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08 - 649화 - 짐승에게 빠지는 신수의 소중한 제자들 ~ 키아라 편 ~ (2)
그리고 다음날. 요화님의 영역 경계에 해당하는, 영산의 끝자락.
전날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나는, 적당히 언니들을 돕는 척을 하다 틈이 생기자마자 언니들 몰래 요화님의 거처를 빠져 나왔다.
그렇게 조심한 것 치고는, 나올 때 누가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설령 누가 봤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야.
어차피 요화님의 영산 전체가 우리들의 집이나 마찬가지인걸. 날 바로 불러 세우지 않은 걸 보면, 그냥 버섯이라도 캐러 가나보다 하고 넘어간 거겠지.
물론 내가 혼자서 영산 끝자락까지 내려온 걸 안다면 다들 크게 혼내겠지만... 그건 그냥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어차피 요화님의 영역 안에는 위협적인 몬스터도 없는데다, 똑똑한 나는 길을 잃어버릴 일도 없으니까. 적당히 둘러보다 몰래 돌아가면 아무도 모르겠지 뭐.
지금은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걱정보단, 얼른 그 사악한 마왕이 한 짓을 밝혀내야지. 응.
“...응. 이 에세르의 흐름... 역시, 뭔가 이상해...”
역시... 내 생각대로야.
흐름 탐지 부적을 꺼내자 마자, 주변의 에세르 흐름이 이상하단 게 느껴지고 있어.
이 흐름은 뭐라고 할까... 결계? 요화님 영역 안에 있는 에너지가, 종이보다 얇은 막에 막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역시, 뭔가 요화님의 영역 전체에 누군가의 사악한 음모가 펼쳐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리고 그건 보나마나 그 몬스터의 짓이겠지. 그 흉측한 몬스터 말고는 이런 짓을 할 녀석이 없는걸.
그런데 그 몬스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에너지를 영역 안에 머물게 만드는 게, 어떻게 모두를 이상하게 만드는 거지?
“...혹시 요화님의 영역 안에 테세르가...? 으음... 아니, 테세르가 있다면 요화님의 기운에 바로 소멸될 텐데...”
가장 의심되는 건 테세르라는 사악한 에너지지만... 만약 테세르가 있었다면, 요화님이 눈치채지 못하셨을 리가 없어.
테세르란건 어쩌다 에센티아 바깥과 이어진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힘이잖아? 애초에 이 에센티아에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라고 배웠는걸.
에센티아라는 행성에서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니까. 어딘가가 크게 오염되더라도 던전만 막으면 그 이상 오염될 일이 없다고 하셨었지. 그러면 요화님 같은 신수님들이 간단히 정화할 수 있다고 하셨었고 말이야.
만약 테세르라면 어디선가 요화님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테세르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얘기인데... 응. 그런 테세르가 존재할 리는 없겠지?
애초에 이 수왕국은 에세르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세계수님이 계신 곳인걸. 세계수님 조차 감당 못할 테세르의 근원이 있지 않은 이상, 그런 사악한 기운은 바로 에세르에 중화되어 버릴 거야.
“...앗. 저쪽이다. 저쪽에서 특히나 이상한 흐름이...”
테세르가 아니라면 뭐가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요화님의 영역을 감싸고 있는 듯한, 결계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미묘한 결계... 이 수상한 결계를 해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런 결계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당연히 이 결계가 모두를 이상하게 만든 원인 아니겠어?
원리는 나중에 따져봐도 돼. 일단 지금은 원인부터 제거하는 게 최우선이야.
...그런데 이게 정말 마왕이 설치한 결계라면, 겉보기보다 정말 소심한 몬스터인걸?
섬세하긴 하지만 이 미약한 에너지... 아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에세르도, 누가 억지로 밀어낸다면 가볍게 결계를 뚫고 나가버릴 거야.
존재는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미묘한 결계니까. 일부러 탐지 부적을 사용하지 않으면 요화님조차 이 결계를 눈치채지 못하시겠지.
