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67 - 613화 - 이해할 수 없는 백선의 의도! (3)
“...끝났는가? 음.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자. 마왕 그대는 이쪽에 서 보거라.”
요화와 서로 마주보고서, 나 혼자 얻어맞는 승부에 동의한 직후.
나와 요화의 목에서 문양이 빛나는 것을 확인한 백선은, 나와 푸른 머리의 수컷 신수를 데려와 서로를 마주보게 위치시켰다.
어디 보자. 얘기를 들으니 앞으로 몇 번은 더 이런 승부를 진행하려는 것 같은데... 처음은 저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녀석에게 시키려는 건가?
아마 이 놈이 세실리아가 배에 구멍을 뚫어 줬다던 청야란 녀석인 것 같은데... 흐음. 글쎄? 이 놈이 공격해 봤자 별로 아플 것 같지는 않은걸?
생긴 것만 봐도 전형적인 곱게 자란 도련님이란 느낌이잖아. 뭐, 물론 신수라서 완전히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생긴 것부터 그냥 허약해 빠진 샌님이란 느낌인데. 저런 놈이 힘을 가지고 있어 봤자 뭐 얼마나 가지고 있겠어?
차라리 얘보단 저 뒤에 있는 호월이란 녀석이 더 아프겠네. 쟨 그래도 나름 잔근육 정도는 가지고 있잖아?
뭐, 그래 봤자 두 놈 모두 암컷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교미 허접처럼 보이는 건 매한가지지만. 푸흐흐...
어쨌거나 이 좆밥처럼 보이는 새끼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공격을 보여줄지... 별로 기대는 안되지만, 한 번 보도록 할까?
“오기 전에 얘기했던 건 기억하고 있겠지 청야? 어디 온 힘을 다해 공격해 보거라. 네가 저 녀석을 진심으로 막을 생각이라면 말이다.” “...백선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만... 하아. 아니, 이제 와서 따져봤자 소용 없겠지. 나중에 따로 얘기 좀 하도록 하지.” “내가 무슨 생각인지 안다면 말해봤자 소용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을 것 같다만... 뭐, 마침 여기엔 요화가 만든 술도 있으니... 그러자꾸나.”
흐음... 청야란 녀석의 저 불만스러운 표정...
아무래도 백선이 내게 자신을 제시하는 것이 미리 얘기가 안된 일이었던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지가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백선이랑은 그냥 친구 사이인 것 아냐?
친구가 몸을 희생해서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왜 저리 짜증난다는 식으로 백선을 노려보는 거람?
뭔가 백선을 걱정해서 그런 거라기엔 전혀 그런 느낌은 아니고... 흐음.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네 이거.
“...그럼 바로 시작하겠다. 사악한 존재여. 네가 받아들인 것이니, 죽더라도 원망은 하지 말도록.” “푸흐흐. 새끼.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어디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 보라고.”
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기생오래비 같은 신수가, 내 앞에서 똥폼을 잡으며 날 노려본다.
순수한 육체의 능력과 몸 내부의 테세르를 이용한 육체 강화만이 허락된, 힘의 방출조차 불가능한 방어 능력 시험.
피하면 그 즉시 패배인 데다가, 공격을 다 받아내지 못하고 죽게 될 경우 바로 요화가 내기에서 이기게 되는 불공평한 승부이지만...
뭐, 그래도 버티기만 하면 암컷 신수 두 마리를 따먹을 수 있는 기회니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승부지. 푸흐흐...
거기다 워낙 단단한 몸뚱아리 인데다가 그 단단함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만큼, 끽해봐야 생체기나 좀 생기는 수준 아니겠어?
음... 그래도 백선이나 요화에게 내 능력도 과시해 주고 싶으니까. 어디 한 번 온 힘을 다해 근육에 힘을 좀 넣어볼까?
“...후훗. 그러면 많이 고통스러울 텐데... 아무래도 오늘 곡소리는 제대로 듣겠구나.” “...하? 이봐 백선.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 “성결청사염!!”
