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75 - 619화 - 신성한 장소에 퍼져나가는 짐승의 냄새! (5)
“본녀는... 이곳에 건너온 당시에, 이름 정도밖에 떠올리질 못했다... 아무래도, 본녀가 마지막 신수이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다만...” “으응? 뭐야 그게. 마지막 신수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음... 백선이 나에 대해 이야기한 건 아닌 모양이구나.”
뭔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듯하던 요화.
그래도 고향 이야기라고 같이 얘기를 나눌 맘이 생겼는지, 요화는 나에 대한 적개심이 사라진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신수들은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보통 100년 정도의 주기로 넘어오는 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본녀가 넘어오던 시점에 300년 가량 신수가 생겨나지 않고 있었지.” “호오오... 거기까진 못 들었었는데. 이건 또 신기한 이야기인걸.”
분명 6000년 동안 나타났던 신수들이, 지금은 요화 일행 3마리뿐이라고 했던가?
정신적 고자를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기 이전에, 애초에 신수들이 나타나는 숫자 자체가 감소하고 있었나 보네. 흐음...
“세계수는 이를 여신이 이 우주를 버린 증거라고 했느니라. 이 우주에 질려버려서, 더 이상 신수라는 존재를 불러오지 않게 된 것이라고 했었지.” “여신이... 으음. 그렇다면 여신은 이 우주의 멸망을 막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냥 지가 질려서 버린 것이다?” “으음. 네 놈이 뭘 아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세계수의 이야기로는, 여신이 멸망을 막으려다 아예 다른 방법을 택했다 하더구나.”
흐으음. 여신 요 년 봐라... 지금 요화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게 보여줬던 감정 같은 게 다 연기였다는 말인데...
아니, 어쩌면 교묘한 편집일 수도 있겠는걸? 중간에 생각이 휙 바뀐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다면 날 불러온 게 정말 멸망의 트리거로 삼으려고? 흐음... 하지만 그렇다기엔, 어째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가진 정보랑 좀 차이가 있네. 나는 이 우주가 이미 멸망 확정이고, 내 능력으로 암컷에게 테세르를 깃들게 하면 그나마 암컷들은 지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 암컷들이, 처음부터 에세르와 테세르가 융합된 신인류를 낳게 되는 거고...” “...쯧. 분하지만 그것 자체는 아마 사실일 게다. 나눠져 있던 에세르와 테세르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니, 억지로 둘을 섞으면 유지될 가능성은 있겠지.” “오? 그렇다면 요화. 그냥 나랑...” “하지만. 그렇게 유지될 바엔 차라리 멸망하는 쪽이 더 낫느니라.”
아예 내가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단호하게 내 말을 자르며 눈을 부릅뜨는 요화.
마치 내게 벽을 세운듯한 굳은 표정을 보이면서, 요화는 자신의 생각을 내게 선언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본녀가 오기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이 에센티아에 테세르가 흘러 들어온 것은 그대가 처음이 아니다. 던전이라는 형태로,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조금씩 흘러 들어오고 있었지.” “그건...” “본녀는 그 던전에 영향을 받아 뒤틀려버린 녀석들을 수없이 봐왔느니라. 개중에는 제 욕심을 참지 못해 아주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놈들도 더러 있었지...”
으음. 그래. 던전... 테센티아와 연결된 장소인 만큼, 거길 통해서도 테세르가 흘러 들어오곤 있었겠지.
근데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라... 으음. 왕국에선 그런 놈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지. 애초에 욕심이랄 게 없는 놈들이었다면, 갑자기 증폭된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지도?
감정이나 자극은 새로운 것일 수록 충격이 큰 법이니까. 애초에 욕망이란 게 없던 놈들에겐 테세르가 이끌어낸 욕망이 너무 강렬했던 것일 수도 있겠어.
“짐승이 될 바에야 인간으로 죽는 것이 낫지. 본녀는 이 순수한 아이들이 사악에 물들 바엔, 차라리 순수함을 유지한 채 멸망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느니라.” “허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극단적인걸...” “본녀는 기억이 없다만. 네놈도 잘 알지 않느냐? 욕망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청야와 호월 역시 이 에센티아가 지구처럼 되는 꼴은 보기 싫다고 했었느니라.”
흐음. 그쪽처럼 욕망으로 사는 세상이 될 바엔, 차라리 멸망하는 게 낫다고 보는 건가...