혹시나 싶어서 결계의 힘을 최대한 약하게 해뒀나 본데... 흥. 덩치는 그렇게 커다란 주제에, 들키는 건 무서웠나 보지?
하지만 안됐네~ 이 키아라 님 앞에선 그런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걸~
요화님께서 여태까지 제자들 중 가장 똑똑한 것 같다며 칭찬하시는 나야. 너 같은 몬스터가 머리를 굴린다고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각오하도록 해. 너 때문에 그런 기분 나쁜 액체를 마셨던 만큼, 네가 뭔가 흉계를 꾸미고 있었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진 않을 테니까 말이야.
...아 짜증나. 또 그 누런 액체를 떠올렸더니, 뭔가 기분이...
“...아. 저건...”
뭐야 저 검은 돌... 뭔가, 불길한 힘이 느껴지는데...?
저게 지금 요화님의 영역을 감싼, 결계의 핵인가...?
...아니, 저거 하나만으로 요화님의 영역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마 영역 주변에 몇 개는 더 설치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런 만큼 저거 하나만 파괴해도, 충분히...
...음, 그런데 저거, 내가 파괴할 수 있을까? 결계는 약하지만 저 돌 자체는 뭔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저렇게 사악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라니. 어쩐지 지금의 약한 결계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 뭔가 더 하려는 것 같은... 어?
“그륵, 끅, 크르륵...!!” “어, 어!? 서, 설마 웨어울프...!? 어, 어째서 여기에...!?”
뭐야 저거...!? 저 사람이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듯한, 괴상한 늑대...!?
설마 그 흉포하다는 웨어울프야!? 수왕국 외곽 쪽에서나 보인다는 몬스터가, 어째서 여기에!?
아, 아니 그보다. 쟤 왠지 침도 질질 흘리고...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한데...?
안 그래도 흉포하다는 몬스터가 아예 미쳐버린 것 같은... 읏, 자, 잠깐. 설마 저거, 나를...?
아, 안돼... 언니나 오빠들도 혼자선 위험하다고 하던 몬스터인데... 지금, 저 몬스터와 싸우게 되면...
“크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부적을 꺼낼 틈도 없이 달려드는, 마치 광견병에 걸린 것 같은 커다란 늑대.
어떻게든 저항해 보려고 다리를 움직였지만, 나보다 커다란 저 늑대는 내가 한 걸음을 내딫기도 전에 내 위에 올라타며 나를 덮쳤다.
“크륵, 끅, 그륵, 그르륵...!!” “히, 히익...!? 아, 아...!?”
분명 내 목에 저 더러운 이빨이 박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날 넘어트린 후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는 커다란 늑대.
분명 이대로 끝이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 웨어울프는 내 몸을 짓누를 뿐 내 몸을 전혀 물어뜯질 않았다.
어째서 나를 물지 않는 걸까. 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내 팔 다리를 누르기만 하는 걸까.
죽을 거라 예상하고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살짝 눈을 뜬 순간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륵, 하, 하악, 하악...!!” “...어? 저, 저건...”
뭐야 저거... 저, 아래쪽에 튀어나온 더러운 물건...
저거... 설마... 자지...? 이 웨어울프, 지금 나한테 야한 짓을 하려는 거야...?
어, 하지만... 저건... 그러니까, 뭔가...
“...작, 네...?” “그륵, 큭! 끄하! 끽, 끄하아!!”
어, 어라... 이상하다...
부, 분명 위험한 상황인데... 뭔가, 저 자지를 본 순간... 맥이 풀려서...
왜, 왜 저렇게 작지? 아니, 그래도 예전에 본 소우마 것보단 큰 것 같지만... 그, 마왕의 자지에 비한다면, 뭔가 조금...?
마왕의 자지는 뭔가 내 상반신만한, 어마어마한 길이였는데... 그런데, 이 자지는 내 손바닥 정도 밖에 안돼서...
으, 으음...? 아니, 그보다... 좀 더럽지 않아 저거? 마왕의 것도 좀 더럽단 느낌이었지만, 이건 진짜 역겹다는 느낌인데...?
