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75화 (676/749)

Chapter 674 - 618화 - 신성한 장소에 퍼져나가는 짐승의 냄새! (4)

자, 그럼... 이제 요화에게 말을 걸기 위해 뭔가 그럴싸한 주제를 골라볼 시간인데...

뭐가 좋으려나? 아직 요화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상황이라, 뭔가 그럴싸한 주제가 필요한데 말이야.

기왕이면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요화와의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는 그런 주제가 좋을 텐데... 흐음... 그런 주제를 찾기엔 여기 책들은 너무 육아관련 서적이라는 느낌인걸?

물론 육아란 주제 또한 어떻게 입을 잘 털면 교미까지도 가볼 수 있을 그런 주제겠지만... 문제는 내가 교미 경험은 많아도 육아 경험이 없다는 거네.

암컷들에게 음조마를 출산시켜보긴 했었는데 말이야... 그건 내 자식이라기 보단, 어떻게 내 유전자와 에너지를 섞어 만든 암컷들의 분신 같은 거잖아?

그런 경험으로 요화의 관심을 끄는 건 조금... 음... 그냥 책 말고 다른 주제를 골라봐야 하나?

“육아, 육아, 육아, 애들용 소설... 으음. 어째 이쪽 라인은 이거다 싶은 게 영... 응?”

요화의 관심을 끌 수 있을법한 그럴싸한 제목을 찾아, 벽 한쪽의 책장을 쭉 훑어보던 와중.

그 책장의 맨 끝 한쪽 구석에, 뭔가 숨어있는 것처럼 파묻혀 있던 낡은 책 한 권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신수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 이자요이 키츠네...?”

어라? 뭐야 이 이름? 잘은 모르지만 일본에서나 쓰일 법한 그런 이름이잖아?

에센티아에서 이런 이름이 쓰이는 건 못 봤었는데... 그럼 이거, 신수 중 누군가가 지구에서 쓰던 이름이란 거겠지?

...음? 그러고 보니... 분명, 백설이 이 서고에 요화가 쓴 책도 있다고 했었는데...

그렇다는 건... 혹시 이거, 요화가 쓴 책 이려나? 어디...

“흐음. 흠. 흠... 음? 으응?”

엥? 뭐야 이거. 왠지 모르게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은 문장들인데?

특히 이 신수가 어찌 인간 모습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 이 어린애가 설명하는 것 같은 내용들, 어디선가 봤었는데 말이야?

분명 내가 한참 여유가 없을 때 보고서, 분통을 터트렸던 것 같은 느낌이... 아!? 맞아! 내가 에센티아에 넘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 라디아의 도서관에서 봤던 그 책!

아직 리즈벳이 내 음수도 아니던 시절에, 인간형이 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막 찾아봤었지!? 맞아! 이거 신수가 썼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면서 봤었는데!?

근데 정작 내용은 무슨 어린애가 우기는 듯한 내용들이라, 이딴 걸 돈 받고 판 건가 하고 인간이던 시절의 리즈벳이랑 같이 까댔던 기억이...

캬...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의 리즈벳은 정말 귀여웠는걸? 아니, 아니지. 일단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 책을 쓴 게, 우리 요화님이시다? 흐으음~?

“...무엇이냐? 얌전히 책만 보겠다고 약조했을 텐데?”

말발굽 소리를 내며 다가가자, 보던 책에서 눈을 뗀 요화가 방해된다는 듯이 나를 노려본다.

요화의 맞은편에서 학습용 서적 같은 것을 읽다가, 나를 뒤돌아보며 몸을 움찔거리는 소우마.

나는 그런 요화와 소우마에게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도 없이 그냥 소우마의 옆 자리에 않아 책을 내려놓았다.

“아니~ 그냥 얌전히 책만 보려고 했었는데. 요화 너한테 좀 따질만한 책을 발견해서 말이야~” “...하? 뭐라? 갑자기 뭘 따져야 한다는 것이냐?” “푸흐흐. 그게 말이지... 흐응? 뭔가 이상한 책을 보고 있네? 누가 잠을 못 자기라도 하는 거야?”

일부러 말꼬리를 늘린 나는, 먼저 요화가 뭘 그리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나를 살펴보았다.

그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 책을 보는 듯한 소우마와 달리, 뭔가 잠을 잘 재우는 법이라던가 아이의 건강 상태에 관련된 제목들이 보이는 요화의 책들.

지금 요화가 덮은 책의 살펴 보니, 거기에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라는 묘한 제목이 나타나 있었다.

불면증이라... 얼굴색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요화 본인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혹시... 여기 소우마 이 녀석이 불면증인 거려나? 음~ 그러고 보니 얘 얼굴이 새빨간 게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런 것만 같지는 않은 느낌인걸?