전신에 테세르를 퍼트리며 파이팅 자세를 취하는 날 보고서, 무엇인가 불길한 웃음소리를 내는 백선.
그녀를 바라보며 근육을 과시해 주려던 도중, 청야가 한 손을 내밀며 푸른 주술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주술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가 신성한 것처럼 느껴지는 푸른색의 불꽃.
나는 그대로 다급하게 팔을 모으며, 내 몸을 뒤덮는 그 푸른 불꽃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치사한 새끼가 말하고 있는데...! ...어?”
하필이면 불꽃이라는 점에 내 암컷들이 관리해주는 털을 걱정하며, 가볍게 받아넘기려고 했는데.
그런데 저 푸른 불꽃이 내 몸에 닿게 되자, 나는 전신에 파고드는 격통에 비명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마, 마왕님!?” “무슨!? 저 불꽃은...!?”
이, 이런 시발...!? 이거 뭐야!?
단순한 불꽃이 아니잖아!? 진짜 뒤지게 아픈데 이거!?
별로 뜨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이 무슨...!? 아니, 가만 보니 다리 털도 전혀 안타고 있잖아!?
열이 아니라 뭔가 다른 걸로 고통을 주는 건가!? 아니, 그런 것보다 이 고통은 도대체 뭐야...!?
“끄, 끄윽...!? 으, 끄아아아아악...!!” “호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구나. 처음부터 무리하길래 바로 기절하지 않을까 싶었거늘...” “야, 야이...! 잘 버틴, 다니...!? 이건, 대체...!?” “이런. 그런 상태에서 주변 이야기도 들리는 건가? 후후. 역시 내 생각대로구나.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내가 본인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는 백선.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지금 나는, 주변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큰 격통을 느끼고 있었다.
열로 인해서 피부가 타는 고통? 아니, 이건 그러한 고통이 아니다.
피부가 아니라 몸 속으로 고통이 파고드는 듯한, 마치 내 영혼이 불태워 지는 것 같은 강렬한 고통.
그런 고통 속에서 간신히 눈을 떠보자, 내 음수들이 백선과 청야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마왕님이 저렇게 고통스러워 하시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다 싶었는데...! 역시 사기를 친 거지!?” “마왕님! 금방 구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자, 잠깐...! 다들...!”
몸에서 사악한 테세르의 기운을 방출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신수들을 제압하려 하던 내 음수들.
그러나 그녀들이 다가가기도 전에, 백선이 부채를 휘두르며 근엄한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만!! 마왕의 무사를 위한다면 가만히 지켜보거라! 음욕에 사로잡힌 여인들이여!” “꺄악!?” “큭, 이건...!?”
백선의 발 아래에서 바닥이 갈라지고, 내 음수들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몰아친다.
단순히 부채를 한 번 휘두른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내 음수들의 몸을 밀어낸 놀랍기 그지 없는 백선의 능력.
그렇게 한 번 바람을 휘두른 백선은, 아까와는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음수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것은 마왕 본인이 받아들인 승부! 그대들에겐 방해할 자격이 없느니라! 무엇보다 마왕이 버티고 있는 이상, 그렇게 주변에서 기운을 뿜어대는 것이 마왕에겐 더욱 위험하다!” “뭐, 뭐라고...? 지금, 무슨...!” “지금 당장 기운을 집어 넣거라! 앞으로 어찌 되는가는 마왕이 감당해야 할 몫이니!”
묘한 위압감이 있는 백선의 모습에 뭔가를 느낀 것일까.
평소라면 저런 말 따위 무시하고 본인들 생각대로 움직였을 내 음수들인데. 지금 내 음수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의논하는 것처럼 서로 시선을 교환할 뿐이었다.
“크으으윽...!! 다, 다들...! 백선 말대로...! 가만히, 있어...!!” “마, 마왕님...! 하지만...!” “크악...! 씨바...! 이 마왕이, 고작 신수 따리 공격에 당하면 쪽팔리지...! 크으윽...! 그리고 무엇보다 저 조루같은 뱀 새끼도, 벌써 지쳤잖아...! 끄읍...!!?”