이거에 비하면 마왕의 자지는 뭔가... 더러운 게 아니라, 그냥 젖어 있던 것 뿐이었단 생각이...
“그륵, 끅, 끄으, 끄하아...!!” “이, 익...!? 놔, 놔...! 그, 더러운 거, 치워...!!”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뭐가 기분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기분이 더러워!
도대체 뭐야 이 자지는! 크기도 작은데도, 뭔가 너무 역겨워서...! 지금 당장 몸을 씻고 싶은 기분이야!
마왕의 자지는 본 순간 뭔가 입을 대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같은 몬스터의 자지가 이렇게 느낌이 다른 거지!?
아, 싫어! 배에 닿았어! 이 웨어울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너무 기분 나빠서 토할 것 같아! 싫어! 제발, 누가 좀 도와줘!!
“아니, 이 씹새끼가 뒈질라고!! 나도 아직 맛보지 못한 암컷 꼬맹이를 건드려!?” “꺄아아악!? 뭐, 뭐야!?”
히익!? 뭐야!? 웨어울프의 머리가, 사라졌어!?
방금 저 목소리, 설마 마왕!? 아, 아니 어떻게 여길...!?
아니 그보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방금 눈 앞에 날아간 거... 설마, 돌을 던져서 웨어울프의 머리를 한 방에...?
웨, 웨어울프가 돌로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어!? 도대체 힘이 얼마나 강한 거야!?
“푸흐으...! 야. 키아라 꼬맹이. 괜찮냐? 처녀막은 무사해?” “히끅...! 뭐, 뭐...? 처녀...?” “으음. 무사한 모양이군. 아직 덜 여문 암컷을 나보다도 먼저 따먹으려고 했다니. 이거 아주 쓰레기 같은 몬스터네.”
하, 하아... 이 녀석, 지금 무슨 소릴...
아, 아니. 그보다... 읏... 저 녀석, 설마 지금 날 구해준 거야...?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주제에? 그런데 나를? 으, 읏... 뭐,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휘유. 예쁜 머리에 피 묻는 것 좀 봐. 그나마 덩치가 커서 머리 위치가 달랐던 게 다행이네. 아니었음 더러운 몬스터 피를 뒤집어 썼겠는걸.” “읏...” “어때? 일어날 수 있겠어? 자. 오빠가 부축해 줄 테니 일어나 봐.” “오, 오빠는 무슨... 돼, 됐어! 혼자 일어날 수 있으니까...”
으으읏... 뭐야 이거...
난 분명 이 사악한 마왕의 음모를 밝혀내려고 왔던 건데... 그런데, 그 마왕에게 도움을 받다니...
하필이면 여기 왜 웨어울프가 나와서... 아니, 그보다 이 마왕은 왜 여기 온 거야?
설마 누가 날 본다 싶었던 게 마왕이었어? 내가 거처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따라왔단 말이야?
어째서... 여태까지 나 처럼 어린 제자들한텐, 관심도 없는 것 같았는데...
“왜,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야...? 오늘도 분명, 요화님이나 언니들이랑 놀거라 생각했는데...” “음~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네가 갑자기 산을 내려가는 게 보였거든. 혼자 나가길래 걱정이 돼서 슬쩍 따라와봤지.” “뭐, 뭐...? 걱정이 돼서, 따라왔다고...? 당신이, 나를...?” “응. 어린 암컷 꼬맹이가 혼자 산을 돌아다니는데.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뭐, 뭐야 그게...
전혀 관심이라곤 없는 것 같았는데... 그런데, 혼자 나간다고 걱정이 돼서 날 따라왔다니...
그 말은 꼭...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처럼, 들리잖아...
분명 언니들이 이상해진 건, 네가 원인인데... 네가, 뭔가 한 것일 텐데...
