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98 - 639화 - 짐승에게 빠지는 신수의 소중한 제자들 ~ 백설 편 ~
왠지 모르게 잠을 잘 수가 없는, 무언가가 시작될 것만 같은 두근거림.
어째선지 제대로 잘 수가 없었던 저는 조금 일찍 잠에서 깨어나, 바람도 쐴 겸 산책하듯 여우마당에 향했습니다.
“...어머? 모란 언니...?” “어머. 설아.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요화님의 거처 안에서 가장 넓은 장소인, 본관 앞에 위치한 여우마당.
행사나 연무장, 혹은 아이들의 운동장으로도 쓰이는 그 넓은 마당 한 가운데서, 모란 언니가 석상 같은 것이 되어버린 남제자들의 먼지를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밝아지기 시작한 새벽 시간인데. 그런데 임신한 모란 언니가 이런 시간부터 나와 저런 굳은 일을 하고 있다니.
언니의 남편인 적영 사형의 앞에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언니는 남편인 적영 사형이 걱정되었던 모양입니다.
“홀몸도 아닌데 혼자 하고 있던 거에요? 그냥 저나 동생들한테 부탁하시지...” “손님이 잔뜩 생겨서 다들 피곤하잖니. 나는 그래도 임신했다고 여러모로 배려 받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언니가 무리할 필요는... 다들 석상 같은 것이 된 상태라, 먼지를 닦아줘도 티가 안 나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이대로 놔두고 있기엔 조금 그래서...”
뭔가 불안감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정성스럽게 적영 선배의 어깨나 머리 위를 닦는 모란 언니.
그 모습이 어쩐지 말리기 힘든 모습이라, 저는 언니가 들고 온 바구니에 담긴 수건을 들고서 적영 사형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사형을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마왕’님’이 다들 몸만 굳었을 뿐, 주변의 소리도 들리고 눈 앞의 광경도 보이는 그런 상태라고 하셨었지? ...그럼 지금, 다들 깨어 있는 걸까?” “글쎄요... 정말 그러면 다들 괴로울 것 같아요. 마왕님은 시간 감각이 달라져서 괜찮다곤 하시던데...” “괜찮다고 하신 걸 보면 한 순간으로 느낀다는 거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그게 아니라면 고문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죠... 그래도, 맹약의 주술이 걸려있는 마왕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니까...”
남편이 너무나도 걱정되어 보이는, 모란 언니의 저 불안해 보이는 표정.
남편을 이런 상태로 만든 마왕님을 원망할 법도 한데. 모란 언니의 입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마왕님에 대한 존칭이 자연스럽게 붙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니, 모란 언니뿐만이 아닙니다.
처음엔 다들 세상의 적이라거나 혐오스럽다거나 하며, 마왕님을 마주하기 싫어하던 저희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희는 다들, 마왕님을 부를 때 존칭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습니다.
다들 가기 싫어하던 마왕님과 부인 분들의 시중 업무도,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의 일상이 되어서...
이젠 뭔가 평범한 손님이 된 것처럼, 다들 마왕님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아마... 함께 지내는 동안, 마왕님이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 아니란 걸 다들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마왕님을 가장 자주 만나던 저도 한 몫 거들기는 했지만. 며칠 사이에 저희 여제자들 사이에서 마왕님의 평가가 조금 올라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남편을 돌려놔 주셨으면 좋겠는데...”
적영 사형에게 쌓여있던 먼지를 다 닦아낸 언니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적영 사형을 바라봅니다.
도저히 한 달 안에 끝나기엔 어려워 보이는, 요화님과 마왕님의 승부.
지금 상황을 봐선 아마 모란 언니의 출산은, 두 분의 승부가 끝나기 전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마 지금 모란 언니는 적어도 아이를 낳는 그 시점엔, 적영 사형이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거겠죠.
저희가 있다고는 해도 출산하는 때에 남편이 옆에 없다는 건, 여자에겐 여러모로 불안한 일일 겁니다.
그렇다곤 해도... 성인인 수컷들이 눈에 띄면 밥맛이 떨어진다며, 승부가 끝나기 전엔 풀어주지 않겠다고 하신 마왕님인데...
간곡히 부탁을 하면 들어주실까요? 언니를 위해 제가 조금 노력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 뭐야. 이런 이른 시간부터 나와있는 암컷들이 있네?” “어머? 마왕님?”