자세히 보니 얼굴이 빨간 것 뿐만 아니라 눈 밑도 살짝 퀭해 보이는 게... 혹시 불면증 이라는 게 소우마 이 녀석 얘기인가?

음. 하긴... 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요 며칠 긴장할만한 상황이 있기는 했지.

무엇보다 아직 딸치는 법도 모르는 꼬맹이가 자기 어미 같은 요화의 교미하는 소리를 감상했으니... 그게 뭐였을까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릴 수 밖에.

아. 그럼 지금 요화는 소우마가 어디 아파서 그런 줄 아는 건가? 원인을 몰라서 소우마를 데리고 증상을 파악해 보려고 소우마랑 같이 서고에 찾아온 거고?

이 녀석이 잠을 못 자는 이유는 그런 책에 나와있지 않을 텐데... 큭큭. 그래. 아이가 잠을 못 잔다니 정말 큰일이네. 이거 이왕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좀 도와줘야겠는걸?

“푸흐흐. 아무래도 소우마가 잠을 못 자는 것 같은데... 왜?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으, 아... 아, 아니, 저, 그게...” “소우마에게 말 걸지 마라 이놈! 네 녀석과는 상관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고 썩 물러나거라!”

내가 의자를 끌며 소우마에게 달라붙자, 요화가 날 위협하는 것처럼 표정을 구기며 송곳니를 드러낸다.

마치 지금은 꺼내지 않은 꼬리와 귀가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화가 나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습.

나는 그런 요화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으며, 소우마를 끌어안는 것처럼 녀석의 어깨에 내 팔을 걸쳤다.

“아니~ 그냥 걱정돼서 말해본 것뿐인데? 딱히 뭘 어쩔 생각은 아니라고? 봐. 주술도 딱히 반응을 안하고 있잖아?” “이 놈...! 네 놈이 그러는 것 자체가 불길하...!” “에이~ 그러지 말고. 너한테 볼일이 있어 온 거지만, 기왕 이렇게 봐버렸으니 내가 좀 도와줄게.” “뭐, 뭐라? 네 놈이, 도움...!?”

돕겠다는 내 말이 전혀 믿기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날 노려보며 적개심을 내비치는 요화.

나는 그대로 소우마의 머리를 내 옆구리에 붙인 채, 살짝 몸을 돌려서 내 음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들~ 이 녀석이 밤에 잠을 못 잔대~ 왜 그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너희가 이 녀석 증상 좀 봐줄래?” “어머나~♥ 저 어린 용사님이 잠을 못 잔다니. 그거 정말 큰일이네요♥” “후후♥ 꼭 한 번 살펴봐 줘야겠는걸♥ 알겠어 마왕님♥”

재미있는 걸 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내 옆구리에 끼인 소우마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음수들.

그녀들과 눈이 마주친 소우마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더욱 새빨갛게 물들이며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자~ 소우마. 저기 누나들 보이지? 누나들이 네가 잠을 못 자는 이유를 파악해 줄 테니까. 가서 누나들이랑 이야기 좀 해봐.” “읏... 아, 아니, 그게, 나는...” “누구 맘대로 소우마를 보겠다는 것이냐!? 너희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으니, 냉큼 소우마를 놓고 물러나거라!”

푸흐흐. 그렇게는 안되겠는걸? 너에겐 미안하지만 이 녀석도 너와 마찬가지로, 나와 음수들의 즐거움을 위한 장난감으로 선정되어 버렸거든.

그래도 안심하라고? 지금 마네킹이 되어있는 어른들 쪽은 모르겠지만, 요 녀석처럼 어린 수컷 제자들은 망가트릴 생각이 없거든?

규칙도 규칙이지만 네가 제자들을 엄청 아끼고 있으니 말이야. 같이 가지고 놀아줄 테니까.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큭큭...

“자. 자. 그러지 말고. 저래 봬도 저기 페이엔은 뛰어난 학자인데다가, 그 옆에 있는 리즈벳은 머리 좋은 마법사거든? 심지어 가운데 있는 세레스는 그 옆에 있는 세실리아의 어머니라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 도움이 되지 않겠어?” “내가 키운 아이가 몇인데 내 앞에서 그런 소릴...! 네 녀석의 도움 따위가 아니더라도, 나 혼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느니라!” “흐으음~ 그런 것 치고는, 어째 지식 수준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시던데 말입니다. 키츠네 씨?” “뭣!? 아, 아니 잠깐. 그 책은...!?”

가져온 책을 들어서 흔들자, 요화가 크게 당황하며 낡은 책을 바라봤다.

마치 그게 왜 거기 있냐는 듯한, 생각지도 못한 책을 보게 된 것 같은 반응.

나는 그 반응에 피식 웃으면서, 슬그머니 요화 쪽으로 책을 내려놓았다.

