 이게 뭐야. 암컷을 두고 이런 적은 처음이라, 영 당혹스러운데?

“흠흠. 과연... 영혼이 아주 철저하게 육체와 융합되어 있구나.” “...어? 뭐라고...?” “이런 육체에 깃들었으니 욕망에 지배된 것도 당연하지... 아니, 지배되었다기 보단 욕망 그 자체가 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뭐야 얘... 분명, 몸매도 괜찮고 신비한 느낌을 가진 미인인건 맞는데...

이걸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분명 겉모습은 암컷의 모습인데... 그런데 어째 암컷이니 수컷이니 하는 생명체의 영역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저 깊어 보이는 눈동자와 이 표정은 뭐라고 말해야 하지? 감정이 없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이건 뭐랄까...

...정신적으로 해탈해버린, 신선 같은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

“그렇다고 해도 퍽 흥미롭구나. 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성욕만이 도드라지게 되었을꼬? 아무리 호색한이어도 이런 외설적인 욕망을 가지긴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무슨 소릴. 성욕이야 말로 생명체가 가진 원초적인 욕망이거든? 내 육체나 욕망과는 별개로 다른 수컷들이 너무 고자스러운 건데?” “...흐음. 역시...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구나.”

으음. 내가 제대로 모른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얘가 요화 일행의 대장인가?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그렇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 이거.

내가 이 암컷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건, 이 해탈해 버린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겠지?

신선 같은 느낌이 드는 만큼 뭔가 정신적으로 성숙 하다는 느낌인데... 그러면 혹시 요화도 긴 세월을 보내면, 이런 암컷이 되는 건가?

...흐음. 뭐, 그런 건 일단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

제대로 인지하고 보니 이 암컷... 요화처럼 탐스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느낌이잖아?

뭔가 잘 깎은 조각상을 보는 듯한 고고한 느낌... 이건 또 건드려선 안될 암컷을 건드리는 것 같은 색다른 맛이 느껴지는걸?

이런 암컷이 제 발로 나를 찾아왔다니. 이건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할만한 일이잖아?

이거 얘는 또 어떻게 즐겨야 되나~? 갑자기 예상치 못한 암컷이 나타나서 꽤나 고민스럽네 이거. 큭큭...

“...백선. 그 놈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더러운 게 옮으니 말이다.” “너무하네 요화~ 오늘 밤에도 그 더러운 놈과 교미하게 될 텐데... 큭큭. 그런데 이름이 백선이야? 제법 잘 어울리는 이름인데?” “후후. 벌써부터 본녀를 탐하는 것이냐? 이거 참. 정말이지 난감한 성욕이로고...”

자신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부채를 펼치며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리는 백선.

그 상태로 내게 반걸음 정도 다가오더니, 백선은 무언가를 꾸미는 것처럼 나에게 말을 건넸다.

“실은 이렇게 우리가 다 같이 온 것과 이 자리에 널 부른 것은, 내 의견이다. 네가 어떠한 녀석인지도 살펴보고, 요화와 하게 될 승부도 제시해 주려고 말이다.” “호오? 그래? 이거 기대되는걸? 그럼 나에 대한 인상은 어떻지?” “후후. 글쎄... 일단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해둘까?”

이야. 얘 뭐야.

첫 만남인데 나에게 주눅들거나 겁먹지 않은 것도 놀랍지만. 지금 나보고 그럭저럭 괜찮다고 평가한 거야?

이런 암컷의 반응은 또 처음인데... 이거 분위기도 그렇고 많이 신선한 암컷인걸. 푸흐흐...

이런 독특한 암컷이면 또 그냥 가축으로 만들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으음. 이거 이번엔 욕심을 부려서 얘까지 음수로 만들어야 하나?

근데 그러면 또 음수가 너무 많아지는 듯한 느낌이... 으음. 요화를 포기할 수도 없고 고민되네 이거.

“...뭐, 살펴보는 건 일단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요화와의 승부에 대해 네 녀석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만.” “오... 그래. 뭘 제안하려고 그러지?” “흐음. 그렇지... 별건 아니다만, 네 녀석에게서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다.”

저 표정은 웃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루해 하고 있는 것일까.

뭔가 제대로 읽히지 않는 묘한 표정을 보이며, 백선은 내 주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치 내 근육을 살펴보는 것처럼 내 몸을 훑어보던 백선. 그리고 그녀는, 다시 내 앞으로 돌아오더니...

펼치고 있던 부채를 손바닥에 내리치면서, 무언가를 결정한듯한 묘한 미소를 내비쳤다.

“그대. 한동안 요화와의 승부는, 이 녀석들의 공격을 받아보는 걸로 하지 않겠느냐?”

요화와 함께 본인을 어떻게 따먹을지 고민하던 나에게. 자신의 뒤에 있는 요화와 두 수컷 신수를 가리키는 암컷.

영문 모를 승부를 제안한 백선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내가 이해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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