마왕님께 어떻게 부탁을 해볼까 하며, 조금 고민하던 도중.
대충 사형들을 모두 닦아준 저희 앞에, 마왕님이 기지개를 켜며 다가오셨습니다.
“벌써 일어... 아니, 끝나신 건가요? ...아직 아침 식사 시간까진 꽤 남았는데...” “푸흐흐. 내 부인들이 준비할 게 있어서 말이야... 오늘은 적당히 즐기고 다들 식사 전에 잠깐 인간 왕국에 갔어.” “아... 그렇군요... 그, 마왕님은...?” “나야 뭐 요화의 영역 밖으론 못나가니까. 이른 시간이라 너희도 없겠다, 그냥 산책할 겸 나왔지... 그런데 너흰? 굳이 이 녀석들을 닦아주고 있던 거야? 그것도 이런 이른 시간에?”
무엇인가 상쾌해 보이는 그런 미소를 지으며, 저와 모란 언니에게 다가오시는 마왕님.
그 미소는 어쩐지 짐승의 얼굴을 가지신 마왕님 이신데도, 답답한 것들이 정리되신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미소였습니다.
마치 무언가... 고민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즐거운 것만을 눈 앞에 둔... 그런 느낌?
무엇인지도 모를 이상한 짐승의 얼굴을 가지신 마왕님이신데 그런 마왕님의 미소가 읽힌다니. 고작 며칠 만에 마왕님이 너무 익숙해진 느낌입니다.
“아... 그... 마, 마왕님... 그, 아랫도리가...” “응? 아~ 큭큭. 미안 미안. 방금 전까지 즐기고 오다 보니, 이 녀석이 들어갈 생각을 안 하네? 곧 있으면 몸 안으로 들어갈 테니까. 조금만 참아줘.” “그게... 읏, 네, 네에... 알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마왕님의 하반신을 바라보던 모란 언니.
저는 그제서야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마왕님의 성기를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누런 정액이 질척한 느낌으로 늘어져 있는, 마왕님의 저 거대한 수컷의 성기.
하반신을 가리는 천을 두르고 계시지만. 그런다고 저 거대한 마왕님의 성기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상적인 옷을 입으신다면 저렇게 노출될 일은 없을 텐데. 마왕님께서는 저런 개방감 있는 옷이 더 편하신 걸까요?
어쩐지 저렇게 성기를 꺼내두고 계신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나왔어? 이 녀석들 중에 신경 쓰이는 놈이라도 있는 거야?” “앗...!? 저, 저어. 그게...” “그, 이쪽에 있는 사형이, 모란 언니의 남편이라서요... 언니가 조금, 걱정되었던 모양이라...”
그렇게 성기를 꺼낸 채 저희에게 다가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희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옆구리로 끌어당기시는 마왕님.
저와 모란 언니는 마치 몸이 거부하질 않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왕님의 품 안에 안겼습니다.
그게...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런 거대한 손과 팔이, 끌어당기니까...
이 단단하면서도 불끈거리는 거대한 팔에 붙잡히면, 왠지 모르게 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인걸요.
읏... 밤새 부인 분들과 교미를 해서 그런지 아직도 달아올라 계신, 마왕님의 이 근사한 신체...
너무나도 강렬한 수컷의 냄새 때문에, 뭔가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 마왕님... 저, 너무 가깝...” “음? 왜? 내 말정액도 닦아주는 너희들인데.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잖아?” “으, 읏...!? 아니, 저, 그게...”
모란 언니 역시, 이 강렬한 수컷의 냄새에 기분이 이상해진 것일까요.
석상 같은 것이 된 남편이 바로 앞에 있는데. 모란 언니는 마왕님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뭔가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처럼, 마왕님의 커다랗고 단단한 몸에 기대듯이 달라붙어서...
마치 남들이 보면 저희가 마왕님의 여자로 보일 것처럼, 저랑 언니는 마왕님과 밀착해 있었습니다.