내가 뒤를 바라보며 간신히 말을 내뱉자, 내 음수들의 건너편의 청야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불길을 내뿜고 있는 저 청야는 얼굴에서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리는 상태.
아무래도 저 청야라는 녀석은, 생긴 대로 조루나 다름없는 녀석인 모양이다.
물론 이 기술이 좀 유별난 기술일 수도 있지만... 끄윽, 그렇다고 해도 2분은 넘기지 못할 것처럼 보이니... 끄오옵...
아이 씨이팔! 진짜 존나게도 아프네 이거! 전신에 불알을 가격당할때의 고통이 전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허억, 헉...! 치잇...!! 정말, 백선의 생각대로란...! 말인가...!” “이, 씨이팔 새끼...! 끄아악...! 요화랑 백선 너희들, 오늘 아주 제대로 따먹을거야...! 아악...!!” “큭...! 이 내가...! 허억...! 고작 저런, 천박한 성욕에 밀린다니...! 크윽...!!”
이 씹새끼가. 감히 이 마왕님의 성욕을 뭐로 보고...!
평범한 암컷이어도 참을 수가 없는데. 저런 특별한 암컷을 따먹을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잠시만 버티면 끝나는 조루새끼의 기술 따위론, 결코 내 성욕과 말자지를 막을 수가 없지...!
시발...! 감히 이 마왕에게 이런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 각오해라 이 조루 새끼야...!!
비록 내가 받아들인 거긴 하지만, 존나 기분 더러우니까! 요화랑 백선이 내 암컷이 되고 나면 쟤들에게 네 처분을 맡겨버릴 거야...!
암만 신수라고 해도 너 같은 열등한 조루 새끼는, 친하게 지내던 암컷들에게 괴롭힘 당하면 아주 만족스럽겠지!?
발전기든 뭐든 가장 고통스럽게 보내버리라고 할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있으라고!!
“크흑...! 헉, 허억, 으, 크흐윽...!!” “끄아아아아아악...! 끄, 으오오오오옵!!!”
고통은 여전하지만 눈에 보이던 불꽃의 기색이, 점점 약해져 가던 도중.
나는 청야의 손에서 주술진이 사라진 것을 보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며 불꽃을 튕겨내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지근하기 그지 없는 불길이었지만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을 참았기 때문인지, 땀에 흥건히 젖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내 육체.
그렇게 김이 피어 오르는 육체를 과시하며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여주자, 백선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역시 내 생각대로구나... 이것 참. 기특한 녀석인지고...” “...이, 이럴 수가... 아니, 저 사악한 녀석이 어떻게...?”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선과, 그녀의 뒤편에서 뭔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벌린 채 굳어져 있는 요화의 모습.
백선은 왜 저런 표정인지 모르겠지만 요화의 표정은 꽤나 만족스러웠기에, 나는 요화를 바라보며 보란 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봤냐 요화!! 너는 오늘도 내가 따먹는다아!” “이, 이 미친 놈이...!? 아,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없기는! 열등한 수컷들과 암컷들이 발악해 봤자, 우월한 수컷인 이 마왕님에겐 통하지 않는다고! 크하하핫!!”
아이고 만족스러워라~ 존나게 아팠지만, 요화의 저 망했다는 표정을 보니 고통이 싹 날아간듯한 느낌이네~ 큭큭.
설마 저 비실비실한 수컷놈에게 맡겨두면, 이 나를 어찌 할 수 있을 것 같았냐? 푸핫. 꿈도 크시네 우리 요화님은~
푸흐흐... 이렇게 양보까지 해줬는데도 날 죽일 수 없었으니, 더 이상 내게 반항할 생각 따윈 못하겠지.
이제 요화에게 남은 거라면, 끽해봐야 동전 던지기 같은 운에 맡긴 승부 정도가 아닐까?
