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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70화 (671/749)

Chapter 669 - 615화 - 이해할 수 없는 백선의 의도! (5)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후우... 그래. 먼저 이 세상의 인간들부터 이야기해주마.”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곰방대를 빨면서, 가늘게 신음을 이어나가던 백선.

구름처럼 진한 담배 연기를 내뿜더니, 백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먼저... 그대는 이 에센티아의 생명체들... 엘프나 마족을 포함해, 인간들을 어찌 생각하느냐?” “음? 어찌 생각하냐니?” “말 그대로다. 지구의 인간들과 비교해서 어떤 인상인지... 네가 가진 생각을 들려줘보거라.”

먼저 질문부터 시작하다니... 흐음... 글쎄... 이 에센티아의 인간들이라...

“어디 보자... 수컷들은 하나같이 비실비실한 기생오래비 같단 느낌이고, 암컷들은 하나같이 연예인 뺨치게 생겼고...” “후후. 외모부터 품평하는 건가. 외모 말고 다른 부분은 어떻지?” “으음? 외모 말고? 글쎄...”

외모 말고 다른 부분이라... 글쎄 뭐, 특별하다 할 만한 게 있나?

살짝 멍청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구에서 인간들이랑 별다를 바 없었지?

수컷이든 암컷이든 날 보고 기겁하기야 했었지만, 그거야 우월한 수컷을 만난 수컷과 암컷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고...

그렇게 막 특이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 내 말자지를 받아들이는 암컷들의 육체 하난 지구의 암컷들보다 훌륭하다 봐야겠네.

“글쎄. 뭐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마족은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인간이든 엘프든,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있어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는 느낌?” “호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우주인데도 말이냐? 겉모습만 비슷할 뿐 지구의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일 거다만?” “그거야 뭐... 여신이 만들었으니, 그냥 어쩌다 비슷하게 만들어 진 게 아닌가 싶었는데...”

확실히 전혀 다른 우주의 생명체가 비슷한 외모를 지닌 건 흥미로운 일이지만... 애초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생명체가 아니라, 신이 개입해서 만들어낸 생명체잖아?

아마 지구인들도 마찬가지 일 테니 그냥 신들 취향 아닐까 싶었는데. 혹시 뭔가 다른 거라도 있나?

“그렇구나. 하지만 본래 이 에센티아의 생명체들은 지금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느니라.” “오? 어떻게?” “외모는 그대가 말한 대로 신이 개입한 결과이지만, 그대의 감상과는 달리 지구의 인간들과는 꽤 다른 생명체들이었지. 주로 성격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뭔가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백선.

백선은 재떨이에 곰방대를 툭 털더니, 한숨에 가까운 연기를 내뿜고 말을 이어나갔다.

“본래 이 세계의 생명체들은 너무나도 과한 선함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싸우는 방법 따윈 몰랐고, 국경이나 그런 것이 의미가 없는 존재들이었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테센티아랑 이어지지 않은 시절 얘기지? 분명 에세르의 영향만 받아서 엄청 착했었다고...” “흐음. 정확히는 착하다 정도로 끝날 정도가 아니었다. 테세르가 영향을 끼치는 게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에세르는 그 반대이니 말이다. 아예 탐욕이나 교만함이 전혀 없는, 천사같은 인간들이었지.”

으음... 착하다 정도가 아니라 아주 호구들만 모여있었다는 얘기인가...

서로 싸울 줄도 몰라서 국경 같은 것도 의미가 없었다고? 그거 참... 뭔가 낙원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었네.

“워낙 욕망 같은 것이 없다 보니... 그 시절엔 문명의 발전도 없었지. 수십만 년 전부터 생활의 변화 없이 느긋하게 지내왔다 하더구나.” “히엑... 수십만 년 전부터 변화 없이...” “후후. 지구의 기준에서 보자면 참 걱정스러운 이야기지? 하지만 의외로 잘 이어지고 있었다고 하더구나.”

그거 참. 그 정도였다면 색욕도 없어서 번식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느낌인데...

그래도 이렇게 자손들이 이어진걸 보면, 생명체로서 최소한의 욕망 정도는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구만.

“그랬던 에센티아의 생명체들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테센티아와의 연결이다.” “음. 그렇지... 거기까진 우주의 정보에서 본거랑 같네. 분명 이 세상의 버그인 용사들 때문에 시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후후. 그런데 그거 아느냐? 그 용사들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여신이라는 것을?” “...음? 여신이?”

엇... 이 부분은 내가 봤던 정보랑 조금 차이가 있는데?

분명 여신이 예상하지 못한 버그 같은 거 아니었나? 근데 그게 알고 보니 여신이 만든 것이라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수가 자세히 알려줄 게다. 요화 일행의 ‘시험’ 이 끝난다면, 가서 들어보도록 하거라.” “흐음. 세계수라... 근데 시험 이라고?” “그래. 시험이지... 본인들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신수들은 그대를 시험하고 있느니라.”