요화도 그렇지만 그 새끼들도 참 극단적이네. 어디 안 좋은 동네에서 살았던 건가?
신수들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듣기는 했었지만. 날 막는 이 셋이 오히려 멸망을 택한 쪽이었다니. 조금 어처구니가 없네 이거.
“아니, 그러면 나는 대체 왜 막은 거야? 차라리 멸망하는 쪽이 낫다며?” “누가 멸망을 내버려 두겠다고 했느냐? 어디까지나 더 낫다는 것일 뿐. 본래는 그대를 제거하고 세계수와 함께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느니라.”
아~ 일단 당장 급한 나부터 처리하고, 어떻게 멸망을 피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셨다?
이거 참 대책 없는 분들이시네. 방법도 확실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택지를 고르셨대?
아무리 봐도 나를 받아들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나 참. 나이는 많아도 신수들 중에선 젊어서 그런지, 너무 과격한 선택지를 고르셨네 이거.
“...사실 본녀와 다른 신수들은, 그대가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살해하러 온 그런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테세르 그 자체인 만큼, 악의로 뭉친 그런 존재일거라 예상하고 있었지.”
푸흐흐. 이거 너무한걸. 날 무슨 쾌락살인마 같은 존재로 보고 있었던 거야?
아니 뭐, 필요도 없는 수컷들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런 무자비한 마왕은 아니거든?
“그랬는데 하아... 설마, 그대가 그런 추잡한 방법으로 멸망을 막으려 하고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느냐? 지금 본녀뿐만 아니라 청야와 호월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느니라.”
호오오... 그 새끼들도, 설마 내가 멸망을 막는 쪽 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건가?
그래서 지금 어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거고? 푸흐흐. 어쩐지 날 기습하거나 찾아오지도 않고 얌전히 있더라니.
이거 어쩌면 그 두 새끼도 피를 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래서 백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백선의 말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느껴졌으니까.” “...엥? 내가 얻어맞기만 해야 하던 그 승부? 그게 뭐 어떤 승부길래?” “흥. 보아하니 그것도 듣질 못한 모양이구나. 그럼 계속 모르는 채로 있도록 하거라.”
에엥... 뭐야. 백선이 제안한 승부가 뭔가 있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날 제거하려던 요화가 납득할만한 뭔가야?
도대체 그 승부가 무엇이길래... 쳇. 말 해주기 싫으면 말하지 말라지. 오늘 저녁에 백선한테 바로 물어보면 되니까 말이야.
“뭐어. 아무튼 알았어. 멸망을 막으려는 목적은 같지만, 내 방법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백선의 의견을 따라,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이거지?” “...뭐. 그렇다. 그것도 그대가 얌전히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푸흐흐. 그 맹약의 주술인지 뭔지도 맺었잖아? 규칙을 지키면서 얌전히 지낼 테니까. 너도 그렇게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상처받는단 말이야~” “흥. 그대가 한 짓이 있는데 믿을 수가 있느냐? 더욱이 본녀를 탐하는 추잡한 녀석을...”
큭큭. 역시 대화는 해봐야 하는 법이라니까. 봐. 요화도 좀 후련해진 건지, 표정이 꽤 볼만해 졌잖아.
그나저나 내가 얌전히 있는 동안은,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 이거지? 계속 주술의 규칙을 유지하면서?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감사하면서 네 생각을 천천히 바꿔나가 줄게~
“뭐, 거기까진 잘 알겠어. 나도 최대한 약속했던 대로 얌전히 지내볼게. 그럼 이야기를 되돌려서, 네가 지구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무슨 말이야?” “...하아. 그 말 그대로다. 본녀는 마지막 신수여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신수들과는 다르게 영혼이 온전하게 넘어오질 못했다.”
내가 몸을 들이밀며 묻자, 거북하단 표정을 내비치며 슬그머니 몸을 빼던 요화.
잠시 내 얼굴을 보던 요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본녀가 신수가 된 곳은 인간들의 왕국에 있는 타바콘이란 도시 근처였지... 주로 특별한 농작물을 키우며 지내는, 갓 성벽을 세운 도시였었다.”
아니, 타바콘이라면 우리 카발로니아의 담배 생산지 아냐?
어쩐지 술뿐만 아니라 담배도 간간히 핀다 싶더니. 거기서 배운 거였나?
이거 재미있네... 다음에 타바콘에 갈 때 요화도 데리고 가봐야겠는걸.