뭐, 나와 교미하다 보면 그런 승부를 할 생각도 사라지겠지만 말이야~
이제 정말 요화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두 틀어막은 것 같아서 아주 만족스러운걸. 몸은 완전히 지쳐서 한계에 가깝지만, 당장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야. 큭큭.
“처음부터 과하게 힘을 주길래 기절 정도는 할 줄 알았더니... 내 예상보다 잘 버텼구나. 칭찬해주도록 하마 마왕이여.” “칭차안!? 백선! 감히 이 마왕님을 죽이려 들었단 말이지!? 너도 오늘 아주 천국으로 보내줄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해두는 게 좋을걸!?” “후후. 본녀는 어디까지나 승부를 제안했던 것 뿐이거늘... 무엇보다 받아들인 건 그대면서. 뭐가 그리도 억울할꼬?” “이 썅! 이렇게나 아플 줄은 몰랐지! 단순한 공격이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보나마나 뭔가 수작 부린 거 아니야 이거!?” “수작이라니 너무 하는구나. 본녀는 나름 그대와 저 아이들을 생각해서, 안전하고 공평한 승부를 제안한 거였는데 말이다.”
나와의 교미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렵거나 싫다는 기색 없이 묘하게 즐거워 보이던 백선.
요화 일행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공평한 승부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백선은, 부채로 입을 가리더니 뭔가 오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만약 그대가 저 불꽃에 죽었다면, 단순히 그 정도인 존재였다는 것일 뿐... 그러면 그땐 더 이상 그대에게 볼 일은 없었겠지.” “뭐, 뭐...? 그게 무슨 말...” “...후후. 그냥 말해본 것뿐이다. 지금 그대는 내 생각대로, 멀쩡히 살아있으니 말이다.”
뭐, 뭐야 얘... 웃다가 갑자기 무서워지기나 하고...
아무리 봐도 백선의 감정 흐름에 따라갈 수가 없는데? 정말 얘 살짝 맛이 간 암컷인 건가?
멀쩡하게 생긴 암컷이 도대체 어쩌다가... 으음. 어째 좀 안타까운 느낌이...
...뭐, 그래도 내 암컷이 되게 되면 좀 달라지겠지?
“...그래 뭐, 받아들인 건 이쪽이니 더 이상 따지진 않겠지만... 오늘 승부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좀 궁금한데? 설명 좀 해주겠어?” “후후. 그건 네가 날 찾아왔을 때 이야기 해주마. 그러려고 본녀를 그대에게 준다고 한 것이니 말이다.”
날 죽이려는 게 아니었다면 도대체 왜 저런 기술을 받아내게 만들었는지 묻는 나에게, 뭔가 놀리는 것처럼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고 피하는 백선.
백선은 부채를 접고서 신수들에게 다가가더니, 그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말을 건넸다.
“자. 청야. 지쳤겠지만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확인할 것도 확인했으니 내려가서 호월과 한잔 해야 하지 않겠느냐?” “...큭. 백선... 너는...” “...하아. 제길... 이게 이렇게 되나...?” “후후. 아직 끝난 건 아니니, 정말 저 녀석을 막고 싶다면 잘 노력해 보거라... 자. 요화.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결과가 이렇구나. 가서 준비를 하자꾸나.” “아, 아... 아니, 그렇지만, 나는... 으, 으으...”
무엇인가 착잡해 보이는 복잡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 수컷 신수들과, 마치 노름판에서 가진 것을 모두 털린 것처럼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울먹이는 요화.
아직 뭔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은 나와 음수들은, 그렇게 한 명을 제외하고 축 늘어진 신수들과 함께 완전히 어두워진 산을 내려갔다.
***********************************************************************************************************
“푸흐흐...! 요화니임~? 마음의 준비는 되셨겠죠~?” “...크흑...”
그리고 그렇게 산을 내려와, 요화의 거처 쪽에 도달한 이후.
어쩌선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던 주술의 문양이 그제서야 빛나며, 요화를 즐길 수 있는 두 시간을 카운트하기 시작했다.