그런데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구해주기까지 하다니... 그건, 마치... 내가, 오해를 했다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푸흐흐. 뭐... 굳이 네가 뭐 하러 혼자 왔는진 묻지 않을게. 어린애라도 암컷이니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 “...흐, 흥... 그, 그러던가... 말던가...” “그래도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니까. 모험은 이 정도로 끝내고 돌아가자. 혼자 모험하는 건 멋진 암컷이 된 이후에 하도록 하라고.”
크읏... 뭐야. 그 걱정하는 듯한 말투...
짜증나... 분명 이 마왕은, 뭔가 사악한 흉계를 꾸미고 있는 수상한 녀석인데...
기껏 해봐야 고작 몬스터일 뿐인데... 그런데 어쩐지 이 마왕이 날 걱정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져서...
읏... 저 커다란 가슴... 불끈거리는 팔뚝... 으읏... 뭔가... 이 마왕이 뭔가...
굉장히 안심되는, 근사한 오빠 같은 느낌이잖아...
“자. 그럼 갈까? 요화한텐 비밀로 해줄 테니까. 얼른 가서 옷 갈아입고 모르는 척 하자고.” “...으, 응... 아, 아얏!?” “응? 왜 그래. 혹시 어디 아파?” “읏... 바, 발을 삔 것 같아...”
뭐야 이건. 난 그냥 넘어진 것 뿐이었는데... 발까지 다치다니...
뭐 아무것도 하질 못했는데. 그런데 괜히 다치기만 하고... 그것도 마왕 앞에서...
으읏... 왜 이러지... 뭔가, 쪽 팔리는 것 같아서 마왕을 바라볼 수가 없어...
“...푸흐흐. 어쩔 수 없구만. 자. 업어줄 테니까 여기 오빠 등에 매달려 봐.” “...흐, 흥... 괘, 괜찮겠어? 여기서 요화님 거처까지 날 업고 가려면 꽤 힘들 텐데?” “푸핫. 고작 어린 암컷 한 명 가지고 무슨... 키아라 너 한 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업혀.”
짜, 짜증나... 내가, 이런 몬스터에게 업혀야 한다니...
그, 그보다 등은 왜 이리 넓은 거야... 나 하나 정도가 아니라 두 세명은 가볍게 업을 수 있을 것 같잖아.
가장 덩치가 큰 오빠들도 이 정도로 등이 넓진 않은데... 읏...
심지어 넓은 것 뿐만 아니라, 뭔가 굉장히... 단단하고, 대단한 것 같아서...
읏... 이런 등에 업힌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
“읏차...! 자. 혹시 불편하거나 하면 말해. 그럼 그냥 안아 들고 가줄 테니까.” “피, 필요 없거든... 업히는 거면 충분해...” “푸흐흐. 그래? 그럼 뭐, 떨어지지 않게 내 목 꽉 붙들고 있으라고.”
하아... 뭐야... 마왕의 이, 뜨거운 몸은...
뭔가 더울 정도로 뜨거운데... 그런데, 전혀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야...
읏... 거기다 이 묘하게 좋게 느껴지는 지독한 냄새... 어째서 마왕한텐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웨어울프의 냄새는 정말 짐승 냄새 그 자체라, 엄청 지독했는데... 그런데 마왕의 냄새는 그런 짐승 냄새란 느낌이면서도, 전혀 거북하지가 않아서...
하아... 뭔가, 이대로... 계속, 이 등에 매달려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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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흐흐... 과연. 내가 영 의심스러워서 뭔가 꾸미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가...”
그렇게 마왕에게 매달린 채로 요화님의 거처로 돌아온 나는, 도착하자마자 금발을 지닌 마왕의 부인에게 치료를 받았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날 치료해준 클레아라는 여자. 그리고 치료가 끝나자 마자, 다른 언니들 눈에 띄지 않도록 나를 별관의 욕실에서 씻게 해준 마왕.