세계수라니... 이거 감질나게 만드네. 아직 그 근처까지 갈 수 있는지도 확실히 모르는데...

근데 시험? 본인들도 제대로 자각하고 있지 않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우리 신수들은 그대의 존재가 나타날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느니라. 이 행성의 관리자나 다름 없는 세계수가 미리 예견하고 알려주었었으니...” “...호오. 그래?”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작 그대를 확인하니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더구나. 우린 그대가 파멸과 살육만을 원하는 재앙 그 자체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느니라.”

아이고~ 파멸과 살육만을 원하는 악마같은 놈이라니. 그건 좀 너무한걸. 그런건 그냥 만화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잖아.

아무리 마왕이라도 그렇지, 그랬다간 본인 밖에 남지 않을 텐데. 실제로 그런걸 원하는 놈이 어디 있겠어?

내가 비록 수컷들을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그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는 놈들이라 그런 것 뿐인걸.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게 아니라니까?

어차피 죽어야 하는 녀석들인데. 기왕이면 나랑 내 음수들을 즐겁게 만들고 죽는 게 더 의미 있잖아? 내 나름대로 수컷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음.

“분명 테세르... 그러니까 그 육체의 영향을 받아, 파괴 욕구만을 가진 재앙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거늘... 그런데 네 녀석은, 색욕과 탐욕만이 두드러졌더구나.” “푸흐흐. 내가 좀 그렇지... 그래서, 생각과는 달라서 날 시험해 보는 거다?” “후후. 그런 것도 있다만... 정확히는 우리 신수들의 상황 때문이니라.”

신수들의 상황이라. 그래. 나보다 먼저 지구에서 온 선배님들께서는, 지금 무슨 상황이신 걸까?

나와 달리 에세르의 영향만을 받은 신수라, 차마 이세계 인간들의 죽음을 그냥 놔두진 못하겠다던가?

어째서 나보다 먼저 왔으면서 가만히 있었는지 좀 궁금했는데. 어디 무슨 상황이신지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고.

“흠. 먼저... 우리 신수들은 보통 수십만 년 전부터 100년에 한 명 꼴로 나타나더구나. 몬스터의 몸에 깃든 이후로는, 본래의 기억과 이 세계의 정보를 자각하지. 그리고 영생에 가까운 수명을 가지게 되느니라.” “...음? 어... 100년에 한 명...? 수십만 년 전...? 영생...?” “후후. 그래. 생각보다 많아야 할 것 같지 않느냐? 그런데 그대 눈 앞에 나타난 신수는 4명뿐인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어어... 그거 좀 이상하네. 백선 얘 나이가 벌써 6100살이 넘었잖아.

그러면 못해도 50마리 이상은 존재한다는 건데... 걔들은 지금 뭐하길래, 고작 4명 밖에 나타나질 않은 거지?

시험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날 막으려는 거 아닌가? 근데 왜 고작 4마리만...?

“음... 혹시 세상에 퍼져서 본인들 영역만 지키고 있다던가...?” “마족령에 몇 마리인가 그런 녀석들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신수들이 몇 명 없기 때문이다.” “...음? 몇 명 없다고...?” “그래. 일단 본녀 이후로 나타난 신수들에 대해 얘기해 주자면... 본녀 이후로 태어난 신수들은, 그대가 만난 요화와 호월, 청야. 이 셋이 끝이니라.”

100년에 한 명 꼴인데다 영생에 가까운 수명인데. 6000년동안 생긴 신수들이 고작 4마리 뿐...?

뭐야. 단체로 여신한테 항의하다가 몰살이라도 당한 건가?

“어쩌다 그렇게? 나머지는 다 어찌 된 건데?” “모두, 자살해버렸느니라.” “에엥? 뭐? 자사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신수들이 죄다 자살해 버렸다니.

단체로 약들이라도 한 건가? 아니, 기껏 이세계에 와놓고 다들 어쩌다 그러셨대?

“에센티아의 인간들이 에세르의 영향을 받아 선하다고 말해주었지? 그건 우리 신수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니라.” “으음... 그렇다는 건...” “이 육체에 깃든 순간부터,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탐욕이나 욕심이 약해지게 되었지. 아는 신수 녀석의 비유이다만 마치 정신적으로 거세당한 것 같다고 하더구나.”

오호라...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은 있는데. 육체가 달라지니 정신이 영향을 받았다는 건가.

그거 참 괴롭겠네~ 아니, 지구 쪽 인간들은 결국 욕망 때문에 살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근데 그런 욕망이 싹 사라지다니. 무슨 고문 같은 느낌인데 이거?

“처음에는 그럭저럭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생을 만끽하게 되지만... 부족한 욕망은 결국 삶을 지루하게 만들지. 그런데 영생을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느냐?” “흐음. 그렇겠지... 그래서 자살을 택한다는 거고?” “그나마 자살이라도 택하면 다행인 것이다. 보통 내 나이, 그러니까 5000살이 넘어갈 때쯤에는, 자살에 대한 욕구마저 희미해 지더구나.”