푸흐흐. 아마 장소에 맞지 않아서 즐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바로 발동이 안되고 있었나 본데... 그래도 거처에 돌아오자 마자 바로 발동되다니. 좀 불편하네 이거.
저녁도 안 먹은데다 씻지도 않았는데... 뭐, 그래도 기왕 이렇게 발동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이건?
무엇보다 오늘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니까 말이야... 정말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뒤질 것 같은 고통을 체험했는데. 이걸 어떻게든 갚아 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일단 내 음수들은 먼저 숙소로 보내고, 나는 요화를 즐기려고 바로 본관으로 뛰어들어왔는데... 큭큭. 우리 요화님도 완전히 체념을 했는지, 묘하게 표정에서 힘이 없으시네?
그래. 바로 그 자세야 요화. 너는 이제 그냥 반항할 생각 말고, 얌전히 날 받아들이면 되거든?
너는 어차피 나에게 선택된 이상, 내 음수가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뭐, 그렇다고 해도 당장 음수가 되는 것도 좀 곤란하지만 말이야... 큭큭.
이 마왕은 단순히 쾌감을 즐기는 것 만으로는 만족 못하는 수컷이라고? 아직 날이 잔뜩 남았는데, 좀 더 튕기면서 날 즐겁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일단 오늘은 날 아찔하게 만들어준 것도 있으니까. 아주 제대로 천국을 맛 보여 줄 생각이거든?
당장이라도 음수가 되고 싶을 정도의 쾌락이겠지만. 부디 고귀하신 신수님답게 잘 버텨 보시라고. 큭큭...
“따따따라~ 자아~ 감히 마왕님께 대든 건방진 암컷 여우를 교육시켜 줄, 말자지 님이 나오십니다~ 암컷 분들은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이, 이 미친 녀석이... 아주 제정신이 아니구나...!?” “푸흐흐. 지금 내가 좀 많이 흥분했거든? 오늘은 아주 거칠 예정이니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두라고.”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요화를 이불 위에 앉힌 후, 다짜고짜 옷을 벗으며 말자지를 꺼낸 나.
세워지지 않은 말자지를 요화의 앞에서 덜렁거리면서, 나는 조금 자비를 베풀어 요화에게 마음의 준비를 갖출 시간을 주었다.
큭큭. 1분 1초가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즐기게 될 말자지를 구경할 시간은 제대로 줘야겠지.
자아. 요화. 널 보고서 발기하게 될 수컷의 생식기야. 우월한 수컷의 생식기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제대로 구경하며 흥분해 보라고.
“자아~ 그러면~ 우리 요화님을 짐승처럼 울부짖게 만들 말자지 님께서, 천천히 몸을 세우시겠습니다아~” “크, 크윽... 제길, 이번에도, 나는... 이런 치욕을...” “푸흐흐. 자자. 시선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자지의 모습을 확인...? ...응...?”
그렇게 요화의 앞에서 말자지를 덜렁거리다가, 평소처럼 말자지에게 신호를 보냈는데.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기묘한 느낌에,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내 말자지를 살펴보았다.
“...어, 어? 잠깐. 얘 왜이래?” “...? 뭐, 뭐...? 갑자기, 무엇이냐...?”
분명 형태도 달라진 게 없고 불끈거리는 듯한 기색도 여전한데. 어째서인지 솟구치지 않고 축 늘어져 있는 내 말자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말자지를 부르짖었다.
“어, 어!? 야, 야! 마이 프렌드!? 끼야아아아아아악!!? 이봐, 친구우! 정신차려!” “으, 응? 자, 잠깐. 도대체 무슨 일...” “아, 아니...!!? 이게 무슨...!? 내, 내가, 내가...!!?”
요화라는 최상의 암컷이 앞에 있는데. 마치 피곤하다는 듯이, 축 늘어져 있는 믿기지 않는 광경.
그 믿기지가 않는 말자지의 모습에, 나는 절규하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내가, 내가 발기부전이라니이이이이이!!?”
이 육체에 깃들고 나서 난생 처음 겪는, 교미할 의욕이 사라진 말자지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