...언니와 제 어깨에 걸쳐진 마왕님의 손이, 저희들의 가슴에 은근슬쩍 닿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나저나 이 새... 아니, 이 녀석이 모란의 남편이라... 큭큭. 그냥 마네킹인 상태라 먼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데 이런 이른 아침부터 남편의 몸을 닦아주다니. 정말 아주 헌신적인 아내인걸? 모란?” “그게, 읏... 아무래도, 걱정되니까...” “큭큭. 그래... 음~ 이런 이른 아침부터 아내를 볼 수 있다니. 이 녀석도 아주 기뻐하고 있겠는걸?”
적영 사형이 기뻐하고 있을 거란 말에, 의식이 있다는 것이 생각난 것일까요.
모란 언니는 화들짝 놀라더니, 뭔가 거부하는 것처럼 마왕님의 몸에서 살짝 떨어졌습니다.
어깨에 걸쳐진 마왕님의 팔은, 그대로 놔둔채로요.
“읏...! 마, 마왕님... 남편은 정말, 의식이 있는 건가요...?” “음? 물론이지. 다들 지금도 너희 얼굴을 보며 반가움을 느끼고 있을걸?” “그, 그렇다면 이러지 마세요... 그게, 남편의 앞에서 이런 모습은...” “푸흐흐. 뭐 어때. 오히려 이래야 이 녀석들도 안심하지.”
적영 사형의 눈 앞에서 마왕님과 달라붙어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마왕님의 팔을 거부하려고 하던 모란 언니.
하지만 마왕님은 그런 모란 언니의 거부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모란 언니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습니다.
“이 녀석들은 너희가 나와 어떻게 지내나 걱정하고 있을 텐데. 이렇게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그 걱정이 사라지지 않겠어? 자. 그러지 말고. 좀 더 가까이 붙어봐.” “읏...!? 아, 아니, 저, 전...!” “남편에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래야 이 녀석도 지루한 시간을 견디지. 큭큭...”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모란 언니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마왕님.
“...하아... 네에... 알겠, 습니다...”
엄청난 근육다운 마왕님의 힘을 거부할 수 없는 것 때문인지, 결국 모란 언니는 가슴과 커다란 배를 붙이며 마왕님의 팔을 받아들였습니다.
반쯤 억지로 마왕님과 붙어있게 된 모란 언니지만... 그다지 싫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어쩐지 마지못해 붙어있다는 듯한 모란 언니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 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임신한 모란 언니와 함께, 마왕님의 옆구리에 붙어 있는 저. 과연 지금 마네킹이 된 남제자들은, 저희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요.
...어쩐지 아래쪽으로 늘어져 있는 마왕님의 말자지가, 과시하듯이 불끈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푸흐흐. 벌써 전부 다 깨끗하게 닦아준 것 같은데... 더 닦아주거나 할 애는 없지?” “네에. 다들 닦아줬어요...” “그럼 이제 인사하고 들어가자. 기왕 이렇게 일어난 김에, 너희 둘이 침실 정리 좀 해줘. 일찍 끝나긴 했지만, 방이 말정액에 뒤덮여서 아주 엉망이거든.” “읏... 저, 그게...” “대신 너희 둘은 오늘 다른 일은 시키지 말라고 할게. 아. 백설은 안되겠다. 너는 오늘 날 좀 안내해 줬으면 하거든.”
뭔가 보여줄 걸 다 보여줬다는 듯이, 저희에게 침실을 정리해 달라며 데리고 들어가시려는 마왕님.
마왕님은 손을 내려 배가 부풀어 오른 모란 언니의 옆구리를 끌어안더니, 적영 사형을 가리키며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그만 일하러 가야 하니까. 남편한테 잘 있으라고 인사나 해줘. 너는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게, 음... 네에...”
그런 마왕님의 말에, 뭔가 멍해 보이는 요염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란 언니.
잠시 뭔가 망설이는 듯하던 모란 언니는, 곧 마왕님의 옆에 붙어있는 상태로 적영 사형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여보... 저 이만 가볼게요... 음, 그,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무언가 부끄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면서, 뭔가 기뻐 보이기도 하는 묘한 표정.
그렇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언니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그럼, 또 올게요... 내일 봐요. 여보...”
남편과 떨어지는 것이 기뻐 보이는, 그런 묘한 느낌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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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네킹이 된 남제자들을 닦아주고, 마왕님의 침실을 정리한 저와 모란 언니.
두 사람이 강렬한 수컷의 냄새와 교미의 음란한 냄새가 뒤섞인 침실을 정리하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습니다.