“하지만 중요한 건 도시가 아니라... 본녀의 기억이 온전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름이나 몇 가지 상식 정도는 떠올랐지만, 중요한 기억이 거의 백지상태였느니라.” “호오...” “일단 길을 따라 가다가 그 도시의 인간들을 만나게 되어서... 거기서 신수라고 환대를 받으며 거주를 했었느니라. 사실상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말이다.”
흐음. 몇 가지 상식이 떠올랐었다지만, 그걸로 성인의 사고를 유지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건가?
그거 참. 그래도 환대를 받아서 다행이네. 위험한 인간들을 만났었다면 꽤 난감했겠는걸.
“거기서 말을 배우고 여러모로 우대를 받기는 했다만... 그 환대가 너무 과해서 말이다. 몇 년쯤 되자 본녀에게 신수 님의 말을 책으로 만들 기회를 달라던 인간들이 있었지.” “푸핫. 뭐야. 그럼 이 책은, 아직 생각이 어린아이 같았을 때 쓴 거란 말이야?” “...그러느니라. 몇 십 년쯤 지나고 나서 봤더니, 정말 얼마나 부끄럽던지...”
팔짱을 낀 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귀엽게 내 시선을 피하는 요화의 모습.
아마 지금 요화의 꼬리가 나와 있었으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흔들리고 있었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때까진 인간들의 왕국도 그리 나쁘지 않았느니라. 분명 어딘가 이상한 신수였을 텐데. 신성한 존재란 이유만으로 날 존중해주는 자들이 많았지... 뭐, 너무 과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흠... 어째 느낌이 잘 대우해 준 것을 넘어서, 거의 떠받들어지다시피 대우받고 지냈단 느낌인데...
하긴. 신수니까 처음부터 이 외모였겠지? 그걸 생각하면 뭐, 인간들이 떠받들어 모시는 것도 이해는 가지.
신장도 엄청난데다 외모도 귀태가 흐르는 아름다운 외모니까. 그냥 도시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뭔가 수호신이 생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근데.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서 왜 갑자기 수왕국으로 온 거지?
“그럼 왜 수왕국으로 넘어온 거야? 그냥 거기서 지냈어도 괜찮았던 거 아니야?” “음... 본녀가 나타나기 직전부터, 은둔하지 않은 신수들은 대부분 수왕국으로 넘어왔느니라. 그때 당시 세계수가 한참 세계 멸망을 예지하던 중이었고, 수왕국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선 테세르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아하... 그럼, 인간 왕국에 있던 신수들은 천년 전쯤에 다들 수왕국으로 넘어갔던 건가?
그리고 나서 대부분 자살하거나 은둔 상태에 들어간 거고? 음~ 어째 이해가 안 되는 놈들이네 이거.
내가 경험한 인간들은 몇몇 놈들을 제외하면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냥 왕국에서 좀 대우받고 살아도 나쁠 건 없지 않나?
...하긴. 욕망이라고 없던 인간들이 욕망을 가지는 꼴을 보기 싫었을 수도 있었겠네. 다들 욕망이 사라져서 무슨 캣맘들마냥 인간맘이 되어버린 모양이니...
“본녀는 기억이 없는 것도 있고 해서... 그런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20년 가량을 지냈었지. 그러다 백선이 찾아와, 본녀를 수왕국으로 데려와 주었느니라.” “호오. 백선이...?” “백선 덕분에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란 것을 알았고, 그 뒤엔 백선에게 이것저것 배우며 100년 가량을 보냈었다. 이후엔 여기 안착해서 영역을 잡았고 말이다.” “그래. 백선이 나름 스승 같은 존재란 거구나.”
대충 관계가 파악되는구만. 백선은 기억을 잃었던 요화에게 이것저것 알려준 언니나 스승 같은 존재고, 청야랑 호월이라던 그 두 마리는 어쩌다 친해진 수컷 친구 놈들이다 이거지?
후후... 이 내용, 백선이랑 요화를 따먹을 때 잘 활용해 봐야겠는걸.
“...그 책은 내놓거라. 한때는 그래도 일단 보관은 해둬야 하지 않나 싶었다만... 부끄러운 책이니 얼른 파기해야겠구나.” “에헤이. 왜 이러십니까 키츠네 씨? 자기가 쓴 책이신데 소중히 보관을 해두셔야죠?” “갸아악! 보관은 무슨! 아이들이 볼 거라 생각하니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거늘!” “큭큭. 천 년이나 묵혀져 있던 책이니 누군가는 봤을 거라고. 게다가 이미 어딘가에선 사본이 돌아다니고 있잖아? 그냥 기념 삼아 잘 보관해 두라고.”
