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89화 (690/749)

Chapter 688 - 629화 - 요화의 변화, 백선의 선택! (3)

“정화의 여우불이니라! 이걸로 사라지거라! 사악한 것!” “끼에에에에에엑!!”

나와 음수들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목욕을 즐겼던 걸까.

목욕이 끝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요화가 돌아와 곧장 나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그 청야란 녀석의 영역이 확실히 맑은 기운을 가졌기는 한지, 고작 몇 시간 가있던 걸로 몸에 제법 맑은 기운을 품고 온 그녀.

동시에 나에 대한 적대심도 되돌아 왔는지, 요화는 산 정상에 올라오는 동안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내 손길을 거부했다.

그리고 산 정상에 도착해,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내 앞에 자리를 잡은 요화.

뭔가 본인의 손으로 날 끝장내겠다는 표정을 보이며, 요화는 꼬리 9개에서 푸른 불꽃을 만들어 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칫...! 이 놈...! 이것도 버텨내다니, 정말 끈질기구나!”

아니 그게... 분명 네 공격도 아프기는 한데 말이야...

근데 아무리 봐도 이건 죽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거든? 느낌만 보면 어제 호월이란 녀석의 공격보다 더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

분명 내가 죽지만 않으면 영혼이 다듬어지니 뭐니 했었지? 이거 이제 너희들의 수성력이 담긴 힘으론 날 죽이지 못하는 거 아니야?

어째 몸을 정화하면서 나에 대한 적대감을 되찾아온 느낌인데... 그런데 정작 당해주고 싶어도 그럴 정도로 아프지가 않다니...

으음~ 몸을 정화하면서 그냥 날 죽이자는 결심을 하고 온 것 같은데... 어째 그 결심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해지는걸...

근데 이거 내 잘못은 아니라고? 아니, 뭐 죽어주고 싶어도 좀 죽을 각이 보여야 죽던가 말던가 하지...

음~ 아니면 겉보기만 그럴싸할 뿐, 요화 본인도 그렇게 날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을지도? 그 왜, 표정은 날 노려보고 있지만 뭔가 반드시 날 죽이겠다는 그런 살기는 느껴지질 않는다고?

몸을 정화하고 오긴 했지만, 그게 알고 보니 단순히 찬물 끼얹으면서 마음을 다잡은 수준 밖에 안 되는 거지. 그럼 요화의 공격에 살기가 없는 것도 설명되는 게 아닌가?

흐음... 그래... 백선이 말했던 걸 생각해보면, 지금 요화네는 내가 본인들의 공격으로 죽을 가능성도 있지만... 설령 죽지 않더라도 뭔가 변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니...

그런 상태에서 내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이상, 당연히 날 죽이는 쪽의 선택은 하지 않을 테지...

요화 말고 다른 두 새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기가 끝나더라도 요화가 날 죽이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봐도 될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요화가 정이 생긴 상대에게 세상을 위해 죽으라고 할 것 같진 않으니 말이야.

큭큭. 이거 어째 긴장감이 확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인걸. 뭔가 안전라인을 확보한듯한 그런 느낌인데...

뭐, 죽을 일이 없다면 나야 좋지. 저런 요화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오늘 보상 시간에도 잔뜩 만족시켜 줘야겠어.

“하아, 하아...! 치잇...!” “...푸흐흐. 끝나셨습니까 요화님? 어째 셋 중에서 가장 맞을만하단 느낌인데요?” “...흥...! 본녀가 어디 진심으로 공격한 줄 아느냐... 죽일 가치도 못 느껴서 조금 봐준 것뿐이니라.” “이야~ 정말? 이 마왕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다니. 너무 고마워서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는데?” “읏, 이, 이놈, 또 은근슬쩍 어딜 만지느냐! 냉큼 떨어지지 못할까!?”

허리로 손을 뻗자 흠칫 몸을 떨면서, 꼬리를 하나 휘둘러 내 손을 쳐내는 요화.

과하게 내 손길을 거부하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나와 거리를 두겠다 다짐한 암컷의 모습이었다.

푸흐흐. 쓸데없는 고집이나 피우긴... 어차피 이따 또 내 말자지에 앙앙거릴 거면서...

근데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걸? 이런 정화빨이 과연 언제까지 먹힐까?

원래는 정화하러 가는 건 최대한 막아볼 생각이었는데. 그냥 어디까지 통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는걸?

내 기운을 최대한 털어내면서 각오를 다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화로도 씻어내지도 못할 정도로 내 기운이 몸에 새겨져 버린다...