내가 몸을 씻고 나오자 마왕은 나를 불러, 내가 어째서 영역 경계까지 나갔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왕 본인을 의심하던 것인 만큼, 말하기 좀 거북했지만... 그래도 그런 마왕에게 도움을 받은 것 때문일까?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계속 캐묻는 마왕에게 졌단 듯이, 마왕 본인에게 네가 의심스러워 증거를 찾아 다니고 있었단 것을 모두 밝혀버렸다.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됐지... 분명 모르는 척 잡아 떼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마왕의 저 근사한 몸을 보니, 어째선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읏... 짜증나... 도대체 뭐야 이 기분은...
뭔가 계속 심장이 두근거려서, 마왕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어...
“푸흐흐... 키아라가 제법 똑똑한걸. 설마 그걸 눈치챌 줄이야...” “...으, 응? 뭐...?”
...하아? 지금, 뭐라고...?
“네 말대로 확실히, 내가 요화와의 승부에서 이기려고 조금 수작을 부리긴 했지. 네가 발견한 돌이 바로 그 수작이고 말이야.” “...아? ...아! 여, 역시 그랬구나! 이 사악한 마왕! 도대체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야!?”
하, 하아? 지금... 마왕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스스로 인정했어? 아니, 난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반쯤 포기한 상황이었는데?
입 꽉 다물고 모르는 척 하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다고! 근데 갑자기 인정을 하다니, 무슨 생각이야!?
“큭큭. 믿기지 않겠지만 별로 대단한 수작은 아니거든? 아무리 그래도 주술의 규칙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건 요화님조차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계약 주술인걸!” “그래 그래. 아무튼 그런 주술도 걸려있으니까. 그리 대단한 수작은 아니라고 미리 밝혀주는 거야. 괜히 숨겼다가 키아라가 또 다치면 가슴이 아플 것 같거든~”
하, 하아!? 내가 다치면, 가슴이 아파!?
뭐, 뭐야 그게... 음흉한 수작이나 부리는 주제에, 그런 말을 하다니...
으읏... 그, 그래도 뭔가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사악한 수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언니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읏, 도대체 왜 다들, 이 마왕에게 경계를 푸는 거야...?
“...푸흐흐. 왠지 날 경계하는 듯한 표정인걸... 내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궁금해? 키아라?” “다, 당연하지... 모두가 이상해져 가고 있는데. 걱정되고 의심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면, 여기서 나랑 게임 하나 해볼까?” “뭐...? 게임...?”
게임이라니...? 아니, 그보다 뭐야 그 표정은...?
날 보고 즐거워 하는 듯한, 그 표정... 조금, 기분 나쁜데...?
뭔가... 왠지 모르게, 이걸 노리고 있었다는 듯한... 그런 느낌...?
읏... 뭐, 뭔가... 말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만약 그 게임에서 이긴다면, 내가 뭘 했는지 알려주고 네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게. 어때. 괜히 혼자 위험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괜히 수상하다며 뒤를 캐고 돌아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내기를 해서, 뭘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 봐라...?
흥... 또 그런 걱정이나 하고... 보기보단, 자상한 마왕이네...
“...무, 무슨 게임인데. 들어보고 정해줄게.”
쳇... 기분 나빠... 이렇게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그렇게 커다란 덩치로 날 걱정해 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하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분명 뭔가 있는데... 뭔가 꾸미고 있는데... 하아. 그런데 어쩐지 이 마왕을, 의심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서...
으으읏~! 짜증나아... 도대체 이 마왕은, 왜 몬스터면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거야!?
아까 그 웨어울프처럼 역겨운 냄새가 나야 불쾌함을 느끼지! 아니 분명 같은 몬스터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아, 짜증나아...! 계속, 아랫배가 욱신거려서... 그래서...!!
...마왕이, 뭔가 멋있어 보여...♡
“큭큭. 그래... 무슨 게임이냐면 말이지...”
왠지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는 나를 바라보면서,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짓던 마왕.
그렇게 나는, 분명 무언가 사악한 짓을 했을 거라며 의심하던 마왕을...
이 마왕의 게임을 받아들이는 게, 나와 모두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눈치채지 못하고.
마왕을 나를 구해준 멋있는 수컷이라고 느끼며, 그가 제안한 게임을 받아들여 버렸다.