어린애의 일기장 같은 책이 퍽 부끄러운지, 닿기도 싫어하던 내게 팔을 뻗으며 책을 빼앗아 가려고 하는 요화.
굽힌 몸에서 출렁거리는 무시무시한 폭유가, 마치 날 유혹하는 것처럼 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큭큭. 천 년씩이나 산 신수 님이 고작 책 한 권에 이리 부끄러워하다니.
과연 이건 요화의 평소 모습일까? 아니면, 날 상대로 뭔가 묘한 감정이 생겼기 때문일까?
큭큭. 재미있는걸... 어디, 요화님의 지금 상태는 어떨까?
====================================================================== 이름 : 요화 종족 : 신수 레벨 : 76 ( 274800 / 1860000) 칭호 : 말자지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커다란 모성을 지닌 암컷. 나이 : 1021세 암컷 스킬 : [음란 Lv.2] [수컷 냄새 중독 Lv.1] [말정액 중독 Lv.2] [굴복 Lv.1] [욕망 Lv.3] [치욕 Lv.7] [불신 Lv.7] [혐오 Lv.6] [임신 욕구 Lv.10] 암컷 기록 : [첫 경험 : 말자지] [영혼 손상] [맹약의 주술 - 세마] 수컷 호감도 : 아스모 마라 세마 3% 소우마 11% 기타 제자들 86% ====================================================================== [임신 욕구] –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암컷의 욕구. 하지만 이 암컷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영혼 손상] – 영혼의 일부가 손상된 상태. 온전히 회복되기엔 너무 긴 시간이 지나버렸다. [맹약의 주술] – 영혼을 걸고 상대와의 맹약을 맺은 상태.
어라~? 이거, 대부분 그럴싸하긴 한데... 하나, 걸리는 게 있는데?
임신 욕구? 모성? 호오오~? 이거 이거~?
혹시 요화가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있는 이유가, 이거 때문인가~?
이야. 재미있는걸... 거기다 정작 본인은 그런 욕구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니?
이것도 꽤 즐겨볼 수 있겠는데? 큭큭. 요화 얜 도대체 뭘 하는 암컷이었길래 이렇게 엄청난 임신 욕구를 가지고 있는 거지?
이거 어떻게 기억을 되살려 볼 수 없을려나? 그럼 요화가 왜 이런 임신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 되살릴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이건 적당히 방법이 있나 찾아보기만 해야겠네. 푸흐흐...
...아? 그러고 보니... 요화는 처녀가 아니었는데. 근데 첫 경험은 말자지로 나오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흐음... 처녀는 본인이 직접 뚫었던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천 년 동안 경험 없이 지냈다는 게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뭐,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일단 이것도 기억은 해두고, 나중에 따로 물어보던가 해야겠어.
“큭, 이 놈...! 본녀를 이리 놀리려 들다니...!” “푸흐흐. 놀리다니. 이 책에 속아 넘어갔던 건 나거든?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유치하긴 해도, 나름대로 이해되는 내용도 있지만 말이야?” “끄으윽...! 도대체 어떤 망할 녀석이 책을 복사해서... 응?”
그렇게 한동안 책을 가지고서, 요화와의 꽁냥을 즐기던 와중.
문득 요화가 내 뒤를 바라보더니, 이상한 것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소우마는? 네 여자들은 다 어디 갔느냐?” “으음~? 뭐, 같이 책이라도 고르러 간 거 아닐까? 아니면 화장실이라도 간 거겠지.” “무슨, 그렇다고 왜 소우마를 데리고...” “아~ 그보다 요화. 사실 이 책에서 물어볼 게 있었는데~” “하!? 자, 잠깐! 뭘 갑자기 달라붙고 있느냐!? 기분 나쁘니 떨어지지 못해!?” “자. 자. 그러지 말고. 여기 이 내용은 무슨 뜻인지 좀 알려줘~”
소우마의 부재를 눈치채고 긴장을 하다가도, 내가 밀착해오니 소우마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는 기특한 암컷.
그렇게 나는 한동안 요화의 관심을 끌며, 내 음수들이 소우마를 가지고 놀 시간을 버는 것과 동시에...
조금씩 그녀의 마음에서, 나에 대한 벽을 허물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