“내가 이 책에 좀 쌓인 게 있어서 말이야... 저자를 만나면 꼭 한 번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었거든. 근데 설마 키츠네 씨가 이런 책을 쓰셨었다니~ 이야.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니까요?” “아, 아니, 이게 왜 아직도... 부, 분명 모두 처분을 했었을 텐데...” “흐음? 왜 처분을 하십니까? 어차피 왕국 쪽에선 새로 제본돼서 멀쩡히 팔리고 있던데 말입니다?” “뭐, 뭐라고!? 이게, 아직도 인간 왕국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흐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본인도 지금 이 책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지?

큭큭. 귀엽기는... 좋아. 그럼 관심은 좀 끈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해 봐야지?

“푸흐흐... 자 꼬맹이. 나랑 요화님은 얘기할 게 좀 있으니까. 가서 누나들이랑 놀고 있어.” “뭐...! 자, 잠깐! 나, 난 네놈과 할 얘기 따위 없다! 아니, 잠깐 그 책은 내려놓고...!” “에헤이. 어차피 규칙도 있으니 좀 믿어보십쇼. 큭큭... 야. 소우마. 누나들이랑 놀기 싫어? 지금 누나들이 너랑 이야기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후우, 읏... 아, 알겠... 어...” “아, 소, 소우마!”

잠을 못 잔 꼬맹이에겐 이 마왕의 체취가 조금 강렬했던 걸까.

내 옆구리에 끼어있던 소우마는 뭔가 흐릿한 표정을 지으면서, 요화가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내 음수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자. 자. 소우마는 내 부인들이 봐줄 테니까. 이제 나랑 이 책에 관해서 얘길 좀 해보자고.” “...큭...! 이 놈이 정말...! 도대체 무슨 얘길 하자는 것이냐!?”

음수들에게 다가가는 소우마를 말리려고 하다가, 내게 손목을 붙잡혀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화.

나와 소우마를 번갈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요화는, 이내 포기한 것처럼 내 손목을 뿌리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큭큭. 내가 억지를 부리긴 했지만, 자기 제자를 음수들에게 맡기고 나와의 대화를 선택한 이 모습...

아마 이건 규칙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와의 교미를 통해, 조금이라도 내게 사로잡힌 것 때문이겠지.

좋아 좋아.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요화와 좀 더 친해져 보기로 할까?

“큭큭. 이 책 말인데... 내가 막 인간 왕국에 도착했을 때, 거기서 봤던 책이거든?” “하아. 제길... 분명 모두 처리하고 나온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있었단 말인가...” “그게~ 보니까 제본 상태나 저자 같은 게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 아마 누가 사본을 만들거나 했던 거 아닐까?” “분명 담당자가 다 처리해 주겠다고 했거늘...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부끄러운 책을 굳이... 하아...”

부끄러워 하는 걸 보면 분명 본인도 책 수준이 쓰레기 같다는 걸 아는 모양인데... 흐음~ 혹시 술이라도 먹고 쓴 책인가?

“저자도 무슨 폭스 뭐시기? 하는 숲에 사는 신수라고 되어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본은 설마 이렇게 본명이 적혀 있을 줄은 몰랐어. 큭큭...” “......” “내가 본 책에도 이름이 나와있었다면, 분명 이 이름으로 너부터 찾았을 텐데 말이야. 날 아주 기운 빠지게 만든 책이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었거든?” “......하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어린애가 설명하는 것 같은 책을 쓴 거야? 혹시 술이라도 마셨던 거야?” “...그게, 으음... 나는...”

뭔가 부끄러운 것처럼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말 없이 한숨만을 내쉬는 요화.

아무래도 이 책의 존재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요화에겐 부끄러운 것인 모양이다.

“큭큭. 이자요이 키츠네라... 건물을 보고 혹시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일본에서 온 거였구나? 그럼, 지구에 있을 땐 어느 시대의 어느 지역에서 살았던 거야?” “...아니, 그게...” “이 책도 무슨 생각으로 냈는지 좀 궁금하거든? 어차피 지구 쪽은 이제 별 상관 없는 일이니까. 고향 사람들끼리 같이 얘기나 좀 해보자고.” “...으음. 네 놈도... 아니, 그게, 나는....”

고향 사람이라는 말을 꺼내자, 뭔가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잠시 날 힐끗 거리던 요화.

그러다 요화는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무엇인가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 본녀는...” “응. 응. 요화 너는?” “...그, 지구란 곳의 기억이... 없느니라...” “...네?”

뭔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내비치면서, 뭔가 묘하기 그지 없는 이상한 대답을 하는 요화.

그렇게 나와 요화는, 자연스럽게 소우마에 대한 것을 잊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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