큭큭. 제법 괜찮은걸? 앞으로 요화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정화하러 가는걸 방해하지 말아야겠어.

어차피 그 동안엔 요화의 제자들로 즐기면 되기도 하고... 아~ 이거 요화의 거처에서 즐기는 휴가가 점점 더 즐거워지는 듯한 느낌이네. 큭큭...

“흐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구나. 요화의 수성력이 가장 약하게 느껴졌다니...” “음? 뭐야 백선. 원래는 그러면 안돼?” “이 아이들의 수성력은 청야가 가장 강하고 호월이 가장 약하느니라. 본래라면 호월의 수성력이 더 약하게 느껴져야 했다는 말이지.” “그럼 가장 강한 녀석이 첫 번째였다는 말이잖아. 뭔가 순서가 잘못된 거 아니야?”

왜 굳이 강한 녀석부터 첫 타자로 내보냈냐는 물음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는 백선.

분명 웃고 있는 백선의 얼굴인데. 백선은 그런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무감정한 느낌으로 내 물음에 대답했다.

“당연한 것 아니더냐. 그대를 죽이려면, 첫 승부가 가장 기회였으니...” “...뭐?” “비록 약간의 에세르가 깃들어 있다고는 하나, 그대의 영혼은 테세르에 잠식된 욕망덩어리 그 자체인 영혼이었다. 수성력에 불태워지기엔 딱 좋은 영혼이었다는 말이지.” “...아니, 그건...” “하지만 그대는 그것을 버텨내고, 에세르가 깃든 채로 영혼이 다듬어지고 있으니... 그 영혼이 점점, 에세르도 테세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영혼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니라.” “...음. 잠깐만. 백선...” “에세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에게 신수의 수성력은, 공격이 아니라 정기 덩어리일 뿐이지. 후후. 이 녀석들은 지금 그대를 죽이겠다 말하곤 있지만, 청야가 실패한 순간부터 그대를 죽이는 것을 포기한 상태이니라.”

잠시 기다려 보라는 날 무시하고서, 뭔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것처럼 말을 이어나가는 백선.

그 뒤쪽에선 팔짱을 끼고 있던 청야가, 뭔가 맘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차며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제 이 아이들에게 남은 희망은, 그대가 자신들의 수성력에 영향을 받아 조금이라도 선을 깨우치게 만드는 것이니라. 어떠냐. 마왕과 신수들의 승부로 아주 어울리지 않느냐?” “...하아... 그럼 너는 어떤데? 너도 내가 선해지길 바라는 거야?” “본녀 말이더냐? 흐음...? 글쎄... 본녀는 어느 쪽이건 상관 없다만...”

...쓰읍... 맘에 안 들어... 백선의 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표정...

그러니까 결국 내가 죽든 말든 상관 없었고, 결과에도 딱히 관심이 없다는 말이잖아.

그런 주제에 본인이 이런 승부를 제안했다니. 백선 얘 보면 볼수록 느낌이 불안한걸?

본인을 죽여달라지 않나, 이 마왕의 목적을 알면서도 저런 동전던지기 같은 승부를 제안하지 않나...

뭐라고 할까 이건... 불구경 하고 싶다고 불을 질러놓고, 본인은 타 죽어도 상관없다며 그걸 가까이서 구경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생긴 건 참 멀쩡하게 생겼는데... 알면 알수록 백선 얘는 정신이 좀 아픈 듯한 느낌이네. 이거 참...

“...요화. 오래 산 신수들은 다 저래? 백선 쟤 알면 알수록 뭔가 좀 불안한데?” “...그래도 백선 정도면 멀쩡한 편이니라. 심한 녀석들은 천 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너무 괴롭다며 자살하는 녀석들도 있었으니...” “하... 도대체 신수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이길래... 우리 요화는 천 년이나 살고도 그런 느낌은 전혀 없는데 말이야.” “본녀는 이전 생의 기억이 없으니까 말이다. 백선과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 무어라 말하기가 힘들구나... 앗. 이 녀석, 또 어딜 은근슬쩍 달라붙는 게냐!?”

나한테 말하고 싶었던 것을 다 말한 것인지, 부채를 팔랑거리며 청야와 호월에게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백선.

그런 백선을 바라보며 요화에게 말을 걸자,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선을 바라보던 요화가 내 손길을 느끼곤 바로 꼬리를 휘둘렀다.

에잉. 까칠하긴. 그냥 엉덩이 좀 살짝 주무르려 했을 뿐인데...