무언가 우울한 것을 떠올린 것처럼 씁쓸하게 웃던 백선이, 답답하다는 듯이 술잔을 넘긴다.

술의 쓴맛도 제대로 못 느끼는 것처럼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 다시 술잔을 내려놓는 백선.

어쩐지 백선의 표정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 느낌이다.

“애초에 인간의 정신으로는 긴 시간을 버티는 데 한계가 있지. 본녀보다 나이 많은 신수들은 지금, 완전히 욕망이랄 것이 사라져 살아있는 화석이나 다름 없게 되어버린 상태이니라. 몇 명인가는 말을 걸면 반응 정도는 보이지만, 그마저도 곧 못하게 되어버리겠지.” “으아... 그거 참.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후후. 그대에겐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봐야 할 게다. 개중에는 오래 산 만큼 미숙한 그대가 상대하지 못할 강대한 신수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음~ 하긴. 난 지금도 육체빨로 밀어붙이고 있을 뿐. 기술이나 그런 쪽은 미숙하긴 하지.

수만 년을 단련한 신수들이 날 노린다니. 그건 좀 내가 생각해도 위험할 것 같네. 음.

“요화와 다른 두 녀석은 그래도, 신수치곤 나이도 어린데다 아직 생을 포기할 정도로 감정이 희미해지진 않았느니라. 그 아이들은 이세계의 인간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럴수록 자살하는 나이가 멀어지더구나.”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쟤들이 날 막으려는 건 에센티아의 인간들을 위해서인가?” “그래. 저 아이들 말고는 다들 어찌 되든 상관 없다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렇다는 건 결국 저 셋만 잘 넘기면 더 이상 날 막을 신수는 없다는 얘기인데...

다들 자살하거나 정신적으로 고자가 된 상태에서 어린 신수들만 나섰다니. 어째 좀 안타까운 느낌이네 이거.

“다른 신수들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방관 상태. 그리고 저 아이들은 이세계의 인간들을 위해 마왕을 막으려 한 것이지. 헌데, 정작 만나보니 마왕이란 것이 암컷 짐승까지 노리는 발정난 수컷 아니겠느냐?” “크흠... 그, 그건 그냥 요화가 본 모습을 안보여주길래 그냥...” “후후. 신수들은 인간이었던 기억 때문에 용변조차 인간형으로 해결하거늘. 요화도 참으로 어이없었을 게다.”

아니. 내 행동이 조금 그렇긴 했지만. 기껏 몬스터가 될 수 있는데 그걸 제대로 누려본 애가 없단 말이야?

난 가끔 말보르기니 모습이 되어서 내 음수들과 즐기는데... 이거 참. 아무리 정신적으로 고자가 되어도 그렇지 너무 재미없게들 사네.

“아무튼 그래서 그 아이들이 어이없어 하던 와중, 나도 문득 흥미가 들어 그대를 만나려고 합류한 것이다. 지금 그대가 요화와 하는 승부는, 그 아이들이 내 얘기에 납득해서 하는 것이지.” “납득이라... 그건 알겠는데. 그래서 결국 그 승부는 뭔데? 어째서 그런 쥐뿔도 없는 불이 고통스러웠던 거지?” “그건... 음. 이런.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는걸?” “엉? 벌써?”

어라? 적당히 이야기를 듣다가 한 번 교미 정도는 할 생각이었는데... 근데 벌써 시간이 다 됐다고?

이런... 뭔가 모르던 정보가 많아서 얘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

근데 이대로 가긴 좀 아쉬운데. 어차피 주술은 요화랑 맺은 거니까, 그냥 좀 더 즐기면 안되나?

“으음... 백선.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좀 더 얘기해주면 안될까?” “후후. 내가 괜히 한 시간으로 시간을 제한해 두었겠느냐? 전부 그대를 오래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인데. 기왕 시작한 거 여유롭게 즐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 “푸흐흐. 그렇기는 한데... 나 참. 백선이 생각보다 수컷을 유혹할 줄 아는걸?”

하긴... 어차피 내기 기간도 한참 남았는데. 너무 급하게 갈 필요는 없기는 하지.

백선 얘가 좀 수컷 맘을 흔들 줄 아네. 요화도 좀 이렇게 즐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는걸?

“고통스럽다곤 하지만 그대에게 해가 될만한 승부는 아니라고 장담해주마. 또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내일 승부에서 이기고 오거라.” “그렇단 말이지? 푸흐흐... 좋아. 그럼 기대하고 있으라고. 내일은 교미나 하면서 들어줄 테니까 말이야.” “쿡쿡. 참으로 호색한이로고... 그래. 그대가 그걸 바란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내 말자지를 보고서도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이, 교미를 원하면 해주겠다고 말하는 백선.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가 아직 잔뜩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남아있는 술을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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