꾸물거리면서 질척한 정액은 그렇다 쳐도. 뭔가 몸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그 황홀한 냄새만은 정말 참기가 힘들어서...
모란 언니와 함께 방을 치우는 동안, 저는 몇 번인가 언니 몰래 마왕님의 말정액을 조금씩 입에 넣어버렸습니다.
저는 아직 남자를 모르는데. 그런 제가 연인도 아닌 마왕님의 정액을, 입에 넣고 맛을 보다니...
제가 생각해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지만...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왕님의 정액을 입에 넣을 때마다, 몸 전체에 황홀하기 그지 없는 충족감이 퍼져나가서...
마치 제가 굉장한 수컷의 암컷이 된 것만도 같은, 그런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황홀한 기분에 만족해 하다가도, 침실 안에 가득한 수컷의 냄새를 맡다 보면 어느새 또 아랫배가 저릿거려서...
그래서 저도 모르게, 거의 양손 가득 담아낼 수 있을 정도의 정액을 언니 몰래 마셔버렸습니다.
그렇게 언니 몰래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던 저지만... 언니 역시 몰래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던 건, 제 착각일까요?
청소를 끝낸 후 침실 밖으로 나올 때쯤엔, 저도 언니도 치마에 물자국이 생긴 채 뭔가 넋이 나간 표정이 되어있었습니다.
남편도 연인도 아닌 남자의 정액을 치운다는 부끄러운 일을 마쳤는데. 뭔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아쉽다고 느끼던 저와 언니.
하지만 서로 그것에 대하 말을 하지 않은 채, 저는 숙소로 가는 언니와 헤어져 식사를 마친 마왕님을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 이 화단은 누가 관리하는 거야?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근사한데?” “그게... 주로 주술 수련을 졸업한 언니들이...” “나이 많은 암컷들이 관리한다는 얘기지? 푸흐흐. 걔들은 배울 거 다 배워서 여유도 많을 테니. 이런 화단 관리가 취미로 딱 좋긴 하겠네.”
무언가 볼일이 있으시단 것처럼 절 부르셨는데. 그냥 산책하듯이 여유롭게 요화님의 거처 안을 둘러보시는 마왕님.
침실을 정리하며 마왕님의 정액을 접했던 저는, 뭔가 부끄러움 때문에 마왕님께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 제가 다가가서 마왕님의 몸을 보거나... 그, 말자지가 튀어나와서 보여지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제가 뭔가, 실수를 저질러 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 마왕님... 혹시, 모란 언니의 남편 분은... 그, 출산 때만이라도, 되돌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렇게 뭔가 아랫배가 저릿한 이상한 흥분을 느끼며, 마왕님을 따라다니던 도중.
이 이상한 흥분을 잊기 위해 이것저것 다른 생각을 하던 저는, 오늘 얘기했던 모란 언니의 출산을 떠올리며 마왕님께 부탁을 건넸습니다.
“응? 아... 그래. 모란 걔 출산 때, 남편이 있었으면 해서?” “네, 네에... 그게, 모란 언니도 좀... 불안해 해서요...” “흐음~ 뭐, 그래... 출산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그건 그런데...”
뭔가 제 부탁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묘한 미소를 보이며 제가 다가오는 마왕님.
그런 마왕님의 표정은 무엇인가, 걸렸다 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기묘한 표정이었습니다.
“...근데, 그냥 풀어주긴 좀 그런걸? 아무리 그래도 내 눈에 다 큰 사내새끼가 돌아다니는 게 보이면, 좀 거슬려서 말이야...” “읏, 그런, 가요...” “뭐어, 근데... 백설 네가 모란이 너무 걱정된다면... 꼭 부탁하고 싶다면, 방법이 있지.” “네에? ...그, 그게 무슨...?”
마치 제가 뭔가를 부탁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시는 마왕님.
그런 마왕님은 제 옆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시더니, 화단의 옆에 있는 건물 뒤편을 가리키셨습니다.
“...큭큭. 남들에게 들리면 좀 그런 얘기니까. 잠깐 저기 가서 얘기 좀 하자. 백설.” “으음... 네, 네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곁에 다가온 마왕님의 냄새에 오싹한 황홀감을 느끼며.
겁도 없이, 마왕님을 따라 남들이 잘 오지 않는 구석으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