음. 아무튼 이거 안되겠는걸? 백선 얘도 나름 신수인 만큼, 음수 후보로서 최대한 시간을 들여 즐겨볼까 싶었지만...

이렇게 보기만 해도 조마조마한 암컷을 여유롭게 즐길 수는 없지. 백선 얘는 긴급처방으로, 빠르게 내 가축으로 만들어 줘야겠어.

“요화. 오늘도 백선이랑 먼저 이야기 좀 하다 갈게. 네 순서는 어제처럼 저녁 먹은 이후로 미루자고.” “...상관은 없다만... 그런다고 그대가 백선을 가지거나 할 순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백선이니... 본녀보다도 그대의 것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 “푸흐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그냥 백선이랑 이야기 좀 하려는 것뿐이거든?” “흥. 뻔뻔한 녀석 같으니... 일단 백선의 흥미가 되어줄 것 같으니 내버려 두겠다만, 허튼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선이 잘못된다면, 본녀는 그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야.”

푸흐흐. 걱정도 팔자다. 이 마왕이 암컷을 잘못되게 만들 리가 있겠어?

내가 하려는 건 어디까지나, 백선의 저 텅 비어버린 마음을 내 말정액으로 채워주려는 것 뿐이라구.

암컷의 욕정이 생기면, 그래도 날 위해서 살아갈 마음이 생기겠지. 그럼 나도 좋고 백선도 좋고. 겸사겸사 너도 좋은 거 아니야?

아무래도 요화 너에게 있어 백선은 언니 같은 존재인 모양이니까. 그런 백선이 자신과 함께 오래 살길 바라겠지?

널 위해 백선을 음란하기 짝이 없는 암컷 가축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백선과 함께 나를 섬길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큭큭...

***********************************************************************************************************

그렇게 승부를 마치고 다시 거처로 내려와, 나는 정력제만 챙긴 후 백선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처음에는 그냥 멀쩡한 암컷인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긴 세월에 마음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이 보이는 암컷.

이 마왕에게 본인을 죽여달라 부탁해올 정도이니, 지금 백선은 암컷으로서의 본능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란 것이다.

그런 주제에 겉으로는 품위를 유지한 채 멀쩡하게 행동할 수 있다니... 멀쩡하던 시절엔 어떤 암컷이었길래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걸까?

뭐, 어떻든 간에 오늘밤 이후로는 달라지게 되겠지. 이 마왕님이 수천 년간 맛보지 못했을 우월한 수컷이란 것을 맛 보여 줄 거니까 말이야.

이 말자지가 주는 쾌락을 경험하고 나면, 그 망가진 마음에 욕정이 채워져서 살아갈 힘이 샘솟게 되겠지?

어차피 내 음수들도 나도 백선을 죽일 마음은 없었으니까. 여기선 빠르게 백선을 내 가축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나을 거야. 암.

신수인 만큼 살짝 아까운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뭐, 그래도 지금 가축이 되고 나면, 먼저 내 암컷이 된 선배로서 요화를 이끌어주거나 하지 않겠어?

거기다 백선은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 없는 듯 말하는 요상한 버릇까지 있으니까. 내 가축이 된 순간부터는 나를 위해 자신이 아는걸 모조리 꺼내주겠지.

푸흐흐.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백선을 가축으로 만드는 게 가장 나은 선택으로 느껴지는걸... 아 물론, 다짜고짜 가축으로 만드는 것 하나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백선의 감정이 보이질 않는 표정이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이상,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지.

기대해라 백선. 오늘 강제로라도 너의 텅 비어버린 마음을, 나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줄 테니까 말이야.

“마왕님 오셨다 백선! 자잘한 이야기는 나중에! 오늘은 바로 교미부터 시작이다! 옷을 벗고 이 마왕님께 다리를 벌리도록!”

가져온 정력제를 잔뜩 들이킨 후, 잠시 문 앞에서 서서 말자지의 준비를 기다리던 몇 분.

말자지가 약빨에 꿈틀거리며 고개를 치켜든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문을 열면서 백선에게 내 말자지를 과시했다.

반쯤 누운 자세로 곰방대를 입에 물고서, 지루하단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백선.

내 말자지를 잠시 빤히 바라보던 백선은, 그대로 곰방대를 한 번 크게 빨더니...

“...후훗. 그래. 어디 본녀를, 원하는 대로 해보거라.”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연기를 뱉어내고는...

그대로 다리를 벌리며, 환영하는 것처럼 나를 맞이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